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ime-Limited Leader Makes the Raid a Success RAW novel - Chapter (404)
제404화
#404. 이걸 좋아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부산에서 2차 드래프트가 진행되는 동안 아이언윌의 본사도 새로운 시즌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강무혁이 헌터들을 둘러보고 있었다면, 본사에선 일반 직원의 대규모 채용을 진행했다.
오늘이 바로 그 채용 면접일이었고, 강무혁이 자릴 비운 관계로 커뮤니케이션팀의 표범희가 주축이 되어 지원 분야별로 팀장급이 심사에 참여했다.
“아이언윌은 최근 B등급 길드 라이센스를 획득했습니다. 내년엔 A급이 되어 있을지도 모르죠. 빠르고 많은 변화가 몰아칠 겁니다. 그만큼 이를 위해 헌터를 뒷받침할 수 있는 인력풀이 중요하죠. 우리 커뮤니케이션팀은 기존 매니지먼트와 다른 방향을 추구하는데, 이에 대해서 아이디어가 있는 분? 없어요?”
“오퍼레이터는 신속 정확한 정보 전달이 중요합니다. 거기 종이에 적힌 내용을 읽고 알기 쉽게 상황을 전달해 보시겠습니까?”
“길드 정보 보안상 전산팀은 기밀유지서약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같은 이유로 외부 스파이를 차단하기 위한 보안 평가가 따로 들어갑니다. 사생활 침범이 될 수도 있는데, 동의하시겠습니까? 동의하시면 거기에 사인하고 넘기시면 됩니다.”
“장비팀은 야근이 많습니다. 괜찮죠?”
“군 특수부대 출신? 총 다룰 줄 알겠네요? 아니, 여기서 쏜다는 건 아니고요. 북포천이라고 꼭 위험한 건 아니에요. 적어도 헌터촌 내부에서 몬스터 볼 일은 없어요. 저도 여기서 생활한 지 좀 됐는데, 오크 몇 마리하고, 큰 뱀하고, 이런저런 자잘한 몹만 본 정도? 에이, 걱정하지 말라니까요. 산책하다가 가끔 볼 수 있긴 한데, 여긴 곳곳에 헌터가 많으니까. 근데 혹시 100m 몇 초 뛰세요?”
“전략팀이라고 책상물림만 할 거라 생각하지 말고. 우리 단장님이 워낙 익사이팅한 사람이라 죽을 수도 있어요. 위험인지서약서 쓸 겁니다. 쓰면 길드 책임 없어요.”
폭풍 같은 오전 면접이 끝나고 점심시간이 되었다.
각 파트를 맡은 면접관들은 강당에 따로 마련된 자리에 모여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웠다. 인재 채용에 관련된 의견들을 나누기 위해 각종 자료를 한데 모아 회의를 하도록 되어 있었지만, 사람을 상대하느라 파김치가 된 탓에 딱히 회의랄 것 없는 잡담을 이어가는 수준이었다.
그렇더라도 채용 일정을 이끄는 표범희로서는 몇 마디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먼저 현정건을 꼭 집어 지적했다.
“이봐, 현.”
“왜?”
“그런 태도로 면접해서 어디 전략팀에 사람이 들어오겠어?”
“압박 면접이야.”
“죽을 수도 있고, 길드 책임 없음. 이게 어디가 압박 면접이냐?”
“팩트 면접이야.”
“그래서 그게 어디가 팩트인데?”
“산 증인이 있잖아.”
“증인? 누구? 강 단장?”
“헌터도 아닌 사람이 현장 체질인데 잘 죽지도 않지. 그건 좀 신기한 거 아닌가?”
“강 단장도 타이탄에서 저러지 않았어.”
“밖으로 나돌지 않아도 마태수 부길마한테 대들었잖아. 그래서 내가 붙었지. 그 정도면 목숨 아까운 줄 모르는 거야.”
“참 자랑이다. 아주 단장 암살하려고 들어왔다고 동네방네 떠들고 다녀라. 스캔들 터지게. 안 그래도 요즘 아이언윌 기웃거리는 기자 많던데. 타이탄까지 물고 들어가면 확실히 뜨겠네.”
