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ime-Limited Leader Makes the Raid a Success RAW novel - Chapter (613)
제613화
#613. 이젠 나가만 잡으면 되는 건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나 봅니다.
“드웨인이요?”
-아니요. 마리아가요.
해밀턴이 마리아를 언급하자 허버트는 단숨에 상황이 이해가 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풀리지 않은 의문이 있었다.
“그래서 한국행을 기획했다? 그 마리아가 말이죠?”
-기획했다기보단 도망이었죠.
“도망?”
-소송이 치여 살던 마리아가 드웨인에게 통보했답니다. 지금 있는 소송을 모조리 없애버리거나 더는 사고 치지 않겠다고 맹세하지 않는다면 자기가 그만두겠다고. 그런데 소송이 사라질 린 없고 드웨인이 얌전히 있는 건 더더욱 불가능하니 차라리 마리아 본인이 사라지겠다고 한 거죠. 마침 제가 한국에 올 일이 있었는데, 무직자가 된 김에 일손이 필요해 제안했습니다.
이후엔 허버트도 익히 아는 이야기였다
변호인이 갑자기 사라지는 바람에 모든 소송이 파행을 겪었고, 그로 인해 새로운 피해와 배상 책임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시작한 드웨인은 마리아를 찾아 한국으로 오려다가 출국을 거부당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것이 하이재킹 사건을 일으켜 항공안전법 위반으로 인한 새로운 소송이 걸리게 됐다.
-그래서 택한 방법이 태평양 횡단이었죠. 아무리 S랭크라지만, 그 넓은 바다를 헤엄쳐 건널 생각을 하는 건 드웨인뿐일 겁니다.
그렇게 한국에 온 드웨인은 즉흥적으로 미국인이 아니면 미국에서 소송 때문에 고생할 일이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고, 지금의 사태로 번지게 된 것이었다.
‘뭐랄까? 참, 드웨인답다라고 해야 할까?’
허버트는 비로소 마지막 한 조각 의혹을 떨칠 수 있었다.
태평양을 수영으로 횡단했다는 것도 드웨인스러웠고, 소송을 피할 단순한 방법으로 국적 변경을 떠올렸다는 게 무책임 헌터의 전형인 드웨인이 아니고선 상상하기도 힘든 무대포 계획이었다.
하지만 허버트는 겉으로는 의심스럽다는 태도를 여전히 고수하고 있었다.
상대방에게 이쪽의 약세를 드러내지 않고 압박하기 위한 카드로 남겨둔 것이다.
“좋습니다. 어차피 왜 한국이고, 망명을 하려는 이유가 중요한 건 아니니까요. 우린 이 일을 원만하게 수습할 방법이 필요합니다. 물론 드웨인이 여전히 미국인이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고요.”
-드웨인 헌터 측의 조건은 간단합니다. 미국 내 자신이 엮인 모든 소송이 취하되거나 정부가 해결해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예상했던 조건이라 허버트는 놀라지 않았다. 그는 미리 준비했던 대사를 읊었다.
“연방정부, 주 정부 등 공공기관에 관련된 53건의 소송은 지워버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민간과 단체, 기관에 관련한 127건의 소송은… 글쎄요. 천문학적인 액수가 ”
-180건이나 됩니까? 잠시만요. 마리아! 소송이 180건이라는데? 100건 아니었어? 어떻게 된 거야?
-100건 이후론 세길 포기했어요!
수화기 너머로 마리아의 신경질적인 음성이 울려 퍼졌다.
허버트는 조심스럽게 첨언했다.
“참고로 형사 소송은 따로입니다. 그것도 34건에 달하죠.”
-마리아! 형사 소송은 따로 있다는데? 그건 왜 말 안 했어?!
-그 인간은 감옥에 좀 갇혀도 돼!
히스테릭을 부리는 마리아의 목소리를 듣자 허버트는 해밀턴의 주장을 더욱 신뢰하게 되었다.
‘하긴 천문학적인 수임료가 보장됐는데도 드웨인 소송 맡으려는 로펌이 없을 정도니 저 정도 분노는 당연한 건가?’
드웨인은 정말 소송을 피해 도망친 것이다.
‘정확히는 마리아가 도망쳤고, 곤란한 드웨인이 쫓아간 듯하지만.’
앞뒤 관계가 어떻든 허버트의 관심사는 아니니 상관없었다. 그의 임무는 지금 상황을 없던 일로 만드는 것이니까.
그렇다고 해서 저쪽 조건을 모두 들어줄 의향은 없었다. 대형 로펌도 포기한 드웨인을 맡는 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닐 게 뻔했다.
“모든 걸 다 없던 일로 만들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전부 해결했다고 해도 앞으로 또 새로운 소송에 휘말리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죠. 100%의 확률로 드웨인은 사고를 칠 겁니다. 그러면 그때도 또 망명 쇼를 벌일 겁니까?”
