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ime-Limited Leader Makes the Raid a Success RAW novel - Chapter (422)
제422화
#422. 어디까지 참아줘야 하는 겁니까?
울릉도 남서쪽 25㎞ 지점 해상.
거친 파도의 수면 위를 꿰뚫고 위그선 8기가 달리고 있었다.
카리스마 길드 1공격대 42명은 목표 지점에 닿기 전 최종 점검을 시작했다. 때마침 양쪽 귀를 덮는 통신 헤드셋을 통해 공격대장의 목소리가 통신망을 통해 들려왔다.
-나가 습격 보고를 마지막으로 울릉도와 연락이 끊긴 지 약 다섯 시간 정도 지났다. 우리 공격대 임무는 울릉도 탈환이 아니라 나가가 몇이나 되는지 파악하고, 얼마 되지 않을 경우 토벌 혹은 본대 상륙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하는 것이다. 아직 언론에까지 공개된 작전이 아니니까 특별히 신경 써야 할 점은 없지만, 길드의 앞날을 위해서 실패해선 안 된다. 알았나?
각 기체 파티장의 대답과 동시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3파티장 우연수는 헤드셋을 벗으며 머리카락을 묶어 뭉쳐 올리더니 망을 꺼내 덮었다. 싸우다가 몬스터에게 머리채를 잡히지 않으려면 정돈할 필요가 있었다.
위그선의 동력음이 귀청을 때렸다. 우연수는 인상을 찡그리며 다시 헤드셋을 썼다. 헤드셋이 소음을 막기 무섭게 창밖을 보고 있던 파티원의 보고가 들려왔다.
-우 파장. 좌측 550m. 나가 새끼가 대가리를 내밀고 있는데? 저격할까?
-정찰병이군. 냅둬. 어차피 우릴 발견했다면 이미 늦었어. 이제부턴 속도전이다. 하지만 보고는 해두지.
우연수는 공격대장에게 나가를 발견했다고 보고했다. 이어서 다른 파티에서도 같은 보고가 올라왔다.
공격대장은 우연수의 판단대로 일일이 나가를 잡지 않고 되레 위그선의 속도를 높였다.
‘나가는 물속에서 음파로 텔레파시 비슷한 걸 주고받을 수 있다. 하나하나 잡아봤자 시간 지연만 될 뿐이야.’
긴장감이 몰려왔다. 초짜도 아니건만, 어쩐지 심장이 요동쳤다. 게이트에 들어갈 때도 느껴보지 못한 불안감이 엄습했다.
그녀는 호흡을 정돈해 억지로 심박수를 가라앉히며 명상에 빠져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몸은 원상태로 돌아갔으나 좋지 않은 직감만은 남아 있었다.
-울릉도다! 시계엔 나가가 보이지 않지만, 모두 주의하도록. 위그선 속도 낮추고, 몽돌해변 쪽으로 접근해 상륙한다.
오더가 떨어지자 우연수는 눈을 떴다. 그녀는 헤드셋을 벗어 던지며 자신 우측에 있던 위그선 문을 당겼다. 레일 위를 미끄러지면 우측 문이 열렸다.
“좌측 사선 확보해!”
좌측에 있던 헌터 역시 문을 열며 활을 손에 쥐었다. 3파티의 역할은 공격대의 좌익을 보호하는 것이었다.
우연수는 감지 스킬을 지닌 파티원을 찾았다.
“김철! 물밑은?!”
“대체로 조용합니다! 움직임이 없어요!”
“바닥이나 암초에 딱 붙어서 소나도 피하는 놈들이야! 움직일 때도 물고기 틈에 숨는다! 그렇게 약은 놈들이라도 공격 직전엔 행동이 커지니까 주의해서 살피도록!”
이윽고 상륙 지점인 몽돌해변이 시야에 들어왔다. 위그선은 헌터들의 상륙을 위해 점차 속도를 줄였다. 하지만 2파티가 탄 위그선은 속도를 줄이다 말고 앞서갔다.
‘나가를 발견했나 보군.’
좌익을 맡은 3파티와 마찬가지로 전방에 적이 가로막을 경우 제거하는 임무를 맡은 2파티였다.
2파티는 위그선의 빠른 속도를 이용해 몽돌해변 주변에 있던 나가 무리를 요격했다. 이를 위해 마법 전력과 장거리 저격이 가능한 헌터를 재배치한 파티였다.
해변을 가로지르며 공격을 퍼붓자 나가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이내 남아 있던 나가들은 2파티의 공격을 견디지 못하고 내륙 쪽으로 몸을 피했다.
상륙을 위해 헤드셋을 벗었기에 오더는 메시지 스킬로 떨어졌다.
우연수가 외쳤다.
“청소 완료! 바로 점프해서 해변에 가까이 붙는다! 순서는 파티 번호대로! 준비하도록!”
메인 탱커를 1번으로 다음은 서브 탱커, 근딜, 원딜, 서포터, 마법사 포지션 순으로 매겨지는 게 파티 전술 번호였다. 보통 파티장이 마지막 5번을 달고 있었다.
