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ime-Limited Leader Makes the Raid a Success RAW novel - Chapter (654)
제654화
#654. 부디 늦지 않게 해결하길 바랍니다.
요한나가 하는 걱정은 원정군 지휘부도 하고 있었다.
원정군이 수족관 같은 플라잉 씨홀스 전용 수송선을 만든 건 괜한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많은 숫자의 나가가 몰려올 경우 전투 시간이 길어지는 걸 막긴 어려웠다.
유럽이라면 공세로 나서서 단기간에 승부를 볼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수의 플라잉 씨홀스를 확보할 수 있겠지만, 동북아는 그럴 여유가 없었다.
시간이라도 충분했다면, 플라잉 씨홀스를 차차 늘려갈 순 있겠으나 나가왕의 존재가 이를 가로막았다.
나가의 폭발적인 증가가 예상되기에 토벌을 절대 다음 해로 넘길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이런 대규모 전투를 치르기 위해 임의의 전술을 선택해야만 했다.
“글로리아 길드의 전술을 받아들이길 잘했군요.”
전예성은 벽에 기대앉아 있는 강무혁을 쳐다보며 말했다.
강무혁은 희미한 미소로 응답했다.
전예성이 다시 디스플레이 상황에 집중하자 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전열과 후열이 겹겹이 쌓여서 순차적으로 교대해 싸우는 전술. 이건 확실히 효과적이다.’
사실 글로리아 길드의 전술은 새로운 게 아니었다.
로마 공화국 시대 역사에서 차용한 전술, 로마 군단병의 마니플라(manipula) 시스템이었다.
마니플라는 하스타티-프린키페스-트리아리로 구성된 중보병 전술 시스템이었다.
체계는 간단했다.
젊고 힘이 넘치는 하스타티가 적을 맞아 싸우다 지치거나 공격에 실패하면, 다음은 전투 경험이 풍부한 프린키페스가, 그다음은 트리아리가 교대하며 싸우는 방식이었다.
글로리아는 로마의 후계자인 이탈리아 길드답게 이를 헌터 전술에 맞춰 개량해 도입했다.
특히 수백 혹은 수천 단위로 싸울 일이 많은 나가와의 전투에서 톡톡히 효자 노릇을 한 전술이었다.
이후 나가의 숫자가 줄고, 플라잉 씨홀스 부대가 크게 확대되면서 점차 잊힌 전술이 됐으나 이번 나가 전쟁에서 다시 부활해 동북아 3국에 전수됐다.
‘거기에 더해 히르밧의 장갑판 도입이 신의 한 수였지.’
수중에선 방패를 이용해 촘촘한 방어진을 구성하기가 여러모로 어려웠다.
이 약점을 메운 게 장갑판이었다. 광범위 결계 방어막은 비록 제한된 시간뿐이었지만, 마니플라 시스템의 원조 격인 글로리아에서도 흉내 내지 못할 방어력을 공격대에 선사했다.
‘문제는 이 전술을 쓰고도 전황이 불투명하다는 거다.’
2만 내외의 나가 대군.
그에 맞서는 1,300여 기가량의 플라잉 씨홀스 공격대.
병력 규모는 한쪽에 일방적으로 치우칠 정도로 차이가 있었으나 결과는 공격대가 챙기고 있는 상황.
여기서 변수는 최소 현재 전투 중인 나가만큼 더 있으리라 추정되는 나가 대군의 존재였다.
‘그에 비해 이쪽은 여력이 없지.’
플라잉 씨홀스는 전투 지속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다.
같은 탑승 몬스터인 라이더 늑대나 드래곤 홀스는 전투와 휴식이 따로 없이 야전에서 오랜 시간 견딜 수 있을 정도로 터프했으나 해류나 해수 온도 등의 서식 환경에 민감한 플라잉 씨홀스는 운용 시간이 정해져 있었다.
‘짧게는 두 시간, 평균적으로 세 시간, 지금과 같은 마니플라 시스템에선 최대 다섯 시간.’
그 다섯 시간도 짜내고 짜낸 숫자였다.
그 정도로 무리하면, 이번 전쟁에서 다음 전투란 없을 터였다. 기진맥진한 플라잉 씨홀스가 전장에 나가려 하지 않을 게 분명했다. 억지로 데려가더라도 대열을 이탈해버리는 등 멋대로 굴 게 뻔했다.
전형적인 전투에선 이기고, 전쟁에선 지는 상황인 셈이었다.
‘즉, 뒤를 생각한다면 두 시간 안에 눈앞의 나가를 끝장내야 한다.’
하지만 공격대 뒤에 함대가 있는 이상 방어 대열을 풀고 역공에 나설 순 없었다.
공격이 성공하더라도 일부 나가들이 뒤에 있는 함대를 노린다면, 아무리 준비를 단단히 했더라도 인해전술에 밀려 하나둘 침몰할 수밖에 없었다.
강무혁은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S랭크를 프리롤로 두는 것.’
