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ower of Babel and the Only Begotten Son RAW novel - Chapter 406
00406 백운산맥 =========================
-인간?
거대한 형상이 물었다.
“그렇다.”
인간의 대표는 답했다.
거대한 형상에는 이목구비가 존재하지 않았으나 아이오닐은 상대와 마주하고 있다 느꼈다.
-우리의 공간을 침범한 이유를 말하라.
“살아남기 위해서다.”
변명은 필요 없다.
어차피 살기 위해서 죽여야한다.
그러니 죽이로 온 것이다.
-전쟁을 원하는 것인가?
“방법이 그것 뿐이라면.”
-다른 방법이 있다면 전쟁을 하지 않을 것인가?
“방법을 알고 있나?”
-그렇다. 그대들이 우리와 하나가 되면 된다.
“하나?”
-우리는 하나이며 여럿이고, 여럿이며 하나인 존재. 그대들 역시 우리와 하나가 되면 된다.
“너희와 하나가 되면 좋은 게 무엇이지?”
-좋은 것?
“장사를 할 때도 물건을 보여줘야 흥정을 하지 않겠나.”
-재밌구나. 좋다. 우리는 강하다. 그대들이 겨우 한 줌 영역을 만든 그 곳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영토를 가졌다.
목소리가 떨쳐 울리자 인류제국의 눈앞의 광경이 변화했다.
우주와 같던 공간은 순식간에 드넓은 평야가 되었다.
-너희가 원하는 영토에서 얼마든지 살 수 있게 해주마. 기간은 무제한이며 영역도 무제한이다. 그대들이 걷고 또 걸어서 지쳐 쓰러질만큼 거대한 영토를 모두 내려주마. 너희는 권력을 나눌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모두가 만족할 만큼 나누어 주마. 그 곳에서 너희들은 원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터이다.
“욕망을 무제한 적으로 충족시켜 주겠다는 것인가?”
-그렇다. 또한 원하면 원하는 만큼의 군세를 주마. 우리는 이미 무한의 영역에 다다랐다. 우리에게 기록된 정보의 존재라면 원하는 만큼 만들어낼 수 있다.
그들의 눈 앞에 펼쳐진 평야에 하나 둘, 수 없이 많은, 수 없이 다양한 종의 군세가 나타났다.
인류제국이 싸웠던 기계일족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수의 군세가 모습을 들어냈다.
“좋군. 너무 좋아. 그래서 우리가 제공해야 할 것은?”
-너희의 정보다.
“정보?”
-우리는 무한한 지식을 원한다. 그리고 그대들은 우리의 기록에 존재하지 않는 자들. 그대들의 정보를 통해 우리는 더욱 발전할 것이다.
“거부한다면?”
-전쟁이다. 우리는 너희를 약탈할 것이다. 이 수많은 군세가 모두 그대들의 조그만 영토를 유린할 것이다.
“그런가.”
아이오닐이 눈 앞의 평야를 메운 병력을 훑는다.
운성이 알려준 눈으로 훑어봐도, 자신의 감각도 어느 쪽도 저것들은 가짜가 아니라고 한다.
그러니까.
“어쩔 수 없군. 전쟁이다.”
고개를 저으며 전쟁을 선포했다.
-어째선가? 이 모든 것이 한낱 허상으로 보이나?
“아니. 허풍같지는 않군.”
-그럼 어째서 그런 어리석은 선택을 내렸는가.
“그야 당연하지 않나. 너희가 무슨 조건을 제시하든, 너희는 결국 바벨에 패배했으니까. 협업이면 모르겠으나, 패배자의 밑으로 들어오라는 조건이 말이나 되겠나.”
아이오닐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너희가 우리 밑으로 들어올 생각은 없나?”
-가소롭구나. 겨우 그런 조그만한 힘으로 무엇을 해보겠다는 것이더냐.
“무엇이든 하는 거겠지. 다만 그것에 너희들의 밑으로 들어간다는 선택지는 없고.”
-좋다. 교섭은 이것으로 끝이다.
형상은 분노하듯 말했다.
그것으로 전쟁을 선포했다.
온 주변이 떨쳐울리는 진동과 함께 공간이 변해갔다.
사방을 둘러싼 지형이 너른 평야로 변하고 그 지평선의 끝가지 가득 매운, 각기 다른 병력이 채워갔다.
“휘유, 공성전인가?”
스타이너는 재밌다는 듯이 주변을 둘러봤고,
“글쎄. 저길 봐라.”
레이븐이 시가를 입에 물며 가리킨 쪽을 보고 어이가 없어 박수를 쳤다.
“이걸 뭐라 해야 되나.”
땅 뿐 아니라 하늘에서도 수 많은 병력이 내려왔다.
등 위에 수 많은 병력을 태운 고래와 같이 생긴 것들, 인류제국이 강을 건널 때 사용했던 것과 비슷한, 아니 더욱 거대한 공중요새들.
암흑무저갱에서도 서로 다른 수 많은 종을 보아왔는데 이 곳은 더했다.
그 곳과 차이점을 찾자면 암흑무저갱에서는 여러 가지 종을 섞어놓은 것 같았으나 이 곳은 수 많은 종을 각기 극한까지 발전시켜놓은 것 같았다.
“저건 데메토, 적토赤兎, 멜피스, 아르곤 아리아. 어지간히도 많군.”
눈에 익은 종의 흔적을 가진 종들이 진화한 것 같은 군세가 끊임없이 몰려들고 있었다.
“황제, 너무 많은 것 아냐?”
킬킬 거리며 아이오닐의 옆으로 다가선 스타이너가 툭툭 치며 물었다.
그에 아이오닐은 시선만 살짝 돌리며 물었다.