우연수는 이런 전술 번호대로 파티원들을 준비시켰다.
그때였다.
쾅!
“뭐야?!”
우연수는 안력을 돋워 폭음이 들린 방향을 살폈다.
앞서갔던 2파티의 위그선이 갑자기 솟구치더니 연기를 뿜으며 추락하고 있었다.
다행히 안에 있던 헌터들은 바다에 뛰어내려 무사한 듯했다.
하지만 조종사는 보이질 않았다. 일반인이라 반응이 느린 탓도 있었으나 헌터들이 손을 쓰지 못할 정도로 순식간에 일이 벌어졌다는 뜻이기도 했다.
「암초 후면!」
메시지로 경고가 들려왔다.
우연수는 몽돌해변 주변에 돋아있던 암초를 확인했다. 위그선을 향해 무언가 날아오는 걸 포착했다. 나가의 창이었다.
“요격!”
우연수의 오더 이전에 이미 궁수 포지션의 헌터는 활을 당기고 있었다. 화살이 날아가 위그선을 노리던 창을 쳐냈다. 여기저기서 굉음이 울렸다. 메시지와 통신망을 통해 헌터들의 경악성이 튀어나왔다. 창의 숫자는 줄지 않고 점차 늘어났다.
우연수는 공격대장에게 퇴각에 대해 건의했지만, 들려온 대답은 작전 속행이었다.
「등 돌리면 당한다.」
이미 몽돌해변에 가까이 붙은 상태. 위그선이 선수를 돌리고 속도를 높이는 동안 공격은 계속될 터. 게다가 그들이 온 방향엔…….
“우 파장! 후방에 기척이… 나가 떼가 모이고 있어!”
주변을 감시하고 있던 김철의 외침을 듣는 순간 우연수는 불안감을 정체를 알아챘다.
‘이놈들 함정을 파고 있었어.’
해변에 서성이던 나가들이 너무 쉽게 도망친 것부터 암초에 숨어있던 나가 전사들까지. 그리고 해상에서 막지 않고 섬으로 들인 뒤 후방을 가로막는 포위망은 흡사 군대의 움직임과 같았다.
‘위그선이 빨라서 해상에서 공격하지 않은 거야. 속도를 줄일 때를 노린 거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우연수는 믿을 수 없었다.
몬스터가 이렇게 머리가 좋았나?
나가가 상당히 조직화 되고 영리한 몬스터라는 건 알았지만, 이건 머리가 좀 좋다는 정도로 표현할 움직임이 아니었다.
숫제 같은 헌터를 상대로 싸우는 기분이었다.
콰앙!
이어서 위그선 한 대가 더 피격당했다. 역시 헌터들은 탈출했으나 바다에서의 싸움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후방에서 나가들이 몰려왔다. 물에 빠진 헌터들은 사력을 다해 뭍을 향해 헤엄쳤다. 물속에서 나가와 싸우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은 없으니까.
우연수는 이를 빠득 물며 스킬로 나가의 창 하나를 쳐내고는 최후의 오더를 내렸다.
“조종사 챙겨! 위그선은 방향 돌리지 말고 해변으로 돌진한다!”
* * *
강무혁은 한병구와 함께 길드협력처를 찾았다.
북포천 이전 때부터 인연이 있던 박충수 과장이 나와서 안내했다.
“어서 오십시오, 단장님. 처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강무혁은 박충수가 길단련의 협박을 받아 내부 정보를 넘기고 있음을 알고 있었기에 내심 마음 편히 그를 대하진 못했다.
LA 사건 때 박충수가 주세아의 출국 정보를 일본에 넘기는 바람에 미국에 발목이 잡혔던 걸 생각하면 괘씸하단 생각이 들었지만, 일반인인 그가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걸 알고 있기에 연민을 느끼기도 했다.
박충수도 예전과 다르게 침중한 표정으로 강무혁을 맞이했다. 그는 마음고생이 심한 듯 더는 풍채 좋던 예전 몸집을 찾아볼 수 없었다.
강무혁은 짐짓 모르는 척 안부를 물었다.
“과장님, 살이 많이 빠지셨네요? 일이 고된가 봅니다?”
“예? 아, 예…. 요즘 이런저런 사건이 많다 보니까요.”
강무혁은 도리상 박충수에게 약간의 미안함을 지니고 있었다.
그의 가족이 인질이 되어 스파이짓을 하고 있다는 건 예전에 파악한 사항이었다. 당장에라도 박충수와 그 가족들을 빼돌려 안전가옥에 숨겨둘 수도 있었으나 강무혁은 언제고 결정적인 순간 역공작을 하기 위해 그를 건드리지 않았다.
이 계획엔 성선제 역시 동의해, 슬레이어에서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슬레이어의 부길마도 박충수 과장 쪽은 내버려 두고 있군. 이건 좀 의외인데?’