프리롤은 레이드에서 흔히 쓰이는 전술이었다.
보통 원정대 에이스나 해당 파티가 작전과 상관없이 자유롭게 움직이며 위험도 높은 몬스터를 우선 제거하는 방식이었다.
이것을 S랭크 헌터가 맡게 되면 몬스터들에겐 재앙이 될 터였다.
강무혁은 그걸 알면서도 제안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제안하지 못했다.
이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주세아 길드장님은 이곳에 없다. 내가 먼저 제안할 순 없어.’
그리고 나가왕의 존재.
과연 여기서 S랭크 전력을 소모해야 하느냐가 옳은 일인지 판별하기 힘들었다.
‘S랭크 헌터가 겨우 이 정도로 지쳐서 못 싸우진 않겠지만, 나가왕의 능력을 모르는 상황이야. 만약 지능 수준이 예상을 웃돈다면 앞서 S랭크 헌터의 전력을 보이는 건 패착이 될 수도 있다. 하나 그럼에도 나서야 한다. 공격대가 이기면서 밀려나기 전에.’
현재 S랭크들은 서로 눈치를 살피는 중이었다. 다른 S랭크들 앞에서 쉽게 실력을 노출하길 꺼리는 탓이었다.
이는 믿음의 문제였기에 강무혁이 나서서 해결할 수 없는 일이었다.
물론 강무혁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슬슬 나설 때라는 것도.
‘요시무라 겐 사령관. 당신도 알고 있을 겁니다. 부디 늦지 않게 해결하길 바랍니다.’
* * *
“3공격대. 제5파 격퇴.”
“4공격대. 후열과 교대. 4파를 맞이합니다.”
“1, 9공격대 역시 승전보! 정비 후 새로운 적을 맞이합니다.”
여기저기서 국지전 승리를 알리는 보고가 들어왔다.
현재 원정군은 10개 공격대를 구성하고 있었다.
길드는 보통 8개 파티, 40명을 정규 공격대(attack unit)로 운용했다.
북미에선 이런 공격대가 2개면 더블 유닛, 3개면 트리플 유닛으로 표현했다.
그 이상의 공격대부터는 유닛이 아닌 군단(legion)으로 불렀는데, 4개 공격대일 경우는 하프 레기온, 8개 이상은 풀 레기온이라 불렀다.
풀 레기온 헌터의 정원이 320명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현재 10개 공격대 1,300명은 정규 구성에서 한참 벗어난 숫자인 셈이었다.
물론 공격대 인원은 길드 사정과 레이드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바뀌지만, 그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현재 군단급 구성은 확실히 규격 외였다.
한 개 공격대당 120명 내외.
이는 마니플라 시스템을 사용하기 위해 조정한 숫자였다. 원정군 참모들은 이 규모가 대규모 몬스터 군대를 상대하기 위한 최적의 구성이라는 데 동의했다.
요시무라도 같은 생각이었다. 단 한 가지만 빼면.
“상황이 나쁘지 않습니다. 이대로 가면 확실히 승기를 잡을 수 있습니다.”
참모 모두가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은 와중에 요시무라는 홀로 표정이 굳어 있었다.
참모들은 그가 전쟁이 끝날 때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기 위해 표정을 관리하는 것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주변의 생각과는 달리 요시무라는 전황을 그리 좋게 보고 있지 않았다.
‘가벼운 상처를 입은 헌터 몇몇을 제외하곤 사상자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전투 규모에 비하면 압도적인 전과를 올리고 있지.’
현재 상황에 대해 요시무라는 단호하게 결론을 내렸다.
‘이건 모두 다 허상이다!’
당장의 승리가 최종 승리를 보장해주진 않았다.
이 숫자의 차이는 후반부로 갈수록 큰 압박으로 다가올 터.
공격대 어딘가 금이 가는 순간, 삽시간에 와르르 무너질 게 불을 보듯 훤했다.
‘나가의 후속 부대도 생각해야 해. 나가왕 이놈은 멍청한 몬스터가 아니다. 숫자라는 강점을 충분히 이용하고 있어.’
아마 2만에 더해, 다시 2만을 다 잃더라도 이쪽 플라잉 씨홀스 전력을 물리칠 수 있다면 승리했다고 여길 것이다.
‘그때 진화종들이 공격해오면 막을 수 있을까?’
S랭크가 있으니 허무하게 당하지야 않겠지만, 나가왕이라는 존재가 그때도 과연 전장에 나오지 않을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나가왕의 진화 수준에 대해 걱정하는 건 강무혁만이 아니었다.
요시무라 역시 심상치 않은 기류를 느끼고 있었다.
이는 어떤 증거나 정보를 기반으로 한 확신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보단 대전쟁의 격전을 치렀던 노장 헌터의 직감에 가까웠다.
그는 나가왕에게서 위험한 냄새를 맡았다. 무언가 불길한 흐름이라고 여겼다.
‘전쟁에 지더라도 올해만 넘기면, 나가는 승리한다. 나가왕의 계획이 양패구상이라면, 지금의 승리는 없다고 봐야겠지.’
