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ime-Limited Leader Makes the Raid a Success RAW novel - Chapter (641)
제641화
#641. 참 정 없는 놈들일세.
강무혁의 무례한 생각과 상관없이 요시무라는 적극적으로 오키나와 몬스터 청소 계획을 지원했다.
오키나와 생존자 그룹의 헌터들이 소속된 일본 길드들로부터 지휘권을 위임받고, 일본 원정단이 티어 길드를 대신해 분쟁 조정 위원회 설립을 승인했다.
이는 겉으론 오키나와 내 일본 헌터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듯했으나 사실상 그들의 생살여탈권을 한국 측에 맡긴 것이나 다름없었다.
요시무라는 강무혁의 노림수를 눈치챘으나 일부러 못 본 척했다.
‘자신들이 언제든 그런 위치로 떨어질 수 있다는 걸 알아야 정신을 차리지.’
이른바 충격요법을 하겠다는 의도였다.
강무혁은 공개적으로 대의를 위한 일본 측의 양보에 감사를 표했다.
요시무라의 체면을 생각한 행동이었다.
‘원정군에선 요시무라 사령관이 계속 권력을 쥐고 있게 해야 한다.’
일본 원정단을 달래고 중국 원정단을 견제하려면, 양식 있는 인사가 사령관을 맡아야 했다.
요시무라는 현재 최고 지휘권을 가질 수 있는 인물 중 강무혁이 가장 믿을 수 있는 인사였다.
모든 걸 신뢰한다는 게 아니라 최소한의 상식과 양심을 기대할 수 있는 헌터라는 뜻이었다.
‘그리고 키신의 압박에도 자기 소신을 밀고 나갈 수 있지.’
강무혁이 유일하게 헌터나 직위에 해당하는 존칭을 붙이지 않는 헌터가 바로 키신 타케루였다.
공식 석상에서는 어쩔 수 없이 대접해야 했으나 그는 키신이 한일 양국 헌터계 우호에 방해가 될 뿐만 아니라 나아가서는 세계 헌터계 전체에 해악이 된다고 여겼다.
강무혁이 인정하지 않는 것과 별개로 그의 영향력은 일본에선 거의 신에 가까웠다.
그런 자에게 ‘군’이라는 칭호를 붙이고, 부탁이란 걸 받는 게 바로 요시무라였다.
‘어쩌면 이번 일본 원정단의 대표로 나선 것도 키신의 입김을 피하려고 스스로 나선 것인지도 모르지.’
그렇게 생각한 건 비단 요시무라를 잘 아는 한병구 협회장의 의견 때문만은 아니었다. 요시무라가 지난 세월 해왔던 행동들이 강무혁의 예상을 증명했다.
요시무라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지 않게 음과 양으로 한일 양국의 갈등을 무마해왔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불안해. 키신이 과연 아무런 수작을 부리지 않을까?’
강무혁은 전장이 아닌 곳에서 최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하려 애써왔으나 일단 현장에서 일이 벌어지면, 그땐 현장의 헌터들에게 모든 걸 맡길 수밖에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 불안했고, 초조했다.
몸을 갉아 먹고 있는 지병 탓인지 마음도 점차 여유가 없어졌다.
“현장엔 미안하지만…. 여기선 ‘조커’를 써야겠어.”
* * *
현정건은 실로 오랜만에 암살 능력을 최대치로 발휘했다. 은밀했으나 피를 보길 주저하지 않았다.
모여있는 헌터들을 쪼개고 나눠서 제거했다. 방해되는 민간인들은 폭력을 써서 기절시켰다.
반면에 미스터 조는 직접 다 제거하지 않고 어쩔 수 없는 경우에만 손을 썼다. 나머지 헌터들은 그녀만의 방식으로 분류해 표시했다.
학교 본관에 있던 진나이 그룹의 헌터들은 자신들이 표시된 줄도 모른 채 평소처럼 밤을 보냈다.
문제가 발생한 건 아직 달빛도 채 가시지 않은 새벽녘이었다.
현정건이 별관 1층의 저랭크 헌터 대부분을 처리했을 때였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중간에 누군가 앉아있었다.
그는 그림자 속에 숨어서 움직이는 현정건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이제 1층은 다 청소된 건가?”
현정건은 자신이 발각됐음에도 침착하게 어둠에서 나왔다. 마침 창을 통해 내리쬐는 달빛이 계단 아래로 드리웠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현정건이 대꾸했다.
“누구?”
“알고 왔잖아.”
“진나이 쇼?”
끄덕.
무성의하게 고개를 주억거리는 모습을 보며 현정건은 상대에게서 진한 피 냄새를 느꼈다.
“나와 동류로군.”
“사람 많이 죽인 거? 아니면 암살자인 거?”
