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ime-Limited Leader Makes the Raid a Success RAW novel - Chapter (51)
제51화
51. 무게 좀 잡아주시면 됩니다.
북포천 길드 본사에서 남포천까진 그리 멀지 않은 거리였다. 다만 왕래하는 길에 몬스터가 돌아다니는 게 문제일 뿐.
하지만 몬스터는 대단할 것 없는 걱정거리였다.
강무혁이 혼자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든든한 A랭크 헌터를 보디가드로 쓰는데 어지간한 몬스터는 위협이 되지 못한다.
게다가 주기적으로 헌터를 동원해 이동로를 청소하니 몬스터들도 학습 능력이 생겨서 근처엔 얼씬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왜 단장을 호위해야 하지?”
“단출하게 움직이려면 A랭크 하나면 족한데, 지금 손이 비는 A랭크가 염수형 팀장뿐이라서요.”
“장득구 실장도 있던데.”
“미스터 조가 낯가림이 심하잖습니까. 장 실장님은 위험 요소로 받아들일 겁니다.”
강무혁이 언급한 ‘미스터 조’라는 인물을 듣자마자 무표정한 염수형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뭐야? 그 녀석 만나러 가는 거였나? 그걸 왜 이제야 말하나?”
“미리 말했으면 오지 않았을 거 아닙니까.”
“지금도 돌아갈 수 있네만.”
“유턴은 안 됩니다. 고농도 마나 지역에서 이 차 굴리는 데 얼마가 들어가는지 아십니까? 여유가 없어요. 주기적으로 엔진 보호 카트리지 교체하는 비용마저 아껴야 할 지경입니다.”
“끄응. 자넨 요즘 하는 일 보면, 단장이 아니라 총무 같아. 입만 열면 돈이로군.”
“어쩌겠습니까. 약소 길드의 사정이 그런걸.”
은행으로부터 수천억을 대출받았지만, 본사 정비와 사육장 시설 건설 등의 신규 사업 건으로 길드엔 여전히 돈 들어갈 구석이 넘쳤다.
돈에 쪼들리는 사정을 익히 알고 있는 염수형은 차마 핸들을 돌리지 못했다.
“망할! 그놈 얼굴 보면 적어도 1년은 재수가 없는데. 난 밖에서 기다릴 테니 단장 혼자 만나라고.”
남북 포천을 가르는 경계 초소를 지나 포천시청을 중심으로 하는 남포천 시내에 차량이 들어섰다.
약속 장소로 정한 카페에 도착하자 강무혁은 차에서 내렸다. 염수형은 여전히 운전석을 지키고 앉아 있었다.
“진짜 안 들어가십니까? 오랜만인데 얼굴이라도 보시죠.”
“어차피 맨얼굴 보기 어려운 녀석인데 봐서 뭐 하게? 별로 친한 사이도 아니고. 그냥 볼일 보고 와. 기다릴 테니.”
염수형이 극구 사양하자 강무혁도 굳이 더는 권하지 않았다.
미스터 조가 전 직장인 타이탄에서 함께 했던 동료이긴 했으나 인간관계가 원활한 사람은 아니었다. 퇴단하기 전까지 강무혁을 제외하고 대화를 나눠 본 사람이 손에 꼽을 정도.
음침한 성격도 한몫했지만, 본인이 사람들과 선을 긋는 것도 문제였다. 이런저런 사건으로 주변을 곤란하게 만들기도 했고. 특히 염수형이 이상하리만치 많이 엮였던 터라 학을 떼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나마 오지랖 넓은 표범희였으면 반갑게 맞이했겠으나 아쉽게도 그녀는 이번 사태 관련해 휴가 복귀자들을 인터뷰 중이라 함께하지 못했다.
강무혁은 카페로 들어가 커피를 주문한 후 구석진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평일 오전이라 테이크아웃 손님 외엔 텅 빈 실내에 적막감이 감돌 무렵 출입문에 매달린 풍경이 요란스레 울렸다.
