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ime-Limited Leader Makes the Raid a Success RAW novel - Chapter (547)
제547화
#547. 여기서도 강무혁이 문제로군.
아이언윌의 세 헌터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용해수에게 무기를 겨눴다.
일련의 동작이 군더더기 없이 동시에 벌어진 일이라 마치 미리 준비하고 있었던 듯했다.
용해수는 그들의 대응에 적잖이 놀랐다. 오는 내내 다투던 사이여서 우습게 봤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보단 은밀한 살기에 기민하게 반응한 속도 탓이었다.
“요즘 가장 유명한 길드 헌터라서 그런지, 살기에 빠르게 반응하는군. 제법이야.”
“소장, 지금 뭘 하자는 거지?”
용해수라면 치를 떨던 노송린이 가장 짙은 적의를 드러냈다. 그는 조금 전까지 교도소장을 꺼리던 기색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용해수는 그의 반응을 비웃으며 말했다.
“긴장할 필요 없다, 범죄자. 죽일 생각이었으면 이렇게 대놓고 살기를 드러냈겠느냐? 누구 하나 먼저 목을 그어버렸지. 그냥 잠시 얘기를 하자는 거다.”
“내가 잠시 잊고 있었네. 여기가 우중도라는 걸. 여기 대화는 항상 피를 보기 마련이지.”
“너희 방식대로 생각하지 마라. 내가 너흴 적이라 생각했으면 벌써 피를 봤을 테니.”
용해수는 비를 피할 수 있는 돌 처마 아래로 이동했다. 평소 이곳의 주인인 오범준이 머무는 공간이었다.
오범준은 얼떨결에 자기 자리를 내주었으나 뭐라 따지지 못했다. 교도소장의 악명을 익히 알고 있는 데다가 돌아가는 분위기가 괜히 나섰다간 칼을 맞을 것 같아서였다.
나머지 세 헌터도 일단 경계만 할 뿐, 딱히 행동에 나서진 않았다. 상대가 살기가 진짜가 아닌 흉내내기에 불과하다는 걸 알아챘기 때문이었다.
용해수는 오범준이 앉아 있던 바위 위에 앉아 품에서 담배를 꺼냈다. 손가락에 마나를 모아 불을 붙이곤 여유롭게 연기를 한 줄기 길게 뿜어내자 현정건이 그제야 입을 열었다.
“할 얘기가 뭡니까?”
“암살자치곤 성격이 급하군. 담배 한 대 피울 시간 정도는 기다려 줘야지.”
“…….”
현정건이 침묵하자 미스터 조에게서 메시지가 날아왔다.
「저 담배, 그냥 담배가 아니야. 마약성 연초인 양귀비뱀의 독샘 추출물이야.」
「마약? 확실해?」
「내 코가 개 코야. 특히 게이트 약초나 약물 쪽엔 빠삭하지.」
확실히 미스터 조는 이런 쪽에 일가견 있는 모습이었다. 그녀가 만든 마취 연막이나 마비 독은 암살자 출신이라 독을 많이 다뤄본 현정건조차 눈독을 들일 정도였다.
「효과는?」
「통증 완화. 중독성이 심하진 않지만, 감각이 둔해져. 장기간 사용하면 헌터라도 영구적인 신경 손상이 발생하고. 환각 작용도 별로 없어서 마약치곤 인기가 없지. 싸울 생각이라면, 절대 피우지 말아야 할 물건이야.」
「빌런 잡는 게 낙인 사람이 피울 물건은 아니라는 거군.」
「그렇지. 어디 아픈 게 아니라면.」
미스터 조의 말이 사실이라면, 용해수는 어딘가 몸이 좋지 않아 저 담배를 피우는 게 분명했다.
‘통증을 견디기 위해 피운다는 건데…. 전혀 내색하지 않는다니. 참 독한 노인네군.’
현정건은 우중도 행을 제안한 입장에서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미스터 조에게 오더를 내렸다.
「노송린하고도 공유해. 만약이라는 게 있으니까.」
아이언윌 파티가 정보를 공유하는 사이 용해수는 담배를 다 태웠다.
누군가 질문하기도 전에 그가 얘기를 시작했다.
“내가 여기 교도소장이 된 게 빌런 잡다 은퇴하고 무료해서 소일거리 삼아 온 거로 아는 녀석들이 많더군. 물론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닐세. 은퇴 생활이 지겹긴 지겨웠지. 그러던 중 제안이 하나 왔다네.”