“둘 다.”
“눈치가 빠르네. 하긴 우리 업계 사람은 그 정도 눈치는 되어야 목숨 부지하니까. 아닌 놈들은 다들 일찍 죽지. 여기 1층 놈들처럼.”
현정건은 1층에 있던 부하들이 전부 죽었음에도 위기감이나 아쉬움 하나 없는 진나이의 태도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무언가 깨달았다는 듯 말했다.
“애초에 여기 놈들을 모두 없앨 작정이었군.”
“적당히 쓸 만큼 썼으니까. 다 없애고 슬슬 판을 접으려 했지.”
“오키나와 탈환 때문에?”
“그 이유가 가장 크긴 하지. 귀찮은 경시청 헌터부가 개입할 수도 있으니까. 겨우 자리 잡아 숨은 곳인데, 나가 때문에 숨을 곳을 다시 찾게 생겼어.”
일본은 헌터 수사 기관이 독립되어 있지 않고, 기존 도쿄도 경시청 산하 헌터부에 속해 있었다.
일본 경찰청이 내각부 산하 국가공안위원회의 하부 조직이고, 경시청은 도쿄도공안위원회의 하부 조직인 수도 경찰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전국적인 헌터 사건은 원래 경찰청 관할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일본 헌터계의 중심축인 일광 길드가 도쿄에 있었기에 헌터 관련 기관의 무게추도 도쿄도 중심으로 돌아갔다. 덕분에 헌터 범죄도 경시청에서 담당했다.
그 탓에 전국의 헌터 범죄망이 제때 가동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있었다. 빌런들은 이런 제도의 허점을 파고들어 신분을 숨기고 지방 각지에 숨어 살아갔다.
진나이 쇼도 이런 부류의 빌런이었다. 현정건은 그런 사정까지 모두 아는 건 아니었으나 상대가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는 눈치챌 수 있었다.
“분탕 칠 만큼 쳤으니 이젠 정체를 아는 놈들 모두 죽이고 다시 조용한 일상으로 돌아가겠다는 거로군.”
“증인만 사라지면 숨는 건 크게 어렵지 않거든. 경시청 애들이 헌터 사건엔 굼떠서 말이야.”
“내가 본의 아니게 청소를 대신해 준 거네?”
“그래서 고맙다는 말을 하려고 나왔지. 그리고 기왕이면 본관하고 밖에 있는 놈들도 모두 치워줄 수 없는지 부탁하려고.”
“미안하지만, 그쪽은 내 관할이 아닌데.”
“알아. 다른 녀석이 있는 것 같더라고.”
현정건은 속으로 상당히 놀랐다.
‘다른 건 몰라도 조 씨 녀석 은밀함은 최고 수준이다. 쉽게 들킬 리가 없는데, 이놈은 다 알고 있군. 무슨 특별한 스킬이라도 있나?’
그의 속내를 눈치챈 진나이가 대답했다.
“놀랄 필요 없어. 내 아래 녀석 중에 그런 능력이 있어서 말이야. 주변 부하가 죽으면 알 수 있거든. 평소엔 쓸모없어도 그 덕에 내가 지금까지 잡히지 않을 수 있었지.”
“참 편리한 능력이로군.”
“편하긴 한데, 답답할 때도 있어. 예를 들자면, 청소 속도 같은 거? 여기 별관은 그쪽이 참 빨리 청소해서 속 시원했거든? 그런데 본관 쪽은 미적거리더라고. 죽이는 게 영 시원찮아.”
“미안하군. 그런데 그쪽 녀석은 원래 누굴 죽이는 게 특기가 아니라서. 죽이는 건 내 전문이지.”
“그런 것 같더군. 그래서 나머지 처리도 할 겸 내 직속 수하들을 보냈지. 거긴 금방 처리될 거야.”
말을 끝마치기 무섭게 진나이는 천장으로 몸을 날렸다. 그가 있던 계단이 잘려 나갔다. 피한 곳으로 칼날이 쫓아왔다.
진나이는 천장을 박차고 땅으로 내려앉았다. 칼은 애꿎은 전등을 깨트리고 내리꽂혔다.
비산하는 전등 조각 아래로 진나이가 등 뒤에서 뽑은 짧은 낫과 현정건의 단검이 챙챙 소음을 내며 불꽃을 튀겼다.
현정건은 기습의 우세를 살려 진나이를 몰아붙였다. 낫과 단검이 어지럽게 얽히며 벽을 긋고 교실 문을 잘랐다.
둘은 유리창을 깨며 교실 안으로 난입했다. 칠판이 듣기 싫은 쇳소리를 내며 쪼개졌다.
