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ime-Limited Leader Makes the Raid a Success RAW novel - Chapter (461)
제461화
#461. 내가 앓는 소릴 해서야 쓰나.
선두 차량에 탑승하고 있던 토마스는 발아래 오싹함을 느끼는 순간 본능적으로 차체 전체에 보호막을 쳤다.
폭음과 함께 차가 공중으로 날았다. 차가 뒤집히는 순간 중력을 조작해 원래대로 되돌렸다.
바닥에 착지하는 순간 요동치는 차가 바람에 함께 타고 있던 이글스 용병대 헌터들은 안전 벨트를 차고 있지 않은 탓에 좌석과 바닥에 나뒹굴었다. 뒷좌석의 헌터들은 천장과 유리창에 머리를 박았으며, 운전대를 잡았던 헌터는 얼떨결에 핸들을 뽑아버렸다.
다행히 헌터의 머리통은 무사했고, 대신 유리창이 깨졌다.
찰나 위아래 360도 회전한 차량 내 탑승자들은 방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몰라 어리둥절해 했다.
오직 토마스만 멀쩡히 자세를 유지하며 평온하게 말했다.
“적.”
그 한마디에 헌터들은 무기를 챙겨 들곤 재빠르게 문짝을 발로 차 부수며 밖으로 튀어나갔다.
토마스는 핸들을 무기 삼아 운전석에서 내리는 헌터를 향해 경고했다.
“아래 조심해.”
“응?”
콰앙!
헌터는 다시 한번 공중으로 떠올랐다가 바닥에 처박혔다.
“터진다고.”
토마스는 뒤늦게 결과를 통보하곤 안전띠를 푼 뒤 조수석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근처 차량 몇 대가 뒤집혀 연기를 뿜고 있었다. 창을 깨고 헌터들이 기어 나오고 있었다.
선두가 길을 막는 바람에 차량 행렬은 완전히 멈춘 상태.
매캐한 연기 사이로 후속 차량의 헌터들이 하차해 경계를 취하고 있었다.
“발이 묶였네. 이거 위험한데?”
토마스의 혼잣말이 끝나기 무섭게 멀리서 ‘쾅’, ‘펑’ 등의 소리가 연달아 들리더니 이내 바람을 가르며 머리 위로 무엇인가가 날아왔다.
“박격포다!”
누군가의 외침과 함께 토마스도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봤다.
“이건 헌터의 방식이 아닌데.”
토마스가 손을 들었다. 좌에서 우로 선을 긋는다.
너무나 여유롭게 구는 그의 모습에 곁에 있던 헌터가 황급히 잡아당기려 했다.
“후속타가 있을 겁니다! 일단 방어태세를…….”
헌터는 말을 채 마치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아니, 벌린 입을 닫지 못했다.
그는 순간 하늘에 시선을 빼앗겼다.
하늘이 갈라지고 있었다. 아니, 하늘은 그대로인데 날아오던 포탄이 허공에서 폭발하며 토해내는 불꽃으로 석양을 뒤덮고 있었다.
쾅! 콰과광! 쿠왕! 쿠구구구구!
수십 발에 달하는 포탄이 폭죽을 터트렸다.
헌터들은 그 장관에 넋을 잃었다. 그들 중 하나가 중얼거렸다.
“마, 마법? 이게?”
어떠한 전조도 없이 발동된 마법.
마나의 유동도 느끼지 못했는데…….
“어떻게 할까요, 단장님?”
토마스가 옆을 돌아봤다. 마침 차에서 내리고 있는 강무혁과 눈이 마주쳤다. 그는 지시를 기다렸다.
강무혁이 물었다.
“적 위치는 어느 정도입니까?”
“3㎞ 밖… 응? 지금 후퇴하는데요? 쫓아가서 잡을까요?”
“아니요. 토마스 헌터는 자리를 지키세요. 양동작전도 고려해야 합니다.”
“싹을 자르면 되죠.”
“이기고 지는 게 문제가 아닙니다. 그 싹이 근위대라면 문제가 커질 수 있습니다. 일단 큰 피해는 없으니 수습하고 물러나도록 하죠.”
강무혁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글스가 용병들에게 외쳤다.
“자자, 들었지?! 뒤집힌 차 원래대로 돌리고 박살 난 건 버린다! 비는 자리 많으니까 나눠서 타도록! 빨리빨리 움직여!”
그의 뒤쪽에 있던 알렉스는 호크 팀장을 쳐다보며 말했다.
“경계 부탁드립니다.”