“마태수는 나 여기 있는 거 아직 모를걸? 아니, 신의주에 자리 깔았으니까 소문은 들었으려나? 아무튼, 그 사람도 나 별로 안 좋아해서 상관없어. 내가 더 싫어해 줄 거거든.”
표범희는 혀를 차며 도리질했다.
현정건은 길드에서 몰래 쓰이던 칼이라서 그런지 음험하고 파격적인 데가 있었다.
강무혁은 이 점을 눈여겨보고 꼬셨는지 몰라도 표범희가 보기엔 폭탄을 엉덩이에 깔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한숨을 뱉으며 단념했다.
“그래, 포기하면 편하지. 그래도 오후부터는 좀 살살 하자.”
표범희가 현정건을 단속하고 나서 직속 부하직원인 오정연 과장을 불렀다.
“오 과장님, 그렇게 굳이 몬스터 만난 경험담을 말해서 겁을 줄 필요는 없어요.”
“아, 그런가요? 전 또 안지일 팀장님이 C창고에 갇혀 죽을 뻔한 얘기를 하길래 되는 줄 알았죠.”
표범희가 안지일을 째려봤다.
“안 할게, 표 팀장.”
믿음이 가질 않았다.
표범희의 눈치를 살피던 오정연이 냉큼 말을 이었다.
“그래도 겨우 이 정도로 겁먹을 사람은 애초에 아이언윌에 들어오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런 자세로는 여기 정말 버티기 힘들거든요.”
“뭐, 틀린 말은 아닌데…. 그래도 지금 우리가 사람이 많이 필요해요.”
“사람이 필요한 건 저도 동의하지만, 지금 헌터촌 운영 현황을 보면… 솔직히 이렇게 대규모 채용을 진행할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요? 뭔가 다른 이슈가 있나요?”
오정연이 미심쩍은 눈빛으로 물었다. 표범희는 잠시 고민했다. 옆에 있던 현정건이 끼어들었다.
“그렇게 기밀도 아니고. 이젠 밝혀도 되잖아, 표 팀장. 어차피 조만간 발표할 텐데.”
“그걸 네가 정하냐? 길마나 단장이 정하는 거지?”
“길마는 강 단장 알아서 하라고 할걸? 강 단장은 플랜이 어그러질 일 없으면 신경 안 쓸 거고. 참 심플하고 깔끔한 사람들이야. 이렇게 터치 안 하는 상관은 처음 본다니까.”
표범희는 눈을 부라렸지만, 현정건은 역시 평소처럼 웃어넘기며 얼버무렸다.
“누가 보면 길드밥 무지 많이 먹은 사람인 줄 알겠네. 뭐, 기왕 말 나온 김에 모두에게 밝힐게요. 조만간 국회에서 법안 몇 개가 통과될 거예요.”
“무슨 법인데요?”
오정연은 관심을 드러내며 표범희에게 바짝 붙었다.
현정건과 다르게 길드 짬밥이 찬 그녀였기에 이번 채용 규모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던 직원이었다. 그녀는 뭔가 대대적인 변화가 있으리라고 기대했다.
“하나는 모두가 알다시피 연고지 길드의 활동 범위에 게이트 공략을 추가하는 안이고, 또 다른 하나는 S랭크의 위치에 대해 정의한 길드법 개정안이에요. 이게 통과되면, 아이언윌은 북포천의 연고지를 유지한 채로 대외활동이 가능해질 겁니다. 그에 따라 단장님이 서울과 북포천, 신의주를 잇는 트라이앵글 운영계획을 수립한 상태에요. 그래서 이번처럼, 아니 앞으로 더욱 많은 사람이 들어올 겁니다.”
삽시간에 회의장이 조용해졌다.
길드에서 눈치 좀 챙긴다 싶은 각 팀의 팀장급들은 표범희의 말이 뜻하는 바를 단숨에 알아채고 요점을 짚어냈다.
공두리가 그들의 생각을 대변해 번쩍 손을 들며 외쳤다.
“예쓰! 북포천 탈출!”
길드의 발전 방향과는 약간 엇나간 방향에 집중되긴 했으나 여기 있는 사람들 대다수가 첫 번째로 떠올린 생각이었다.
표범희가 씨익 웃으며 그들의 속셈에 찬물을 끼얹었다.