“오랜만이네?”
머리 위에서 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무혁이 고개를 들자 각진 턱의 중년 사내가 서 있었다.
“미스터… 조?”
“그럼, 나지. 누구겠어?”
중후한 외모에 어울리지 않는 가벼운 말투.
음성은 가래 낀 듯했지만, 어투는 탄산마냥 톡톡 튀었다.
“얼굴도 다르고, 목소리도 매번 다른데 어떻게 압니까? 우리가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그냥 본모습으로 와도 괜찮을 텐데요.”
“이렇게? 원래대로 하면 되겠어?”
갑자기 중년 남자의 입에서 앳된 여자애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강무혁은 얼굴을 찌푸렸다. 아저씨 얼굴에 젊은 여성의 목소리. 여간해선 봐주기 힘들 정도로 언밸런스했다.
“그 ‘도플갱어’ 특성은 알고 봐도 대단하네요, 미스 조.”
“그렇게 부르지 말랬지. 미스터로 부르라니까. 내가 괜히 남자로 변신하고 다니겠어?”
“카페에 우리뿐인데, 굳이?”
“프리랜서 스파이는 무덤에 묻혀서도 몸을 사려야 해. 이름, 나이, 성별까지 정체를 모조리 숨겨야 안전한 법이라고.”
길드 스파이를 업으로 삼으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자기 안전과 보안에 대한 강박 관념을 가지고 있는 미스터 조였다.
그 조심성 덕분에 전 직장인 타이탄에서도 원래 얼굴을 아는 이는 한 손에 꼽을 정도였다. 심지어 공두리는 타이탄에서 사고 쳤을 때 직접 자신을 잡은 이가 미스터 조였음에도 탐정 아저씨라고 알 정도였다.
“됐으니까 목소리나 어떻게 좀 하시죠.”
“안부는 이만하면 됐고. 일 얘기나 하자. 타이탄 길드 소식이 궁금하다고?”
다시 걸걸한 목소리로 변한 미스터 조가 운을 뗀 후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희한하네. 전 전략팀장님이 나한테 타이탄 얘길 다 묻고. 당장 친분 있는 파티장 몇몇 사람에게 전화만 돌려도 술술 나올 텐데.”
“인사팀 쪽 관련입니다. 그쪽은 물어보기 곤란하죠.”
“하긴 헌터 인사는 윗선 소관이라 강 단장이 접촉한 사실이 바로 보고되겠네.“
“길드 외부 인물이 파고들면 괜한 오해를 줄 소지가 있습니다.”
“마태수 부길마와 한 계약도 있고 말이지?”
타이탄 길드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계약.
마태수와 강무혁만 아는 내용을 미스터 조는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보통은 자신의 뒤를 캤다며 불쾌해했겠지만, 강무혁은 별다른 감흥 없이 순순히 인정했다.
“역시 알고 있었군요. 그게 바로 이번 의뢰의 요점입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타이탄이 아이언윌을 건드릴 명분은 저뿐인데, 타이탄에서 절 적대할 사람은 마태수 부길마뿐이더군요. 문제는 제가 계약을 어긴 적이 없다는 겁니다. 물론 계약이 휴지 조각 되는 거야 다반사인 세계라지만. 그래도 갑자기 깨는 건 일반적이진 않죠. 알아보니 길드에 별다른 사건은 없는 것 같고. 뭔가 놓치고 있는 게 있지 않을까 해서 미스터 조를 찾은 겁니다.”
“그렇지. 최소한 겉으론 별일 없지.”
“겉으론? 그럼, 보이지 않는 움직임은 있었습니까?”
“별건 아니고 예상했던 정도? 길마를 지지했던 주주와 중립 주주 하나가 부길마 쪽에 붙었어. 아직 대외적으론 알려지지 않았지만, 조만간 마태수가 길마가 될지도 몰라.”
강무혁은 눈을 질끈 감았다.
