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ime-Limited Leader Makes the Raid a Success RAW novel - Chapter (696)
제696화
#696. 이번엔 끝장을 봅시다.
주세아는 토마스의 이상을 바로 눈치챘다.
그의 병세에 대해선 익히 알고 있는바, 아무리 S랭크더라도 완치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했다간 사달이 날 수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었다.
덕분에 누구보다도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다.
나가왕이 토마스의 목을 치기 전에.
“토마스!”
주세아는 보스 몬스터들을 공격하다 말고 몸을 날렸다.
토마스의 빈틈을 포착한 나가왕은 황금 불새를 몸에 안는 모험 수를 던졌다. 신체 절반이 타들어가는 걸 감수하고 토마스를 공격하던 참이었다
주세아는 토마스의 앞을 가로막았다. 묵직한 발차기가 X자로 교차한 양팔을 가격했다.
그사이 정신을 차린 토마스는 나가왕의 힘에 밀리는 주세아의 등을 양손으로 받쳤다.
하지만 나가왕 쪽에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주세아를 쫓아온 슈텐도지가 부서진 칼날을 휘둘렀다.
토마스는 몸을 돌리며 방어막을 생성했다. 급한 나머지 미처 몇 겹 치지 못한 방어막은 큰 충격을 받아 그를 밀어냈다.
토마스는 버티지 못하고 주세아의 등으로 날아갔다. 이를 감지한 주세아는 반사적으로 뒤돌아 토마스를 받아냈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나가왕이 주먹을 뻗었다.
주세아는 토마스를 왼손으로 안은 채, 오른손으로는 나가왕의 주먹을 방어했다.
으득!
팔뚝에 소름 끼치는 소리가 들렸다. 순간 검을 놓쳤다.
피해를 확인할 여유도 없이 몰아치는 나가왕.
찰나 주세아가 반격했다. 그녀의 발차기가 나가왕의 가슴을 찍었으나 나가왕은 아랑곳하지 않고 두 번째 주먹을 날렸다.
토마스는 주세아의 옆구리에 끼인 상태에서 나가왕의 얼굴을 향해 불덩이를 던졌다.
일순 눈앞에 불이 치솟자 나가왕은 타격점을 잃고 주먹을 허우적거렸다.
평소의 주세아라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반격했겠지만, 지금은 나가왕만 문제가 아니었다.
쿵, 쿵, 쿵!
지축을 울리는 발걸음과 함께 오우거 킹이 달려와 발길질했다.
일전에 당한 앙갚음을 하려는 듯 울분을 담아 사커킥을 날렸다.
주세아는 토마스를 감싸며 등판을 내줬다.
두 헌터는 거센 충격과 함께 날아갔다.
근처에 있던 작은 건물의 창을 깨고 콘크리트 기둥을 부순 후 반대쪽 벽에 구멍을 뚫고 튀어나와 아스팔트 도로를 몸으로 밀어내며 수백 미터를 굴렀다.
들판에 대자로 드러누운 주세아는 머리 위로 천사가 날아다니는 착각이 들었다.
어지러운 머리를 매만지며 상체를 일으키곤 토마스를 찾았다.
멀지 않은 곳에 토마스가 엎어져 있었다.
“토마스…. 괘, 괜찮아요?”
토마스는 대답 대신 손을 흔들곤 엄지를 치켜들었다.
제 딴엔 무사하다는 표현을 한 것이었지만, 언뜻 보기에도 상태가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주세아는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서 토마스에게 다가갔다.
토마스는 그녀의 부축을 받아 겨우 몸을 일으켰다.
나가왕과 보스 몬스터가 무너진 건물 잔해를 해치며 접근하고 있었다.
우흘라의 조율이 무너진 황금 불새는 나가왕과 드잡이질 끝에 패해 사라진 듯했다.
“다행히 나가왕도 몰골이 그리 좋지 않네요. 몸 절반이 탄 것 같아요.”
“겉만 익은 겁니다. 검은 마나가 있는 이상 재생력이 트롤급이죠.”
주세아는 검은 마나가 무엇인지 알진 못했으나 눈으로 이해했다.
토마스가 보여준 황금빛 마나의 향연은 여전히 잔향을 남기고 있었다.
한 줌뿐인 황금 마나가 틱틱 쏘아댈 때마다 나가왕 주변을 감싸는 검은 기운이 귀찮은 벌레를 쫓아내는 것처럼 허공을 휘젓고 있었다.
