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ime-Limited Leader Makes the Raid a Success RAW novel - Chapter (463)
제463화
#463. 이곳이 건방 떨면 죽는 곳이라는 걸 알려주지.
토마스는 멈춘 차량 주변을 배회하는 헌터들을 유심히 살피고 있었다.
‘뭔가 수작을 부린다면 지금이다.’
허공에 돈을 뿌린 건 이쪽 발목을 잡기 위한 술수가 분명했다.
하지만 헌터들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그저 주위를 서성일 뿐.
토마스는 위화감을 느꼈다.
그때 조수석 창밖으로 조그마한 아이가 자신이 탄 차량에 다가오는 게 보였다.
돈에 정신이 팔린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일직선으로.
‘아이 손에 가방이…….’
자세히 보니 그냥 가방이 아니었다. 작은 걸 봐선 힙색인가 싶었지만, 그보다는 작고 딱딱해 보였다. 천이나 가죽이 아닌 벽돌을 닮은 무엇인가.
위기를 느끼자마자 토마스는 마법을 썼다. 아이가 다치지 않게 손에 들린 물건만 가로채 하늘 높이 쏘아 올렸다.
동시에 무전기에서 강무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토마스 헌터, 선두 차량…….
탈칵!
무언가 금속을 두드리며 달라붙는 소리.
헌터의 예민한 청각이 반대편 운전석 쪽에서 들려온 소리를 감지했다.
토마스는 사이드미러에 비추는 아이의 미소를 볼 수 있었다.
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아이의 얼굴에 일을 해냈다는 안도감, 기쁨, 해맑은 웃음이 교차하는 순간.
쾅!
하늘과 차량 옆면에서 동시에 폭발이 일어났다.
“꺄아악!”
“아악!”
비명이 사방에 울려댔다. 곧이어 폭발이 연속해서 터졌다.
2호차, 3호차, 4호차…….
강한 폭발에 사람들이 휘말려 목숨을 잃었다.
‘썬 오브 비치! 개새끼들이!’
뒤집히는 차 안에서 토마스는 욕설을 입에 머금고 이를 빠득 갈았다.
설마 일반인, 그것도 아이를 이용할 줄이야.
폭탄 같은 위험한 걸 돈 몇 푼과 함께 손에 쥐여주고 일을 시켰을 것이다. 잘 해내면 돈을 더 준다는 식으로. 어쩌면 먹을 것으로 속였을지도 모르지. 당장 급한 건 종이쪼가리보다 입으로 들어갈 음식이었을 테니까.
‘뭐가 됐건 선을 한참 넘었어!’
토마스는 안전벨트를 잘랐다. 좁은 좌석에서 교묘하게 몸을 뒤집어 거꾸로 된 천장을 밟았다. 손을 휘저어 차 문을 부수고 밖으로 나갔다.
차 밖은 참혹했다.
어육으로 변해버린 살점들이 곳곳에 널려 있었고, 사지를 잃고 뒹구는 시신과 안면이 피범벅이 돼 울부짖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수십 명, 아니 수백 명이 쓰러진 거리는 여전히 꽉 찬 인파로 어지러웠다.
현장을 빠져나가려 해도 한꺼번에 너무 많은 사람이 몰린 탓에 벗어나기조차 쉽지 않았다.
좁은 길목에 몰린 군중은 끈적한 액체처럼 흐물거렸다. 발 디딜 틈 없는 곳에 이성을 잃은 사람이 소란을 피우자 균형을 잃은 사람이 하나 넘어졌고, 이어 도미노처럼 수십 명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그 위로 사람들의 발길이 겹쳤다. 밟고 깔리며 사람을 사람으로 덮었다.
토마스는 이런 아수라장을 만든 놈들에게 분노가 치밀었다.
‘어딨냐? 저기…. 도망치는군.’
그는 조금 전 기척을 느꼈던 헌터 다섯 명을 추격하려 했다. 잡아서 응당한 대가를 치르게 할 생각이었다.
그때 아직 부서지지 않은 무전기에서 강무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토마… 헌… 사람들 먼저…….
토마스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생각보다 몸이 먼저 움직였고, 그보다 마나가 앞서 일렁였다.
그가 공간을 장악했다.
【리버스 그래비티】
역중력 마법이 거리를 뒤덮었다. 사람들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갑자기 하늘로 몸이 떠오르자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 허공에서 버둥거리며 고함을 지르는 자들도 있었다. 혼란한 와중에 아이들 일부는 지금 현상이 신기한 듯 ‘꺅꺅’ 환호성을 뱉었다.
‘이대로 사람들을 안전한 곳에 내려놓고…….’
그때였다.
귀에 익은 폭음이 멀리서 은은하게 들려왔다.
토마스는 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둠 속에 선명히 떠오르기 시작한 달빛 아래로 수십 개의 점이 수를 놓고 있었다.
‘도시에서 박격포를 쏜다고?!’
공격한 놈들이 누군지는 몰라도 한 가지는 확실했다.
이놈들은 제정신이 아닌 놈들이라는 걸.
