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ime-Limited Leader Makes the Raid a Success RAW novel - Chapter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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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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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37. 뭔가 이상하다고.
‘단장노무새끼! 날 쩌리 취급해? 이거 그때 주차장 복수 맞지?’
최미란은 오랜만에 김성현과 떨어져 헌팅에 나선 상황이었다.
그녀의 새로운 파티원들은 낮은 랭커의 신진들이 대부분이었다.
길드 선배로서 원정대 라인의 주축 헌터들과 손발을 맞췄었기에 타의로 밑바닥 신입들과 파티를 짠 건 상당한 굴욕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랭크는 C+.
각성하고 10년이 넘었지만, B-가 되지 못한 비운의 헌터였다.
전략팀에선 이게 그녀의 한계라 평가했고, 동료들의 생각도 그리 다르지 않았다.
그래도 몬스터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주기보다 파티의 잡다한 일을 도맡는 서포트 포지션이었기에 버틸 수 있었다.
다행히 최미란은 스탯 평가보다 전술 평가에서 상당히 좋은 점수를 받고 있을 정도로 센스가 있었다.
그래서인지 강무혁은 그녀에게 파티 오더를 내리는 역할을 맡겼다.
“아우, 답답해! 혈다람쥐가 아무리 빨라도 그렇지. 칼침 한 번을 못 놓냐? 야, 탱커! 방패는 죽 끓여 먹었어? 꽉 붙들고서 몸으로 받으라고!”
“씨불…. 만년 C+이 꼴에 선배라고.”
최미란이 등을 두드리며 닦달하던 탱커가 불평을 내뱉었다.
“…….”
최미란은 탱커의 반항 어린 불만을 들었지만, 일단 모른 척 넘어갔다.
전투 중 사적인 감정 금물.
그녀가 아무리 낮은 랭크라도 헌터의 자세가 무엇인지는 알고 있었다.
그에 반해 탱커는 오더를 듣는 둥 마는 둥 방패를 무기처럼 휘두르며 대응했다. 덕분에 고생하는 건 나머지 파티원들이었다.
마침내 혈다람쥐가 최미란 파티의 대응 범위에서 벗어나 다른 파티에서 상대하게 되자 그녀는 진형을 다시 짜며 탱커를 쏘아봤다.
“야, 너 아까 씨불이라고 욕했냐?”
“네? 제가요? 아니요. 씨불이 아니라 ‘씨풀’이요. 선배 씨풀 랭 맞잖아요. 왜요? 제가 선배 랭크 말해서 자존심 상하셨어요? 그건 좀 죄송하네요.”
이건 싸우자는 건지, 말자는 건지.
‘살살 건드리네?’
최미란이 길드 밖에서 자주 겪는 일이었다.
오랫동안 성장이 멈춘 헌터는 어디서도 대우받지 못한다.
연공서열이 있는 것도 아니고, 길드 짬빱 찼다고 인정받는 건 헌터 세계에서 꿈도 못 꿨다.
태성 길드라서, 그리고 원정대장 도경훈의 눈에 들어서.
그나마 선배 대접받고 있다는 걸 그녀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참자, 참아. 지금 이 새끼 조지려다가 헌팅 망칠 순 없지. 안 그래도 단장한테 찍혔는데. 나중에 어디 두고 보자.’
* * *
주차장에서의 일로 아직도 단장에게 찍혀 있다고 생각하는 최미란과 달리 강무혁은 그녀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하고 있었다.
‘최미란. 전술이해도 높은 서포터. 입단 초창기 성장성 좋은 프리랜서로 평가받았으나 C+랭크에서 5년째 답보 상태. 어째서일까?’
각성하고 몇 년 안 돼서 A랭크가 되는 천재가 있는가 하면, 평생을 해도 B랭크 문턱을 못 넘는 헌터도 있었다.
그런 현실을 감안하면 최미란은 성장이 끝나 버린 헌터라 생각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각성 시기와 현재 나이에 비해 헌팅 이력이 너무 적어. 한참 성장해야 할 시기에 게이트엘 못 들어간 거야.’
