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ime-Limited Leader Makes the Raid a Success RAW novel - Chapter (444)
제444화
#444. 할 수 있지만, 하지 않는 것입니다.
“뭐?! 누가 사라져?”
심문을 위해 잠시 자리를 비웠던 원하오는 기절한 왕허디가 도통 깨어나지 않자 다시 쉬카이를 찾았다. 하지만 방에 들어가기 무섭게 황당한 보고를 듣고 분개했다.
“도대체 어디다 한눈을 팔았길래, 쉬카이가 방을 나가는 걸 모를 수가 있나?!”
“아, 아닙니다. 분명 문 바깥에 셋을 두고 방 안에 둘이 함께 있었습니다. 그런데 화장실에 들어갔던 쉬카이가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정말 저희도 어떻게 된 노릇인지…….”
“좀 더 자세히 말해 봐.”
수하가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쉬카이가 화장실에 간 사이에 그의 단짝인 장야가 찾아왔다가 돌아갔고, 한참 나오지 않는 쉬카이가 수상해 잠긴 화장실 문을 부수고 들어갔더니 아무도 없었다고.
그때 원하오가 들어왔고, 바로 보고했던 것이다.
문밖에서 그 설명을 함께 듣고 있던 헌터 하나가 이의를 제기했다.
“어? 이상한데. 우린 장야를 들여보낸 적이 없어. 장야 뿐만 아니라 누구도 들인 적이 없지. 오뢰가 나가는 건 봤지만.”
그 헌터는 문밖을 지키던 헌터였다.
그의 증언에 방 안에 있던 오뢰가 화들짝 놀라 불쑥 머리를 내밀었다.
“내가 언제?!”
“어? 너 왜 거기 있냐?”
“난 처음부터 여기 있었다고.”
“아니, 아까 분명 원하오 님이 불렀다면서 나갔잖아. 너희도 봤지?”
문밖의 헌터는 황당해하며 함께 지키던 동료들에게 물었고, 그들도 오뢰가 자리를 비운 것을 증언했다.
헌터들이 저마다 혼란스러운 증언을 하느라 소란이 일자 원하오가 손을 들어 그들의 입을 다물게 했다.
“모두 조용히. 다시 정리하도록 하지. 쉬카이는 화장실에 갔고, 장야가 찾아왔지만, 바깥 헌터들은 누구도 들여보내지 않았다고?”
“예.”
“그리고 나간 건 내 연락을 받은 오뢰고?”
“전 안 나갔습니다. 나간 건 장야였습니다.”
“그런데 쉬카이는 없어진 것이지?”
“예!”
원하오의 뇌리로 신의주가 스쳐 지나갔다.
‘교도소 마을에서 강무혁과 협상한다고 만났을 때!’
그때 분명 강무혁의 모습을 하고 있던 현정건을 봤었다.
‘그때는 현정건이 다른 사람으로 변신할 수 있는 술법을 부릴 수 있다고 여겼었는데…….’
그런데 현정건은 지금 로비에서 자오커지와 얘길 나누고 있었다.
“다른 놈이 있었구나!”
원하오는 현정건을 확인코자 바로 로비로 향하며 명령을 내렸다.
“모든 인원 11층으로 모이라고 해. 이유는 말하지 말고.”
그가 로비로 내려왔을 땐 이미 강무혁이 다녀간 뒤였다. 당연히 현정건도 떠난 상태였다.
“뭐야? 벌써 심문이 끝났어?”
“먼저 부장님께 보고하지.”
샤오잔의 물음에 원하오는 대답 대신 자오커지를 찾아 보고했다.
분위기가 이상하긴 했으나 기밀문서가 강무혁의 손에 넘어갔을 수도 있었다.
잠시 머뭇거리는 원하오의 모습에 자오커지가 물었다.
“뭔가?”
“쉬카이와 왕허디 건에 관련해서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사건의 전말을 전해 들은 자오커지는 화를 내기보다 빠르게 사태를 파악하고자 했다.