게이트에서라면 몰라도 적어도 길드 내 정치에선 이철중 길드장이 마태수를 감당하긴 어려웠다.
한때 동생 마태식의 실수로 부길마를 밀어붙이기도 했으나 이마저도 약발이 다한 듯했다.
‘이젠 타이탄을 나왔으니 미련은 없지만, 내게 우호적인 이철중 길드장이 마태수보단 나았는데. 그럼, 이번 일은 마태수의 원한 같은 건가?’
이내 강무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직 길드장 자리에 완전히 오른 것도 아니었고, 설령 그 자릴 차지했더라도 그렇게 감정적으로 움직일 사람이 아니었다.
티어 길드를 노리는 타이탄이 라이더 늑대 공급이 가능한 아이언윌을 적대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웠다.
“마태수 부길마는 야심만만할지언정 경우가 없는 사람은 아니죠. 혹 그 주주와 관련해서 아이언윌과 엮인 사안이 있습니까?”
“빙고. 역시 예리하네? 안 그래도 재밌는 사실을 하나 찾았거든. 운이 좋았지. ‘유니온자산운용’이라고 들어 봤어?”
“당연히 알고 있죠. 타이탄 주주 중 하나인데. 그쪽이 이번에 부길마 편에 선 겁니까? 흠, 확실히 이철중 길드장이 이기기 쉽지 않겠네요.”
쉽지 않은 게 아니라 승기가 이미 기울었다고 봐야 했다.
타이탄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강무혁으로서는 의아했다.
지금까지 중립을 지키고 있던 막강한 지분의 주주가 왜 갑자기 마태수 편을 든 것일까?
미스터 조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
“지난번에 내게 부탁한 건수 있지? 공두리 시켜서 해킹한 곳. 한성기업이라고. 그쪽 뒤 좀 파 달라고 했잖아?”
“여기서 갑자기 한성기업이 왜…….”
“유니온의 자금 출처가 일본계 금융 회사거든. 거길 드나드는 사람이 한성기업에도 들리더란 말이지.”
강무혁은 뒷골이 얼얼했다. 안 좋은 예감이 불쑥 치솟았다.
“설마 슬레이어 길드가 사주한 겁니까?”
“보통은 그렇게 연결되겠지. 하지만 슬레이어랑은 MOU까지 맺었다면서? 라이더 늑대를 공급받을 우선권을 쥐었는데 굳이 건드리겠어? 거기 전략팀장은 바보가 아니야.”
“바로 그겁니다. 전혀 그럴 이유가 없죠.”
“나도 강 단장이 의뢰한 한성기업 건으로 거기 직원으로 변해서 기웃거리다가 알게 된 사실인데. 일본 바이어가 드나들 때부터 촉이 오더라고. 정체가 헌터였거든. 중소기업에 헌터가 셀러리맨으로 위장해서 오는 거? 완전 수상하잖아. 그래서 미행하다 보니 유니온이 나오더라고. 처음엔 몰랐는데, 강 단장이 타이탄 얘길 꺼내서 알아보다 보니 이상하게 연결되더라. 아주 흥미진진했어.”
강무혁은 지금까지 나온 정보로 퍼즐을 맞춰 봤다. 도중에 비는 조각이 많았지만, 얼추 그림은 알아볼 수 있었다.
‘타이탄의 대주주 중 하나인 유니온이 마태수를 지지했고. 마태수는 갑자기 아이언윌을 흔들기 시작했어. 유니온은 한성기업과 모종의 관계가 의심되고. 한성기업은 슬레이어 길드의 위성 길드이지. 하지만 슬레이어는 불과 며칠 전에 우리와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단 말이야. 물론 한성기업이 노출되지 않았다는 걸 전제로 아이언윌을 약화하려는 수작일 수도 있어. 아이언윌이 자력갱생하지 못할 경우 슬레이어가 구원자로 끼어들어 접수할 수도 있으니까. 라이더 늑대를 통째로 먹으려는 속셈일까?’