책걸상이 사방으로 솟구쳐 벽에 박히고 창밖에 떨어졌다. 오래된 목재 바닥은 엉망으로 갈라져 흩어졌다.
현정건은 1층을 몰래 정리하느라 사용 시간이 몇 초 남지 않은 ‘어둠 동기화’ 스킬을 사용해 진나이의 등 뒤로 돌아갔다. 단검이 그의 척추를 노렸다.
크드득!
“!!”
살과 뼈를 자르는 것과 전혀 다른 감촉이 느껴졌다.
현정건은 즉시 몸을 빼냈다. 그가 있던 자리로 어느새 나타났는지 모를 낫이 하나 더 튀어나와 허공을 베었다.
현정건은 단검을 다른 손으로 바꿔 쥔 채 아릿한 손바닥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며 물러섰다.
진나이는 한결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만 돌려 어깨 너머로 쳐다봤다.
“휘유, 블랙 와이번 갑옷이 아니었으면 반신불수가 됐겠어.”
“빌런 주제에 비싼 걸 쓰는군. 도망 다녔다면서 갑옷을 챙길 여유는 있었나 보네.”
“도망자가 챙길 여유가 있었겠나? 당연히 죽이고 뺏은 거지.”
진나이의 찢기 옷 틈새로 어둠 속에서도 윤기를 드러내는 검은색 가죽이 드러났다. 가죽은 등줄기를 따라 얇게 코팅된 고무처럼 반질거렸다.
현정건은 날이 톱니처럼 갈린 단검을 들어 보이며 혀를 찼다.
“진품이군.”
“칼 좀 좋은 걸 쓰지 그랬나.”
“오키나와에 갑자기 잡혀 오는 바람에 챙기질 못했다. 여기서 옛날 하던 일을 하게 될 줄 몰랐거든.”
“데려온 녀석이 원망스럽겠군. 죽을 곳에 데려와서.”
“소개해주고 싶군. 복장 터져서 죽게. 그러면 내가 굳이 손 쓸 필요가 없을 텐데.”
“그쪽이 손을 쓰면 뭐가 달라지나? 랭크는 그리 다를 바 없고, 장비는 이쪽이 훨씬 앞서는 것 같은데 말이야.”
“글쎄. 랭크가 같다고 다 같은 레벨이 아닐 텐데?”
그 말과 함께 이가 나간 단검에서 일렁이는 검은 불길이 솟구쳤다.
【검은 칼날】
불길한 기운에 진나이가 움찔하며 한 발짝 물러섰다.
현정건은 그 한 걸음을 쫓아가며 단검을 들어 올렸다.
“이건 오랜만인데…. 좀 많이 아플 거야.”
* * *
미스터 조는 자신만의 특수한 비법으로 적을 표시했다.
죽이려면 모두 죽일 수 있으나 그녀의 능력 특성상 정해진 시간 내로 모든 적을 제거하기 힘들었다.
‘변신하고, 없애고, 숨기고, 다시 변신하는 방식으론, 아침까지 모두 처리하긴 어렵지.’
게다가 아침이면 활동이 잦아질 것이고, 죽은 이들의 빈자리가 들통날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 숨겨둔 시신이라도 발견하는 순간 바로 비상이 울릴 터였다.
‘진짜 스파이는 살인보다 잠입이지. 살상 능력은 그저 거들뿐. 암살자 현 씨처럼 그렇게 막 피 보는 건 하수나 하는 짓이라고. 훗!’
우락부락한 얼굴로 변신한 채 어깨를 으쓱거리는 미스터 조에게 새로운 표적이 다가왔다.
“거기 너.”
“예?”
“참 감쪽같군. 무슨 능력이길래 그리 똑같게 변한 거지?”
“무슨… 소리인지……?”
미스터 조는 당황스러움을 숨기고 시치미를 뗐다.
‘뭐지? 걸린 건가? 어떻게?’
일본 헌터가 집요하게 물었다.
“너, 내 이름 말해 봐.”
“갑자기 이름은 왜요?”
“모르지?”
“아이고, 압니다. 알아요. 내가 그것도 모를까 봐요. 그래도 우리가 한솥밥 먹는 사이인데.”
“그럴 리가 없는데. 모를 텐데.”
“안다니까요, 참.”
미스터 조는 손사래를 치며 은근슬쩍 접근했다. 빈틈을 노려 급소를 노리려는 속셈이었다.
그때 일본 헌터가 피식 웃었다.
“아니야. 알 리가 없어.”
“이 사람이 오늘따라 왜 이래?”
“그럴 수밖에. 난 여기서 내 이름을 말한 적이 없거든. 알면 오히려 이상한 거야.”
미스터 조는 멈칫하며 헌터를 따라 웃었다.
“하하, 참 정 없는 놈들일세.”
“죽어.”
콰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