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ime-Limited Leader Makes the Raid a Success RAW novel - Chapter (471)
제471화
#471. 그래서 이것이 저희의 모든 것입니다.
이글스가 처음부터 용병이었던 건 아니었다.
그는 프랑스계 미국인이지만, 헌터 데뷔는 독일 명문 길드인 ‘만샤프트’에서 했다.
만샤프트는 원래 독일 축구 대표팀의 별칭이었다.
한국에선 독일 대표팀을 ‘전차군단’이라는 불렀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국내에서만 통용되는 별명.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선 만샤프트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이 독일 축구 대표팀의 별명은 게이트 시대 이후 완전히 뒤바뀌게 된다.
모든 스포츠가 완전히 중단된 대전쟁 때 헌터들이 영웅으로 떠올랐고, 소전쟁까지 치르고 난 뒤에는 아예 독일 대표 헌터 길드의 이름으로 탈바꿈하게 됐다.
여담이지만, 실제로 만샤프트 길드는 프로 축구 선수를 꿈꾸던 독일인 청년이 헌터로 각성하면서 세운 길드였고, 그 청년은 발롱도르 트로피 대신 S랭크를 손에 쥔 독일의 대표 헌터가 되었다.
그곳에서 이글스는 미래가 촉망받는 유망주로 입단했다. 어떤 사건을 계기로 퇴단해 아프리카에 오지 않았다면 지금쯤 만샤프트의 원정대에서 뛰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가 그런 레드 카펫을 두고 아프리카로 온 건 돈 때문이 아니었다. 돈을 우선으로 하는 용병이 돈이 이유가 아니라는 건 모순이었지만, 이글스와 그 휘하 용병들은 돈보다 더 중요한 게 있었다.
문제는 용병대 운영에 돈이 많이 든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필요한 게 후원자였다
이글스는 몬스터나 헌터를 상대하는 것보다 사업가나 재벌을 더 많이 만났고, 칼보다 계산기를 들 때가 더욱 많았다.
‘뭐, 돈 벌려고 하는 짓은 아니지만, 용병대는 돈이 너무 많이 든단 말이야. 그래서 우린 후원자가 중요해. 대공이 밀어주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우리 용병대에도 도움이 될 거다.’
이글스는 강무혁에게서 여러 가능성을 보고 있었다.
대공이 조력자로 나선 것도 그렇고, 세계헌터연맹이 도움을 청하는 것 역시 평범한 사람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직감을 믿고 최선을 다해 이번 의뢰를 완수할 생각이었다.
‘그냥 완수로는 곤란하지. 확실히 깊은 인상을 심어줘야겠어. 강무혁 단장이 후원을 하겠다고는 했지만, 겨우 그 정도로 만족하면 나중에 바보 소릴 들을 것 같단 말이지.’
이글스는 승부수를 던지기로 했다. 그는 후방에 있던 오른팔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블랙박스 가져와.」
「브, 블랙박스를요? 그걸 여기서 풀어도 됩니까?」
「손님이 급하시다잖아. 몬스터가 자꾸 발목 잡게 해서야 되겠어?」
「알겠습니다.」
이글스가 용병대 비장의 카드를 꺼내들기로 결정하고 있을 때, 강무혁은 알렉스와 지도를 보며 공격대 행군 진로를 점검했다.
“연맹에 메두사의 머리 지도가 있을 줄은 몰랐네요.”
“지도랄 것도 없습니다. 대략적인 지형만 표시한 거니까요.”
“이마저도 가지고 있는 곳은 연맹 외엔 없을 겁니다.”
“이것도 메두사의 머리가 봉쇄되기 전에 다녀갔던 조사단들의 자료를 모아 기어 붙인 것에 불과합니다. 다소 부정확한 부분이 있을 겁니다.”
알렉스는 태블릿 화면에 미리 다운로드 받아둔 지도를 띄웠다. 그리곤 메두사의 머리가 시작되는 위치를 가리켰다.
“여기 입구 협곡에서 이렇게 들어온 곳이 여기 정글 지대입니다. 바로 이쯤이 현재 우리 위치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상당히 깊이 들어온 줄 알았는데, 아직 초입에 불과하군요.”
“맞습니다. 메두사의 머리는 지형이 변형된 곳임에도 면적이 많이 크죠. 그래서 필요한 게 소거법입니다. 이 모든 지역을 다 확인하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으니까요. 이제부턴 커맨더의 결단이 필요할 때입니다.”