그 와중에 협상단 인원이 한데 모인 자리에서 쉬카이와 장야를 발견했고, 그들을 취조해 사건이 발생한 시각에 술을 마시고 있었다는 진술을 들었다.
바에 설치된 CCTV를 확인한 결과, 두 사람의 알리바이는 확실했다.
이후 왕허디가 깨어나 심문했다. 그는 이미 들켰음을 인지하고 모든 걸 밝혔다.
왕허디는 단둥에서의 실패 이후 한직으로 물러난 데 대해 불만을 품고 일본에 자료를 넘기려 했다고 밝혔다.
그러다가 누군가 쫓아오는 것을 깨닫곤 자료를 불에 태워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는 얘기.
그 이후론 의식이 끊겨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모든 상황을 종합해 보고를 들은 자오커지는 머리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이거 이상하군. 결국, 왕허디 놈이 일본의 앞잡이였다는 건 진실이라는 말이 아닌가. 그 쉬카이로 변신했던 놈이 스파이를 잡아준 거고.”
“자료를 노린 걸 겁니다. 단순히 노리는 걸 넘어 일본과 우릴 척지게 하려는 음모였겠죠. 아마 자료가 불에 탔다는 것도 거짓말일 겁니다. 왕허디의 말에 따르면, 자료에 갓 불을 붙인 직후에 기절했다고 했으니 그사이 불을 끄고 자료를 빼돌렸겠죠. 표지만 태워서 증거로 보인 것도 같은 맥락이었을 겁니다.”
자오커지는 원하오의 의견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정체불명의 침입자에게 찬사를 보냈다.
“만약 그렇다면 정말 대범한 자가 아닌가. 가둬둔 호텔 방에서 빠져나간 방법도 실로 절묘해. 방문에서 욕실 그리고 침대가 있는 곳까지 그 짧은 거리 사이에서 이 모든 수작을 부렸다는 건데…. 만약 진짜 아이언윌에 소속된 인원이라면, 앞으로도 그놈의 농간에 휘둘릴 수 있겠군.”
“앞으로 이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할 겁니다.”
“그래. 또 당할 순 없겠지. 자네가 신의주에서도 그자를 상대했었다지?”
“예.”
“좋아. 이번 일을 끝마치면 본사로 들어오게. 자유자재로 남의 모습을 훔치는 스파이를 내버려 둘 순 없겠지. 그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도록 하게.”
자오커지의 말은 원하오를 다시 중앙으로 불러올리겠다는 말이나 다름이 없었다.
말뜻을 이해한 원하오는 고개를 깊숙이 숙여 감사를 표했다.
“전력을 다해 작전부장님을 보필하겠습니다!”
원하오가 자오커지에게 자리를 보장받고 나오는 길에 샤오잔이 다가왔다.
“밖에서 들었다. 축하하네. 본사행.”
“고맙군.”
“가면 나도 바로 올려주겠지?”
“우리가 그렇게 친한 사이였던가?”
“친하진 않아도 같은 처지인 건 여전하지.”
“같은 처지?”
“본사는 언제 목이 날아가도 이상하지 않을 곳이야. 빽도 힘도 부족한 자네가 혼자 날고 기어봐야 거기서 거기겠지. 자오커지 부장은 계산이 빠른 사람이야. 필요가 없어지면 바로 팽 당한다고. 쉽게 올린 만큼 허무하게 추락하기 마련이니 떨어지지 않게 서로 손 잡아줄 사람이 필요하지 않겠나?”
“그 사람이 너라는 건가?”
“동병상련이란 말이 괜히 나오겠나? 신의주와 단둥에서 이미 실패를 맛본 우리야. 변방이 얼마나 춥고 고생스러운지 잘 알고 있지. 아마 현재 황룡 길드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사이를 찾으라면, 나만 한 사람이 없을걸?”
샤오잔의 말에는 틀린 구석이 없었다. 원하오도 황룡 길드 본사의 매서움을 잘 알고 있었다.