요시무라는 이 무난한 흐름을 타개할 방법을 떠올렸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디 가십니까?”
“잠시 차 한잔하고 오겠네.”
참모는 대전쟁의 영웅 역시 승리를 확신해 여유를 부린다고 여기고 활짝 웃으며 배웅했다.
“예. 걱정하지 말고 다녀오십시오. 일이 생기면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럴 일이 생길지는 모르겠지만요. 하하하.”
요시무라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고 전투통제실을 나왔다. 그는 바람이 휘몰아치는 갑판으로 나왔다.
약 20미터 거리를 두고 그가 탑승한 기함에 비할 정도로 큰 구축함이 떠 있었다.
“저기 있던가?”
요시무라는 다리를 굽혀 자세를 낮추더니 짤막한 기합성과 함께 바다를 건너뛰었다.
노장 헌터의 신체 능력은 여전했다. 20미터란 거리가 한순간에 사라졌다.
그가 목표했던 구축함 위에 착지하자 이를 발견한 함교에선 공격인 줄 알고 난리가 났다.
이내 요시무라임을 알아채고 혼란은 가라앉았으나 느닷없는 원정군 사령관의 방문에 함장은 바짝 얼어붙어 마중 나왔다.
“호들갑 떨지 말게. 히라노 슌이치는 어디 있나?”
함장은 요시무라가 일본에 단 세 명뿐인 S랭크 중 한 명을 찾아왔다는 사실을 깨닫곤 앞장서며 말했다.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 * *
“다 늙은 사람이 거창하게도 방문하시는군.”
장교 선실 하나를 차지하고 정좌한 채 명상을 즐기던 히라노는 갑자기 방문한 요시무라를 곁눈질로 보며 말했다.
요시무라는 안내한 함장을 물리며 선실 안으로 들어와 문을 닫았다.
“헬기로 이동하는 건 성가셔서 말일세. 오랜만에 힘 좀 썼지.”
“날 찾은 게 차 마시자고 온 건 아닐 테고. 싸우러 나가라는 건가?”
히라노는 요시무라가 대전쟁의 영웅임에도 존대하지 않았다.
요시무라도 그런 태도가 편했다. 어차피 예의 따위야 안중에도 안 두는 녀석 붙잡고 예절 강좌에 처넣을 수도 없으니 차라리 상호 예의 따윈 차리지 않는 게 마음 편했다.
요시무라는 바로 본론에 들어갔다.
“플라잉 씨홀스 훈련을 받지 않았다던데. 괜찮겠나?”
“미물 따위야 야생마와 다를 바 없지. 말 안 듣는 놈은 기를 죽이면 돼. 하지만 내가 굳이 나서야 할 필요가 있을까?”
“나설 이유야 충분하지. 자네가 나서야 에나스도 내보낼 수 있으니까.”
“키신 제자 놈? 왜 말을 안 들을 것 같으니 나더러 닦달하라고? 하긴 제 스승한테도 반항적인 놈이니 여기 나온 게 용하긴 하지.”
히라노는 키신의 제자이자 S랭크 헌터인 에나스 료를 인정하지 않았다.
자신과 동급의 랭크이긴 하지만, 키신이 단련시켜 온실 속 화초라 여겼다.
실제로도 제멋대로 굴다가 키신에게 크게 혼나 오랫동안 폐관 수련을 한 전적이 있었다.
S랭크가 크게 혼났다는 건 말로 혼냈다는 뜻이 아니었다. 아무리 제자더라도 S랭크 헌터이니 당연히 반항했고, 힘으로 해결을 봤다는 뜻이었다.
그 과정에서 키신에게 졌다는 건 따로 말하지 않아도 충분했다.
에나스의 인성이 스승이라고 봐줄 정도는 아니었기에 실력에서 밀렸다고 봐야 했다.
그 점에서 히라노는 에나스를 반쪽짜리 S랭크라고 평가했다.
요시무라는 히라노의 평가를 무시하고 자기 할 말 만했다.
“과거 일본 헌터들의 잘못이 동맹을 하나로 뭉치지 못하게 하고 있네. 신뢰를 회복하려면, 우리가 먼저 나서서 싸워야 하지.”
“상황이 시원찮은가 보군.”
“지금은 이겨도 결과는 패배할 걸세.”
히라노는 ‘흠’ 콧바람을 길게 뿜었다.
그가 단번에 거절하지 않는다는 데서 요시무라는 S랭크를 움직일 희망을 엿봤다.
하지만 히라노의 입에서 나온 말은 기대와 달랐다.
“봉공의 대의에는 공감해. 하지만 몇 가지 걸리는 게 있어서 나가기가 쉽지 않군.”
“뭐가 걸린다는 거지?”
“주세아.”
“??”
“이 함대에서 유일하게 어딨는지 알 수가 없어.”
“그게 무슨……?”
“함대에 없는 게 아니고서야 내가 느끼지 못할 리가 없는데 말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