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ime-Limited Leader Makes the Raid a Success RAW novel - Chapter (358)
제358화
#358. 나도 그 친구 좀 사귀자.
“강무혁 단장은 갔나?”
“예. 방금 주차장에서 빠져나갔답니다.”
김상식의 물음에 비서가 대답했다.
“별다른 움직임은 없었고?”
“예. 누군가와 접촉하려는 낌새도 없었습니다.”
“이상하군. 분명 침입자와 뭔가 있을 것 같았는데. 차량 검색은?”
“발렛 서비스 때 확인했습니다. 깨끗했습니다.”
“흐음.”
김상식은 콧바람을 뱉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침입자를 잡지 못한 게 여간 마음에 걸리는 게 아니었다.
얼마 전 주세아라는 S랭크 헌터가 탄생하긴 했으나 블랙 마켓 한국 지부는 세계 헌터계에선 아직 변방에 속했다. 헌터들의 실력은 둘째 치고, 전체적인 시장 규모가 작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다크 사이드로서도 한국에 많은 자원을 배치하지 않은 상태.
현지에서 포섭한 헌터로 꾸린 전력은 조잡하기 짝이 없었다.
김상식은 보안팀장인 유승기를 떠올렸다.
“아쉬운 대로 쓰고 있긴 하지만, 유승기로는 앞으로의 한국 시장을 감당하기 벅차다. 위에 알려 교체해야겠어. 실력보다 야심이 큰놈이라 써먹기 편했는데. 좀 아쉽군. 보고서 초안 짜와.”
“예. 오늘 내로 올리겠습니다.”
김상식이 유승기의 처분을 결정했을 때였다.
삐비비비빅! 삐비비비빅!
경보음이 사무실에 퍼졌다.
그가 무슨 일인지 묻기도 전에 전화벨이 울렸다.
비서는 책상으로 가 전화를 받아 들곤 상황을 듣더니 바로 김상식에게 전했다.
“23층 외벽이 뚫렸답니다.”
“침입자가 탈출한 건가?”
“확인 중이랍니다.”
“확인할 게 뭐 있어? 멀쩡한 벽 뚫렸으면 당연히 도망친 거지. 추격은?”
“이미 자취를 감췄답니다.”
“놓쳐? 23층에서? 다들 옹이눈이야, 뭐야? 튀는 놈을 아예 못 봤어?”
“그게…. 저도 잘…….”
“됐어. 내가 보안실로 가서 직접 확인해보지.”
버럭 화를 낸 김상식은 보안실로 향했다.
보안실엔 수많은 CCTV 화면 영상이 벽면 가득 메우고 있었다.
“외벽 뚫린 곳이 어디야?”
“경매장 옆 D섹터입니다.”
“영상 틀어봐.”
관리자가 정중앙 메인 화면에 해당 영상을 띄웠다.
아무도 없는 구석 복도가 비쳤다. 영상은 별일 없이 흐르다 갑자기 일그러지며 꺼졌다.
“뭐야?”
“D섹터 카메라가 전부 박살 났습니다.”
“그게 다? 거기 몇 개 있어?”
“총 아홉 대입니다.”
“그거 한꺼번에 다 띄워봐.”
화면이 9분할 되며 해당 구역 영상이 흘렀다. 다들 다른 각도로 복도를 비추고 있었다. 그러다가 거의 동시에 영상이 일그러졌다.
김상식은 관리자에게 지시했다.
“소리 켜봐.”
-콰작!
“부서지는 소리뿐이네? 우리 설치된 카메라들 전부 헌터 모션 초고속 카메라였던가?”
“설치율은 40% 정도입니다.”
“D섹터엔?”
“세 대 설치되어 있습니다.”
“확인해 봐.”
눈으로 좇기 힘든 헌터의 움직임을 잡아내기 위한 카메라 영상이 돌았다. 이 역시 잡히는 게 없었다.
“아무리 빨라도 여기에도 안 잡힌다는 건 카메라를 직접 부순 건 아니란 뜻이고. 이거 박살 날 때 동작 감지기는 반응 어땠어?”
“카메라가 부서진 후에 잡혔습니다.”
“건물 외벽 감지 센서는?”
“잡히는 게 없었습니다.”
“하? 당했네? 젠장할!”
김상식은 허탈하게 웃었다.
D섹터 카메라가 부서진 후에 동작 감지기가 활동을 체크했고, 외벽에는 감지 센서가 작동하지 않았다?
누가 봐도 마법을 쓴 흔적이었다.
하지만 유승기의 보고에서 침입자는 근접전투에 능숙한 변신 관련 특수 능력 소지자.
굳이 따지자면, 어쌔신으로 분류될 헌터였다.
‘게다가 강무혁 근처엔 마법사가 없었지. 텔레키네시스트는 있어도.’
빠져나간 것은 고을지가 분명했다.
하늘을 날아서 도망쳤으니 당연히 건물 외벽 센서엔 잡힌 게 없을 터였다. 건물을 수색하던 헌터들이 외벽에서 아무도 보지 못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
김상식은 비서에게 확인차 물었다.
“아까 강무혁 나갈 때 고을지도 붙어 있었지?”
