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ime-Limited Leader Makes the Raid a Success RAW novel - Chapter (517)
제517화
#517. 오랜만에 코디 한번 해볼까요?
노송린은 강무혁의 질문이 뜻하는 바를 곧바로 알아들었다. 그는 박철이의 치료를 주선해준 일로 감사하려던 것도 잊고 표정을 달리했다.
“잘 죽인다는 거. 몬스터, 맞죠? 예. 확실히 이상한 놈입니다. 가진 실력에 비해서 지나치게 나가를 잘 죽였죠. 랭크도 낮은 녀석이 말입니다.”
“현장에서 직접 본 감상은 어떻던가요?”
강무혁은 거침없이, 그리고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그의 맞은편에 앉아 있는 관홍 역시 팔짱을 끼고 흥미롭게 귀를 기울였다.
노송린은 지금 이 상황이 평범한 신입 헌터의 평가 자리가 아니라는 걸 눈치챘다.
‘대체 한가람이 무슨 짓을 저질렀길래 이러는 거지?’
노송린은 의아함을 느끼면서 한가람이 참가했던 부산에서의 전투상황을 곱씹어봤다. 그가 한가람과 함께했던 유일한 전투기 때문이었다.
벌써 5개월이 지난 사건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워낙 평범하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금세 당시 일을 떠올릴 수 있었다.
“꽤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서대치 녀석이 한가람이 싸우는 모습을 보고 말하길, 나가의 급소를 정확히 노려서 찔렀다더군요. 그 얘길 듣고 처음엔 한가람이 평생 쓸 행운을 그날 다 쓴 줄 알았죠. 그런데 벡스코에서 포위섬멸전을 펼칠 때 싸우는 걸 보곤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어떻게요?”
“한가람은 마치 본능적으로 나가의 약점을 알고 있다는 듯 공격했습니다. 단장님도 아시다시피 E랭크의 공격력으로는 나가의 피부를 뚫지 못하지만, 아주 작은 틈새의 급소엔 충분히 데미지를 줄 수 있거든요. 문제는 그게 초심자가 노릴 만한 부위가 아니란 겁니다. 가만히 서 있는 놈을 찌르기도 힘들 정돈데, 한가람은 그걸 격하게 움직이는 상대를 향해 해냈죠.”
“일반적이진 않다? 그게 노송린 헌터의 의견이란 거군요.”
“맞습니다. 그 표현이 정확하겠네요.”
강무혁은 노송린의 긴 설명을 한마디로 요약했다. 이 요점은 동시에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기도 했다.
‘일반적이지 않다는 건, 반대로 말하면 특별하다는 뜻으로 봐도 무방하다.’
주세아가 처음 등장했을 때 업계의 평판이 그러했고, 강무혁이 지금은 메꿔진 산정호수에서 고을지를 처음 봤을 때도 그랬다. 토마스와의 첫 만남 때나 미스터 조와 현정건의 정체를 눈치챘을 때도 마찬가지였고.
특별한 헌터는 특별한 게 있는 법이었다. 이것은 헌터 업계에 오랫동안 몸담으면 느낄 수 있는 직감이었다.
물론 아무나 가지는 혜안은 아니었다. 안목이란 부분에서 강무혁의 오성은 최상위 헌터 못지않았다.
분위기가 묘하게 흐르자 노송린은 호기심 때문에라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뭔가 일이 있었습니까?”
“현재 한가람 헌터 랭크가 어떤지 아십니까?”
“글쎄요. 올해 커리큘럽 졸업하고 입단했으니까. 부산에서 한 E랭크쯤 됐을라나? 지금쯤이면 아무리 빨라도 D-? 역대급 재능이라도 D정도?”
“C랭크입니다.”
“예? C?!”
노송린은 제 귀를 의심했다. 괜히 막히지 않은 귀를 손가락으로 후비면서 재차 물었다.
“C라고요?! ABC 할 때 그 C? 씨부럴 할 때 그 C? 씨ㅂ… 할 때 그 C?”
얼마나 놀랐는지 단장의 오른팔이자 길드의 심장(본인 피셜이다)인 노송린이 아닌 우중도 시절 노송린으로 잠시 돌아간 입담이 튀어나왔다.
