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ime-Limited Leader Makes the Raid a Success RAW novel - Chapter (397)
제397화
#397. 과연 네 뜻대로 될까?!
게이트에 극한까지 쌓였던 마나는 주변에 남은 마나를 마저 빨아들였다. 그러더니 강렬한 빛을 내며 폭발했다.
뒤늦게 후폭풍이 사방으로 번져나갔다. 폭발의 여파가 주변을 휩쓸었다.
게이트에 가까이 붙어 있던 헌터들은 그 폭발에 휘말려 갈가리 찢겼다. 미라주도, 슬레이어도 따지지 않고 공평하게 죽음을 선사했다.
사나운 마나는 북악산마저 집어삼키려 했다. 이때 토마스가 나섰다.
【리버스 오브 파워 (Reverse of Power)】
【실링 코쿤 (Sealing cocoon)】
사방으로 뛰쳐나가던 마나의 파도 외곽이 한순간에 재배열됐다. 파괴가 아닌 보호막이 되어 게이트가 있던 자리를 중심으로 고치 형태의 막을 형성했다.
마나의 고치는 바깥으로 빠져나가려는 힘을 억눌렀다. 안쪽에서 성난 마나가 고치를 후려칠 때마다 토마스는 휘청였다.
큰 충격이 가해질 때마다 토마스는 정신을 단단히 붙들어 맸다.
‘아직 본격적인 건 시작도 안 했어. 여기서 무너지면 금안의 힘을 빌려놓고 억지로 돌려보낸 것도 말짱 꽝이야.’
이런 다짐은 게이트의 마나가 고치를 할퀼 때마다 흔들렸다.
차라리 금안에게 몸을 맡겼으면 쉽게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그게 이곳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아니야. 그건 어디까지나 장담할 수 없는 도박이다. 금안이 변덕이라도 부리면 더한 재앙이 올 수도 있어. 믿을 수 없는 미지의 존재에게 기대는 건 위험한 짓이다.’
게다가 금안에게 몸을 내줬다간 토마스 자신의 생명력까지 모조리 소모해야 했다. 이미 LA에서 금안의 지배자가 강림했을 때 상당한 무리를 한 몸이었다. 두 번째 강림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었다.
게이트의 마나와 힘겨루기를 하는 동안 수십 차례도 넘게 갈등의 파고가 토마스의 마음을 갉아먹었다.
토마스는 몸보다 정신이 먼저 마모되어 갔다. 그만큼 힘든 싸움이었다. 마치 인간이 태풍에 대항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S랭크의 힘을 가지고도 게이트 폭발을 막아내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때 게이트 마나의 성질이 바뀌었다.
무형에서 유형으로. 본격적으로 색을 갖추고 형상을 만들었다. 푸른 전류의 실이 올올이 일어나더니 번갯불로 변해 고치를 채찍질했다.
토마스는 이를 악물었다.
‘드디어 오는구나.’
도시 하나를 통째로 원시시대로 돌려버릴 수 있는 기운이었다.
저 뇌화가 휩쓴 자리에선 전력이나 전파, 화약 무기 등의 현대 문명의 힘을 최소 수십 년 동안 완전히 사용할 수 없게 된다.
그렇게 되면 천만 인구의 메트로폴리스는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되어버릴 터였다.
‘좋아. 이제부터 나도 전력으로 막는… 크헉!’
고치에 부딪혀 오는 충격은 상상 이상이었다. 토마스는 하마터면 정신을 잃을 뻔했다. 아니, 이미 반쯤 혼미한 상태였다.
그의 눈은 빛을 잃어갔다. 그러자 슬그머니 금빛이 감돌기 시작했다. 눈에서 뜨거운 기운을 느낀 토마스는 화들짝 놀라며 혀를 깨물었다. 비릿한 쇠맛이 입안에 가득 찼다. 그는 피를 삼키며 눈을 부릅떴다.
‘금안, 넌 아직 나올 때가 아니라고!’
토마스는 재차 마법을 사용했다.
【리버스 오브 파워】
파괴적인 마나를 사용할 수 있는 온화한 마나로 반전시키는 마법.
적의 마법 공격을 되돌려주는 카운터 계열 마법과 일시적으로 마나의 성질을 바꿔 자신이 사용하지 못하는 원소 계열의 마법을 쓸 수 있도록 하는 마나 리버스 마법을 응용해 만든 토마스만의 오리지날 마법이었다.
그리고 이어서.
【실링 코쿤 (Sealing cocoon)】
마나로 고치를 만들어 실체화해 제어하지 못하는 강력한 힘이나 존재를 봉인하는 마법이었다.
호주에서 봉인의 마법사로 불리던 헌터가 리바이어던을 봉인할 때 썼던 마법에서 힌트를 얻어 토마스가 개발한 마법이었다.
이 마법은 차후 삼두의 악룡 즈메이 고리니치와의 전투를 상정한 수단이었다.
‘드래곤 대신 게이트를 잡게 될 줄은 몰랐지만. 어쨌든 만들어두긴 잘했군.’
토마스는 이 두 마법으로 게이트 마나의 성질을 바꿔 봉인 마법의 에너지로 전환했다.