알렉스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커맨더의 결단.
책임을 강무혁에게 떠넘기려는 행태는 아니었다.
강무혁은 알렉스의 말뜻을 눈치챘다.
‘실력을 발휘하라는 압박도 아니다. 정보를 공유하자는 거지.’
강무혁이 이글스 용병대를 이끌고 이곳을 찾은 이유.
알렉스는 그것이 아일라의 임무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커맨더는 미지의 존재와 조우한 적이 있다. 그 후에도 연관됐었지.’
LA 사건.
강무혁은 연맹의 천리안이 미지의 존재가 나타나리라 예언했던 LA에서 육식말벌을 토벌하는 데 큰 활약을 했다.
‘결과적으로 우려했던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천리안은 이미 예언이 실현됐다고 선언했어. 난 왠지 그 예언에 커맨더가 연관되어 있을 것 같단 말이지.’
평생 미지의 존재라는 이름조차 듣지 못하고 살아갈 헌터가 수두룩한데, 강무혁은 일반인의 몸으로 자꾸 미지의 존재와 엮였다. 이번에도 그런 기이한 운명이 그를 인도한 건 아닐까?
“알렉스 헌터 말대로 우린 좀 더 효율적으로 수색을 할 필요가 있을 것 같군요.”
그렇게 말한 강무혁이 태블릿을 빼앗아 들었다. 그는 거침없이 지도를 이동시켰다. 지도는 단번에 대서양이 맞닿은 해안까지 옮겨갔다.
“동북아에 나가 사태는 아실 거고. 이탈리아에 제가 온 이유도 들으셨죠?”
“플라잉 씨홀스요. 예, 들었습니다. 그게 가능할 줄은 몰랐지만요. 그래서 상당히 놀랐습니다.”
“이곳에 온 것도 그 연장선상으로 보시면 됩니다.”
“연장이라면, 나가 관련이겠군요.”
“저흰 이곳에 나가왕의 요람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알렉스도 헌터이기에 몬스터의 요람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알고 있었다.
‘보통 몬스터의 본거지를 둥지라고 하지만. 요람은 둥지와는 좀 다른 개념이지.’
단순히 새끼를 키우는 장소가 아닌 해당 몬스터의 위용에 걸맞은 자격을 갖추기 위해 훈련을 시키는 곳.
문명을 이룰 정도로 지능이 높고 부족을 이루고 있는 진화형 몬스터에게서 가끔 나타나는 특징 중 하나였다.
“나가왕이 탄생한 게 확실한 겁니까?”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근거는요?”
“대전쟁 이후 뿔뿔이 흩어졌던 나가 부족들이 하나로 뭉친 점, 수만 마리의 나가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점, 그러면서도 전략적으로 인간의 약점을 찔러오는 것 등등. 이를 아우르는 왕이 존재하지 않고선 절대 할 수 없는 방식의 공격입니다.”
알렉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가왕이 있다면…. 대전쟁 때 경험상 요람도 마련했겠군요.”
“후계자가 있어야 왕국을 안정시킬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이번 경우는 왕이 요람을 마련한 게 아니라 요람이 있어서 왕이 탄생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알렉스는 강무혁의 설명에 바로 생각나는 단어가 있었다.
“이레귤러?!”
강무혁은 알렉스가 침착을 되찾길 기다려 말을 이었다.
“나가는 진화형 몬스터지만, 그런 몬스터 치고 한 세대가 제법 긴 편에 속합니다. 당연히 진화도 더디게 일어나죠. 그런데 아무런 전조도 없이 단번에 나가가 통합됐습니다. 이건 굉장히 짧은 시간 동안 통합작업이 일어났다고 볼 수밖에 없죠. 진화가 순식간에 일어난 겁니다. 일반적으로 몬스터가 종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상식을 넘어서는 경우는 이레귤러가 발생했을 때를 제외하곤 설명이 되질 않습니다.”
예상을 뛰어넘는 정보였다.
알렉스는 속으로 앓는 소릴 냈다.
‘끄응! 정보를 공유하길 원하긴 했지만, 걱정만 더한 셈이 된 건가?’
또 다르게 생각해보면, 그 이레귤러가 단서일 수도 있었다.