‘자오커지는 하이에나와 같은 자야. 내가 공을 세워도 자신의 공으로 만들 자지.’
반대로 그의 실수는 원하오의 실수가 되어 있을 터였다.
그리고 원하오가 다시 실패했을 때는 재기조차 할 수 없게 될 터였다.
“확실히 아군이 필요하겠군.”
“나의 진심을 알아주는 건가?”
“진심? 그냥 이해관계가 맞았다고만 해두지.”
“뭐든 상관없겠지. 아니, 이참에 우리 의형제라도 맺을까?”
“너와 의형제를 맺느니 현정건과 화해하는 게 나을지도.”
“그건 너무 심하잖아. 그놈이 신의주에서 얼마나 지독했는지 소문 다 났다고. 내가 그 정도는 아니지 않나? 그리고 그놈은 장중쉰의 원수라며?”
“원수보다 무서운 게 내부의 적이지. 넌 자오커지와 무엇이 다르지?”
“할 말 없군. 그래도 손잡는 거다?”
“방법을 마련해두지.”
원하오는 무뚝뚝하게 대답하고 자릴 벗어났다.
샤오잔은 그의 차가운 태도에도 불구하고 만족했다는 듯 웃었다.
“좋아. 신의주 때의 원하오가 다시 돌아왔군.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어.”
* * *
“그래서 자료는 어따 뒀는데?”
“여기 가져왔지. 룸 청소하는 카트에 숨겨뒀었어.”
리조트에 도착한 후 미스터 조는 등 뒤에 꽂아뒀던 자료를 꺼냈다. 현정건이 그 자료를 확인하려 손을 내밀자 그녀가 찰싹 손등을 때렸다.
“왜 때려?”
“찬물도 위아래가 있는 법이야. 여깄습니다, 단장님.”
미스터 조는 자료를 두 손으로 강무혁에게 바쳤다. 그리고 손바닥을 비비며 미소를 지었다.
“저 현가 놈은 분명 이번 일을 제가 꾸민 짓이라고 일러바쳤을 것입니다요. 하지만 전 그저 원하오와 샤오잔에 대한 정보만 건넸을 뿐입니다. 저놈이 자기가 재밌을 것 같다고 나선 것을 제가 따라간 것에 불과합니다요. 전 절대 잘못한 게 없습니다.”
“이놈이 이젠 거짓말을…….”
“너야말로 나한테 죄다 뒤집어씌우려 했지?”
“눈치는 빠… 아니, 그런 적 없다.”
“놀고 있네. 안 봐도 비디오다.”
강무혁은 미스터 조가 건넨 자료를 받아 살피며 말했다.
“역시 길드 잘 돌아가네요. 두 사람 데려오길 잘한 것 같습니다.”
그 미묘한 말투에 미스터 조는 현정건에게 물었다.
“저거 칭찬? 아니면 비꼬기?”
“보통은 후자지.”
“그치? 난 혹시나 했네. 일단 나만 욕먹지 않아서 다행인 건가?”
“하지만 강무혁식 화법에 의하면 전자다.”
“자기도 끼니까 말이 바뀌는 것 봐라.”
“내가 포함돼서가 아니라 진짜로 칭찬한 거라고. 너도 기왕 아이언윌에 들어온 거 강무혁식 표현에 적응해야 할 거다.”
현정건이 으스대며 조언하자 미스터 조가 투덜거렸다.
“나도 강 단장 안 지 오래됐거든.”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게 강무혁이란 인간이다. 제대로 파악하려면 밀착 마크를 해야 하지.”
“뭐야? 넌 왜 이렇게 잘 아는데? 스토커냐?”
“내 전직 때문이다. 누굴 암살하려면 그 사람의 말투, 버릇, 행동 등등 모든 걸 알아내는 게 기본이니까.”
“참, 너 암살자였지? 강 단장 작업하려다가 입사했다고는 들었다.”
“원래 타이탄 소속이라 입사는 아니고.”
“애정과 증오는 한 끗 차이라더니. 난 그 정도까진 아부하고 싶지 않아.”