파괴의 힘이 보호의 힘이 되었다.
적의 힘을 나의 힘으로. 얼핏 보면 완벽한 마법 같았지만, 이 마법의 시전자이자 매개체가 되는 마법사에겐 큰 부담을 지게 했다.
결국, 힘을 바꾸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충격은 곧바로 리스크가 되어 돌아왔다.
이를 악문 토마스의 입에서 핏물이 줄줄 흘러냈다. 이젠 생각하는 것조차 버거웠다. 한계에 이른 몸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시간이 흐르자 점차 그의 머리카락이 하얗게 새어갔다. 그야말로 생명을 갉아먹는 줄다리기였다.
이내 코에서도 핏물이 흘러내리고 토마스가 완전한 백발이 되었을 즈음 게이트 마나가 다시 한번 변했다.
마나의 고치를 때리던 번개가 잠잠해지더니 실처럼 가늘어졌다. 이어서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아직 남은 마나가 고치 안에서 사납게 맴돌았지만, 문명을 수천 년 전으로 되돌릴 힘이 사그라든 것이다.
토마스는 더는 견디지 못하고 고치를 해제했다. 정확히는 그대로 혼절해 땅으로 추락했다.
그가 손을 놓는 순간 아직 남아있던 게이트 마나의 잔재가 폭발했다. 옭아매던 힘이 사라지자 미친 듯이 폭주해 북악산 절반을 날려버렸다.
그나마 토마스가 의식을 놓기 전 고치의 절반만 트지 않았다면, 그 폭발의 여파는 청와대와 삼청동을 집어삼키고 경복궁마저 날려버렸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토마스는 추락하는 도중 날아가 버린 북악산을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북악스카이웨이엔 아직 가보지 못했는데…. 아쉽네.”
서울을 지켜낸 영웅이 남긴 한마디였다.
* * *
북악산 사태가 절정을 넘어 결말로 치닫고 있을 때, 또 다른 전장 역시 종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일루전과 주세아가 맞부딪친 최후의 일격은 서울숲을 폐허가 아니라 황무지로 만들었다.
두 S랭크가 뒤돌아보지 않고 정면으로 부딪쳤기에 그 폭발의 여파는 게이트 폭발에 뒤지지 않았다.
서울숲을 멀리서 둘러싸고 몬스터들이 퍼져나가는 걸 막고 있던 헌터들조차 휘청일 정도의 진동이 번져나갔다.
그렇게 대단한 격돌이었으니 폭심지 안에 있던 성선제도 무사하지 못할 터였다.
하지만 성선제는 두 헌터가 최종 격돌을 하는 순간 자리를 옮겼다. 그가 이동한 곳은 게이트 뒤편이었다.
‘게이트를 일격으로 부술 수 있는 수단은 아직 세상에 없다. S랭크 둘이라 해도 이건 못 부숴.’
성선제는 게이트를 방패막이로 삼은 것이었다.
그의 예상대로 두 S랭크의 충돌이 빚어낸 참상에서 게이트만은 무사했다. 그리고 그 뒤에 있던 성선제도 어떻게든 버텨낼 수 있었다.
물론 멀쩡하진 못했다. 게이트가 직접적인 타격은 막아줬으나 강력한 마나의 충돌이 성선제의 내장을 뒤흔드는 것까진 피할 수 없었다.
“쿨러헉!”
성선제는 입술에 묻힌 피를 혀로 핥아 침과 함께 뱉어냈다.
양손으로 든 검엔 데스 위시의 힘이 깃들어 있었기에 조심스러웠다.
그는 게이트 너머로 고개를 돌렸다.
일루전은 더는 공중에 떠 있을 힘이 없는 듯 비척거리며 땅에 내려앉아 있었다. 그의 몰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엉망이었다.
반면에 주세아는 대체로 멀쩡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겉으로만 무사할 뿐 속은 엉망이었다. 그녀의 괴물 같은 회복력을 고려하면, 일루전보다 훨씬 빨리 현장에 복귀할 테지만, 당장은 일루전이 받은 타격만큼의 충격을 몸에 담고 있다고 봐야 했다.
성선제는 대치하고 있는 두 S랭크를 살피며 기회를 노렸다.
서로 움직이기 벅찬지 그들은 거리를 벌린 채로 무언가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대화하던 중 갑자기 일루전이 파안대소를 터트렸다. 그는 무언가 외치며 손을 번쩍 들었다. 주세아가 악을 질렀다.
이후 정적이 흘렀고, 웃음을 머금고 있던 일루전의 표정이 급격히 일그러졌다.
그는 무언가 잘못됐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넋을 놓고 있었다.
이때가 기회였다.
성선제가 뛰쳐나갔다. 일루전이 뒤늦게 그를 발견했다. 주세아의 외침이 성선제의 귓가를 스쳤지만, 무슨 말인지 들리지 않았다.
성선제는 오로지 일루전만 보고 있었다. 이 검에 담긴 데스 위시가 일루전을 쓰러트리면, 드디어 벽을 넘을 수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죽어라, 일루전!”
“성선제 안 돼!
뒤늦게 주세아의 목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뭐?’