그녀는 강무혁에게 들었던 모로코 사건을 떠올리며 물었다.
“저게 미지의 존재인가요?”
“정확히는 미지의 존재가 흘리는 힘을 받고 진화한 괴물이라고 할 수 있죠.”
“그나마 다행이네요. 미지의 존재가 아니라서.”
“글쎄요. 이게 정말 다행인지 모르겠군요.”
토마스의 말마따나 다행인 상황은 아니었다.
나가왕을 필두로 걸어오고 있는 네 마리 보스급 몬스터.
토마스에 비해 레이드 경험이 훨씬 많은 주세아조차 처음 겪는 상황이었다.
“하, 소전쟁 이후 최대 위기네.”
주세아는 조금 전부터 불편한 감각이 치밀어 오르는 오른팔을 흔들며 말했다.
“앞으로 얼마나 싸울 수 있어요?”
“길마님과 함께라면 발목을 잡지 않을 정도입니다.”
“빠듯하단 거네.”
“길마님은요? 팔 괜찮습니까?”
“글쎄요. 뼈에 금 간 건 오랜만이라 감각이 좀 낯설긴 한데… 이 정도는 뭐, 쏘쏘? 그래도 나가왕만큼은 아니더라도 회복력이 좋아서 금방 괜찮아질걸요.”
“길마님 특성이 정말 궁금해지네요. 저 같은 종이 몸은 부러울 정도입니다.”
“알면 다쳐요.”
“이미 다칠 만큼 다쳤는데, 다친 김에 알려주시죠.”
“알면 죽어요.”
“모르는 게 약이란 말이 이런 거로군요.”
두 사람은 의식적으로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았다. 싸우기 전에 고조된 긴장을 풀려는 의도였다.
위기에서 긴장만큼 걸림돌은 없었다. 그래서 대개 헌터들은 껌을 씹거나 가벼운 농담 혹은 간단한 게임 등 저마다의 방식으로 긴장을 풀었다.
물론 S랭크가 긴장할 일은 별로 없었다. 그런데도 이런 식의 대화를 주고받는 건 지금 상황이 핀치에 몰렸다는 인정이었다.
토마스는 몸을 점검하며 다가오는 몬스터들을 째려봤다.
“문제는 저 똘마니 몹 넷이겠군요.”
주세아는 평소 토마스답지 않은 단어 선택에 눈을 치켜뜨며 헛웃음을 지었다.
따로 묻지 않아도 누구한테 옮은 말투인지 알 것 같았다. 인간관계가 좁은 토마스에게 희한한 말을 가르칠 사람이야 뻔했다.
‘제자라곤 하나 있는 게 천방지축이라니까. 누굴 닮아서 그런지. 겁도 없이 S랭크를 타락시키고 있어.’
그녀의 스승인 장득구가 들었다면,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라는 속담을 들려줬을 터.
‘아, 돌아가면 을지 녀석 좀 혼내야지. 토마스가 무슨 자기 친구냐고?’
코앞의 싸움과는 전혀 상관없는 생각을 하며 싸움을 재개하려는 때였다.
주세아와 토마스를 노리던 나가왕이 발길을 돌렸다. 보스 몬스터 네 마리도 멈칫하더니 뒤돌아봤다.
괴물들이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뭐지?”
주세아의 시선도 위로 향했다.
토마스가 웃으며 말했다.
“제가 말했잖습니까. 단장님이 해줄 거라고.”
하늘에 떠 있는 다섯 개의 인영.
그중 유일한 여자애가 손을 흔들며 외쳤다.
“S랭크, 배달이요!”
* * *
지진이 난 듯 모든 것이 무너진 도시 외곽.
남쪽으로부터 올라오고 있던 고을지는 운이 좋게 나하 시 남쪽에서 싸우고 있던 주세아를 발견했다.
천둥이 치고 번개가 번뜩이듯 요란스럽게 싸우고 있었으니 모르려야 모를 수 없었다.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해 보니 주세아와 토마스가 위기에 몰려 있었다.
상대는 느껴지는 기운으로 봐선 보스급 다섯 마리.
그중 하나는 나가 닮은 떡대. 딱 봐도 나가왕이었다.
고을지는 새삼 ‘싸부도 인간이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보스 외 몬스터가 정리되어 있다면, 게이트 아르바이트를 하루 세 탕도 뛰는 주세아이니 평소엔 인간으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주세아라면 아침 먹고 보스, 점심 먹고 보스, 저녁 먹고 보스도 모자라 야식 먹고 보스도 가볍게 뚝딱하는 괴물이라고 여겼었다.
