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ime-Limited Leader Makes the Raid a Success RAW novel - Chapter (522)
제522화
#522. 승부를 봐야 한다는 거군.
강무혁의 예상대로 나가는 규슈를 노렸다. 한국의 남해안은 일본의 해안선에 비해 폭이 좁아 방어망이 촘촘했기 때문이었다.
나가가 규슈로 진로를 잡자 일본에선 충분히 방비가 되어 있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나가 대군이 규슈와 혼슈, 일본의 두 본토 섬 사이를 가르는 간몬 해협으로 밀고 들어오자 긴장하기 시작했다.
해안선을 직접 타격했던 이전의 움직임과는 달리 깊숙이 파고는 움직임. 그 좁은 물길을 타고 들어올 줄은 미처 몰랐다는 반응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대비가 되어있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간몬 해협 방어를 맡은 시모노세키 시의 터줏대감, 호타루 길드가 방어전에 나섰다. 호타루 길드는 미리 짜여 있던 메뉴얼에 따라 같은 도시의 길드들을 연합해 지휘했다.
시모노세키 연합 길드 통합작전본부, 호타루 길드 상황실.
오퍼레이터들의 급박한 보고가 이어졌다.
-나가 대군. 간몬 해협으로.
-시모노세키 항만 통과.
-이어 칸몬교(관문교)로 급속 이동 중.
“칸몬교와 주변 교통 터널을 사수하도록. 이곳이 뚫리면 세토 내해가 날아간다! 규슈로 이어지는 교통도 마비가 돼!”
통합작전본부장을 맡은 호타루 길드의 마스터, 마루야마 류헤이는 오랜만에 손에 땀을 쥐는 기분을 느꼈다.
나가 자체는 무서울 게 없는 몬스터였으나 수백, 수천의 군집을 이루고 바다를 통해 움직이는 나가는 또 다른 문제였다.
그는 게이트에서도 숱한 전투를 치른 역전의 용사였다. 당연히 수중전도 겪어봤다. 하지만 이처럼 많은 수의 수중 몬스터와 싸우는 경험은 없었다.
‘그래서 더욱 무섭다. 수중에선 본래 자기 랭크보다 세 단계는 낮게 잡고 들어가야 하니까.’
그마저도 최소치.
수중에서 헌터의 전력을 최대치로 발휘하게 하려면, 플라잉 씨홀스나 수중 특화 아이템이 필요했다.
‘수중전이 힘들어서 해안선 방어에 몰두해온 건데. 우리 일본처럼 해안선이 긴 땅은 지키기가 어려워. 그걸 최소화하기 위해 새토 내해 방어선을 내해 입구 방어로 전환했었지. 그런데 나가 놈들이 그걸 눈치챌 줄이야.’
세토 내해는 일본 열도의 내해로 4대 본토 중 세 군데인 혼슈, 규슈, 시코쿠에 둘러싸인 좁은 바닷길이었다.
내해 안쪽엔 많은 인구가 분포하고 있었다. 내해에 인접한 도시 중 가장 유명한 도시인 오사카와 히로시마만 해도 1,200만 명에 달했다.
즉, 간몬 해협의 좁은 입구가 나가에게 뚫린다는 것은 이 많은 인명이 나가의 식사 메뉴에 올라간다는 뜻이었다.
‘역시 내해 입구만 막자는 계획이 너무 안일했던 것일까?’
일본은 방어할 해안선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코쿠를 중심으로 동쪽엔 오사카 만의 입구인 와카야마를, 서쪽으로는 벳푸 만에 접한 오이타를 중심으로 내해를 보호했다.
양쪽 통로에 플라잉 씨홀스를 주둔시켜 훈련을 겸한 방어 태세를 갖춤으로써 나가의 내해 접근을 막았다.
지금까지는 순조롭게 방어선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이번 공격으로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다.
나가 대군을 막을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일본 방어 계획에 큰 영향을 끼칠 터였다.
-칸몬교 수비대 대응에 들어갔습니다!
-중과부적! 수가 너무 많습니다!
류헤이는 눈살을 찌푸리며 오퍼레이터들을 다그쳤다.
“호들갑 떨지 마! 이 정도는 예상했잖아? 마법사들은?”
-화망 구성한 채 대기 중입니다.
“안쪽으로 최대한 끌어들여서 공격하라고 해.”
오퍼레이터가 명령을 전달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상황 보고가 이어졌다.
-화염 마법 시전 중. 나가 대군 1선 전멸. 2선은… 해저 아래로 잠수했답니다.
-칸몬교 다리 기둥이 공격당하고 있습니다!