성선제의 검은… 일루전에게 닿지 못했다.
【푸드라 드라군】
“커헉!”
성선제가 허공을 날았다.
* * *
주세아와의 최종 승부에서 승자를 가리지 못했지만, 일루전은 미소를 머금었다. 몸은 엉망이었어도 정신만은 또렷했다.
“뭘 쪼개고 난리야?”
주세아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퉁명스럽게 말했다.
일루전은 그녀가 허세를 부리고 있다는 걸 알았다. 저 단단한 몸이 겉으로는 멀쩡해 보일지 몰라도 속은 자신 이상으로 엉망진창이 되어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성선제를 보호하려고 힘을 억지로 비틀었지. 그냥 내리쳤으면 내가 오히려 위험했을 거야.’
사실상 누구도 끼지 않는 정면승부였다면 일루전은 패배했을 싸움이었다.
하지만 일루전은 개의치 않았다. 졌어도 진 게 아니니까. 개인의 싸움은 그에게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폭군처럼 승부에 목을 맨 인간이었다면, 모든 S랭크가 자신을 노리는 유럽에서 살아남을 수 없었으리라.
그는 목표가 뚜렷했다. 그리고 그 목표가 이제 이루어질 참이었다.
“상대해주는 것도 여기까지다, 주세아.”
“어?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어? 이제 저승길 떠날 시간이네? 놀아줘서 고마웠다, 자식아. 대신 가는 길 편하게 보내줄게.”
“그 입담도 그립겠군. 과연 서울이 날아가고도 입을 열 수 있을까?”
“또 무슨 꿍꿍이야?”
“잠시 후 게이트가 폭발할 거다. 서울이 아프리카 오지가 되는 거지. 천만 인구가 패닉에 빠질 테고, 수많은 사람이 죽을 거다. 나의 승리다, 주세아!”
일루전이 대소를 터트렸다.
“과연 네 뜻대로 될까?!”
“하하하! 준비는 예전에 끝났다. 너흰 사방 곳곳에 열린 게이트를 막느라 정신이 없었고. 강무혁이 알아차렸어도 이미 늦었을 거야. 그리고 지금! 지금 이곳에 내가 돌아왔음을 알리는 축포가 터질 것이다!”
일루전이 손을 번쩍 들었다.
“…….”
하지만 그의 선언과 달리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멀리 보이는 가로등은 여전히 꺼지지 않고 있었다. 어둠을 밀어내는 빌딩 숲의 불빛도 여전했다.
“좀 더 기다려줄까?”
주세아가 팔짱을 끼고 이기죽거렸다. 일루전은 풀린 눈으로 사방을 둘러봤다.
“이럴 리가 없어. 이럴 리가…. 분명 뭔가 잘못된 걸 거야. 폭발 시간을 착각했다든지…….”
“아무래도 네 부하가 실패했나 본데?”
“그럴 리가 없다. 도리스는 아주 유능한 부하다!”
“그럼, 네 부하보다 우리 단장이 더 유능했나 보네. 아까 통화해봐서 알겠지만, 그 사람은 말만 잘하는 게 아니야.”
“말도 안 되는…….”
일루전은 도리스에게 메시지를 보내려 했으나 거리가 너무 먼 탓인지 연락이 닿지 않았다.
전화라도 걸고 싶었지만, 전투 중에 스마트폰이 박살 난 상태.
직접 얼굴을 보고 듣기 전엔 어떻게 된 상황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때였다.
등 뒤로 잠시 잊고 있었던 섬찟한 기운이 느껴졌다.
일루전이 뒤를 돌아보기도 전에 주세아가 먼저 외쳤다.
“멈춰!”
주세아의 경고는 성선제를 향하고 있었다. 일루전은 한발 늦게 성선제를 인지했으나 반응하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S랭크의 인지력이 성선제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기도 했으나 성선제의 몸이 멀쩡하지 못한 탓이기도 했다.
마음과 달리 굼떠진 몸은 일루전이 대응할 충분한 여유를 줬다.
“죽어라, 일루전!”
“성선제 안돼!”
주세아의 반응보다 먼저 일루전이 손을 뻗었고, 뇌룡이 성선제를 강타했다.
성선제는 끈이 끊긴 연처럼 허공을 날았다. 주세아가 몸을 날려 그를 받아냈다.
성선제의 손에 들렸던 앵거바딜은 바닥에 나뒹굴었다. 검 안에 담겨 있던 데스 위시의 기운이 제멋대로 춤을 췄다.
황무지가 된 서울숲이 이번엔 그랜드캐니언을 연상케 하는 깊은 계곡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데스 위시는 무참하게 땅을 파헤치고 돌을 부쉈다.
일루전은 그 기운까진 피하지 못했다. 멋대로 뻗치는 데스 위시에 노출돼 성선제의 반대편으로 뒹굴었다.
주세아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눈먼 칼이 주인을 후려쳤다. 주세아는 성선제를 보호하려 그를 꼭 껴안고 등으로 데스 위시를 맞았다. 북 터지는 소리와 함께 주세아가 멀리 날아갔다.
이 모든 것이 한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내 황무지에 침묵이 자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