토마스는 입술을 잘근 씹으며 하늘을 향해 다른 한 손을 뻗었다.
* * *
무전기로 경고하는 와중에 강무혁은 옆으로 눈길을 돌렸다.
달칵!
4호차에 폭탄을 붙인 건 어린아이를 등에 업은 아낙네였다.
강무혁은 창 하나를 두고 아이 엄마와 마주쳤다. 악의 한 점 없는 순진한 얼굴이었다.
어쩐지 폭탄보다 그 여인의 표정에 눈길이 갔다.
그 짧은 순간 그 사람의 표정을 읽어냈다.
아이를 위한 음식을 마련할 수 있다는 기쁨.
이 아이를 위해 뭘 못할까?
찰나 1호차 폭발에 놀란 여인은 본능적으로 아이를 안았다. 그제야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알았다는 듯.
여인의 마지막 표정은 강무혁이 오래전 기억 속에 묻어뒀던 그때의 어머니와 정확히 겹쳤다.
1호차의 폭발이 4호차까지 이어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강무혁의 심장이 찢어졌다.
“그…….”
“단장!”
미스터 조의 외침은 폭발음에 묻혔다.
차가 뒤집혔다. 강무혁의 몸은 급가속한 스포츠카에 탄 듯 덜컥였다. 차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폭발은 아찔한 충격을 가져다줬다.
차는 등 뒤집힌 거북이처럼 엎어졌다.
강무혁은 위급한 상황에서 온기를 느꼈다. 누군가 자신을 껴안고 있었다. 미스터 조였다.
그녀는 요가처럼 기이한 자세로 강무혁을 보호하다가 바닥을 뒹굴어 자세를 바로 했다.
그리곤 안전띠에 묶여 좌석에 거꾸로 매달린 강무혁의 몸을 더듬으며 소리쳤다.
“괜찮아? 다친 덴 없고?”
“아, 아이는, 그 애 엄마는……?”
“뭔 소리야? 머릴 다쳤어?”
미스터 조는 강무혁의 머리를 요리조리 살폈다.
그 사이 이글스도 역시 차량 천장을 발판 삼아 몸을 돌렸다.
“헌터용 험비라서 단순 폭탄엔 괜찮습니다. 그보단 적 위치 파악이 우선입니다.”
이글스의 말에 퍼뜩 정신 차린 강무혁은 이를 악물곤 말했다.
“그보다 사람들 먼저 대피를… 후속 공격이 있을 겁니다. 미스터 조, 무전기를…….”
“무, 무전기? 그건 또 왜?”
미스터 조는 반문하면서 무전기를 찾았다. 폭발할 때 강무혁이 놓친 무전기가 운전석 쪽에 날아가 있었다. 운전석에 있던 용병이 무전기를 찾아 뒤로 넘겼다.
무전기를 찾는 동안 강무혁은 창밖 상황을 살폈다. 아비규환의 참상이 펼쳐져 있었다.
여전히 좌석에 거꾸로 매달린 채 무전기를 손에 쥔 강무혁이 토마스에게 연락을 시도했다.
떨어트린 충격 때문인지 무전기 상태가 좋지 않아 신호음이 자꾸만 끊겼다.
“토마스 헌터. 사람들 먼저 대피시키세요. 이대로는 더욱 많은 사상자가 발생할 겁니다.”
다음 순간, 사람들이 허공으로 떠오르는 게 보였다. 사람들 아래 깔렸던 사람들의 숨통이 트이는 모습이었다. 여전히 겁에 질려 발작하는 이도 있었으나 급한 불은 끈 셈이었다.
강무혁은 거꾸로 매달린 몸을 버둥거리다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미스터 조. 이것 좀 풀어주세요.”
“예입. 조심해요.”
안전벨트를 풀자마자 중력의 영향을 받아 곤두박질.
“읏차!”
미스터 조가 강무혁을 받쳐 들었다.
아직 바로 앉지도 못한 상태에서 강무혁은 차 문을 열려고 했다.
“일단 밖으로 나가서 상황을…….”
“강무혁 단장님은 그냥 여기 계시죠. 밖은 아직 위험합니다.”
이글스가 그를 제지했다.
“험비 안에선 총기나 폭탄류는 통하지 않습니다. 마나를 사용하는 도구는 공격 전에 막을 수 있고요. 그러니 저희가 먼저 나가 확인하겠습니다.”
“그래, 강 단장. 안전이 확보될 때까진 여기서 대기하라고. 내가 옆에 있을 테니까 무서워하진 말…….”
미스터 조는 말을 끝맺지 못했다. 강무혁의 눈을 봤기 때문이었다.
‘뭐야? 강 단장, 저런 표정을 짓는 사람이었나?’
분노를 담은 표정은 몇 번인가 본 적이 있었다. 화냈다는 소릴 듣기도 했었고.
하지만 이번엔 뭔가 달랐다. 분노의 농도가 좀 더 짙달까? 평소 로봇 같던 사람이 감정이 대놓고 드러내고 있었다. 미스터 조는 저도 모르게 그의 시선을 피했다.
‘누구 하나 죽일 기세네.’