“북포천이 본사인 건 여전합니다. 그리고 승진 가산점은 본사 근무가 훨씬 높을 거고요. 플러스 지금까지 붙었던 위험수당이 북포천 바깥에선 뚝 떨어지겠죠? 그 외 이런저런 수당도요. 물론 약관에 적힌 혜택도 죄다.”
그 말에 팀장들은 현실을 깨달았다. 그동안 달달했던 연봉과 성과급이 대폭 줄어든다는 건 업계 최고 대우를 받던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자유를 저당 잡혀 얻었던 자본주의의 세례를 포기해야 한다니. 게다가 승진도 본사 근무자에게 밀린다?
아이언윌은 S랭크 헌터를 등에 업고 이제 막 뻗어나가기 시작한 길드였다. 그만큼 길드 규모도 빠르게 늘었다. 없던 자리가 생길 것이고, 그 자리에 앉을 사람도 필요했다.
지금 북포천 바깥으로 자릴 옮긴다는 건 위로 올라갈 기회를 버리겠다는 뜻이나 다름없었다.
계산이 빠른 팀장들은 이미 북포천에 뼈를 묻겠다는 계산을 마쳤다. 가족과 떨어져 기러기 생활을 하는 중인 팀장들은 여전히 망설이고 있었으나 돈과 승진이라는 직장인의 2대 낙을 저버리진 못할 터였다.
결국, 처음과 다를 바 없는 상황이었다.
‘괜한 얘길 들었어. 그래, 지금 고생이 중요하겠어? 미래에 내가 어디에 앉아 있느냐가 중요하지.’
‘솔로생활 1000일. 곰도 쑥과 마늘로 100일을 연명했는데, 그깟 여친 없는 게 뭐가 대수라고. 어머니, 손주는 좀 늦을 것 같습니다.’
‘집 사느라 대출받은 게 얼마더라? 하아, 그게 무슨 상관이겠냐? 어차피 가보지도 못할 집. 그냥 은행 거라고 생각하고 돈이나 벌자. 북포천 수당 아니면 하우스푸어 신세 못 면하니까.’
북포천 바깥에서 근무할 수 있다는 사실에 달아올랐던 장내가 순식간에 식었다.
표범희는 내심 안도하는 동시에 성과급과 승진을 부각해서 말하라고 지시했던 강무혁의 꼼수에 감탄했다.
‘눈치를 보아하니 인력 빠진다고 염려할 필요가 없겠네. 강 단장 말대로 돌아가는구나.’
강무혁은 단순히 말만 그렇게 하라고 했던 게 아니었다. 그는 예전부터 미래를 준비하고 있었다.
아이언윌이 아무리 성장하더라도 라이더 늑대 목장 때문에 길드는 북포천을 빠져나가지 못할 터였다. 그렇다고 게이트 공략을 포기할 수도 없었다. 연고지 법에 묶인 발목을 어떻게든 해결해야만 했다.
그런 길드 상황에 기회가 찾아온 것은 동북부 방어전이었다. 모든 길드가 합심해 싸웠던 통합 공격대의 부활로 인해 기존 법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다.
게다가 주세아의 S랭크 선언도 변화에 한몫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강력한 전력을 북포천에 묶이게 하는 건 국력 낭비라는 점을 어필했다.
그래서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기 직전에 이른 것이었다.
강무혁은 이에 맞춰 길드를 확장할 방법을 모색하는 한편, 핵심 인력의 본사 이탈을 막기 위해 몇 가지 장치를 마련했다.
승진과 각종 수당은 이 장치를 마무리하기 위한 부품이었을 뿐, 실제로 그가 마련한 안전망은 따로 있었다.
‘그래도 일반 직원들한테 내 집 마련 솔루션을 제공한 건 좀 사기 아닌가?’
길드가 보증해 저리로 대규모 대출을 받게 해 서울에 집을 마련한다.
표범희는 정말 치졸한 계획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효과는 확실했다.
‘어쩐지 C급 길드가 그동안 유보금까지 소진하면서 업계 최고 대우를 해준다 싶더니만. 한번 돈맛 들리면, 워라벨 찾는 일부를 제외하곤 절대 헤어나올 수 없지. 특히 팀장급은 더더욱.’
