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ime-Limited Leader Makes the Raid a Success RAW novel - Chapter (63)
제63화
63. 이런 꼴 보려고 이적한 게 아니란 말이야!
후배를 죽인 오크와 눈이 마주쳤다.
김부용은 후배의 죽음을 슬퍼할 겨를도 없이 살기 위해 몸부림쳐야 했다.
“썅!”
급히 허리춤에 찬 총으로 손을 뻗었다. 마음이 급한 탓인지 홀스터 덮개가 잘 열리지 않았다.
오크는 사람 몸통만 한 도끼날을 세우고 다가왔다.
‘젠장! 진짜 총을 쓰게 될 날이 올 줄이야.’
이곳에 처음 부임할 때만 해도 선배들이 농담처럼 포천은 대한민국에서 몇 안 되는 상시 총기 휴대 지역이라며 말했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그때만 해도 별거 아닌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몬스터를 마주하고서야 깨달았다.
이곳은 그런 곳이라고.
때맞춰 권총을 뽑아 방아쇠에 손가락을 올렸다. 조준할 새도 없이 창밖으로 총구를 겨누다 깨달았다.
‘창문이 닫혀 있잖아?!’
방탄유리도 아니고 총알에 창문이 방해될 리 없었지만, 당황한 나머지 앞이 막혀 있다는 사실만으로 사고가 정지해 버렸다.
그 틈에 다가온 오크가 골프를 치듯 도끼로 차 문을 강타했다. 유리창이 깨지며 파편이 튀었다.
김부용은 비명을 지르며 몸을 움츠렸다. 다행히 도끼는 차창 아래 금속 부분에 박혀 멈췄다. 그는 발작적으로 고함을 지르며 방아쇠를 당겼다.
“으아아!”
탕! 탕! 탕!
조준되지 않은 총탄은 허무하게 빗나갔다.
총은 오히려 오크의 경계심만 키웠다. 오크는 굉음과 함께 바닥 돌이 깨지는 모습을 보곤 크게 놀라며 거리를 벌렸다.
이번엔 그 조심성이 김부용에게 기회가 되었다. 오크가 멀리 떨어지자 여유가 생겼다. 오크의 상체가 시야에 들어오기 무섭게 총구를 들어 가슴 부위에 쐈다.
탕!
“쿠왁!”
오크가 괴성을 지르며 비틀거렸다. 하지만 쓰러지진 않았다. 매그넘의 관통력으로도 오크의 두꺼운 가슴 근육을 뚫지 못했다.
김부용은 몬스터 대비용으로 공포탄을 넣지 않은 걸 다행으로 여기며 남은 두 발의 실탄을 쐈다.
“죽어!”
두 발 모두 오크를 맞췄다. 한 발은 아예 머리를 직격하기도 했지만, 어쩐 일인지 죽질 않았다. 머리에 충격을 받아 한쪽 무릎을 꿇었으나 큰 타격은 없는 모습이었다.
그제야 몬스터가 왜 위험한 존재인지가 떠올랐다.
현대 화기를 무력화시키는 마나 감응력이 뛰어난 괴물들.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지만, 설마 약한 몬스터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는 오크마저도 총이 통하지 않을 줄이야.
황당해하는 김부용의 얼굴 위로 새로운 그림자가 드리웠다.
또 다른 오크였다.
오크는 도끼를 아래로 내려 김부용을 겨누더니 뒤로 도끼를 끌어당겼다.
“X발, 몬스터…….”
김부용의 동공에 점차 커지는 도끼날이 보였다. 피해야 하는데. 몸은 공포로 얼어붙어 움직이질 않았다.
어둠이 드리우며 눈앞이 깜깜해졌다.
챙! 쾅!
“아……!”
눈앞을 어둡게 한 건 사람의 등이었다.
차 문에 등을 대고 오크의 공격을 버티고 있는 인간.
옆문 강판이 우그러졌지만, 사람은 멀쩡했다.
김부용은 한발 늦게 몬스터를 정면에서 막을 수 있는 존재를 떠올렸다.
“허, 헌터!”
김부용의 외침에 갑자기 등장한 헌터가 악다구니를 쳤다.
“그럼, 내가 헌터지…. 으극, 뭐겠어요?!”