“예. 2파티장, 적 방향 수색 보내. 멀리 가지 말고. 3파티장은 반대쪽 경계하도록.”
헌터들은 운행 불능이 된 차량을 치우고 보급품을 멀쩡한 차에 나눠 실었다.
그들이 주변을 정리하는 동안 알렉스가 강무혁에게 다가와 말했다.
“근위대일까요?”
“아닙니다. 근위대 방식은 아닙니다.”
이글스가 대신 답했다. 알렉스가 물었다.
“그러면 어딘지 짐작이 갑니까?”
“이건 용병들 전술입니다.”
“용병이요? 헌터? 아니면 일반 전투병?”
강무혁이 반문했다. 이글스는 전자를 콕 집었다.
“헌터 용병대입니다.”
“헌터 용병이 지뢰를 깔고 박격포를 쏩니까?”
“예. 아프리카에서는요.”
그때 토마스가 걸어와 관심을 보였다.
“아하, 그래서 감직 안됐던 거구나? 마나를 쓴 흔적도 없고, 생명 반응도 없는 무생물이니 대놓고 스캔을 뿌리지 않는 이상 알아채질 못하는 게 당연하지.”
“맞습니다. 토마스 헌터 말대로 헌터의 기본적인 감지 스킬은 생명체와 마나에 반응하게 되어 있죠. 박격포 거리가 3㎞를 넘어가는 것도 아마 감지 스킬 범위 바깥에서 노린 공격이었을 겁니다.”
이어진 이글스의 말에 따르면, 아프리카에선 상대가 헌터라 하더라도 화약 무기로 기습을 벌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했다.
헌터에게 큰 타격을 주진 못하더라도 폭발로 인한 연기와 소음이 혼란을 가져오기 때문이었다.
“조금 전 지뢰 역시 폭발력보다 폭연이 더 많이 나오는 녀석이었죠. 아마 박격포탄도 연기나 소음이 더 심한 놈이었을 겁니다. 모두 헌터를 상대로 한 특수품이죠. 이쪽에서 흔들리길 바라고 기습한 게 분명합니다.”
강무혁은 의문이 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헌터가 화약 무기에 당황하진 않을 것 같은데요?”
“글쎄요. 제가 경험한 바로는 생각보다 효과가 있는 전술입니다. 아프리카에선 마나가 없는 공격이 오히려 더 무섭거든요.”
강무혁은 이글스가 한 말을 바로 이해했다.
“폭탄딱정벌레.”
“그리고 쿼드라 맨티스와 화염방사 지네 등등 셀 수 없이 많죠.”
곤충형 몬스터는 일부 진화형 몬스터를 제외하곤 대부분이 마나를 느끼기 어려운 개체였다.
그나마 공격할 땐 마나가 움직이긴 하나 공격 방식이 마나와는 전혀 상관없다면, 그마저도 알아채기 어려웠다.
아프리카는 이런 곤충형 몬스터들의 천국이었고, 이곳 용병들은 마나를 느낄 수 없는 기습에 예민했다.
특히 조금 전 언급한 폭탄딱정벌레나 화염방사 지네와 같은 몬스터들은 체내에서 생성되는 액체로 폭탄이 터진 듯 강력한 화력을 낼 수 있기에 화약류의 공격과 혼동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곳 몬스터들이 유별난 구석이 있죠.”
“이해했습니다. 일단 근위대는 아니란 거군요.”
“예. 메크네스에서도 보셨지 않습니까? 그쪽은 아직까진 점잖게 대응하는 편이죠.”
도시 하나를 봉쇄한 게 어떤 부분에서 점잖은 건지는 모르겠으나 대놓고 폭탄을 쓰는 적들보다는 확실히 신사적이라고 강무혁은 생각했다.
이글스의 설명을 듣고 토마스는 아쉬운 듯 말했다.
“근위대가 아니라니 역시 잡을 걸 그랬습니다.”
“토마스 헌터, 아직 감지할 수 있죠? 어느 정도 떨어졌습니까?”
“상당히 멀리요. 쫓아갈 순 있지만, 여기서 꽤 이탈해야 할 겁니다.”
그렇게 말한 토마스는 조심스럽게 다가와 강무혁의 귓가에 소곤거렸다.
“숫자가 상당합니다. 다 잡을 순 있지만, 메두사의 머리를 생각하면 지금 제 몸 상태로는 무리할 수 없습니다.”
그리곤 상의 주머니를 열어 안을 보여줬다.
주머니 안엔 사용하고 남은 레이저 주사기가 꽂혀 있었다.