완벽하진 않지만, 얼추 윤곽은 그려졌다.
하지만 강무혁은 여전히 슬레이어 길드가 협잡을 부렸다는 결말보다 뭔가 다른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가능성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건.
“미스터 조, 추가 의뢰를 하죠. 한성기업과 유니온의 관계를 더 파 주길 바랍니다. 특히 한성기업 김명준 전무를 중심으로 진행해 주세요.”
“좋아. 대금은 예전 그 해외 계좌로 부탁해.”
미스터 조는 바로 일어나 카페를 떠났다.
강무혁이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염수형이 들어왔다.
“방금 나간 녀석. 날 보고 손을 흔들던데. 혹시 그 녀석인가?”
“예.”
“취향 한번 여전하네. 저런 동네 아저씨로 변하다니. 하여간 독특하다 못해 고약하다니까.”
“저 유니크 특성 덕에 특급 조사원으로 인정받는 것 아닙니까. 그녀를 이렇게 자주 부를 수 있는 것도 타이탄 때 인연 덕분이니 취향 정도는 존중해 줘야죠.”
염수형은 고개를 휘저어 미스터 조의 모습을 떨쳐 내며 말했다.
“그래서. 타이탄 쪽은 뭔가 좀 알아낸 게 있고?”
“아무래도 마태수 부길마가 개입된 것 같습니다.”
“마태수? 그럴 리가…….”
염수형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의 반응을 이상하게 여긴 강무혁이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아니, 뭐 별건 아니고. 그냥 이상해서.”
“어떤 부분이 말입니까?”
“그 양반 스타일 알잖아. 정떨어질 정도로 집요하고 철두철미한 거. 뭐든, 일을 꾸미면 끝장을 보는 성격이지. 그런데 이번 일은 뭔가 어설퍼. 나 같으면 휴가자들 싹쓸이했을 거야. 고작 열네 명 꼬셔서 뭘 하자고?”
“싹쓸이…….”
“솔직히 현재 아이언윌 길드원들은 소속 길드에 대한 자부심이 없잖아? 근데 티어 길드 승급이 가장 유력한 타이탄이라면 나라도 홀딱 넘어가겠지. 물론 나야 거기서 나왔지만서도.”
별안간 강무혁의 뇌리로 위험 신호가 번뜩였다.
“어서 본사로 돌아가야겠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놓쳤던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놓친 부분이라니?”
“복귀자들. 어쩌면 그들 모두 이미 넘어간 것일 수도 있습니다.”
* * *
급하게 본사로 돌아온 강무혁을 보곤 주세아는 머리에 물음표를 그렸다.
“무슨 일 있었어요? 표정이 왜 이래?”
강무혁은 빠르게 요점만을 정리해 상황 설명을 했다.
“모두 타이탄에 넘어갔을지도 모른다고요? 그러면 왜 복귀를…….”
“이제부터 확인해 봐야겠지만. 아마 나머지 길드원들도 회유하려는 걸지도 모릅니다.”
“이런 상도덕도 없는 새끼들이! 어머? 내가 너무 상스럽게 굴었네요.”
찰나 사나운 표정으로 살기를 뿌린 주세아가 정색하며 기세를 정돈했다.
강무혁은 주세아와 함께 단장실로 올라가 몰래 표범희를 불렀다.
“복귀자들 면담은 끝냈습니까?”
“누구 명령이라고. 이미 끝냈지. 그런데 별 내용 없던데?”
“면담 기록지 작성했죠?”
“결재 폴더에 올려 뒀어.”
강무혁은 태블릿을 켜서 문서 안에 적힌 13명의 휴가 복귀자를 확인했다. 자신이 알고 있는 단원들의 신상 명세와 비교해 가며 훑어보던 중 한 명을 지목해 물었다.
“이 사람은 어떻습니까?”
“누구? 이정민? 글쎄. 어떤 부분을 말하는 건지 몰라서.”