강무혁의 생각은 좀 달랐다.
상위 길드의 동일 랭크, 또래 헌터들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헌팅 경험.
그것이 최미란의 성장이 답보 상태인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혈다람쥐가 도망치는군요.”
“저건 놓쳤다고 보는 게 맞죠.”
주세아의 말마따나 도망이라기보단 놓친 것이었다.
차츰 수세에 몰리기 시작한 혈다람쥐가 절반 넘게 교정을 빠져나갔다.
잡은 건 기껏해야 여덟 마리.
그나마도 완전히 숨통을 끊은 건 다섯에 불과했다. 나머지 셋은 다리나 꼬리 등이 절단되어 마무리되는 중이었다.
“도주 차단을 확실히 하지 못했습니다. 이곳이 게이트 안이었으면 낙제점입니다.”
게이트에선 놓친 몬스터가 후환이 되어 돌아오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그래서 길드마다 차단조 임무를 맡은 기동성 높은 파티가 존재했다.
이는 아이어윌도 마찬가지였으나 정작 차단 역할을 맡은 파티는 몬스터를 잡겠다고 돌출했다가 위험에 빠지는 바람에 다른 파티의 도움을 받았다.
덕분에 스크럼이 무너지고 혈다람쥐들을 놓쳤다.
“죽은 헌터가 없는 게 용하네요. 캠프에 설치한 카메라 영상으로 오늘 전투는 복기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강무혁이 부상자 치료와 캠프 정비를 지시했다. 이어서 혹시나 있을 습격에 척후조를 내보내려 할 때였다.
-단장님. 상황실로 오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이어셋으로 공두리의 음성이 들려왔다.
“무슨 일입니까?”
-와투시 스네이크입니다. ‘베타 투’와 전투에 돌입했다고 합니다.
“!!”
* * *
와투시란 동물은 편하게 말해 아프리카 큰뿔 소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웠다.
머리 양쪽으로 뿔이 자라며, 그 뿔은 뿔과 뿔 사이 양쪽 끝이 최대 2.4미터에 이를 정도까지 자라난다.
그래서 와투시와 닮은 거대한 뿔을 가진 뱀 몬스터를 ‘와투시 스네이크’라 불렀다.
‘뿔 공격과 물리 방어 가죽만으로 4성 상위 몬스터로 불리는 놈이다. 정찰 파티로는 힘들어.’
힘든 정도가 아니라 절체절명이라 할 수 있었다.
이때 강무혁과 같이 통신을 공유하고 있던 주세아가 말했다.
“내가 가죠. 위치는?”
“길드장님.”
강무혁이 주세아를 돌아보자 그녀는 어깨를 으쓱하며 대꾸했다.
“일일이 길마가 나설 수 없다는 건 알아요. 하지만 아직 준비가 부족한 사람들이라고요. 일단 헌터들 살리고 봐야죠.”
강무혁은 주세아 외에 최선의 카드를 궁리했지만, 마땅치 않은 게 사실이었다.
와투시를 상대하려면 노련한 B랭크가 포함된 파티여야 했지만, 파티 소속 헌터마다 속도가 달라 제때 구원하기 어려울 수 있었다. 자칫 도착하는 대로 각개격파 당할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최소 A-랭크 홀로 가서 끝내는 게 확실한데, 당장 보낼 수 있는 헌터 중 믿을 만한 자는 장득구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탱커인 만큼 속도 면에서 약점이 있었다.
자연스레 주세아라는 최적의 방안을 떠올릴 수밖에.
이내 수긍하며 강무혁이 고개를 숙였다.
“부탁드립니다.”
“오케이.”
파티 위치를 수신한 주세아가 발걸음을 떼려 할 때였다. 그녀는 고민에 빠진 듯한 강무혁의 얼굴을 보곤, 한마디 남기지 않을 수가 없었다.