-그 부분은 계약서로 명시하시죠. 드웨인이 사고뭉치라곤 해도 한번 맺은 계약은 반드시 지키는 사람입니다. 앞서 연방정부와의 소송에서 타협했던 게이트 공략도 완료했다고 들었습니다. 그 안에서 확보한 아이템과 부산물도 손끝 하나 대지 않고 넘겼고요. 그 외에 처리된 극소수의 소송 배상금들도 성실하게 갚았죠.
미국인에게 성실이라는 말이 가장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열에 다섯은 드웨인이고, 셋은 정치인이라고 할 터였다.
하지만 그런 나쁜 이미지와는 다르게 드웨인은 의외로 계약 이행에 충실했다.
그것이 자신이 미국 제도 안에 헌터로서 존재할 수 있는 최소한의 선이라는 걸 그는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소송이 지지부진 해결이 나지 않는 상황에서도 그나마 마리아가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드웨인이 배상 책임을 회피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이한 신뢰가 작용한 덕분이었다.
“좋습니다. 그 부분은 인정하죠. 무책임하지만 약속은 지키는 게 드웨인의 룰이니까.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가 저지른 사건에 대한 모든 소송을 무효로 돌리는 건 불가능합니다.”
허버트는 ‘불가능’이라는 단어에 힘을 주어 강조했다.
해밀턴도 그걸 인정했다.
-그건 저도 압니다.
“그러니까 좀 더 조율하는 방향으로…….”
-싫어.
갑자기 바뀐 목소리에 허버트는 당황했다. 신사적인 해밀턴과는 전혀 다른 무례함. 상대가 누구인지는 보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드웨인 헌터. 이건 우긴다고 될 일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내가 덜 우겼나 보군.
“…….”
-될 때 다시 전화해. 그때까지 한국에 있도록 하지.
그 말과 함께 전화가 끊겼다.
허버트는 수화기가 무겁게 느껴졌다.
‘애초에 이건 해밀턴이나 마리아를 설득할 문제가 아니었군.’
처음부터 드웨인을 해결했어야 했다.
문제는 그가 범과 협상이라는 현대인의 수단보다 주먹과 우격다짐이라는 원시적인 방법에 익숙하다는 점이었다. 그것도 힘이 지나치게 센 원시인이었다. 타협의 여지가 없다는 뜻이었다.
허버트는 힘겹게 수화기를 내리곤 숫자 버튼을 한참 노려보다가 백악관 법률고문을 호출했다.
“드웨인 딕스 관련 모든 소송을 검토해. 목표치는 전부 해결하는 거야. 너무 많다고? 사람이 부족해? 그러면 고용을 하든, 납치를 하든 잡아 와야지. 팀 꾸려서 경비 청구해!”
* * *
시간, 비용, 인력. 모든 게 부족한 가운데 백악관 법률고문실은 답을 찾아냈다.
허버트는 법률고문의 아이디어를 유심히 물었다.
“그러니까 소송이 걸린 주의 로펌들에게 사건을 위탁하자, 이거지?”
“예. 로펌들이 드웨인이 일을 맡지 않았던 이유가 많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는 소송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심지어 재판에도 출석하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해서 마리아 로렌스 혼자 재판정에 서는 일이 태반이었습니다.”
“이번에도 별반 다를 것 같진 않은데?”
“연방정부가 책임을 지고 보증하면 됩니다. 관련 소송의 배상 책임에 대해 보증하는 방식이죠.”
“그게 법으로 가능한가? 정부가 개인의 문제를 나서서 해결해주는 게. 자칫 검사나 상대 변호인 측이 문제 삼으면 일이 더 커질 수도 있어.”
“당연히 평범한 케이스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죠.”
“그런데 된다는 거로군.”
“예.”
법률고문이 자신 있게 대답했다. 허버트는 관심을 가지며 집중했다.
“어떤 식으로?”
“드웨인 딕스가 헌터이기 때문입니다.”
허버트가 이해 못하는 표정을 짓자 법률고문이 추가로 셜명했다.
“헌터법을 이용하는 겁니다. 헌터법에는 헌터가 게이트에 들어가거나 그 외 비상사태, 국가안보와 관련한 미션을 수행할 경우 소송에 관련해서 소속 길드나 해당 연방, 주 정부가 이를 대신해 수행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망명은 그런 상황이 아니잖아? 게이트에 들어간 것도 아니고. 들어갔다 치더라도 소송이 거의 200건이야. 1년 365일 게이트에 박혀 있지 않는 한 피할 수 없을 텐데?”
“여기에서 약간의 쟁점이 발생하죠. 헌터법에는 비상사태에 대한 명확한 예시가 없습니다. 그걸 약간 다르게 해석하는 겁니다. S랭크의 망명. 국가 비상사태라 할 수 있죠.”
그제야 허버트의 표정이 밝아졌다. 최소한 백악관 참모진이 소송에 쫓겨 골머리를 썩이진 않아도 된다는 뜻이니까.