“헌터 개인 평가에서 전열에 서기엔 과감성이 부족하고, 중위를 맡기엔 소심하다고 되어 있더군요. 동료 평가에서도 비슷한 평이었고요. 혹시 면담 중에 뭔가 불안한 기색은 없었습니까.”
“아? 그렇게 말하니까 좀 그러네. 눈을 잘 못 마주치긴 하더라고. 편하게 있으래도 자세도 어정쩡하고 다리도 심하게 떨고.”
“심문하면 순순히 입을 열까요?”
“그거야 나도 모르지. 오늘 처음 대화해 봤는데.”
“직접 대화해 봤으니까 어느 정도 감이 올 거 아닙니까.”
“뭘 캐내려는 건진 모르겠지만, 심문도 필요 없을걸? 그냥 길마님이 눈만 부라려도 술술 불 거야.”
“그거 좋은 의견이네요. 들으셨죠, 길드장님?”
강무혁이 주세아를 쳐다봤다. 갑작스러운 언급에 주세아가 되물었다.
“내가 뭘요?”
“그냥 이정민 헌터 앞에서 무게 좀 잡아 주시면 됩니다.”
* * *
이정민은 단장의 호출에 바짝 긴장해 올라갔다.
사무실엔 강무혁만이 아니라 주세아와 표범희, 거기다 여태껏 뭘 하는 사람인지 그 정체가 심히 의심되는 염수형까지 서 있었다.
따로 놓고 봤을 땐 몰랐는데 한데 놓고 보니 이들 조합은 상당히 부담스러웠다.
특히 눈을 부라리고 있는 주세아는 아예 쳐다보지도 못할 정도였다.
“부, 부르셨습니까? 무슨 일인지…….”
“다 알고 불렀으니까. 부는 게 좋을 거야.”
주세아가 으름장을 놓자 이정민의 안색은 삽시간에 새하얗게 질려 버렸다.
입술은 접착제를 바른 듯 떨어지지 않았지만, 이마에서부터 분수처럼 식은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뿜어내는 길드 마스터의 기세는 여태껏 말로만 들었던 차기 S랭크의 위력을 간접적으로나마 보여 줬다.
결코, C랭크 헌터 따위가 견딜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게다가 이정민은 헌터라고 하기엔 강단이 없는 성격이라 더욱 그러했다.
다리마저 후들거리는 이정민의 상태를 확인한 강무혁이 어르듯 말했다.
“길드장님이 좀 화가 많이 나셨습니다. 그렇다고 해코지하자는 게 아닙니다. 그저 이정민 헌터에게 몇 가지 물어볼 게 있어서입니다. 대답만 잘해 주시면 별 탈 없을 겁니다.”
강무혁은 살살 달랬지만, 이정민의 귀에는 ‘거짓말하면 재미없을 줄 알라’는 협박으로 들렸다.
끝내 그는 체념하며 고개를 푹 숙였다.
“무, 물어보십시오.”
“휴가 복귀자들. 모두 타이탄의 이적 제안에 넘어간 겁니까?”
“……예.”
“복귀한 목적은 길드 내 남아 있는 단원들을 회유하라는 거고요?”
“예…. 그렇습니다.”
강무혁은 미리 프린트해 둔 복귀자 리스트를 책상 위에 올려 부채꼴로 늘어트렸다.
“내부자를 통한 대규모 이적과 같은 대담한 일은 길드원들이 믿을 만한 책임자가 필요한 법이죠. 이 중에서 그 역할을 맡은 사람이 있습니까?”
“…….”
“당연히 없겠죠. 랭크도 낮고 성격상 그런 큰일을 꾸밀 만한 간 큰 인물이 없을 테니. 자, 그럼. 마지막 질문을 하죠.”
책상을 가볍게 치는 동작에 이정민의 시선이 강무혁에게 집중됐다.
“타이탄에서 길드 누구한테 이런 역할을 맡기길 원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