* * *
오크 도끼에 검을 맞대고 힘겨루기를 하던 김수정은 당황하고 있었다. 오크라고 우습게 보며 뛰어들었는데 예상을 한참 벗어났다.
“이익, 이 오크…. 힘이 왜 이리 세?”
게이트나 특활지라면 충분히 몬스터를 관찰하고 덤볐겠지만, 이곳이 시내인 데다가 경찰로 보이는 사람이 위험해 보이는 바람에 앞뒤 안 재고 일단 막긴 막았는데…….
‘이거 진짜 오크 맞아?’
일대일에서 힘으로 밀릴 줄이야.
‘아니, 전력은 아니니까 내가 약간 위인가?’
솔직히 그것만으로도 어이가 없을 지경.
김수정은 C랭크였다. 오크는 D+ 혹은 C-랭크만 되도 누구나 손쉽게 잡는 개체. 고블린 다음으로 쉬운 놈들이랄까.
얼마 전, 아이언윌이 진화한 고블린 부족을 상대로 고전했다는 업게 소문을 듣긴 했지만, 아이언윌이야 워낙 듣보잡 길드였으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었다.
게다가 진화한 고블린이라면 누구라도 어렵다는 게 관계자들 중론이기도 했고.
‘여기에 진화한 오크 부족이 있다는 소식은 없었어.’
오크는 북포천 몬스터 생태 정보에도 없는 종이었다. 그렇다면 비교적 최근에 생겨났을 테고, 서식한 시간이 짧은 만큼 진화하지 못한 오크라는 게 타당한 판단이었다.
몇 마리가 무리 지은 듯 보이긴 했지만, 충분히 감당할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이 자식은 뭐지?’
C랭크와 대등한 오크?
낯설었다.
낯선 만큼 등골이 오싹해졌다.
‘이런 놈이 셋…. 잠깐. 어린이집! 거기도 몇 마리 들어갔는데. 성주 녀석, 괜찮으려나?’
어린이집에 들어간 오크를 맡은 성주가 걱정됐지만, 김수정은 그쪽에 더는 신경 쓰지 못했다.
자신을 향해 나머지 두 오크가 다가오고 있었다.
* * *
“오크 발견했습니다. 경찰에 신고가 들어왔답니다.”
“위치는?”
공두리는 바로 모니터에 좌표를 찍었다.
남포천 지도에 표시한 위치가 확대됐다.
“신읍동?”
“청성산 공원 옆입니다.”
“등잔 밑이 어두웠군. 바로 근처잖아?”
강무혁은 혼잣말하며 이를 바득 갈았다.
금방 발견해서 다행이었지만, 발견한 위치가 좋지 못했다. 오크들이 이미 포천시 안에 들어와 있던 것이다. 인구가 가장 밀집된 곳이기에 몬스터가 난입하면 피해 역시 커질 우려가 있었다.
“제일 가까이 있는 파티에 출동 오더 내리고, 시내에 있는 나머지 파티에도 현장에 도착하는 대로 좌표 근처에 포위망을 구축하도록 연락해. 위치 지정은 맵 공유해서 각 파티장에게 일임하되 자리 잡은 후엔 위치를 바로 상황실에 공유하도록.”
오퍼레이터들이 강무혁의 명령을 현장에 전달하는 동안 공두리는 새로운 상황을 접수해 보고했다.
“추가로 들어온 내용입니다. 오크 발견 장소 근처에 어린이집이 있답니다.”
“설마 오크들이 노리는 게…….”
순간 강무혁은 오크들이 사냥감을 고르는 방식을 떠올렸다.
강한 상대보다 손쉬운 상대, 성체보다 어린 짐승을 노린다. 이는 진화로 강해진 오크라도 마찬가지였다. 생긴 것답지 않게 워낙 영악한 데다가 진화 전 약했던 때의 습성을 가지고 있어서 최대한 상처 없이 사냥하는 걸 선호했다.
‘만약 아이들에게 해가 간다면…. 맹세하건대, 이 땅에 오크란 오크는 죄다 갈아 버리겠어.’
강무혁은 격동하는 마음을 가라앉히며 겉으로는 평정심을 유지하려 애썼다.
지휘관은 절대 냉정함을 유지해야 한다는 철칙을 머릿속으로 계속 되뇌었다.
“그리고 총소리가 들렸답니다.”
“총소리? 경찰이 있었나 보군.”
순간 기대했다.
