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ime-Limited Leader Makes the Raid a Success RAW novel - Chapter (392)
제392화
#392. 역시 S랭크라는 건가?
고을지의 오리지널 스킬 ‘소닉붐’은 단순히 빠르게 나는 기술이 아니었다.
고을지는 초음속으로 날기 전에 자신의 몸 주변에 무형의 방어막을 쳤다. 정확히는 날아가는 앞머리 쪽에 전투기와 같은 항공 역학적인 형상을 만들었다.
초음속으로 날면 앞머리에서부터 공기를 밀어내며 압력파를 만들어 내는데, 이 압력파가 공기 중에 음속으로 이동하게 되면서 고깔 모양으로 퍼져나가 소닉붐 현상을 일으켰다.
단순 소닉붐이라면 유리창을 깨트리거나 건물에 약간의 손상을 주는 정도에서 끝나겠지만, 고을지는 이 현상을 증폭시켜 발산했다.
그녀가 지나간 자리로 폐허만 남는 건 이런 스킬 원리가 반영됐기 때문이었다.
‘그냥 마법의 힘만으로 날아서는 고을지 헌터의 소닉붐을 따라 할 순 없지.’
토마스는 고을지가 보여준 소닉붐을 자신에게 적용해 이론을 정립한 적이 있었다.
이론을 만든 뒤 몇 가지 간단한 실험만 했을 뿐이었으나 적용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린 상태였다.
‘대신 이번엔 충격파를 퍼트리지 않고 한가운데를 찌르는 창으로 만든다.’
방어막이 토마스의 몸을 탄환처럼 감쌌다. 단순 비행 마법은 날아가는 속도가 부족하기에 뒤쪽에 강력한 추진력을 걸어줘야 했다. 폭발 마법을 변형해 제트 추진기관의 역할을 대신하도록 했다.
더해서 그의 장기 마법이랄 수 있는 바람 마법으로 흔들리는 몸을 안정시키고 사방으로 펴져 나가는 충격파를 원통에 가두어 앞쪽으로 밀어냈다.
【소닉붐】
토마스는 소리의 장벽을 돌파했다. 충격파가 날카로운 창이 되어 진법의 벽을 꿰뚫었다.
그는 색인해둔 타겟을 향해 마법을 추가했다.
【네비게이션】
미리 정해진 진로를 따라 몸을 틀며 수십 개의 벽을 부쉈다. 부서진 벽은 금세 원상 복구됐으나 토마스는 이미 지나간 뒤였다.
그의 앞길을 막기 위해 미로가 움직였다. 벽을 겹겹이 쌓았지만 소용없었다. 수십 개의 벽이 허무하게 꿰뚫렸고, 마침내 진법의 핵으로 의심되는 첫 번째 표적에 도달했다.
토마스는 그대로 핵을 꿰뚫었다. 진법에 변화는 없었다.
곧바로 두 번째 목표를 노렸다. 역시 벽이 앞을 가로막았다. 대신 전과 다르게 벽을 여러 겹 세우지 않고 하나로 합쳐 두텁게 만들었다.
약간의 저항감이 느껴졌으나 토마스는 이조차 어렵지 않고 뚫고 나갔다.
두 번째 표적을 꿰뚫고 세 번째도 부쉈지만, 진법은 여전히 건재했다.
네 번째, 다섯 번째, 여섯 번째…….
‘이상한걸? 아직도 핵이 걸리지 않았다고? 이건 아주 운이 나쁘거나 하는 수준이 아니야. 다른 마법진과는 구조적으로 뭔가 차이가 있는 것 같아.’
토마스는 이내 자신이 놓치고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눈치채곤 소닉붐을 풀었다.
‘이건 핵이 움직이고 있거나 탐색 범위 바깥에 있는 거야.’
토마스가 멈추기 무섭게 사방에서 벽이 몰려들어 그를 가두었다. 심지어 벽은 지붕을 만들어 아예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려 했다.
토마스는 덮이기 직전의 천장을 향해 마법을 전개했다.
【피닉스】
불꽃을 몸에 두른 새가 하늘로 솟구치며 천장을 부쉈다. 그것으로도 부족했는지 불사조는 그대로 날아올라 방어막으로 둘러싸인 진법의 하늘을 꿰뚫었다.
순간 방어막에 거대한 충격이 가해지자 진법 전체가 요동을 쳤다.
토마스는 그 틈에 진법 밖으로 빠져나가 다른 방식으로 진법을 살폈다.
【투시】=【디텍트 마나 포스】
두 가지 마법 모두 원래는 스킬북을 통해 익혀야 했지만, 이타카 시절 소속 마법사가 사용했던 걸 기억하고 있던 토마스는 오로지 자신의 능력만으로 마나를 재배열해 카피하는 데 성공해냈다.
투시 마법이 진법의 살아있는 미로를 꿰뚫고 지나가 지하에까지 미쳤다. 마나가 집중된 곳을 찾아내는 마법은 금세 토마스가 찾던 것을 찾아줬다.