싸울아비 길드의 부길마 말에 따르면, 최근 슬레이어는 외국 길드의 끄나풀들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었다. 그 탓에 부산이 일본 스파이들의 새로운 거점으로 떠올라 고생 중이라고 했다.
그런데 길드협력처라는 헌터 관련 주요 국가 기관의 첩자를 그냥 뒀다는 건 성선제와 자신의 노림수를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의도일지도 몰랐다.
‘만약 그렇다면, 아예 말이 안 통할 사람도 아니라는 건데.’
강무혁은 조만간 슬레이어의 부길마를 만나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차길주 처장이 기다리고 있는 회의실로 갔다.
“!!”
안내된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강무혁은 잠시 멈칫했다.
회의실엔 차길주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낯익은 인물 하나가 강무혁을 맞았다.
“지난번 청문회 이후로 정말 오랜만입니다, 강 단장님.”
“예. 잘 지내셨습니까?”
강무혁이 의례적인 인사를 건넨 것과 달리 뒤따라왔던 한병구는 새로운 인물에게 아는 체하며 다가갔다.
“정우수 의원님, 이거 볼 때마다 신수가 훤해지십니다. 누가 보면 헌터 각성한 줄 알겠습니다.”
“이 나이에 헌터 돼서 뭘 할 수 있겠습니까? 협회장님이야말로 정정하신 것 같아 안심이 됩니다.”
“제가 건강한데 의원님이 안심되실 일이 뭐가 있다고요?”
“이 나라를 지탱하는 기둥이신데, 당연한 마음인 거죠.”
한병구와 정우수는 한동안 서로 손을 맞잡고 덕담을 나눴다.
강무혁은 그들이 탐색전을 벌이고 있음을 눈치챘다.
정우수는 국회 헌터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헌터협회장인 한병구와 자주 부딪쳤던 인물이었다. 간혹 TV 토론에서도 티격태격하며 불을 붙였던 사이였기에 아무런 의미도 없이 인사할 리 없었다.
‘음, 역시 협회장님도 고단수시군. 언제 치고 들어갈지, 상대를 어떻게 흔들지 각을 보고 있는 게 분명해. 정우수 의원도 만만치 않아. 이 자리에 나온 건 분명 내게 용건이 있어서겠지. 나와의 대화에 앞서 협회장을 눌러놔야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 거야. 자, 그렇다면 난 어떤 식으로 대응해야 할까?’
강무혁이 치열하게 머리를 굴리는 동안 몇 마디 더 대화를 나눈 둘에게 차길주가 자리를 권했다.
두 사람이 각자의 자리로 가서 앉았음에도 강무혁은 여전히 심각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이내 강무혁이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무언의 소통을 하자 한병구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뭐해? 앉지 않고?”
“그냥 앉습니까?”
“서서 하게?”
“각을 재던 건?”
“내가 각도기야? 무슨 각?”
강무혁은 정우수를 돌아보며 중얼거렸다.
“누르려던 건?”
“예? 뭘 누릅니까?”
“…….”
강무혁이 뻘쭘하게 자리에 서 있자 참다못한 한병구가 버럭 소리쳤다.
“쪽팔리게 뭘 그리 뻘쭘히 있어? 빨리 앉아.”
“예. 앉겠습니다.”
“하여간 사람이 참, 가끔 실없이 군다니까. 또 뭔 꿍꿍이를 생각했는지, 원. 사기 쳐서 내 손녀 평생 계약 따낼 음모 꾸밀 시간에 정신 좀 챙기고 다니게.”
한병구는 강무혁의 얼굴만 봐도 검은 속이 훤히 보인다며 타박했다.
강무혁도 실제로 상황에 따라 국회를 옭아맬 궁리를 하던 참이라 딱히 반박하진 못했다.
한병구가 잔소리를 늘어놓으려는 참에 정우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
“카리스마 길드 건으로 오셨다죠? 그 말을 하기에 앞서 일단 새로운 소식을 전해야 할 것 같습니다.”
“뭡니까?”
강무혁이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정우수는 그의 시선에 움찔했다. 예전에도 느꼈지만, 피아 구분 없이 벨 듯한 요도의 눈이었다. 방해된다면 상대가 누구든 가차 없이 휘두르리란 생각이 들었다.
정우수는 마른침을 삼키며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아직 외부에 알려지진 않았습니다만, 여섯 시간 전 울릉도가 나가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길드앱엔 경보가 뜨지 않았습니다만?”
“제일 먼저 섬의 해저 통신케이블이 끊겼답니다. 그래서 다른 통신망을 통해 해상에 있던 군함이 소식을 듣고 보고를 전해왔습니다.”
“그걸 정부가 알았는데, 외부에 경보를 띄우지 않았다는 겁니까?”
“선조치 후보고를 이유로 정부 차원에서 대응했답니다.”
“선조치?”
“카리스마 길드 공격대가 울릉도로 갔습니다. 그리고 한 시간 전에 연락이 끊겼습니다.”
강무혁의 눈길이 정우수를 베려 했다.
“정말… 어디까지 참아줘야 하는 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