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ime-Limited Leader Makes the Raid a Success RAW novel - Chapter (383)
제383화
#383. 최종 단계를 밟겠습니다.
감우영은 원정대 전투태세를 최종 점검 중인 소상엽을 찾았다.
“대장님, 성선제 팀장님은 어디 계십니까?”
“별도 행동을 한다더군.”
“세아 누님도요?”
“S랭크한테 우리가 이래라저래라할 순 없지. 같은 소속도 아니고.”
“하긴 누님은 슬레이어 때도 솔플 전문이었으니까. 그래서 여태 솔로인가? 크크큭!”
“우영아, 너 뒤에 주세아.”
“힉―!”
고원매의 경고에 감우영은 기겁하며 몸을 움츠렸다.
감우영은 두 손을 싹싹 빌며 외쳤다.
“누님, 농담이었어요!”
“푸하하핫!”
곧이어 사방에서 폭소가 터져 나오자 감우영은 자신이 속았음을 알고 고원매를 째려봤다.
“원매 형, 이런 장난은 좀 자제합시다. 심장에 안 좋아요.”
“넌 그렇게 주세아를 무서워하면서 무슨 깡으로 매번 덤빈 거냐? 겁나게 깨지고도 다음날 또 덤비고. 도전 정신이 투철한 건지, 닭대가리라서 금방 까먹는 건지. 하여간 미스터리라니까.”
고원매는 활줄을 점검하는 손을 쉬지 않으면서 도통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감우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곤 말했다.
“처음부터 무서워했겠어요? 맞다 보니 무서워진 거지.”
“무섭다면서 매번 깝죽대는 걸 보면 너도 제정신은 아니야.”
“제정신이 아니기로는 원매 형만 하겠어요.”
“내가 뭐?”
“혜성이 형한테 들었거든요.”
감우영이 구석에서 칼을 휘두르며 몸을 풀고 있는 하혜성을 가리켰다.
“형이라고 부르지 마라.”
“예, 형.”
“…….”
고원매의 동공이 흔들렸다. 짐작 가는 바가 있었다. 그는 하혜성을 째려봤다.
“야, 너 무슨 말 했어?”
하혜성 대신 감우영이 말했다.
“형, 세아 누님 동기죠?”
“그, 그게 뭐?!”
“그때 기수가 다 미쳤다고 들었다고요. 얼마나 미쳤으면, 다들 세아 누님한테 사귀자고 고백을……?”
“야잇! 하혜성 씹X야!”
하혜성은 어느새 저 멀리 도망쳐 시야에서 사라졌다.
감우영은 배꼽을 잡고 낄낄대며 계속해서 고원매를 놀렸다.
“그리고 다 차였다죠? 쪽팔려서 퇴단한 사람도 있고. 파하하하하! 아니, 어떻게 세아 누님하고 사귀려는 생각을 다 했대요? 그거야말로 미친 거 아닌가?”
“인마, 그땐 걔가 원정대에서 미쳐서 날뛰기 전이었다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세아 누님 이퀄 뭐다? 오우거다. 아니지. 세아 누님이면 오우거도 새색시지. 형, 그때 차인 게 다행이에요. 진짜 세아 누님하고 사귀기라도 했으면, 형 지금 이 세상 사람 아니야.”
“넌 저세상 사람이고?”
흠칫.
귀에 익은 목소리에 감우영의 몸이 굳었다. 삐거덕대는 목을 돌려 뒤를 돌아보자 방금까지 안주 삼아 놀리고 있던 인물이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세, 세아 누님?”
“응, 나야. 이 자식아.”
주세아가 웃고 있었다. 살벌한 눈을 한 채 입꼬리만 살짝.
감우영의 얼굴에서 순식간에 핏기가 빠져나갔다.
“워, 원매 형! 누나가 왔으면 말을 했…….”
고원매도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으, 의리 없이 혼자 도망을 쳐?”
“이젠 딴 길드 소속이라고 뒷담화 까는 넌 의리 있는 놈이고? 잠시 얼굴 좀 보러 왔더니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치네?”
주세아가 어깨동무하며 어깨를 두드렸다. 감우영은 시선을 피하며 식은땀을 흘렸다.
“아니, 누님. 이건 뒷담화가 아니라 추억을 되새김질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달까요?”
“추억? 아, 그렇구나? 추억 좋지. 그럼, 우리도 오랜만에 추억을 곱씹어볼까? 예전처럼 칼 들고서 말이야. 마침 근처에 미라주도 있으니까 죽어도 전상 처리가 될 거야.”
“소, 소 대장님 살려주세요! 누님이 절 죽이려고 해요!”
감우영은 소상엽에게 구원을 요청했으나 돌아온 대답은,
“분쟁지나 사냥터에서 표적 외에 타 길드와 시비로 발생한 사상자는 전투 중 전사가 아닌 사고사로 간주합니다. 고로 전상 처리가 아닌 기본적인 보험 처리만 될 겁니다.”