“예. 함께 나갔습니다.”
“그럼, 걘 고을지가 아니겠네?”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감시 잘했다며? 언제 바꿔치기한 거야?”
“그건…….”
“너도 교체당하고 싶어?”
“죄, 죄송합니다!”
김상식은 비서를 째려보곤 강무혁에 대한 평가를 몇 가지 조정했다.
‘굉장히 뛰어난 첩보 능력을 지닌 헌터를 보유. 위험 등급 상(上). 아이언윌 소속일까, 커맨더로서 데리고 있는 걸까?’
그의 생각은 자연스레 세계헌터연맹으로 이어졌고, 다시 주세아게로 연결됐다.
‘주세아는 그냥 한국 헌터로 활동하는 걸까, 아니면 연맹의 회원이 된 걸까? 어쩌면 강무혁이 일반인이면서 커맨더가 된 것에 관련되어 있을지도 모르겠군. 혹은 진짜 커맨더는 주세아고, 강무혁은 바지사장일 수도 있고.’
김상식의 생각은 지극히 상식적인 짐작이었다.
널리 알려진 건 아니지만, 다크 사이드에서 파악하고 있는 나머지 세 명의 커맨더는 모두 헌터였다. 심지어 그중 둘은 S랭크. 일반인이 연맹에 회원으로 등록되는 것도 하늘의 별 따기인데, 단순 회원을 넘어서 커맨더가 됐다는 건 전혀 상식적이지 않은 일이었다.
당연히 뭔가 숨기는 게 있다고 생각될 터였다.
‘만약 주세아와 강무혁이 연맹의 지시로 움직이고 있다면, 방금 저 침입자도 연맹이 지원했을 가능성이 크다. 저만한 특수 능력자가 연맹이 아니고서야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을 리가 없어.’
여기까지 생각이 닿자 김상식은 머리가 더욱 복잡해졌다.
‘이만한 헌터가 자금 세탁 리스트를 얻으려고 했다? 이것 역시 미라주와 관련이 있겠군.’
그렇다면 몰래 빼내려고 한 것도 이해가 갔다.
돈에 관련된 사항은 연맹이 따로 요청한다고 해서 내놓을 자료가 아니었다. 연맹도 이를 알기에 따로 수작을 부린 게 분명했다.
‘일단 연맹은 강무혁을 새로운 커맨더라고 주장하긴 하지만, 이건 일반인 하나가 어찌할 스케일이 아니야. 정교하게 꾸며진 함정이다. 어쩌면 이 기회에 연맹이 미라주를 뿌리 뽑으려는 것일지도 몰라.’
그렇다면 헤드라인은 어찌할 것인가.
헤드라인도 미라주를 좋아하진 않으나 연맹이 조직을 이용하려 한다면, 그냥 넘어갈 수도 없었다.
대책이 필요했다.
“이거 드디어 내게도 관운이 터지려나?”
한국이 태풍의 눈이 될 터였다. 아주 좋은 기회가 김상식에게 다가온 것이다.
* * *
텅―!
강무혁이 모는 차량 지붕 위로 무언가 떨어져 내렸다.
잠시 후 우측 뒷좌석 문이 열리더니 그림자 하나가 쏙 들어와 자릴 차지했다. 그림자는 문을 닫으며 불만을 토로했다.
“남의 집 벽이나 부수게 하고. 진짜 무슨 범죄자가 된 것 같아. 이러려고 헌터가 된 게 아닌데?”
“수고했어.”
그림자는 조수석에서 자신과 같은 얼굴을 하고 뒤돌아보는 자를 째려봤다.
“언니, 이제 그만 자기 얼굴로 돌아오시죠?”
“노메이크업이라서 좀 그런데?”
“아, 그래요? 그러면 내가 얼굴 좀 만져줄게요.”
“야야, 꼬집지 마. 아야야, 아프다고.”
“이렇게, 이렇게 구기면 되나? 앙? 요래요래 누르면 돌아오려나? 이래도 안 할 거야?””
뒷좌석에 앉은 고을지가 조수석에 앉은 고을지의 양쪽 뺨을 주물렀다. 조수석의 고을지는 항복을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자자, 됐지? 코는 누르지 마라. 입술도. 야, 머리끄덩이는 왜 쥐어뜯는데? 이거 머리카락 비싼 거야. 놔! 안 놔?”
본래 자기 모습으로 돌아온 미스터 조는 조수석을 뒤로 젖히곤 아예 몸을 돌려 고을지의 머리채를 붙잡았다.
둘이 서로 누가 먼저 머리카락을 놓니 마니 하며 투덕거리고 있을 때 강무혁이 말했다.
“그래서 돈세탁 리스트는 얻지 못했다는 거죠?”
“다크 사이드가 괜히 다싸가 아니더라고. 태생이 음침한 놈들이라서 그런지 자료는 아주 꽁꽁 숨겨두고 상시 함정을 쳐놓고 있더라니까. 괜히 힘만 뺐어.”
강무혁이 말을 잇기도 전에 고을지가 툭 끼어들었다.
“얼굴 바꾸고 다니는 사람보다 더 음침할까?”