“아부도 아니고.”
“어째 노송린하고 겹쳐 보이네?”
“다음 암살 리스트 1순위에 널 올려두지. 네 모든 걸 파악해서 빈틈을 보이는 순간…….”
“역시 스토커 맞네.”
“…….”
현정건은 미스터 조와 엮일 때마다 짜증이 왈칵 치밀어 올랐다.
실력이라도 없으면 진작 몰래 죽여 없앴을 텐데, 하는 짓은 유치한 여자가 보기 드문 실력자이니 강무혁에게 들키지 않고 죽이기가 어려웠다.
게다가 아이언윌에는 그런 놈이 둘이나 더 있었다.
‘그런데 진짜 1순위를 누구로 두지? 이놈? 아니면 고을지? 노송린이 나으려나?’
현정건이 암살 리스트 작성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이 강무혁은 미스터 조가 넘긴 자료를 빠르게 훑어보곤 한숨을 푹 내쉬었다.
토마스가 조심스레 물었다.
“한숨을 보니 뭔가 마음에 안 드시는 것이라도 있습니까?”
“전부 다 마음에 안 들죠. 황룡 길드 측 조건이 예상을 뛰어넘네요.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우리가 절대 이기지 못할 거래 조건입니다.”
“대공이 밝힌 중국 조건보다 더 많은 게 담겨 있나 보네요?”
“슬레이어도 감당하기 힘든 내역입니다. 이런 조건을 이리 쉽게 내밀 수 있는 걸 보니 황룡 길드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감도 잡히지 않는군요.”
“거긴 땅이 넓고, 사람도 많으니까요. 그만큼 게이트가 넘치지 않습니까?”
“마경을 독식하는 동안 쌓인 부도 적지 않을 겁니다. 그걸 이제 한국과 러시아와도 나누어야 하니 앞으로 어떠한 방해가 들어올지 염려가 될 지경이군요.”
토마스는 강무혁의 염려가 어디에서 나오는지 알 수 있었다.
‘마경이 화약고가 되는 셈인가?’
일찍이 강무혁은 마경을 사이 좋게 나누는 것까진 바라지 않더라도 최소한 갈등을 풀기 위한 기구를 만들자고 제안했었다.
하지만 이 제안은 러시아와 중국 어디에서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문제는 거절도 하지 않은 것. 여전히 답보 상태로 서로 간만 보고 있었다.
이는 신의주에 대형 길드들을 모아놓고 마경 관련 업무를 일원화시켜둔 한국과 달리 각 세력이 따로 놀고 있는 양국의 사정과도 관련이 있었다.
중국은 여전히 산둥의 길드들이 호시탐탐 마경 진출을 노리고 있었고, 러시아 역시 마경 진출의 일선에 선 블라디보스토크를 비롯한 지방 길드 세력과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한 대형 길드 간의 갈등이 빈번했다.
강무혁은 자료에 적힌 황룡 길드의 부가 마경에서 나오고 있음을 간파했고, 이것은 그들이 절대 마경을 쉽게 넘기지 않으리란 우려로 이어졌다.
“일단 마경 문제는 넘어가도록 하죠. 당장 급한 건 나가니까요.”
“그런데 정말로 그런 조건으로 대공과 합의하실 겁니까?”
토마스는 자신이 허공에 쓴 조건임에도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
그의 발언을 들은 미스터 조와 현정건이 귀를 기울였다.
토마스는 강무혁이 대답하기도 전에 이어 말했다.
“내일 드러날 협약 외에 비밀 조약은 미국도 못하는 일입니다. 물론 일본도, 중국도 못하겠죠.”
“정확히는 할 수 있지만, 하지 않는 것입니다.”
“하지 않는 이유가 있으니까요.”
“그래서 우리가 주도권을 쥘 수 있지 않았습니까? 대공도 거부할 수 없었고 말이죠.”
“도대체 둘이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막판에 미스터 조가 끼어들었다.
토마스가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 단장님은… S랭크를 팔아먹을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