강무혁은 노송린의 거친 말투를 이해해줬다. 자신도 욕설에 익숙했다면, 여지없이 욕을 뱉었을지도 모를 정도로 놀라운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관홍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상대하는 몬스터가 신체적 능력이나 특수 스킬을 가지지 않았다는 전제하에 한가람 헌터의 헌팅 능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이레귤러라고 생각되는군요. 물론 확신하진 못합니다. 단지 경험상 직감일 뿐이죠. 관홍 실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도 대체로 단장님과 같은 의견입니다만, 이레귤러의 가능성은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 같습니다.”
“왜죠?”
강무혁은 관홍이 어째서 그런 말을 했는지 예상하면서도 물었다. 관홍 역시 질문의 의도를 짐작했기에 슬며시 웃으며 답했다.
“좀 웃기는 말인데… 이레귤러라기엔 하찮습니다.”
강무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레귤러는 적용 대사에 따라 크게 세 가지 상황으로 나뉜다.’
헌터와 몬스터 그리고 게이트.
큰 의미에서는 변칙적인 상황에 모두 갖다 붙이는 표현이지만, 좀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헌터의 이레귤러와 나머지 두 가지 이레귤러는 느낌이 전혀 달랐다.
그도 그럴 것이 헌터의 이레귤러는 특성 중에서도 특히 특별한 특성을 가진 헌터를 일컫지만, 몬스터는 진화라는 면에서, 게이트는 폭주라는 부분에서 세상에 최악의 결과를 선사하기 때문이었다.
관홍이 덧붙여 의견을 제시했다.
“차라리 재능이 압도적이다, 라고 평가하는 게 현실적인 사례가 될 것 같습니다.”
“확실히 이레귤러라기엔 뭔가 부족해 보이죠. 부족해 보이는 게 당연한데…. 그래도 상식 밖의 성장이라는 점은 무시할 수 없는 증거 중 하나가 아닐까요?”
강무혁과 관홍은 교관단에게서 한가람에 대한 평가를 듣고 온 뒤, 추가로 서대치를 찾아 같은 것을 물었었다.
서대치 역시 한가람의 성장 속도에 놀라며 부산에서의 일을 자세히 설명했다. 대부분 노송린과 같은 의견이었다. 그러면서 사족을 달았는데, 그게 또 강무혁의 신경을 묘하게 거슬리게 했다.
‘서대치 헌터는 한가람 헌터가 몬스터를 상대하는 게 애들 장난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지. 살기도 없고, 투지도 느껴지지 않았다고. 그냥 그렇게 죽이는가 싶게 자연스러웠다고.’
강무혁은 아주 오래전 이런 비슷한 류의 표현을 들은 적이 있었다. 정확히는 책자에서 읽은 기억이었다.
‘마셜 아츠 마스터, 장 가뱅.’
장 가뱅은 프랑스인으로 대전쟁기에 활약한 헌터였다.
그는 특이하게 무기를 사용하지 않았다. 기껏해야 손에 끼는 너클 정도가 전부였다. 방어구도 얇은 도복이 전부. 아머 코트도 없던 시기였기에 사실상 맨몸으로 몬스터와 싸웠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몬스터에겐 끔찍한 재앙이라 불렸다.
일단 몸 자체가 무기였다. 지금으로 치면 주세아와 비슷한 부류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단단했다.
그 무쇠와 같은 육체로 몬스터들의 머리를 깨부쉈다는 무용담은 주세아조차 깊은 감명을 받았을 정도였다.
주세아가 오우거의 머리를 깨트린 위업도 장 가뱅을 존경해서 해본 퍼포먼스라며 한때 뉴스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맨손 무술만으로 S랭크에 오른 헌터. 비록 대전쟁기 끄트머리에 목숨을 잃긴 했으나 그가 보여준 수많은 기예는 지금까지도 헌터 전투 교본에 실려 있지. 국적 따지지 않고 직접 많은 제자를 기르기도 했고. 현대 헌터사에 많은 영향을 끼친 헌터를 손꼽으라면 한 손안에 들 사람이야.’
강무혁의 말마따나 장 가뱅은 자신의 무술을 남기는데 아낌이 없었다. 그의 행적은 항상 오픈되어 있었고, 그 모든 행동은 몬스터를 효율적으로 죽이는 것에 집중되어 있었다.
강무혁은 그가 말년에 남긴 말에 집중했다.
‘코펜하겐 공방전 때였던가?’