“최도유에게서 말입니까?”
“출신이 그쪽이라 그런가? 눈치가 빠르군. 하긴 이 상황에서 연기를 이만큼 피웠으면 당연한 일인가?”
“소장, 최도유한테 붙은 거야?”
노송린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그는 용해수를 잠정적인 적으로 보는 듯했다.
용해수는 노골적인 적의에도 상관하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내게 우중도 교도소장직을 제의한 건 최도유였다.”
“잘 모른다고 하지 않았어요?”
미스터 조가 상대를 떠보듯 넌지시 물었다. 용해수는 별로 숨길 생각이 없는지 고민 없이 답했다.
“최도유와 나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가 아니다. 오히려 본 적 없다는 게 더 이상하지. 한국 최고 길드 부길마와 헌터수사청장이 활동 기간 내내 만나지 않는 게 말이야.”
“최도유가 여기서 죄수들을 학살한 직후 새로 부임한 교도소장. 단순한 후임 인사가 아니라 여길 정리하는 청소부로 온 거군요.”
현정건이 짐작한 바를 입에 담자 용해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그런 역할도 있긴 있었지. 하지만 그보단 다른 이유가 다 컸네. 이 썩어가는 몸이 마지막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방법 말일세.”
“의미 있는 일? 그게 뭡니까?”
“그건 아직 알려줄 때가 아니지. 결말을 미리 알려주면 무슨 재미로 과정을 지켜보겠나?”
“스포하지 말란 말을 더럽게 길게도 하네.”
노송린이 투덜거리자 용해수는 보채는 아이를 타이르듯 말했다.
“결말만 말해주지 않겠다는 거야. 과정까지 숨긴다고 한 적은 없네.”
“미친 늙은이 사연 듣고 싶진 않은데.”
“나 역시 과거를 지웠다고 자기가 무죄인 줄 착각하는 범죄자 놈과 대화하고 싶진 않지만, 참고 있으니 들어주게나.”
“뭣? 내가 착각한다고? 웃기지 마! 나도 내가 저지른 짓이 살인이라는 건 알고 있어!”
“알면서도 저질렀지. 그리고 네가 죽인 놈들이 저지른 참사의 유족들이 탄원해서 형기를 줄일 수 있었지. 그걸로 노송린 네가 용서받았다고 생각한다면…. 글쎄, 내가 보기엔 네놈은 그냥 운이 좋았을 뿐이야. 지금 아이언윌에 있는 것도 같은 행운이고.”
노송린은 차마 아니라고 부정하지 못했다. 확실히 자신은 운이 좋았다.
헌터가 같은 헌터를 죽이는 건 중범죄. 죽인 상대가 비록 범죄를 저지르고 잡히지 않은 인간말종이라 하더라도 아무런 증거 없이 개인이 단죄하는 건 불법이었다.
노송린은 수사관도 아니었고, 바운티 헌터도 아니었으며, 죽인 자들 역시 범죄자거나 현상수배범도 아니었다.
어떤 이유를 대더라도 노송린의 범죄는 엄벌에 처해 마땅했다.
현정건은 이를 갈며 용해수를 노려보는 노송린의 시야를 몸으로 가리며 그를 진정시켰다.
“여기까지 수고했다. 이제부턴 내가 맡지.”
현정건은 우중도 복역 경험이 있는 노송린이 여태 가지고 있던 주도권을 회수하며 이번 파티 책임자로서 앞에 나섰다. 그는 처마 안으로 발을 들이며 용해수 근처 바위에 자리를 잡고 앉아 물었다.
“어디, 말해 보시죠. 듣겠습니다.”
용해수는 잠시 상념에 빠진 듯 비 내리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하늘은 온통 어둠과 얼기설기 엮인 미로의 밑동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 틈새로 빗물은 사방에서 부는 바람을 따라 이리저리 흩날리며 구석구석 적시고 있었다.
그는 운치와는 거리가 먼 삭막한 광경이 눈에 익을 만할 때가 돼서야 입을 열었다.
“여기서 각 층의 소식을 전해주는 죄수를 메신저라고 했던가? 그래, 나도 그렇게 보는 게 좋겠군. 나는 최도유 부길마의 메신저일세.”
* * *
“김명준을 찾았답니다.”