“강 단장님. 우리 쉬운 길을 가려고 하지 않는 건 알겠는데. 그렇더라도 위험한 길을 굳이 선택하진 말자고요.”
그 말을 마치고 몸을 날리자 순식간에 교정에서 그녀의 모습이 사라졌다.
강무혁은 어느새 점이 되어 지평선 너머로 몸을 감춘 그녀의 뒷모습을 보면서 우려를 표했다.
‘고블린과 싸우기도 전에 혈다람쥐에 이어 와투시 스네이크까지? 두 종 모두 이렇게 대놓고 공격해 올 몹들이 아니야. 베이스캠프를 정확히 노려 온 것도 그렇고. 정찰조를 공격한 것도 그렇고. 아무래도 우연 같아 보이진 않아.’
강무혁은 뭔가 놓친 게 있는지 확인하려 상황실로 발길을 돌렸다.
* * *
현장에 도착했을 때, 주세아가 가장 먼저 발견한 건 몸길이 15미터에 달하는 뿔 달린 뱀이었다.
마침 와투시 스네이크는 식사를 하려던 중이었다.
몸으로 칭칭 감아 질식시켜 기절한 먹이를 삼키는 건 지구의 아나콘다와 비슷했다.
와투시 스네이크를 가운데 두고 붙잡힌 동료를 구하려는 헌터들의 공격이 이어졌으나 가죽을 뚫는 데는 화력이 부족했다.
“너 이 뱀 새끼!”
주세아는 눈을 희번덕거리며 와투시 스네이크에게 달려들었다.
와투시 스네이크가 위험을 감지하고 먹이를 삼키려던 입을 다물며 몸을 튕겼다.
스프링과 같은 탄력으로 단숨에 거리를 벌린 와투시 스네이크는 먹이를 물고 물러나려 했다.
조금 전 느낀 위협으로 보건대, 어려운 상대라고 인식했다.
허기 이상의 사냥은 금물이었다.
본능의 경고를 믿는 야수형 몬스터였기에 아쉬움을 접고 물러나려 했다.
“누구 맘대로 도망쳐?!”
갑자기 지척에서 느껴진 기척에 와투시 스네이크는 당황했다.
이만큼 떨어졌으면 됐다 싶었는데. 아니야?
도망치지 못했으니 이번에는 공격이었다.
머리를 돌려 뿔을 내밀었다.
자신보다 강한 몬스터도 이 뿔 때문에 쉽게 덤비지 않는다.
이기더라도 치명상을 입을 수 있으니까.
약해지면 죽는다.
야생과 다를 바 없는 본능이 게이트 몬스터들의 기본이었다.
“어디서 뿔을 들이대?!”
와투시 스네이크의 머리 높이로 뛰어오른 주세아는 뱀 주둥이 위에 안착해 아예 뿔을 붙잡아 버렸다.
이 순간 와투시 스네이크는 승리를 점쳤다.
뿔이 머금은 독기를 믿었기에.
파스스스슷!
뿔을 잡은 손이 검게 물드는 걸 무심히 지켜보던 주세아는 와투시 스네이크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독이 뭐?”
그 말이 신호라도 된 듯 팔꿈치까지 올라왔던 독기가 밀려나기 시작했다.
주세아는 뱀 주둥이에서 콧바람이 겨우 한 차례 뿜어낼 만큼 짧은 시간 동안 독을 몰아내곤, 주먹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그리곤 탱커의 기본 스킬을 발동했다.
“근력 강화.”
꽈앙!
주먹에서 벼락이 치는 듯한 굉음과 함께 와투시 스네이크의 머리가 바닥에 처박혔다.
즉사였다.
와투시 스네이크의 머리통이 깨져 누런 뇌수를 질질 흘렸다.
주세아는 풀려난 헌터를 똬리 튼 뱀 몸통에서 뽑아내곤 안도했다.
“휴우, 아직 숨은 붙어 있네.”
늦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주세아의 활약을 지켜보던 길드원들이 달려왔다.
“기, 길마님!”
“다들 어디 다친 데는 없―!”
