The Time-Limited Leader Makes the Raid a Success RAW novel - Chapter (346)
제346화
#346. 또 나냐?
“아이고! 오래 기다렸죠?”
“아휴, 아니에요. 다들 바쁘신데. 이 정도쯤이야.”
미스터 조는 민대머리를 한 남자를 보며 호호 웃었다.
그녀는 오랜만에 여자로 변신한 상태였다. 원래 자신의 성별이었지만, 그동안 정체를 숨기느라 남자로 활동할 때가 더 많았다.
하지만 상대의 방심을 유발하는 데는 여자, 그것도 연약한 인상의 마른 체형이 유리했다.
‘물론 헌터라는 게 방심할 수 없는 직업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터도 인간인 이상 겉모습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외국에서 사회 실험을 한 적이 있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상대가 헌터임을 밝히고 어떤 인상을 받았는지 알아보는 실험이었다.
사람들은 남자 헌터일 때는 선한 인상에 삐쩍 말라 약해 보이는 사람임에도 긴장했다. 이는 남자, 여자 참가자 할 것 없이 비슷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상대가 연약해 보이는 여자 헌터일 경우엔 달라졌다. 그들은 여성 헌터에게 경계심이 누그러졌다.
미스터 조는 변신이 가능한 도플갱어 특성을 가지고 있었기에 사람의 외모가 상대에게 어떤 식으로 작용하는지 많은 연구를 해왔다. 그래서 이런 실험 결과도 익히 알고 있었다.
미스터 조의 노림수대로 마니머니의 사장이라는 민머리 헌터는 그녀를 하대했다.
“자, 그래서 손님이 원하시는 게 판매, 구매 모두 원하신다?”
“예.”
“구매 한도는 어느 정도로 보시는지요?”
“한 20억? 거기에 매매 템이 제값을 받으면 한 50억까지?”
민머리 사장은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아이템이 30억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것 같은데…. 길드 소속도 아닌 B랭크 프리랜서가 가지기 쉬운 물건은 아니군. 불법적으로 얻은 건가? 헌터 살인 같은… 뭐, 상관없겠지. 그런 물건 처분하라고 있는 게 블랙 마켓이니까.’
그는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그래서 이름이 어찌 된다고요?”
“노을지요.”
“노을지? 이름이 희한하네요.”
“여긴 이름 보고 거래하는 곳 아니잖아요?”
“그렇긴 하죠. 그래도 사업이 사업이다 보니 아무나 막 들일 순 없다는 거 아시죠?”
“여기 소개장.”
미스터 조가 보인 소개장은 기존 블랙 마켓을 이용하는 헌터 중 거래액이 일정 금액 이상인 자에게만 주어지는 권리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블랙 마켓은 피라미드처럼 등급별로 여러 혜택이 주어지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이 소개장 제도였다.
원래 블랙 마켓에 입장하려면, 헌터증을 제시하거나 따로 신분 확인을 해야 했다.
하지만 불법 사업장에 합법적인 신분을 들고오는 것 자체가 모순이었다.
사실 이는 마켓에서 어중이떠중이를 거르는 수단이었다. 그래서 믿을 수 있는 양질의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소개장 제도를 쓰는 것이었다.
‘물론 이 소개장은 내 다른 캐릭으로 만든 거지만.’
미스터 조는 자신의 다른 신분 중 블랙 마켓을 이용했던 캐릭터를 골라 마련한 것이었다.
소개장을 확인한 민머리 헌터가 거기 적힌 일련번호까지 확인한 후에야 고개를 끄덕였다.
“진품 맞네요. 이분과는 무슨 관계인지…….”
“여기가 그렇게 꼬치꼬치 묻는 곳이었어요?”
“제가 실례했군요.”
“이번 회차 경매장 위치나 알려주세요.”
“알겠습니다.”
민머리 헌터는 품에서 명함을 꺼내 미스터 조에게 건넸다.
명함엔 주소와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거기로 가서 전화 넣으시면 직원이 마중 나올 겁니다.”
미스터 조는 주소를 확인했다.
“개성시?”
“모쪼록 제값 받고 물건을 처리하실 수 있길 바랍니다. 후에 환전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여길 다시 찾아주십시오.”
미스터 조의 다음 행선지가 정해졌다.
* * *
노송린은 강무혁의 오더대로 김명준과 만났다.
김명준은 노송린이 강무혁에게 넘어간 건 아닌지 의심하고 있었다. 추궁하려고 해도 강무혁 눈치를 보느라 건드릴 수 없었다. 주세아가 S랭크 선언을 한 이후로 강무혁은 더 이상 그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위치로 올라가 버렸다.
그래서 그동안 노송린을 찾지 않았다. 노송린도 먼저 연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노송린에게서 뜬금없이 연락이 오고 보니 김명준도 경계보다 호기심이 먼저 들었다.