매정한 길드 내규뿐이었다.
주세아가 감우영의 목덜미를 움켜쥐었다. 감우영은 뒷목을 잡힌 강아지처럼 들어 올려졌다.
“들었지? 우리 추억팔이나 해보자고.”
“누님, 지금 큰 싸움을 앞두고 있습니다. 공과 사는 구분해야 하지 않을까요?”
“흠, 그런가? 하긴 이따가 미라주한테 뒈질지도 모르는 애를 지금 죽일 필요는 없겠지.”
“아니, 그 무슨 재수 없는 소릴…….”
“아니면 나한테 뒈지던가.”
“굳이 세아 누님의 손을 더럽힐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미라주한테 던져주면 제가 알아서 잘 살아 돌아와 보겠습니다.”
주세아는 피식 웃으며 감우영을 놓아주었다.
‘예전부터 그랬지만, 이 녀석은 참 넉살도 좋다니까.’
주세아에게 풀려난 감우영은 그 길로 후다닥 도망쳤다.
장난스러운 분위기가 가라앉자 소상엽이 말을 걸어왔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주세아 길마님?”
“우리 사이에 딱딱하게 왜 그래요?”
“예전부터 그랬습니다만.”
“그랬죠, 참? 잠시 잊고 있었네. 그래도 소 대장님 함께 뛴 게이트가 몇 갠데 섭섭하네요.”
“S랭크에, 한 길드의 마스터면 충분히 대우받으셔야죠.”
“사문혁 길마님은 잘 계시고요? 나이도 있는데 은퇴했으려나, 그 영감탱이?”
악의가 듬뿍 담긴 주세아의 물음에 소상엽이 대답했다.
“은퇴하기엔 너무 정정하시죠.”
“정정한 사람이 길드 일에 손을 놓고 있으니까 묻는 거죠. 50대면 헌터판에서 진작 나갔어야지. 괜히 남아서 후배들 앞길이나 막고 말이야.”
“원래는 진작에 길드 일에서 빠지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누가 갑자기 재계약 안 한다고 나가버리는 바람에 은퇴가 미뤄진 거죠.”
“그게 나 때문? 나 없다고 안 돌아갈 슬레이어가 아닌데요?”
“주세아 길마님이 퇴단하면서 성선제 팀장님도 승진을 보류하셨거든요. 플랜이 꼬였다면서. 뭐, 조만간 영전하실 것 같긴 하지만요.“
소상엽이 쓴웃음을 지었다.
주세아는 자기가 아니더라도 슬레이어가 잘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는 반만 맞고 반은 틀린 말이었다.
성선제의 목표는 현상 유지가 아닌 미래에 기준을 두고 있기 때문이었다.
주세아가 있을 때의 슬레이어와 없을 때의 슬레이어는 천지 차이였다. 그녀가 S랭크가 되었다는 걸 고려하면, 그 차이는 더욱 벌어졌다.
그만큼 주세아의 존재는 그녀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슬레이어에서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날 그렇게 괴롭힌 거구나, 그 꼬장한 양반이.”
“애정이 애증으로 변하는 건 한순간이죠. 사문혁 길마님이 주세아 길마님께 거는 기대가 컸으니까.”
주세아는 태성 길드 때를 떠올렸다.
하도 방해해서 슬레이어 본사로 찾아가 사문혁과 멱살잡이까지 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부끄럽기도 한 행동이었으나 다시 생각해봐도 그 외엔 다른 방법이 없던 때였다.
사문혁과 주세아는 애증이 엇갈리는 사이였다.
주세아를 아끼던 사문혁과 마찬가지로 주세아 역시 사문혁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과정이야 어떻든 슬레이어에 입단했고, 성장했으며, S랭크가 됐으니까.
그녀가 S랭크가 될 수 있었던 모든 발판은 슬레이어 덕분이라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주세아는 내색하진 않았으나 강무혁이 슬레이어와 동반자 관계를 맺은 걸 은근히 지지하고 있었다.
어쨌든 슬레이어는 그녀의 친정이었고, 최소한 적이 되길 바라진 않았으니까.
‘물론 다시 방해자가 된다면, 가만히 있진 않을 거지만.’
주세아는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원래 이곳을 찾은 용건을 꺼냈다.
“그런데 성선제 팀장은요? 얘기 좀 하려고 왔더니 코빼기도 안 보이네요?”
“글쎄요. 저도 잘…. 따로 행동하신다고 하던데. 뭔가 생각이 있으신 것 같습니다.”
“진짜 몰라요? 어딨는지?”
“때가 되면 연락이 오겠죠.”
주세아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소상엽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하여간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라니까. 알았어요. 그럼, 작전 개시 때 연락 주세요. 전 우리 길드원들하고 있을 테니까.”
“알겠습니다.”
주세아가 자리를 떠나자 소상엽의 굳은 표정이 일순간 풀어졌다.