-다리 위 대응군 헌터 퇴각 중!
-칸몬교가, 칸몬교가… 무, 무너졌습니다!
-2차 저지선에서 장거리 교전 들어갔습니다.
-나가 대군 그대로 돌파합니다!
-3차 저지선 그물망에 잡아넣고 요격 중!
류헤이는 입술을 잘근 씹었다. 낭패한 표정이었으나 상황실 맨 뒤에 서 있었기에 상황실 관계자 일부를 제외하곤 감정을 드러내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입 밖으로 나오는 욕지기까진 막을 수 없었다.
“제기랄 생선 대가리들! 앞으로 내가 회나 초밥을 먹나 봐라!”
“오히려 더 잘근잘근 씹어 먹어야 복수하는 게 아닙니까?”
부길마인 이쿠타 테루가 우스갯소리로 류헤이의 진노를 달랬다.
“부길마는 지금 농담할 여유가 있나 보군.”
“처음부터 어떠한 지원도 없이 이곳을 완전히 틀어막으라는 건 무리한 요구였습니다. 아시지 않습니까?”
“알더라도 막아야 한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지.”
“책임을 다툴 여지가 있다는 겁니다.”
“사람 죽고 책임 따지면 뭐하나? 그걸 따지기 전에 다른 지역에서 마법 전력이나 원거리 전력을 보충해줬으면 되잖아? 서로 책임을 안 지려니 나서서 조율해주는 놈도 없고. 그러니 마법사 없다면서 다들 안 보내주려고 발뺌이나 하고. 뒷감당을 우리보고 다 지라는 건가? 개자식들!”
류헤이가 윗니가 강한지 아랫니가 강한지 빠득 갈며 확인하는 동안에 테루는 일말의 희망을 품고 말했다.
“오이타 쪽 플라잉 씨홀스는 어떻습니까? 그쪽에서 빼내서 입구를 막는다면…….”
“요청이야 이미 해봤지. 그런데 그것도 물 건너갔어. 오사카 쪽에 나가가 나타났다더군. 그쪽이 움직이면 바로 들이칠 듯한데, 오이타도 나가가 어딘가에 숨어서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며 자릴 비울 수 없다고 한다.”
“나가 자식들 정말 약았네요.”
“나가도 나가지만, 진짜 약은 건 일광 길드야.”
“일광이 왜요?”
“자기들이 플라잉 씨홀스를 들여왔다고 생색내는 거지. 나가 수천 마리 앞에 고작 150마리 남짓한 부대를 들이밀 수 없다는 거야.”
“일리가 있는데요?”
“말은 돼지. 하지만 나가의 노림수 따위야 핑계에 불과해. 일정 이상의 전력을 꾸린 후에야 토벌에 나서겠다는 건데, 그 숫자를 언제 다 도입해 머릿수를 맞추냐고. 이대로 방어전에만 골몰하다간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을 거야. 물론 그 전에 오늘 공격에서 몇 명이나 실종 될지부터 걱정해야겠지만.”
축차 투입, 축차 소모. 플라잉 씨홀스의 소유권과 지휘권을 모두 가지고 있는 일광 길드의 주장은 일견 옳은 판단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문제는 지금과 같이 방어선이 뚫렸을 땐 전혀 고려하지 않는 계획이라는 점이었다.
-그물망 한쪽이 찢어졌습니다! 3차 저지선도 대응 불가!
오퍼레이터가 비명을 지르듯 보고했다.
테루는 헛바람을 들이켰다.
“게이트 광물로 제련해 만든 그물인데. 그걸 끊다니…….”
테루가 놀라는 건 당연했다. 나가를 막은 그물은 단순한 금속 그물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마법사의 성지로 불리는 영국의 ‘멀린의 탑’에 의뢰해 특별한 마법처리를 한 그물.
넓은 범위에 부하가 걸리면 걸릴수록 힘을 더욱 분산시키는 효과가 있었으나 그와 반대로 한 군데 힘이 집중되면 쉽게 뚫리는 단점이 있었다.
“이로써 확실해졌군.”
류헤이는 드론으로 그물망을 뚫고 지나가는 나가 군대를 보면서 침음성을 뱉었다.
“이놈들, 단순히 지능이 있는 정도가 아니야.”
“확실한 의도를 가지고 그물을 공략한 겁니다. 그것도 현장에서 대응해서 말이죠. 아무래도 중간 지휘관급의 나가가 등장한 것 같군요.”
테루가 류헤이의 짐작을 뒷받침했다. 둘은 확신했다. 그 확신을 류헤이가 입 밖으로 내뱉었다.