그것이 사방이 노출된 고급 레스토랑에서 노송린을 만난 이유였다.
“아이언윌 헌터님께서 어쩐 일로 날 찾아왔지?”
“우리 관계가 너무 소원해진 것 같아서요. 그래도 콩밥 나눠 먹던 사이 아닙니까? 이제 연말도 다가오는데 망년회는 못해도 밥 한 끼는 같이 해야겠다 싶어서요.”
“말투가 어째 강무혁을 닮았군.”
“그래요? 난 잘 모르겠는데?”
“짜증 나게 구는 것도 비슷하고. 그래서 용건이 뭐야?”
김명준이 노려보며 물었지만, 노송린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저 오랜만에 서울 나왔습니다. 스테이크에 칼질이라도 하면서 얘기하시죠.”
“칼질은 싸울 때나 하고. 바쁜 사람 잡고 쓸데없는 소리 말고.”
“그럼, 고기는 나중에 먹기로 하고. 뭐, 예상하셨겠지만, 저 강무혁 단장과 손잡았습니다.”
“배신한 거 알려주려고 온 건가? 참 신사적이네. 강무혁 덕분에 신분 세탁 제대로 했겠어? 우중도 출신 범죄자에서 S랭크 헌터가 있는 길드의 실세 따까리로.”
“그러게요. 그런 점에서 절 주세아 길마님 감시역으로 태성 길드에 넣어준 김명준 씨가 참 감사하더라고요.”
“까불지 마, 노송린.”
김명준이 테이블를 움켜쥐었다. 빠직 소리와 함께 테두리가 뜯겼다.
“까부는 게 아니라 일하러 온 겁니다, 김명준 씨.”
“너 겁이 없어진 거냐, 아니면 강무혁 빽 믿고 개기는 거냐? 어느 쪽이든 좋은 꼴 못 봐. 너 내가 누군 줄 알고 막 나가는 거야?!”
“알죠. 무서운 사람인 거. 그런데 공포도 자주 접하면 무뎌진다고. 그보다 더 무서운 걸 보면, 나머진 시시해지기 마련이죠.”
“강무혁이 무섭다고? 아, 주세아는 좀 무섭겠네.”
“단장님은 무서운 게 아닙니다. 뭐, 해석은 알아서 하시고. 제가 오늘 김명준 씨를 만나러 온 건 박재준 때문입니다.”
“박재준?‘
“본명을 더 잘 아시겠네요. 이재준이란 이름 들어보셨죠?”
김명준의 표정엔 어떠한 변화도 없었다. 겉으로 보기엔 전혀 모르는 이름을 들은 것 같았다.
“모르지 않을 텐데. 알 걸요? 이재준. A랭크 헌터고, 김명준 씨 우중도 시절에 같이 수감 됐었죠.”
“…….”
“시간 없다면서요. 괜히 모르는 척해서 시간 낭비하지 맙시다.”
“그래, 그 정도는 알아보고 왔겠지. 그런데 그놈이 나와 무슨 상관이야?”
“그 사람 우중도 나온 뒤에 소식 좀 들은 것 있습니까?”
“같은 우중도 출신이라고 다 알 거라는 건 착각이야.”
“물론이죠. 저도 감방 동기들 소식은 모르는 걸요. 그래도 그 사람은 A랭크잖습니까. 저한테 그랬듯이 그쪽에서 한 번쯤 찔러봤을 것 같은데. 아니에요?”
김명준은 노송린이 전부 알고 왔다고 짐작했다.
‘하긴 그 강무혁 아래서 일하고 있으니 뭔가 듣고서 날 찾아왔겠지.’
발뺌하는 것으로는 시간 끌기밖에 되지 않았다. 차라리 무슨 일인지 적극적으로 알아내야 했다. 혹시라도 강무혁의 칼끝이 자신을 겨누고 있다면, 김명준은 한국에서 살기 어려워질 터였다.
“뭘 묻던, 이유를 먼저 말해야 하는 거 아닌가?”
“이재준, 그러니까 현재 박재준이라는 가명을 쓰고 있는 그놈이 중국으로 갔다가 다시 한국으로 들어왔거든요. 신분 세탁 깨끗이 해서. 그 뒤를 봐준 게 황룡 길드입니다.”
“황룡 길드?! 그놈들이 왜?”
“왜 그랬는지는 이제부터 알아봐야죠. 다만, 슬레이어 길드에서도 뒤를 쫓고 있습니다.”
“슬레이어는 또 왜… 아? 그건가?”
김명준은 슬레이어 길드가 박재준을 찾는 이유를 눈치챘다.
노송린이 그의 생각을 확인시켜주듯 말했다.