‘성선제 팀장님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세기의 헌터 테러 단체, 미라주와 싸우는 일이었다. 그것도 일루전이라는 희대의 테러리스트도 포함되어 있었다. 평소라면 절대 자릴 비울 사람이 아니었다.
‘이번 작전만큼은 미심쩍은 부분이 많아. 뭔가 공유하지 않은 정보가 있는 것 같아.’
슬레이어의 실질적인 수장이 없다고 해서 우는소리를 하고 있을 소상엽이 아니었다. 그는 다시 한번 미진한 부분이 있는지 작전을 점검하기로 했다.
한편, 슬레이어 길드의 주둔지에서 나오면서 주세아는 강무혁에게 연락했다.
“강 단장님 말대로 성선제 팀장이 안 보이네요. 일루전과의 접촉을 노리는 것 같아요. 소상엽 원정대장은 이를 모르는 눈치고요. 아무래도 성 팀장이 S랭크를 상대하려 한다는 걸 알면, 뜯어말릴 테니까. 예. 예. 알겠어요. 저도 다음 계획으로 이행할게요. 토마스에게도 말해두세요. 이따 봐요.”
* * *
“길마님이 뭐랍니까?”
강무혁이 주세아와 통화를 끝내자마자 옆에 있던 토마스가 물어왔다.
강무혁은 대답 대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가 우려하는 바를 눈치챈 토마스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카메라로는 제 모습이 안 보일 테니까. 소리도 안 들릴 거고요.”
“마법을 쓴 겁니까?”
“비슷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슬레이어 본사에 들어와서 대기하는 건 너무 위험부담이 큽니다. 발각되면 또 한 명의 S랭크의 존재를 들키는 것이니까요.”
“사람 많은 오퍼레이터 룸도 아니고 복도에선 괜찮습니다. 고랭크 헌터라도 저 발견 못 해요.
마법에 관련해선 강무혁이 뭐라 할 수 없었다. 그가 아는 상식과 마법사의 기준은 다르기 때문이었다. 아니, 토마스의 능력은 여느 마법사와도 궤를 달리했다.
스킬북을 통해 마법을 익히는 게 아닌 창조하는 수준에 이른 세계 유일의 마법사.
엘프의 정령마법을 제외하면, 지구에서 이론적으로 마법의 구조를 이해하고 재구성할 수 있는 건 ‘토마스 류’의 마법뿐이었다.
강무혁은 걱정을 접어두고 말했다.
“성선제가 자릴 비웠습니다. 우리 쪽 생각을 눈치챘는지도 모르죠. 아니, 일루전의 속셈을 알아챈 거겠죠.”
“그럼, 플랜B로 가는 건가요?”
“예. 현장 상황에 따라서 플랜C 혹은 D로 변경될 수도 있지만, 일단은 B로 진행할 겁니다.”
“성선제 그 사람 참 골치 아픈 사람이네요? 언질을 주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척척 움직이고. 매번 이러면 피곤한데.”
“먼저 말해주지 않고 움직이는 게 이쪽이니 우리가 뭐라 할 처지는 아니죠. 그걸 알기에 성 팀장도 따지지 않고 자기 플랜을 따로 세운 걸 겁니다.”
별것 아닌 일처럼 말했지만, 강무혁은 성선제를 생각하곤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토마스의 말대로 참 까다로운 사람이었다.
‘성선제. 슬레이어 길드…….’
통합 공격대 때 성선제는 동북부 방어전을 앞두고 강무혁에게 슬레이어의 전략팀장 자리를 제안했었다. 전폭적인 지지를 약속하면서.
물론 거절했지만, 강무혁은 당시 자신도 모르게 슬레이어를 이끌 경우의 전략을 머릿속에 그렸었다.
S랭크 주세아와 성선제 길드장의 조합.
전략팀장으로서 자신이 이 둘을 받쳐주고, 라이더 늑대를 대량으로 도입.
아이언윌과의 합병을 통해 북포천을 거대한 신규 헌터 트레이닝 센터로 만들어 마경 공략에 필요한 인력을 수급하는 구도.
상상만으로도 즐거웠다. 몬스터들을 싹 쓸어담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상상은 말 그대로 상상에 불과했다.
강무혁은 아이언윌과 슬레이어, 주세아와 성선제가 한데 묶을 수 있는 재료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성선제 팀장이 아무리 유연하고 전향적인 사람이라 하더라도 슬레이어에게 몬스터 근절은 목표가 아닌 수단에 불과해. 태생적으로 우리와 섞일 수 없지.’
주세아나 강무혁이나 길드의 이윤이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오로지 몬스터를 없애는 게 목표였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타 길드와 헌터와의 충돌에 강경하게 대응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길드가 우선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강무혁은 잠시 꿈꿨던 조합을 머릿속에서 밀어내곤 마침내 최종 오더를 내렸다.
“토마스 헌터 위치로 가주십시오. 이제부터 일루전을 잡기 위한 최종 단계를 밟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