“무섭나?”
도발일까?
아이오닐의 그 시선을, 그 물음을 스타이너는 그저 흘려 넘기며 더욱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성벽의 끝에 서서 고개를 돌렸다.
“재미없는 농담이야.”
탁.
한 번 도움닫기를 한 그가 단번에 성벽 밖으로 뛰어나섰다.
“먼저 간다!”
어떤 상의도 없는 돌발행동.
하지만 서로는 서로가 그럴 것을 알았다.
그들처럼 말로 하지 않아도, 사전에 맞추치 않아도 통하지 않는 다른 뒷편에 선 이들은 그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한숨을 푹 쉬며 머리를 괴었고, 일부는 당연한 광경이라는 듯이 낄낄 웃었다.
그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뛰어오른 스타이너는 한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자색의 기운이 그 곳에 뭉쳤고, 곧 한 자루의 검이 되었다.
황혼검 – twilight.
그것을 굳게 쥔 스타이너가 횡으로 크게 휘두르며 소리쳤다.
“황혼검 제 1식 – 여명黎明!”
사아아악.
검의 궤적을 따라, 그 궤적에 놓인 모든 공간이 자색으로 서서히 물들어갔다.
그 궤도에 놓인 모든 적들이 순식간에 휩쓸렸다.
어림잡아 수 억億.
일순간에 수 억의 적들이 황혼에 물들어 사라졌다.
“으하하, 시작이다!”
그것이 신호가 되었다.
순식간에 덮쳐온 수 많은 적에 스타이너는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아이오닐은 그 쪽을 돌아보지 않았다.
그 쪽은 그 쪽이 할 일이고, 이 쪽은 이 쪽이 할 일이 있다.
“전쟁이다. 여명은 앞선다. 한정세계는 발 디딛을 곳이면 족하다. 여명이 인류제국의 방벽이 된다.”
“알겠습니다!”
방패병단 여명이 레나 마리사를 따라 성벽을 빙둘러 싸며 방벽을 형성했다.
“선봉은 크림슨 혼. 판단은 야전 지휘관의 재량에 맡긴다. 적진을 붕괴하라.”
“라져!”
각자 산개한 돌격병단 크림슨 혼이 사방을 향해 흩어졌다.
각기 부조장을 따라 낮다고는 하나 수십미터가 넘는 성벽을 단숨에 뛰어넘은 그들이 허공이든 지면이든 개의치 않고 내달렸다.
그 중 선두는 당연 단장 솔리움 듀 루멘.
그를 선두로 한 핏빛의 뿔이 전장을 꿰뚫었다.
“궁기병단 청랑대. 크림슨 혼의 길을 열어라. 그 후는, 마음껏 날뛰어라.”
대답은 없다.
허나 한 발의 화살이 달려가는 크림슨 혼의 선두를 앞지르고, 그 뒤를 따라 쏟아져 내리는 화살비가 그것을 대신한다.
그 즈음이 되었을 때 적의 공격도 부딪친다.
쿠우우웅!
수십km도 넘는 거대한 괴수들이 성벽을 부딪쳐온다.
여명이 만든 방벽에 크게 진동을 일으키며 존재를 알리고, 그 괴수들의 위에서 수 많은 괴물들이 떨어져내린다.
“게베 지밀.”
어벤져스의 단장 게베 지밀이 아이오닐과 눈빛을 마주했다.
“복수의 시간이다. 도움이 필요한가?”
“조금도.”
게베 지밀을 필두로 한 어벤져스들이 공통되게 지급된 봉을 들고 쏟아지는 괴물들을 향해 마주 달려갔다.
“바랑마다.”
“듣고 있다.”
“마법은 내 전문이 아니군.”
“큭.”
때 아닌 아이오닐의 농담에 바랑마다는 실소를 머금었다.
“걱정마.”
그리고 답한다.
“우리가 마법을 보여주지.”
뒤돌아선 바랑마다가 손을 높이 들어올리며 그의 아이들에게 말했다.
“항상 똑같다. 선두는 내가 선다. 죽지말고 쫓아와라!”
“우와아아아아!
“아빠 멋져요!”
“아빠 아니라니까!”
바랑마다와 아이들이 각자의 마법을 쓰며 그들의 전장으로 달려나가고 주위의 남은 이들도 각자의 전장을 찾아간다.
남겨진 아이오닐은 그 자리에서 서서 고개를 들어 시선을 위로 향한다.
그리고 남은 운성이 물었다.
“후ㅎ….”
“후회하지 않소.”
질문이 채 이어지기도 전에 뱉는 답이다.
거기다 한 마디 더 붙인다.
“그리고 이젠 너무 뻔한 레퍼토리군.”
“그런가?”
운성은 재밌다는 듯이 낄낄 거리며 웃었다.
“언제나와 같이. 나는 후회하지 않소. 후회라면 질릴만큼 했고, 고민이라면 지금 당장에도 하고 있소. 하지만 후회는 더 이상 하지 않소. 우리가 마주해야 할 관문이 얼마나 많은 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때마다 당신은 그 질문을 던지겠지. 그 질문에 모두 미리 답하겠소. 나는 결코 후회하지 않소.”
그렇게 뱉은 황제는 답을 듣지 않고 앞으로 나선다.
계속하여 나아가 선 곳은 전쟁의 시발을 알린 스타이너가 섰던 성벽.
“그러니, 우리는 우리의 전쟁을 시작하면 되는 것이다!”
스타이너가 전방을 향해 그의 애총 골드 익스퍼리언스를 겨눈다.
한 점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기고, 겨누어진 총구에선 황금의 빛이 쏘아져나간다.
탕!
========== 작품 후기 ==========
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