“우중도 입감할 뻔하다가 강 단장 빽으로 나온 애가 뭐래니?”
“안 들어갔으니까?!”
“넌 아무리 봐도 노송린 과야. 아슬아슬하다고. 이러다가 현상수배 되는 거 아닌지 몰… 야, 머리 당기지 마라. 이거 비싼 거다.”
“왜? 탈모 있어요? 머리라도 심었나 보지?”
“내가 이거 한 올 한 올 모아서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옷 짓는 거라고.”
“머리 뽑히고 싶지 않으면 사과해.”
“뭘?”
“노송린이라고 한 거.”
“틀린 말 아니잖악! 야!”
“우엑! 난 한 손인데, 언니는 왜 두 손이야? 에잇!”
“야야, 구레나룻! 구레나룻!”
강무혁은 대화를 포기했다. 어차피 실패한 작전 추궁해봤자 얻을 것도 없으니 그냥 자기들끼리 놀고 있으라고 내버려 뒀다.
그렇게 한참 머리를 쥐어뜯던 둘은 개성시 경계를 지날 때가 돼서야 극적인 합의에 이를 수 있었다.
미스터 조는 고을지의 손가락 사이에 뽑힌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모아 담으며 말했다.
“그런데 강 단장. 이번 임무 실패했는데, 어떻게 할까? 구자천 추적이 원점으로 돌아왔는데, 다른 방향 알아볼까?”
“일단 그전에 하고 있던 작업에 다시 집중해주세요.”
“외국인 용의자 솎아내는 거 말이지? 그럼, 구자천 쪽은?”
“만약을 대비해서 다른 쪽으로도 공작을 진행 중입니다. 그쪽 상황 봐서 오더 새로 내리겠습니다.”
“날 믿지 않고 다른 쪽에 손을 벌리다니. 실망이야!”
“그래서 리스트는요?”
“아휴, 단장님쯤 되면 실망할 수도 있는 거지.”
미스터 조는 태세를 바꿔 굽실거렸다.
큰소리쳐놓고 실패했으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셈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그녀는 강무혁이 마련해놓은 대체 방안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근데 다른 쪽은 누가 건드리고 있는데? 좀 궁금하네?”
“노송린 헌터하고 장득구 헌터입니다.”
첩보나 공작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두 헌터의 이름에 미스터 조는 의아해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 * *
강무혁이 말한 공작은 실제로 노송린과 장득구가 맡은 게 아니었다.
정확히 말해 노송린은 김명준을, 장득구는 헌터수사청을 움직인 것이었다.
특히 김명준 쪽이 몸이 달아 움직이고 있었다.
“우리 오랜만이지, 이재준?”
“카페에 사람도 많은데, 그냥 박재준으로 갑시다.”
김명준이 본명을 말한 것에 놀랐지만, 박재준은 정체를 숨길 생각은 하지 않았다.
상대 분위기를 보니 들킨 걸 숨긴다고 덮일 것 같지도 않았다. 오히려 모르쇠로 일관하면, 무슨 짓을 벌일지도 몰랐다.
‘김명준은 그런 놈이지.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는 놈이 아니라 아예 그런 경계 자체가 없는 놈이다.’
박재준이 순순히 인정하자 김명준도 마음에 든다며 미소 지었다.
“타지에서 고생을 좀 했나 보군. 예전처럼 발뺌하지 않고 인정하는 자세. 아주 보기 좋아.”
“보는 눈도 많은데 용건만 간단히 하죠.”
“그러니까 룸에서 따로 만나자니까. 한정식 잘하는 데 있는데.”
“보는 눈이라도 없으면 내 목을 딸지 어떻게 알고?”
“한국도 많이 바뀌었어. 예전처럼 함부로 칼질했다간 장득구 같이 귀찮은 놈들이 따닥따닥 붙어. 장득구 알지?”
“우중도 출신 중에 그놈 모르는 사람 있나? 하도 들어서 내가 그놈한테 잡혀 들어온 것 같을 정돈데. 괜히 옛이야기로 말 돌리지 말고 본론 들어갑시다. 날 알고 왔으면 인사나 하자고 온 건 아닐 테고. 예전처럼 밑으로 들어오라고 할 건가?”
박재준은 김명준의 용건이 자신을 포섭하려는 것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김명준은 고개를 저었다.
“중국에서 얼굴 바꾸고 신분 바꾸고 한국에 들어온 친구, 데리고 있어 봐야 짐만 되지. 내가 뭣 하러 짐을 짊어지나?”
“말 나온 김에 하나만 물읍시다. 난 어떻게 알았습니까? 어지간해선 안 걸릴 텐데.”
“옛 친구한테 들었지.”
“옛 친구? 누구? 당신 친구 없잖아.”
“누군진 알 거 없고.”
“그걸 모르면 대화가 안 되는데?”
“알고 싶으면 일단 그쪽 친구부터 소개해주는 건 어때?”
“무슨 헛소리야?”
“이재준, 아니 박재준이랬지? 박재준, 널 한국으로 들인 친구 말이야. 황룡 길드라고 들었는데?”
“!!”
“나도 그 친구 좀 사귀자.”
김명준이 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