헌터들이 가기 전까지 시간을 끌어 줄 수 있을까?
대답은 ‘아니오.’였다.
그는 특활지 접경 지역 경찰들만의 특수성을 잘 알고 있었다.
상시 총기 휴대, 공포탄 없이 전 탄 실탄 장전.
사격 훈련도 자주 하고, 몬스터 조우 시 행동 요령도 분기별로 교육받는다. 사람을 상대하는 경찰이라도 언제든 몬스터와 만날 수 있는 상황을 가정한다.
포천을 반으로 가른 원흉인 특활지 때문이었다.
하지만 교육이 항상 효과가 있는 건 아니었다. 지나치게 총기를 과신하고 몬스터에게 덤벼드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총으로는 기껏해야 최하 등급 몬스터만 상대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조금만 몬스터 등급이 높아도 저지하거나 관심을 끄는 것 이상의 효과는 얻기 힘들었다.
그나마 급소에 총알 여러 발을 꽂아 넣어야 겨우 쓰러트릴 수 있을까?
강무혁은 경찰 역시 무사하지 못할 거라 생각하면서도 일말의 희망에 기댔다. 적어도 시간이라도 끌어 주길 바라면서.
‘그러면 경찰은 몰라도 아이들은 구할 수 있을지도…….’
잔인한 계산이었지만, 모두를 구할 방법이란 없었다.
그는 당장 할 수 있는 최선의 명령을 내렸다.
“새로운 정보도 현장에 공유해. 물불 가리지 말고 현장에 빨리 가라고 해.”
* * *
“쳇! 오자마자 돈도 안 되는 일에 투입되다니. 오크야 쪼렙들이나 대박 몹이지, 나 같은 B랭크 헌터한텐 포션 값 대기도 힘든 거지라고. 그것도 몇 마리 안 된다며? 그런데 여기 투입된 헌터가 몇 명이야? 이번에 입단한 애들 전부잖아? 다들 나름 한 따까리 하는 것 같은데. 이거 완전히 손해 보는 장사 아닌가?”
끊임없이 투덜대는 남자는 고글로 된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다. 주변인들은 그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 워낙 유명한 헌터였다. 그것도 상당히 안 좋은 쪽으로.
그래서 누구도 그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의 말을 그냥 듣고 넘어가지 못했다.
“돈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서대치 씨. 길드의 존재 의의는 사람들을 보호하는 거니까요.”
“꼰대들이나 하는 소리. 그쪽은 누구, 가족이 죽기라도 했나 보지?”
서대치가 껄렁대며 비꼬자 백성빈의 얼굴이 굳었다.
“어? 진짜야? 그냥 해 본 말인데. 이거 미안하네. 그런데 여기서 주변에 아는 사람 하나 죽지 않은 사람도 있나? 괜히 심각하게 굴지 말라고. 유난 떠는 건 질색이니까.”
“유난? 사람 죽는 게 유난?”
“어이, 질질 짜지 말라고. 듣기 싫어.”
“당신 같은 사람을 단장님이 왜 데려왔는지 모르겠군요. 책임이나 의무도 모르고, 품위마저 없는 양아치 같은데.”
“시비 거는 거냐?”
“저는 사람도 아닌 물건에 시비 거는 바보가 아닙니다.”
“이 새끼 봐라? 혀 좀 돌리는데? 어디 칼침 맞고도 혀가 돌아가나 보자. 다시 한번 말해 봐.”
“네가 사람이면 돈보다 생명이 소중하겠…….”
백성빈은 말을 멈추고 자신의 왼쪽 어깨를 내려다봤다. 어느새 칼끝이 살갗을 파고들고 있었다. 치명상은 아니었으나 일반인이라면 자칫 힘줄이 끊어져 불구가 될 수도 있는 위치였다.
“서대치!”
둘의 다툼을 지켜만 보고 있던 경수혁이 고함을 질렀다.
만난 지 얼마 안 된 사이이지만, 일단 같은 길드 소속 동료였다. 말로 하는 싸움이야 말릴 생각이 없었지만, 피를 보는 싸움은 용납할 수 없었다.
서대치는 경수혁의 개입에 아랑곳하지 않고 칼을 뽑았다. 백성빈의 어깨에서 피가 튀었다.
“찌른다는 게 농담인 줄 알았냐? 난 농담으로 경고하는 취미 따윅─ 큽!”