그런데 지금 몰골만 보면 위기에 처한 가련한 여주인공 꼴이었다.
‘열받네. 몬스터 새끼들!’
고을지는 이를 갈며 함께 날아온 S랭크들을 풀었다.
“S랭크, 배달이요오~!”
300m 상공이었다.
갑작스러운 추락이었으나 S랭크들은 당황하지 않고 무기를 꺼내며 보스 몬스터들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딱히 쓰는 무기가 없는 드웨인만 맨손이었는데, 그는 땅이 아닌 하늘을 보며 떨어졌다.
“쟤 일부러 떨어뜨린 것 같은데.”
S랭크들 데려온다고 고생한 것도 부족해 온갖 구박-바이링 한정-을 당한 것에 앙심을 품고 냅다 하늘에서 던져버린 게 아닌가 하는 합리적인 의심이었다.
드웨인은 팔짱을 낀 채 고을지를 흘겨보다가 몸을 뒤집었다.
어쨌든 지금은 A+랭크 꼬맹이랑 티격태격하는 것보다 중요한 일이 있었다.
“저놈이 나가왕?”
세간에 알려진 나가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괴물을 보며, 드웨인이 웃었다.
“저건 내 거다.”
그리고 다른 세 명의 S랭크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강해 보이는군. 좋은 상대가 되겠어.’
‘흥! 나가 따위 왕이라고 해봐야 나가지.’
‘주세아를 저리 만든 놈인 것 같군. 저놈을 잡으면 주세아보다 강하다고 증명할 수 있는 건가?’
히라노 슌이치와 에나스 료, 비원쥔은 서로 다른 계산으로 나가왕을 향했다.
하지만 그들의 상대는 따로 있었다.
나가왕은 낙하하는 넷을 상대하지 않고 주세아와 토마스를 돌아봤다.
초대받지 않은 불청객을 맞이하는 건 왕이 할 일이 아니었다.
수문장들이 알아서 막아야 할 터였다.
“우와아아!”
다이다라봇치의 고함과 함께 나머지 보스 몬스터들이 갑자기 등장한 S랭크들을 공격했다.
허공에 있던 터라 선공을 허용할 수밖에 없던 S랭크들은 어쩔 수 없이 방해꾼들과 먼저 싸워야 했다.
드웨인은 전신을 불로 뒤덮으며 비웃었다.
“나가 주제에 거물인 척하네? 좋아. 이놈들부터 다 태우고 너도 태워주마.”
화염인이 된 드웨인이 마리오 터틀과 부딪치는 모습을 보며 비원쥔이 혀를 찼다.
‘저리 비효율적일 수가…. 화염 원소 특성을 가진 놈이 등껍질 가진 놈을 상대하면 어쩌겠다는 거야? 도대체가 양키들은 화력만 내세우지, 도무지 머리라는 걸 쓸 줄 모른다니까.’
그러면서 비원쥔은 깨진 칼을 들고 있는 슈텐도지를 골랐다.
마검사이지만, 검룡이라 불릴 만큼 검술에도 자신이 있는 그는 그나마 검을 들고 있는 몬스터를 상대하고자 했다.
이 역시 머리가 아닌 개인적인 취향이었으나 이를 따지는 사람은 없었다.
히라노는 다이다라봇치를, 에나스는 오우거 킹을 상대로 전투에 돌입하면서 누군가를 신경 쓸 여유가 없기 때문이었다.
보스 몬스터들이 S랭크들을 맞아 싸우는 틈에 나가왕은 토마스와 주세아를 향해 나아갔다.
주세아는 등에 손을 뻗었다가 허전함에 허공을 허우적거렸다. 아까 놓친 앵거바딜이 떠올랐다.
“아이고, 또 무기 두고 왔네.”
그녀는 아쉬운 대로 허벅지에 찬 단검을 뽑았다.
“다행히 이번엔 페어로 싸울 수 있겠군요.”
토마스는 품속에 있던 팬디트 탈리스만을 꺼내 활성화시켰다. 이 역시 대전쟁 시대의 유산인 유니크 아이템이었다.
그간 전력을 내보일 기회를 포착하지 못해 아끼고 아끼던 참이었다.
그리고 지금 이 아이템을 사용한다는 건 슬슬 결착을 보아야 할 때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주세아는 토마스와 눈을 맞추고는 나가왕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이번엔 끝장을 봅시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