문제를 해결하는 건 로펌이 알아서 할 일이었다. 그리고 정부는 그와 관련된 법적, 행정적 비용을 해결해야 했고.
이 부분에 대해서 허버트에게 복안이 있었다.
“감수할 수 있는 건 감수하고, 감수하지 못할 건 드웨인에게 떠넘기지. 어차피 게이트 돌다 보면 돈은 언젠간 채워지니까.”
S랭크는 어지간한 게이트 공략에 드는 비용이 인건비를 제외하곤 거의 없다시피 한 존재였다.
한국처럼 좁은 땅덩어리에서야 게이트 공략권을 따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지만, 미국 땅은 지나치게 넓었다. 그만큼 게이트도 많았다.
광산이 있거나 특수 아이템과 스킬을 얻을 수 있는 알짜배기 게이트야 경쟁이 심하겠지만, 들인 비용 대비 수익이 어중간한 게이트는 넘쳤다.
그런 게이트의 경우는 국가안보를 앞세워 대형 길드들에게 반강제적으로 공략 미션을 내릴 수 있었다.
허버트는 그런 게이트를 이용하기로 했다.
“이것도 예전 방법을 쓰지. 드웨인이 몸으로 갚으라고 해. 정부가 지정하는 게이트를 공략해 닫도록 하고, 거기서 얻은 자원을 연방이 현금화하는 것으로 말이야.”
활발한 미국의 게이트 산업을 고려하면, 널린 게 게이트 자원 구입처였다.
그렇게 문제를 교통정리 하고 자신만만하게 다시 전화를 걸었으나 드웨인 측으로부터 돌아온 대답은 칼 같았다.
-다 해결된 뒤에 귀국하겠답니다.
1년이 걸릴지, 2년이 걸릴지 모를 일을 해결한 후에 온다고?
‘미친놈인가?’
미친놈이었다. 그건 알고 있는 사실이기에 이번엔 당황하지 않았다. 대신 명확하게 이쪽 상황을 전달했다.
“우린 지금 급합니다. 다음 대선은 차치하더라도 당장 물어뜯으려 드는 언론과 국민 여론을 잠재울 카드가 필요해요.”
-그러면 이렇게 하죠. 방금 얘기 나눴던 사항을 계약서로 작성해 보내주시고, 계약이 체결되는 동시에 새로운 인터뷰 영상을 올리겠습니다. 백악관의 근심을 덜어줄 수 있는 내용으로요.
허버트는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다.
‘힘 있는 놈이 미친 짓을 하니 당해낼 재간이 없군.’
국제 사회에서 항상 강자였던 미국이지만, S랭크의 강짜만큼은 어떻게 손을 쓸 수가 없었다.
* * *
협상을 끝마친 뒤 일사천리로 계약이 체결된 직후.
아이언윌 홈페이지를 통해 새로운 드웨인 영상이 올라왔다.
-다들 귀가 잘못됐나? 망명이 아니라 그냥 ‘한국에서 살고 싶다’라고 한 거지. 여기 음식이 입맛에 맞거든. 내가 미식가라서 유명한 식당 찾아다니는 게 취미거든. 내가 오죽하면 바다를 건너서 여기까지 왔겠어?
음식 때문에 태평양을 수영해서 건넜다고? S랭크가?
한국의 온라인 여론은 어이가 없다며 폭발했다.
S랭크가 한국에 귀화한다며 김칫국 한 사발 들이켠 한국 언론들도 연이어 정정 기사와 새로운 인터뷰 보도를 내보냈다.
기사가 쏟아지는 가운데 이를 확인한 강무혁은 만족스럽게 미소를 지었다.
‘길드협력처가 문제를 제기해서 출국은 막아뒀고. 이젠 나가 전쟁 때까지 한국 맛집 유람이나 시켰다가 부려먹고 돌려주면 되겠군.’
이미 마리아 측과도 합의한 사항이었기 때문에 S랭크 용병 계약이 파투가 날 일은 없었다.
‘그보단 미국이 좀 걸리지. S랭크가 타국에서 무력을 쓴다는 걸 걸고넘어지면 한도 끝도 없이 잔소리를 쏟아낼 테니까.’
그리고 미국의 잔소리는 잔소리로 끝나지 않을 게 분명했다.
‘그런데 어쩌겠어? 본인이 아르바이트 뛰겠다는데.’
강무혁은 이 부분도 드웨인의 의외성을 이용했다.
한국 체류비가 부족해 돈이 필요했다고. 그래서 아이언윌과 계약해 나가 전쟁에 참전했다고.
당연히 아이언윌과 드웨인은 계약 내용을 공표하지 않을 터였다.
애초에 그런 계약은 없었으니까.
그러니 S랭크 고용에 돈이 얼마나 들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을 것이다.
“카드도 맞춰졌고. 갈등도 해결했고. 이젠 나가만 잡으면 되는 건가?”
강무혁은 이제야 본격적으로 일할 수 있다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