표준어지만 낯선 북쪽 억양이 붙은 목소리에 표해주는 고개를 돌렸다. 등 뒤엔 심복인 도대철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표해주는 그의 보고에 밝은 표정이 되어 물었다.
“최도유에게 금방 처리하겠다고 호언장담해 놓고서 못 찾아서 체면이 영 말이 아니었는데. 지금이라도 찾아서 면은 서겠어. 어디서 찾았나?”
“목포입니다.”
“목포?”
표해주의 반문은 자세한 설명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도대철은 김명준이 숨은 곳을 추적한 과정을 보고했다.
“철수했던 정보대를 다시 돌리느라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역시 백귀 님이 예견한 대로 역천의 일본 공작대를 탐문해 역으로 추적하니 바로 나오더군요.”
“역시 일본이었나?”
“수도권은 슬레이어의 눈과 귀가 득실하니 힘들 테고, 부산도 감시가 많아 힘들지요. 반면에 전라도 쪽은 인구도 적고 중국의 내해에 가까워서 수월합니다. 일본이 그쪽에 숨을 곳 몇 군데 만들어 두는 건 일도 아니지요.”
이쯤에서 표해주는 김명준에 대해 재평가에 들어갔다. 사냥감의 역량을 알아야 덫을 놓든, 활을 쏘든 해서 잡을 게 아닌가. 그는 김명준이 만만한 사냥감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우중도 출신 범죄자. 일본 헌터계와 한국 슬레이어 길드이 이중 스파이. 중국에도 선을 대려고 한 기회주의자. 용케도 아직까지 살아 있었군. 운이 정말 좋거나 줄을 잘 타거나. 둘 중 하나인가?’
물론 후자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성선제 영향 아래에서 버티고 최도유에게서 살아남았을 리 없었다.
‘일본은 아마도 키신일 거다. 길단련이든 일광이든 그의 영향력이 안 미치는 곳이 없으니까. 특히 키신은 한국 헌터계에 관심이 많지. 그의 비위를 맞추면서 지금 그쪽 비호를 받고 있다는 건 그만큼 김명준의 생존 능력이 뛰어나다는 거겠지.’
게이트에서의 서바이벌 능력은 헌터의 기본이었다. 하지만 김명준의 서바이벌은 게이트가 아닌 곳에서 빛을 발했다.
모두에게 미움받지만 어디서나 필요하고, 누구든 거래하지만 함부로 사고팔지 않는 게 지금까지 그의 목숨을 지켜줬던 게 분명했다.
김명준을 찾으면서 그에 관해 알아본 표해주는 진정 감탄하곤 혀를 찼다.
‘쯧쯧! 그런 재주가 있으면 적당히 만족하며 살았어야지. 분수에 맞지 않게 욕심이 많으니 지금 이 꼴이 난 거지.’
표해주는 슬레이어와 손을 잡기로 한 마당에 김명준의 과거를 복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도 김명준과 같은 역할을 맡은 만큼 어느 지점에서 실수가 있었는지 알아둬야 했다.
‘김명준은 최도유가 발탁한 청소부다. 슬레이어의 온갖 더러운 일을 맡았었지.’
그랬던 김명준이 흔들리기 시작한 건 최도유가 성선제에게서 밀려난 이후였다.
워낙 슬레이어의 쓰레기를 많이 치운 터라 아는 게 많아 성선제가 바로 걸러내진 않았으나 이전처럼 짭짤한 일은 맡지 못했다.
성선제는 김명준을 의도적으로 배제했고, 그는 점차 슬레이어와 멀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헌터와 관련된 일이 아닌 일반 기업이나 단체와 연관된 의뢰도 받기 시작했지.’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태성 그룹이었다.
태진성 회장의 경호. 그리고 회장의 장남인 태수철 부회장의 은밀한 의뢰까지.
표해주는 태수철의 일까지는 알지 못했으나 그 밖에도 김명준이 태성 그룹과 관련된 일을 제법 맡았다는 건 파악하고 있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주세아, 강무혁과 엮인 것이었지.’
그때부터 김명준의 인생이 제대로 꼬이기 시작했다.
맡은 일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김명준을 적대하고 감시하는 똑똑한 인물이 생겼다는 게 그를 궁지로 몰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서도 강무혁이 문제로군.’
표해주는 최도유와 김명준을 떠올릴 때마다 항상 함께 뇌리에 스치는 인물을 생각하곤 이맛살을 찌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