이번엔 서대치의 턱이 돌아갔다. 백성빈의 왼손이 꽂혔다. 서대치는 두세 발짝 뒤로 비틀거리며 물러섰다.
“짐승은 몽둥이가 약이라더군.”
찢어진 입술에서 흐르는 피를 닦아 낸 서대치는 곁눈질로 백성빈의 왼쪽 어깨를 확인했다.
“뭐야? 칼빵 놓은 데가 그새 붙었네? 너 힐링 팩터냐? 그래, 그렇게 믿는 게 있으니까 나한테 개긴 거구나?”
“특성을 믿는 게 아니라 내 신념을 믿어서 한마디 한 거다. 듣기 싫다고 칼 먼저 쓰는 걸 보니 확실해졌어. 넌 이 길드에 있을 자격이 없는 놈이야.”
“뭐야…. 너도 네놈 신념을 남한테 강요하는 새끼야? 이거 열 받네. 내가 제일 싫어하는 부류인데.”
서대치가 고글을 위로 들어 올렸다.
그의 눈빛에 백성빈은 움찔했다.
백안.
검은 동공이 없는, 온통 하얀 눈동자가 그를 은연중에 옭아매고 있었다.
‘저게 그 유명한 백안의 서대치인가?’
확실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움직임이 거북해졌지만, 두려울 정도는 아니었다.
두 사람은 당장에라도 무기를 뽑아 들 태세였다.
더는 보고만 있을 수 없었던 경수혁이 방패를 들고 가운데 끼어들었다.
“둘 다 그만둬. 지금 작전 중이다. 동료끼리 싸우는 멍청한 짓 하지 마. 정 싸우겠다면 나 역시 파티장으로서 가만있지 않겠어.”
“파티장치고 조용하길래 마음에 들던 참인데. 넌 오지랖 부리는 놈이었냐? 이거 걸리적거리는 놈이 너무 많은데…. 정리 좀 할까?”
5인 파티 중 셋의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방관하고 있던 나머지 둘은 투덜거리며 거리를 벌렸다. 끝까지 방관자로 남겠다는 행동이었다.
“니미, 걸려도 지랄 맞은 놈들이 걸렸네. 나 피해 안 가게, 알아서들 정리하슈.”
“내가 올해 삼재인가? 뭔 파티가 일 년 내내 개판이지? 아이언윌에 오면 뭔가 달라질까 했더니 여기서도 마찬가지네. 쯧!”
입단 첫 헌팅이 몬스터가 아닌 파티원이 될지도 모를 일촉즉발의 상황.
그때 모두의 귀에 꽂혀 있는 이어셋에서 음성이 들려왔다.
-상황 발생! 포천시 신읍동 누리별 어린이집. 오크 발견. 최소 분대급 규모. 포천 시내 수색 중인 모든 파티에 전달…….
“모두 차량으로 복귀.”
경수혁이 파티장으로 오더를 내리는 순간, 누구보다도 빠르게 백성빈이 움직였다. 그는 차량으로 뛰지 않고 맞은편에서 오던 오토바이를 멈춰 세웠다.
“백성빈 헌터, 지금 뭐 하는 겁니까?”
백성빈은 경수혁을 신경 쓰지 않고 오토바이 운전자를 향해 말했다.
“아이언윌 길드입니다. 지금 비상사태라서. 오토바이를 좀 빌리겠습니다.”
“예? 지금 배달 가야…….”
운전자는 뭐라 대꾸하기도 전에 백성빈에게 번쩍 들려 바닥에 놓였다. 저항할 틈도 없이 너무나 간단하게 오토바이를 뺏겼다. 운전자가 멍한 틈에 백성빈은 스로틀을 당기며 튀어 나갔다.
“이봐!”
경수혁이 잡으려 했지만, 한발 늦었다. 백성빈은 아슬아슬하게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났다.
경수혁은 멀어져 가는 백성빈의 등을 보면서 주차한 차량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하아, 장비도 없이…. 젠장, 이런 꼴 보려고 이적한 게 아니란 말이야!”
서대치도 헛웃음을 터트리며 움직였다. 백성빈이 사라져 잔상만 남은 거리를 돌아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저 새끼, 어쩌면 나보다 더 또라이일지도 모르겠네. 아니면 개트롤이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