“역시 땅속에 있었구나?”
지상만 탐지하는 포스 필드 마법으로는 찾을 수 없는 곳이었다.
토마스는 핵이 위치한 장소로 이동했다. 그는 아래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곤 양손의 검지와 중지를 붙여 힘을 집중했다.
‘좀 깊숙이 있으니까 다른 헌터들이 다치지 않도록 마법의 규모는 작게, 힘은 응축해서.’
토마스는 LA에서 금안의 지배자가 땅을 뚫고 들어갈 때 사용했던 마법을 떠올렸다.
당시 그는 몸의 주도권을 뺏긴 상태였으나 의식만은 또렷이 살아있었다.
덕분에 금안의 지배자가 쓰던 마법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자신이 만든 피닉스를 더욱 효율적이고 강력하게 사용하던 그 술식을 어설프게나마 흉내 냈다.
금안의 지배자만큼 거대하고 강력한 불새를 만들 순 없었으나 한데 모아 힘을 집중하면 파괴력만큼은 엇비슷하게 흉내 낼 수 있었다.
【골든 피닉스】
직선형 범위 마법 피닉스를 표적형 단일 마법으로 변형한 마법.
초고열의 황금빛 불새가 안정을 되찾은 진법의 방어막을 다시 두드렸다.
황금 불새는 방어막을 녹여버렸다. 불새를 향해 탑이 솟구쳤다. 불새는 탑의 정중앙을 뚫고 들어갔다. 불에 달군 포크가 버터를 찌르듯 깊숙이 파고들었다.
탑이 뚫리고 지표면마저 녹인 불새는 땅속에 숨겨져 있던 진법의 핵을 감쌌다. 삽시간에 핵이 녹아 응축되어 있던 마나가 폭발했다.
주흘산이 진동했다. 지진이 일어난 듯 지축을 때려대더니 이윽고 잠잠해졌다.
방어막으로 인해 시야를 가렸던 진법의 전체 모습이 드러나고 있었다.
진법 일각이 허물어지는 중이었다. 바뀐 지형이 모두 되돌아오진 않았으나 더 이상의 변화는 없었다.
곳곳에서 헌터들이 벽을 부수며 중앙으로 몰려드는 모습이 보였다.
토마스는 돌아가는 상황을 살핀 후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면 되겠네.”
그는 바로 등을 돌렸다. 약간의 현기증이 일더니 눈앞이 잠시 깜깜해졌다가 되돌아왔다.
‘이 마법은 아직 좀 무리였나?’
토마스는 정신을 다잡았다. 몸 상태를 점검한 뒤 크게 무리하지 않는 이상 전투에 지장을 줄 것 같진 않았다.
토마스는 서울을 향해 방향을 잡았다.
“뭐, 일루전은 길마님이 잡아주겠지. 난 약간만 거들뿐이고.”
* * *
“탐색전은 여기까지.”
주세아는 사방으로 뻗친 머리칼을 신경질적으로 헝클었다. 정전기에 자꾸 머리카락이 얼굴에 달라붙었다.
일루전이 비웃었다.
“여태 봐준 것처럼 말하는군.”
“아직 진심을 다하진 않았지. 머리카락 좀 묶고 다시 싸우자고. 설마 변신 중에 공격하는 파렴치한 짓을 하진 않겠지.”
“머리카락 묶는 게 변신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정도 예의는 알고 있지.”
일루전이 어깨를 으쓱하며 기다려주자 주세아는 바닥에 칼을 꽂아 넣고 손목에 감고 있던 와이번 가죽으로 만든 끈을 풀었다.
그리고 와이번 가죽끈으로 헝클어졌던 머리를 뒤로 한데 모아 질끈 묶었다.
그때 일루전이 달려들었다. 검에 손을 놓고 있던 주세아가 이를 드러내며 소리쳤다.
“내 그럴 줄 알았다. 예의 없는 놈아!”
“싸움 중에 누가 예의를 찾나? 속은 놈이 바보지!”
일루전은 달려들며 뇌룡을 쏘았다. 주세아는 검을 들지 않고 주먹으로 맞받아쳤다. 이미 준비하고 있었기에 주먹엔 마나를 가득 머금고 있었다.
뇌룡과 주먹이 부딪치며 사방으로 충격파가 번졌다.
주세아는 전신에 짜릿함을 느꼈다. 강력한 원소 저항력을 가지고 있어 마법사 킬러라 불리는 그녀조차 이제껏 겪어보지 못한 힘이었다.
‘어지간한 뇌 속성 공격은 그냥 몸으로 받아도 괜찮았었는데. 이놈 건 맨몸으로 밀고 들어가면 아무리 나라도 위험해. 역시 S랭크라는 건가?’
주세아가 놀라는 만큼 일루전 역시 경악하고 있었다.
‘내 공격을 맨손으로 받아? 이건 지금껏 상대했던 다른 S랭크들조차 엄두도 내지 못했던 일이다. 게다가 몸이 진짜 말도 안 되게 단단해. 그야말로 탱커의 최종 병기 같은 여자로군.’