강무혁은 그것이 마나중독증을 억제하는 주사제임을 눈치챘다.
‘아직 주사제 투약 시간이 아닐 텐데…….’
그동안 치료하면서 억제제 주기가 상당히 길어진 토마스였다. 강무혁은 그의 투약 주기를 관리했다.
초기엔 매일 주사했으나 병증이 좋아지면서 일주일에 한 번.
그랬던 것이 게이트 폭발을 막으면서 얻은 후유증 때문에 사흘에 한 번으로 조정됐다.
강무혁은 토마스가 이탈리아 공항에서 마지막으로 투약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하루 만에?!’
그는 표정을 관리하며 이글스와 알렉스에게 양해를 구했다.
“잠시만, 따로 얘기할 게 있어서.”
강무혁은 토마스를 데리고 길가에서 살짝 벗어나 물었다.
“언제부터입니까?”
“언제랄 것도 없습니다. 조금 전 마법 쓸 때 감이 안 좋더군요. 들끓는 마나를 억지로 눌러놨습니다.”
“어떻습니까? 한국 복귀를 고려해야 할까요?”
“메두사의 머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데, 제가 빠질 순 없죠.”
“아니요. 전력 상관하지 않고, 말해보세요. 상황이 어떻습니까?”
“약이 있으면 버틸 만합니다. 일단 보고하긴 했습니다만, 그렇게 우려하실 정도는 아닙니다.”
토마스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강무혁은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헌터가 자기 몸 괜찮으니 임무 속행하겠다는 말은 흔한 레퍼토리였으니까.
확실한 걸 좋아하는 강무혁은 토마스의 표정을 읽어보려 애썼다.
하지만 감정에 둔감해지는 마나중독증의 영향 탓인지 강무혁으로서도 그의 속내를 알아내긴 어려웠다.
하얗게 셌음에도 윤기가 도는 머리카락이 찰랑거렸다.
토마스는 강무혁의 어깨에 손을 짚고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습니다.”
강무혁은 헌터의 결의를 신봉하지 않았다. 그러니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토마스 헌터의 말대로 지금 S랭크 헌터의 이탈은 많은 변수를 초래한다. 적아도 구분하기 힘들고, 메두사의 머리엔 뭐가 있을지 가늠이 가질 않아.’
끝내 전략적인 판단이 공격대의 행보를 결정지을 수밖에 없었다.
“미안합니다.”
“뭐가요?”
“제 실수입니다. 토마스 헌터의 컨디션을 고려했어야 했는데. 저도 모르게 S랭크가 철인이라고 여겼었나 봅니다. 마나중독증이 완치되지 않았는데도 말이죠.”
“주세아 길마님과 가까이 붙어 있다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죠. 가끔 훈련할 때 느끼는 거지만, 솔직히 그 사람은 인간하곤 거리가 멀잖아요?”
“그건 그렇지만, 좀 더 세밀하게 챙겼더라면 이번 임무는 나중에…….”
“마음에 없는 말 하지 마세요. 어차피 나중으로 미룰 생각 없었잖습니까. 한시가 급한데.”
“…….”
토마스가 말을 이었다.
“이탈리아에서 이상을 느꼈어도 이번 임무 따라왔을 겁니다. 이런 일은 늦을수록 많은 사람이 죽습니다. 여기서 자기 몸 먼저 챙기면, 그건 헌터 아니잖아요. 단장님처럼.”
토마스 또한 알고 있었다.
겉으로 내색하진 않지만, 강무혁이라고 멀쩡한 건 아니었다.
그는 몇 번이나 고농도 마나가 휘몰아치는 현장에 나가는 바람에 약을 복용하는 주기가 상당히 줄어 있었다.
게다가 주사제의 농도도 증가한 상태.
남들 없는 곳에서 혼자 나가 몰래 주사하고 들어오곤 했으나 항시 강무혁을 마법으로 마킹해 호위하고 있는 토마스만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대공은 이 사람을 헌터라고 치켜세웠지만, 현실은 일반인이야. 그걸 간과해선 안 돼. 일반인이 마나중독증 약을 강하게 쓰면 고통이 상당하다. 일반인도 죽는소릴 안 하는데, 헌터인 내가 앓는 소릴 해서야 쓰나.’
토마스가 다시 한번 강무혁의 어깨를 살짝 두드렸다.
“아시잖아요. 훈련 때 주세아 길마님도 저 못 잡는 거. 걱정하지 마세요. 상대가 S랭크더라도, 레드 게이트 보스더라도. 절 어떻게 할 순 없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