대전쟁 중기, 노르웨이와 스웨덴의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서 미처 처리하지 못한 몬스터가 대규모로 남하하자 EU 정부는 스웨덴에서 덴마크로 이어지는 외레순 다리를 끊어 저지하고자 했다.
안타깝게도 작전은 실패로 돌아갔다. 다리를 폭파할 수가 없었다.
그땐 하늘과 바다 모두 인간의 영역이 아니었다. 비행 몬스터와 해양 몬스터가 들끓었다.
전투기를 띄우거나 잠수함을 접근시킬 수도 없었다. 최후의 수단으로 멀리서 탄도 미사일을 쏘았지만, 마나 방해로 유도가 불가능해 빗나가고야 말았다.
하는 수 없이 지상으로 접근해 무너트리려 했으나 외레순 다리의 한쪽 끝인 코펜하겐이 이미 몬스터 지옥이었기에 제때 폭파 위치에 도달할 수 없었다.
EU는 끝내 코펜하겐이 포함된 셀란 섬 전체를 포기하려 했다. 대규모 몬스터 부대가 덴마크를 유린하고 독일로 내려오기 전에 푄 섬으로 연결된 최장 18㎞에 달하는 스토레벨트 대교를 끊어 유럽을 지키자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당시 장 가뱅은 코펜하겐을 포함해 셀란 섬에 약 400만 명의 피난민이 아직 대피하지 못했다며 EU 의회에서 연설했다.
그의 연설은 길지 않았다. 단 10초도 되지 않는 짤막한 스피치였다.
-여길 포기하면, 다른 곳도 포기해야 한다. 난 싸우러 가겠다. 싸울 사람은 따라와라.
그리곤 바로 의회를 박차고 나가 코펜하겐으로 향했다.
이후 이곳에서 몬스터를 막아낸 유럽 헌터군은 장 가뱅을 중심으로 빠르게 통합되어 대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었다.
장 가뱅은 S랭크조차 목숨을 걸어야 해던 코펜하겐 공방전을 계기로 깨달음을 얻었다.
이때 남긴 그의 가르침은 아직도 많은 헌터들에게 화두로 남게 되었다.
‘무아지경이라는 것은 갓난애의 투정과 같다. 그건 의도하고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그냥 그렇게 될 뿐. 하여 아무것도 느낄 수 없다.’
강무혁은 자신이 어째서 장 가뱅의 그 말을 떠올렸는지 마땅한 이유를 들 순 없었으나 어쩐지 그 말이 서대치가 말한 한가람의 평가와 맞닿는 건 아닌지 의심이 갔다.
그래서 더욱 자세히 알아보기로 했다.
“역시 말과 글로는 전부 표현되지 않는 영역이군요. 몇 가지 시험해보죠.”
“직접 헌팅을 보실 겁니까? 어디까지 준비해둘까요?”
관홍은 강무혁의 속내를 읽고 의향을 물었다.
강무혁이 대답했다.
“단순 시험으로는 아쉬우니까. 아예 헌팅 스타일을 보고 수정하는 방안까지 고려하도록 하죠.”
“직접 만지시겠다는 거군요. 특별 관리 대상으로 올려두겠습니다.”
관홍은 태블릿을 들어 자신의 보안 레벨로 시스템에 접근해 능숙하게 데이터를 수정했다.
“일정은 어떻게 잡아둘까요?”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실장님은 내일 시간 어떻습니까?”
“없어도 만들겠습니다.”
“한가람 헌터도 호출하십시오.”
“예.”
“그리고…….”
강무혁은 메모장에 뭔가를 적어 관홍에게 건넸다.
“여기 몇 명 더 스케줄 조정해서 준비하도록 전해주십시오.”
“이 헌터들은…….”
“좀 아는 친구들이라서요. 명색이 특별 관리 대상인데, 말이 새어나가면 곤란하잖습니까. 당부만 해두면 보안 유지하기 편한 리스트입니다.”
“파티 전술도 보려는 거군요. 알겠습니다. 헌팅 무장 챙겨서 집합하도록 통보하겠습니다.”
관홍은 쪽지에 적힌 헌터 면면을 살펴보곤 강무혁의 의도를 파악해냈다.
빠르게 게획을 수립한 강무혁은 정녕 설렌다는 듯 입가에서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자, 한가람 헌터에게 뭘 입힐지. 오랜만에 코디 한번 해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