일루전은 현 최강의 탱커를 폭군이라고 여겨왔었다. 하지만 이제 그 평가를 바꿔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주세아의 전투력은 놀라웠다. 서로 빈틈을 찾으며 힘을 숨기고 있었으나 지금까지의 격돌만으로도 대략 짐작이 갔다.
‘문제는 한국이 주세아의 홈그라운드라는 점이다. 주세아를 쓰러트리기도 어렵지만, 설령 이기더라도 뒤에 연맹의 전투부대가 기다리고 있다. 여기서 크게 다치면 정말 뒤가 없어.’
주세아와 싸우고 있는 와중에 일루전은 강무혁의 말이 신경 쓰였다.
연맹의 커맨더라 자처한 인간.
어쩌면 그놈은 이곳에 정교하게 덫을 치고 자신을 기다렸는지도 몰랐다. 미국에 있어야 할 연맹이 한국을 찾았다는 것만 봐도 그런 의심을 하는 게 당연했다.
물론 강무혁이 연맹의 부대가 레이븐 한 명뿐이라는 걸 부풀려 말한 것에 불과했지만, 일루전이 거기까지 알 도리가 없었다.
일루전의 조급해진 마음은 강무혁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걸 간파할 여유가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커맨더라는 신분에 대한 의심도 하지 못했다.
실제로 일루전은 주세아와 강무혁, 두 사람과 싸우고 있었던 것이다.
‘망할 놈!’
머릿속이 복잡해져서일까?
마침내 일루전이 빈틈을 보이고 말았다. 주세아는 잠시 흐트러진 공세 속에 기회를 포착했다.
그녀는 땅에 꽂아뒀던 앵거바딜을 들고 달려들었다.
한국헌터연맹의 금고 속에 잠자고 있던 유니크 무기에 귀속된 스킬이 발동했다.
【앵귀쉬의 흐름】
앵거바딜의 검 표면에 룬 문자가 불타듯 타올랐다. 온갖 저주가 칼날에 깃들었다.
이어서.
【고속 베기】
빠르게 베는 단순한 스킬이지만, 주세아의 피지컬을 활용해 그 단순함을 극한까지 발휘할 수 있어 필살기라 불려 마땅한 스킬이 일루전을 베어갔다.
‘아차.’
일루전은 위기 속에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생사를 오가는 순간이지만, 주세아가 S랭크에 오르기 훨씬 전부터 다른 S랭크들과 사투를 벌여왔던 경험이 있었다.
그는 찰나의 순간에도 침착하게 대응했다.
“아이기스!”
“뭐?”
일순 일루전의 손목에 있던 팔찌가 원형의 방패로 변했다.
앵거바딜과 아이기스가 맞부딪쳤다.
【리플렉션】
아이기스로부터 빛이 터져 나왔다.
주세아는 자신의 공격을 그대로 되돌려 받았다. 강력한 충격이 몸을 덮쳤다. 자신이 자신을 때린 격이었다.
그녀는 돌진한 길을 되돌아 날아갔다. 총알처럼 쏘아진 몸이 서울숲을 일직선으로 꿰뚫었다.
이제 막 게이트에서 나와 주변에 남아 있던 몬스터들이 갈가리 찢겨나갔다.
주세아는 서울숲을 관통하는 도로를 가로질러 호수에 물길을 만들고 근처 고등학교까지 날아가 담장을 부순 뒤 운동장을 파헤치고 학교 건물마저 무너뜨리고 나서야 멈춰섰다.
“크흡!”
주세아를 날려 보냈으나 일루전이라고 무사한 건 아니었다.
아이기스의 귀속 스킬을 쓰긴 했으나 이를 받치는 지지대는 일루전 본인이었다.
적의 공격을 되돌려주긴 했어도 그 충격마저 상쇄할 순 없었다.
일루전은 팔뼈에 최소 금이 갔다고 느꼈다. 어쩌면 부러졌는지도.
헌터의 몸이, 특히 S랭크의 몸이 얼마나 단단한지를 고려하면, 아이기스로 막았음에도 이런 부상을 입는다는 건 주세아의 공격이 미친 수준이었다는 반증이었다.
‘어깨도 빠진 것 같군. 온몸이 삐거덕거려. 정말 무식한 힘이야.’
일루전이 충격의 여파로 잔뜩 경직된 근육을 겨우 수습하는 순간이었다.
그의 시선을 벗어난 사각에서 섬뜩한 마나가 느껴졌다.
일루전은 급히 고개를 돌렸다. 마침 떠오르고 있던 태양이 그의 눈을 가렸다.
부신 눈을 찡그리는 순간 그 빛을 타고 달려드는 그림자가 얼핏 스쳤다.
일루전은 그림자의 정체를 단번에 알아봤다.
“성선…….”
흉포한 마나의 검이 일루전의 머리를 내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