“??”
말하는 도중 입을 다물며 얼굴을 굳히는 주세아의 모습에 길드원들은 의아해했다.
주세아는 기절한 헌터를 맡기며 명령했다.
“캠프로 복귀하세요. 강무혁 단장님에게도 알리고.”
“예??”
그들은 길마가 또다시 전투 모드로 들어섰음을 알 수 있었다.
피부마저 저릿한 기세가 주변 공기를 데우고 있었다.
마나로 피워 올린 열기는 그들의 몸마저 후끈하게 했다.
누가 말하지 않았음에도 파티원 전원이 주세아가 노려보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숲이 들썩이고 있었다.
“저, 저게 무슨…….”
“어서 가요. 지키면서 싸울 여유 없어요.”
주세아가 나직이 다그치자 헌터들은 기절한 동료를 수습해 허겁지겁 자릴 떠났다.
모두가 남쪽으로 달리면서 등 뒤를 흘끔 돌아봤다.
“맙소사. 저게 다 뭐야……?”
숲 사이로 기어 나오고 있는 존재들.
와투시 스네이크였다.
그것도 한두 마리가 아닌 수십 마리.
‘저 뱀 새끼가 집단생활을 한다고?’
강하고 거대한 개체일수록 소수 혹은 홀로 움직이는 게 당연했다.
먹이 때문이었다.
짝짓기 때를 제외하곤 서로의 영역을 지켜야 충분한 먹이를 확보할 수 있었다.
반면에 지금 와투시 스네이크의 모습은 헌터들이 아는 일반상식과는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었다.
“캠프에 알려. 여기…. 뭔가 이상하다고.”
* * *
“혈다람쥐야 집단으로 움직이니까 그렇다 쳐도. 와투시는 예상을 한참 벗어났어. 북포천 몬스터 생태에 뭔가 변화라도 있던 건가?”
퇴각해 오는 헌터들에게 보고를 받은 강무혁은 공격해 온 몬스터들의 기본 성향과 다른 움직임에 집중했다.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공두리가 한마디 했다.
“길마님 걱정 안 하세요? 지원을 보내던가 해야죠.”
“길드장님이 따로 요청 안 하셨으면 괜찮습니다.”
“20미터 가까이 되는 뱀이 수두룩한데도?”
“고생 좀 하시겠지만, 위험하진 않을 겁니다. 그보다 중요한 건 따로 있습니다.”
주세아는 전혀 걱정하지 않는 강무혁이었다.
다른 와투시 스네이크와 다른 양상을 보이곤 있지만, 겨우 4성 몬스터 따위가 불굴의 마녀를 무릎 꿇릴 일은 없었다.
‘지금은 이 상황을 먼저 파악하는 게 우선이야.’
주세아가 괜히 헌터들에게 보고 먼저 하라고 한 게 아니었다.
그녀는 이 기이한 현상에 대해 강무혁의 조언을 바라고 있는 것이었다.
‘북포천이 아무리 넓다 한들 와투시 스네이크 수십 마리가 있을 만큼의 면적은 아니야.’
강무혁은 이와 비슷한 사례를 떠올려 정리해 둔 노트북 파일을 뒤졌다.
“여깄군.”
와투시 킹코브라.
‘일명 뱀들의 왕.’
와투시 스네이크뿐만 아니라 4성 이하 뱀 몬스터들은 이 킹코브라의 지배를 받았다.
‘여기서 이상한 점은 아무리 킹코브라라도 이런 좁은 곳에 부하들을 풀진 않아. 애초에 킹코브라 자체가 나이 먹은 와투시 스네이크가 탈피하여 진화하는 종이지. 그러려면 풍부한 먹이와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이건 무슨 고블린도 아니고 무식하게 숫자만 늘려선…….’
순간 강무혁의 뇌리로 무엇인가가 번뜩였다.
“이런…. 그거였구나?!”
이내 상황을 파악하곤 더욱 어두워진 낯빛이 그의 얼굴을 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