“아시다시피 신의주, 마경 사태 이후 슬레이어가 중국을 견제하고 있죠. 그런데 중국 최대 길드의 사주를 받아 위장 신분으로 한국에 들어온 전 우중도 범죄자가 국내에서 암약하고 있다면, 그들이 어떻게 생각할까요?”
“뭔가 음모를 꾸민다고 여기겠지.”
“그렇죠? 강 단장님도 그런 생각을 하셨죠. 그래서 저보고 좀 알아보라고 한 겁니다. 김명준 씨한테.”
김명준은 고심했다.
강무혁의 의도가 단순히 박재준에 대해 알아보는 것뿐일까? 혹시 자신을 엮으려는 건 아닐까?
김명준이 고민을 거듭하는 건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때문이었다.
노송린은 이를 정확히 읽고 있었다.
‘역시 단장님 말대로군. 김명준은 현재 위치가 불안한 거야.’
김명준의 우중도 이후 활동 신분은 일본 헌터계의 스파이였다. 그 신분을 덮으려고 더러운 일을 맡아 처리하는 회사를 차리고 슬레이어 길드에 줄을 댔다. 그리고 강무혁과 수차례 충돌하면서 엮였다.
겉으로는 한국과 일본의 유력자들과 연결되어 있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어느 쪽에서도 신뢰를 얻지 못해 불안한 위치였다.
‘김명준이 일본과 연결된 걸 슬레이어가 아는 날엔 바로 표적이 될 테지. 일본 쪽엔 연이은 실패로 신뢰가 떨어졌고. 아직까진 국내 정보를 취득하는 루트로 쓰이고 있지만, 언제고 가치가 떨어지면 버림받을 거야.’
강무혁도 태생적으로 가까워질 수 없는 사이였다.
‘그렇다면 김명준이 박재준의 뒷배를 아는 순간 어떻게 행동할까?’
계획을 일러준 뒤 강무혁이 던진 질문이었다.
노송린은 그 답안지를 듣고 온 참이었다.
“미리 알아봤으니 알겠지만, 내가 이재준과 만난 지는 상당히 오래됐어. 마지막에 만났을 때도 특별한 건 없었고. 하지만 우중도 출신이니만큼 나와 연결된 정보원이 상당히 많지.”
“따로 알아볼 수단이 있다는 거군요.”
“알아보는 건 어렵지 않아. 하지만 나도 뭔가 대가가 있어야 하지 않겠어?”
“뭘 원합니까?”
“그건 나중에 알려주지. 손에 쥐지도 않은 물건으로 흥정할 순 없잖아? 그쪽도 눈에 뭐가 보여야 가격을 책정할 수 있을 테고.”
“시간은 얼마나 필요합니까?”
“하루면 돼.”
“제 번호 아시죠?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먼저 일어나지. 스테이크나 많이 먹고 들어가.”
그 길로 김명준은 레스토랑을 나갔다.
노송린은 홀로 남아 스테이크 10인분을 시켰다. 그는 음식을 기다리면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김명준이 이 약은 놈. 단장님 말대로 움직이는군.”
강무혁은 김명준이 어떻게 행동할지 예측했었다.
‘분명 황룡 길드에 줄을 대려고 할 겁니다. 박재준이 미라주와 연결된 걸 모르니 황룡 길드라는 동아줄을 잡아서 이후 일본 쪽에 버림받을 때를 대비하려고 하겠죠.’
게다가 강무혁은 김명준이 어떻게 말할지도 훤히 보이는 듯 말했다.
‘저희 쪽에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서 대가를 요구할 겁니다. 정확한 조건은 두루뭉술하게 넘겨서 정보를 가져온 뒤에 거래하겠다면서 기대치를 올려두는 것이죠. 그동안 박재준과 접촉해 일을 마무리 지으려 할 겁니다.’
그 말을 듣고서 노송린은 강무혁이 단순 조사를 맡긴 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강무혁은 김명준이 움직이길 바란 것이다. 정보를 얻어오면 좋은 거고, 얻지 못해도 상관없었다. 박재준의 뒤에 있는 놈들만 부산해지면, 김명준의 역할은 다 하는 것이니까.
노송린은 마침 나온 스테이크를 나이프로 썰면서 미소지었다.
“진작 강 단장님 라인으로 갈아타길 잘했지. 김명준한테 붙어 있었으면, 썩은 동아줄이 됐을 테니까 말이야.”
* * *
장득구는 카페에 앉아 누군가를 기다렸다.
그 누군가가 카페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는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장득구에게 삿대질을 했다.
“야, 너 진짜! 또 나냐? 협박 좀 그만해.”
“협박이라니요? 모철현 선배님 일 잘하시잖습니까. 뭐 좀 부탁드리려고요.”
장득구가 웃으며 수사청 선배를 맞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