“그래. 예전 나가 왕국이 다시 나타난 거야.”
* * *
강무혁은 일본에서 날아온 소식에 한동안 잊고 살던 두통이 생기는 느낌이었다.
‘2만 7천 명?’
이번 사태로 일본에서 발생한 실종자의 수였다.
실종자는 곧 사상자였고, 그만큼이 나가의 식량이 되었다고 볼 수 있었다.
강무혁은 수많은 희생에 잠시 눈을 감고 애도를 표한 후 매섭게 보고서를 노려봤다.
‘추모는 모든 사태가 끝난 뒤에 하면 된다. 지금은 희생자보다 나가의 전력 추계가 먼저야. 이건 예전 나가 왕국 자료를 기준으로 잡아야 할 것 같군.’
강무혁은 글로리아 길드가 제공한 과거 대전쟁기 나가 왕국에 관련한 자료 파일을 클릭했다.
자료엔 나가의 생태와 사회, 계급에서부터 각 계급별 전투력과 전술 등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었다.
그는 이 방대한 내용 중 나가의 산란기에 대한 부분을 펼쳤다. 거기엔 인간을 식량으로 삼을 경우 나가가 얼마만큼 수를 불릴 수 있는지에 관한 연구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산란기의 나가 암컷은 식욕이 폭발한다. 산란을 위해 암컷 하나가 성인 열 명분의 영양분을 섭취하고 한 번에 최대 100개의 알을 낳지. 그 중 부화율은 70%가량. 그렇다면?’
이번 2만 7천 명은 암컷 2천 7백 마리 분의 식량으로, 그리고 27만 개의 알을 낳아, 18만 9천 마리의 나가를 부화시킨다고 볼 수 있었다.
물론, 이건 단순 계산에 의한 추정치였다. 나머지 나가들의 식량도 계산해야 했다.
성체 수컷은 산란기 암컷만큼 많은 식량을 축내진 않았다. 그걸 고려하면 이번 실종자 숫자는 얼추 나가 왕국 전사들의 식량도 포함된다고 예상할 수 있었다.
현재 나가 왕국의 나가 개체 수는 정확히 밝혀진 게 없었으나 대략 3만에서 5만 사이로 보는 게 중론이었다. 지난 수 개월간 수많은 나가가 죽었으면서도 이만큼이나 남은 것이다.
그 사이 산란기 외 산란을 했을 수도 있으니 아무리 보수적으로 잡아도 1만 마리는 늘지 않았을까 싶었다.
강무혁이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나가의 활동량 때문이었다.
대규모로 공격하던 초창기 때와 달리 현재는 소규모로 유격전을 펼치듯 여기저기서 해안 방어선의 빈틈을 파고들었다. 예전보다 현저하게 활동성과 범위가 줄어든 모양새였다.
이는 최소한의 식량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이라 볼 수 있었다.
‘처음에 던지듯 공격해온 건 아마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숫자를 줄이려는 것이었겠지. 지중해에서 동북아까지. 오랜 이동으로 인해 식량을 확보하기 힘들었을 테니까.’
나가는 의외로 자기 구역에 명확한 몬스터였다. 안정적인 보금자리가 있어야 산란을 했다. 괜히 왕국이니 성소니 하는 장소를 마련하는 게 아니었다. 심지어 식량 창고를 만들 정도로 인간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그게 지금에서야 안정화된 거야.’
강무혁은 여러 자료를 대조해보며 나가 왕국의 상태를 추정했다.
‘나가는 왕을 제외하면 모계 사회에 가깝다. 암컷이 적기 때문이지. 스무 마리 중 한 마리. 약 5%. 그렇다는 건 현재 나가 왕국의 암컷은 1천 5백에서 2천 5백. 정확한 건 아니지만, 지중해에서 활동하던 때를 기준으로 삼으면 근사치에 가까울 것 같군.’
강무혁은 종이에 20만이라는 숫자를 메모했다.
기존 나가에 더해 새로운 나가까지 더한 6개월 후의 결괏값이었다.
‘아시아는 인구가 많은 곳이다. 이게 다시 1년 후가 된다면 백만이 되는 건 순식간이야.’
그때쯤 되면 나가 왕국은 나가 제국이 되어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대개 부족형 몬스터가 그러하듯 제국이 된 나가는 또 다른 진화를 겪게 될 수도 있었다.
나가왕이 황제가 되면, 바다는 더 이상 인간의 영역이 아니게 될 터였다.
“무조건 올해 안에 승부를 봐야 한다는 거군.”
강무혁의 고심이 깊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