그 밖에도 의료, 복지, 몬스터 안전망 확보 등 부모에게까지 적용되는 각종 가족 혜택을 고려하면 거의 개미지옥 급의 메리트라 할 수 있었다.
백호 길드의 금고를 날름 먹은 강무혁은 돈을 주세아 휘두르듯 하는 셈이었다.
“자, 정보 공개는 여기까지. 점심시간 끝났어요. 나중에 더 자세한 공지 뜰 테니까, 궁금한 건 그때 확인하고. 오후 면접도 힘냅시다. 아니, 며칠 더 힘내죠.”
면접관들이 각자 맡은 위치로 돌아갔다. 하지만 표범희는 오전과 다른 면접장에 들어갔다.
그녀는 일부러 서류심사에서 미리 뽑아놓은 인원을 시간을 나눠 직접 볼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오전에는 커뮤니케이션팀 인재를 뽑았다면, 오후에는 보안팀 지원자들을 확인할 생각이었다.
“36, 37, 38번 지원자분 입장하세요.”
정장을 차려입은 보안팀 지원자 셋이 들어와 각자 자리에 앉았다.
표범희는 첫 번째 의자에 앉은 남자를 보며 말했다.
“36번 지원자 성함이… 김부용 씨. 포천 출신이네요.”
“예.”
“어? 전직 경찰? 형사셨네요?”
“예.”
“경찰을 그만둔 이유가…….”
표범희는 지원 서류를 읽다가 멈칫했다.
“외상성스트레스장애? 그것도 몬스터한테 동료 경찰을 잃어서?”
“예.”
“여기가 북포천인 건 알죠?”
“예.”
“그런데 왜 여길 지원했죠? 몬스터를 무서워해선 근무하기 힘들 텐데. 혹시 이열치열 비슷한 걸 바란 건가요?”
“죽은 동료가 동생처럼 여기던 녀석이었습니다. 복수하고 싶습니다.”
“복수? 누구한테? 설마 몬스터? 일반인이?”
“물론 직접 죽이진 못하겠죠. 하지만 여기 단장님도 일반인 아닙니까? 아이언윌 길드의 활약상은 뉴스로 많이 접했습니다. 제가 못 할 복수라면, 그 복수를 해줄 수 있는 곳에 기여하는 것도 복수의 한 종류라고 생각했습니다.”
김부용의 눈에 결의 비슷한 불이 들어왔다. 분노와는 다른, 열망에 가까운 눈빛이었다.
표범희는 여전히 냉막한 얼굴을 유지했지만, 속으론 빙긋 미소 짓고 있었다.
‘이런이런, 단장이 이러니 거기 끌려오는 사람도 이런 식이구만. 참나, 이걸 좋아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표범희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음 지원자에게 물었다.
“37번은 특임대?”
* * *
“여전히 이유를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초콜릿 건은 이걸로 퉁 치는 겁니다.”
강무혁의 말에 노송린이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단장님답게 아주 현명한 판단이십니다. 제가 이래서 단장님을 존경합니다.”
“그렇게 아부하지 않아도 고을지 헌터에게 말할 일은 없을 겁니다. 그게 거래 조건이니까요.”
얼핏 정신이 든 한가람은 심각한 분위기에 차마 눈을 뜨지 못했다.
‘이 목소리는 분명 아까 그 두 사람인 것 같은데…. 초콜릿? 무슨 비밀 작전 같은 건가?’
그는 상대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한국 최초의 일반인 길드 단장, 강무혁!
마경 침탈의 위기에서 통합 공격대를 발족시킨 주역이었고, S랭크 헌터 주세아가 전적으로 신뢰하는 인물.
그런 인물이 말하고 있는 초콜릿이 단순한 주전부리는 아닐 터였다.
‘역시 강무혁 단장. 주세아 길마님이 인정한 남자라면 뭔가 달라도 다르구나. 일반인이면서 헌터가 존경씩이나? 그리고 고을지라니! 요즘 가장 핫한 유망주잖아? 스케일이 다르구만, 스케일이. 윽! 심장아, 나대지 마.’
한가람은 어떻게든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려고 애썼다.
그때였다. 노송린이 벤치에 누워 있는 그의 다리를 툭 치며 말했다.
“어이, 일어났으면 눈 뜨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