공교로울 정도로 예언과 겹치는 시기였다. 아일라가 찾는 것과 강무혁이 찾는 것이 같은 것일 확률이 높았다.
“단장님 예상대로 아일라 님의 일에 나가가 연관됐다면 해안 쪽으로 수색 범위를 좁힐 수 있겠군요.”
“이제부터 중요한 건 이곳을 빠르게 돌파하는 겁니다. 몬스터가 발목을 잡는 바람에 행군이 더딘 게 문제이지만요.”
강무혁은 다시 지도의 축척 비율을 조절해 메두사의 머리 전역을 보이게 만들었다.
지형이 3분지 1밖에 표시되지 않은 지도.
나머지 3분의 2를 깜깜이로 헤쳐나가야 하는 입장에선 한숨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헌팅 횟수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수정하더라도 길을 찾는 시간이 제법 걸릴 거야. 몬스터 때문에 변수가 발생할 수도 있고.’
생각지도 못한 네임드 몬스터라도 있으면 곤란했다. 아니, 위험했다.
메두사의 머리와 같이 위험한 장소에서 네임드 몬스터와 전투는 단순한 레이드가 아니었다. 전투의 여파로 주변 몬스터까지 자극할 수 있었다.
대형 길드의 원정대조차 이런 복잡하고 위험한 지형에서의 전투에선 다른 공격대의 서포트를 받기 마련이었다.
네임드를 잡는 동안 예비대가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는 식이었다.
‘그런 지원이 없는 가운데 헌팅은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지.’
강무혁의 고민이 커져가는 그때, 이글스가 다가왔다.
“단장님.”
“예. 무슨 일이시죠?”
“지금 진로를 잡는 데 고민 중이신 것 같은데. 도움이 좀 될까 해서요.”
“좋은 방법이라도 있으십니까?”
“예. 있습니다.”
기대 없이 물은 질문에 의외의 답이 나오자 강무혁은 눈을 크게 떴다.
이글스가 뒤편에 대고 손을 까딱였다. 강무혁은 이글스의 어깨 너머로 시선을 돌렸다. 용병 하나가 검은색 박스를 들고 있었다.
박스는 겉면에 독특한 무늬가 그려져 있었다. 강무혁은 그 박스 자체가 정교하게 만들어진 아이템임을 눈치챘다.
마침 근처에 있던 토마스가 박스를 보곤 관심을 보였다.
“저거 마법 아이템이네요. 그것도 멀린 제품.”
“멀린?”
“저거 문양, 저게 마법진이거든요. 그 첫 번째 원을 그린 라인이 세 줄로 되어있죠? 얇고 두껍고 다시 얇게. 별것 아니게 보이지만, 상당히 고난도 시술이거든요. 저걸 쓰는 건 멀린의 탑뿐이에요.”
영국의 마법사 집단, ‘멀린의 탑’.
이곳에서 만들어진 아이템은 대형 길드에서만 구입이 가능할 정도로 비싼 가격을 자랑했다.
그런 초고가 아이템을 용병대가 가지고 있다니.
사실 강무혁은 이 아이템의 존재보다 그 안에 들어있을 물건에 관심이 갔다.
‘안에 뭐가 들어있길래 용병대가 멀린의 탑 메이드 제품을 가지고 있는 거지?’
이글스는 그 박스를 받아 강무혁에게 넘겼다.
“이 안에 이글스 용병대의 시작점이자 모든 게 들어있습니다.”
“그게 뭡니까?”
“아티팩트입니다.”
“!!”
강무혁은 깜짝 놀랐다.
‘유럽이나 북미에서 아티팩트라 불리는 것들은…….’
유니크 아이템을 가리켰다.
“이 안에 든 게 유니크 아이템이라는 겁니까?”
이글스는 확답 대신 다른 얘기를 꺼냈다.
“이글스 용병대의 주력 사업은 에스코트 서비스입니다. 몬스터가 넘치는 아프리카 오지에서 사람을 호위하는 일이죠. 아시다시피 아프리카는 위험천만한 곳입니다. 이곳에서 사람을 지키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지키다가는 목숨을 잃기 딱 좋은 곳이니까요. 그런데 우리 이글스 용병대가 지금껏 이 아프리카에서 누군가를 지키면서 살아있을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이 안에 물건 때문이겠군요.”
“맞습니다. 그래서 이것이 저희의 모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