마치 원수를 향하는 듯한 눈빛.
마침 하늘 위에서 폭죽 터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모두가 이 소리의 정체를 알아챘다. 조금 전 겪었던 소음이었으니까.
그 소리에 강무혁은 정신을 차렸다. 옆을 보자 미스터 조가 불편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잠시 흥분했었군.’
강무혁은 눈을 감고 손바닥으로 눈두덩을 푹 덮었다.
그 후 1초도 채 되지 않은 시간에 열이 바짝 달은 시선을 회수하곤 조심스레 입술을 뗐다.
“이글스 대장, 공격이 이어질 겁니다. 여기서 대응하면 무고한 사람들이 죽습니다.”
“외곽으로 빠져나가려면 한참 돌아가야 합니다만…….”
“돌아갈 필요 없습니다. 가까운 곳에 사람 없는 곳이 있지 않습니까.”
“사람 없는 곳이라면… 유적지 말입니까?”
“거기서 싸웁시다.”
“하지만 거긴 유적지라 모로코에서 관리하는…….”
“어차피 폐허 아닙니까. 좀 더 박살 난다고 해도 티도 안 날 겁니다.”
이글스는 위급한 상황 속에서도 올바른 안내인으로서의 자세를 유지하려 했다.
유적지가 아무리 폐허를 잘 포장한 대전쟁기 싸움터에 불과하더라도 그걸 남이 부수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
이 부분을 잘 설명해야 추후에 있을 외교 문제나 보상 등에 관련한 골치 아픈 일들을 피할 수 있으리라.
“…….”
하지만 입을 열기도 전에 단념했다.
강무혁의 판단은 옳았다.
이곳이 빈민가이든, 부촌이든, 사람 사는 곳은 싸움터가 돼서는 안 됐다.
여기서 싸우면 헌터가 몬스터와 무엇이 다를까.
이글스는 무전기를 들었다.
“여긴 이글원. 이글원. 전원. 가장 가까운 유적지로 간다. 뒤집어 자는 차 깨워,”
* * *
“쉬지 말고 쏴라.”
게리 디는 박격포를 쏘는 헌터들에게 모든 포탄을 소비하라고 지시했다.
넉넉히 준비한 만큼 남아도는 게 포탄이었다. 포탄에 비해 포가 부족했기에 어깨에 자신 있는 탱커 몇 명은 재미 삼아 포탄을 직접 던지고 있었다.
어차피 박격포탄으로는 적에게 유의미한 타격을 줄 순 없었기에 정확하든 부정확하든 상관이 없었다.
그저 적에게 혼란을 주고 발목을 잡을 수 있으면 되었다.
‘그러려고 사람 많은 곳에서 공격한 거니까.’
게리 디의 B안.
그가 비서에게 뿌리라고 한 건 돈이었다. 돈은 크게 두 군데로 나뉘어 쓰였다.
하나는 할렘의 사람들이 모여들게 해 길을 막기 위해서, 다른 하나는 특수한 임무를 맡긴 이들의 손에 쥐여주면서.
게리 디는 아이와 그 아이의 부모 혹은 밑바닥 부랑자들에게 제법 많은 돈을 쥐여주고 군중 사이에 섞여 차량에 폭탄을 붙이도록 했다.
물론 그 물건이 폭탄인지 그들은 몰랐지만.
앞서 마법사가 스케어크로우의 공격 전술에 잘 대응하는 것을 보곤 강력한 감지 스킬이 있다고 판단.
마나가 전혀 개입하지 않은 폭탄을 쓰되 헌터가 아닌 일반인을 움직인 것이었다.
‘혹시 몰라서 미끼로 부하 다섯을 보내 신경 거슬리게 했지. 헌터에게 신경 쓰는 사이 비각성자가 공격하는 건 상상도 못 했을 거야.’
일명, 자살 폭탄 테러.
한때 중동과 아프리카, 일부 테러 우범 지역에서 자주 쓰이던 작전이었다.
‘유행은 돌고 도니까. 헌터들은 이런 데 약하지.’
하지만 아무리 화기로 공격한들 헌터에게 치명상을 입힐 순 없었다.
‘당연히 여기까진 미끼지. 자오커지의 정보가 도움이 됐어.’
강무혁이란 놈은 참 웃긴 놈이었다.
비각성자 주제에 사람 살리고 몬스터 잡는다고 꼴값을 떠는 게 퍽 우스웠다.
이글스 용병대도 마찬가지였다. 돈 밝히는 용병 헌터가 사람들 구하는 의뢰를 우선시하다니.
끼리끼리 논다더니 별 시답잖은 놈들끼리 만났다.
덕분에 일이 잘 풀리고 있었다. 예상한 대로 놈들이 유적지로 향한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놈들이 알아서 함정에 기어들어간다. 모두 준비해.”
스케어크로우 용병들은 포탄을 날리는 인원 몇 명만 남긴 채 차량에 탑승했다.
게리 디도 차량에 오르며 차갑게 눈을 빛냈다.
“같잖은 놈들. 이곳이 건방 떨면 죽는 곳이라는 걸 알려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