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ower of Babel and the Only Begotten Son RAW novel - Chapter 489
00489 마지막 화 =========================
운성의 주변으로 삼라만상이 뒤틀리며 멸망의 기운이 몰아쳤다.
하지만 주변에 있는 이들은 다들 이 순간을 예상하기라도 한 듯이 침착하게 대응해갔다.
“와, 왠지 이럴 것 같더라니.”
“내 분명 예상했지.”
“이럴 것 같긴 했습니다.”
그들은 저 마다의 무구로 생로를 만들어갔다.
저 기운은 도저히 대적하는게 답이 없다 여겨 살 길을 만들어가며 피하고 반격해냈다.
넝마마냥 너덜너덜 해지면서도 운성은 이 행위를 멈추지 않았다.
“잘 들 컸군.’
무덤덤한 목소리로 말하는 운성의 몸은 실시간으로 찢겨나갔다.
“이유를 물어도 되겠소?”
다른 이들의 뒤에서 숨어서 권위로 운성을 압박하고 권위로 다른 이들을 지원하는 아이오닐이 물었다.
“이유라.”
그에 운성은 주변 이들을 흘깃 둘러봤다.
“너희들이 살아서 지구에 돌아간다고 가정해보자,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나?”
“…그렇군.”
아이오닐은 그의 말을 이해했다.
하지만 태식은 이해하지 못 했다.
“뭔 소리요? 귀환하면 귀환하는 거지.”
“너희는 인간의 관점에서는 신적인 힘을 얻었지. 손짓 하나에 대륙이 붕괴하고 하늘이 무너질 정도로. 적당히 강했으면 모르지. 산 하나 무너뜨리는 정도, 강 하나 가르는 정도. 그랬다면 모를 일이지. 허나 너희는 너무 강해졌다. 너희가 실수라도 하는 날에는, 설령 인류라는 종을 복구시켜 천년의 세월이 지나도 단 하루밤에 멸망시킬 수 있을 정도로.”
“아니, 그런 미친 소리가 어딨소? 그건 진짜 만약에 가정 아니오?”
“만약은 없다. 단 1퍼센트의 위험조차 배재할 수 없지. 너희는 이미 극한 속에서 살아간 존재. 앞으로 몇 백 몇 쳔년, 혹은 몇 만년도 넘게 살 지 모르는데 평범한 일상에서 그 힘을 단 한 번도 실수하지 않으리라는 자신이 있나?”
“허, 그래서 아재는 한 번도 실수 안하고?”
“누군가는 멸망한 인류라는 종을 복구시켜야지.”
“안 멸망했을 수 도 있잖아요! 아직 남아있는 인류들이 있을 지도 모르고!”
언젠가 제시된적이 있는 의견.
전부가 지구로부터 끌려오지 않고 몇 몇은 남아있을 지도 모른다.
허나,
“만약은 없다.”
운성은 단 일말의 가능성마저 배재해버렸다.
“와, 이런 단호박이.”
태식은 기가 차서 주먹을 내딛었다.
운성은 전신이 너덜너덜 해지면서도 상관없이 삼라만상을 모으고 붕괴시켰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하, 여기까진가.’
태식은 결국 한 쪽 무릎을 꿇었다.
이제 자신은 무슨 짓을 해도 살아날 수 없다.
그는 원망대신에 그저 운성을 올려다 봤다.
“아재요.”
“말해라.”
“고생하쇼.”
퍽!
대답은 없다.
그저 태식은 전신이 터지며 그대로 죽었다.
그가 죽자 결국 트리니티도 쓰러졌다.
아더 또한 최전방에서 싸우다 전신이 터져나갔다.
허나 그가 사라진 자리에는 그의 폭풍같은 기세가 남아서 몰아치며 마지막 한 번의 창이 만들어져 운성을 향해 쏘아졌다.
콱!
“…쓸데없는 짓을.”
운성은 그걸 잡아채며 고개를 돌렸다.
남은 모든 이들이 모두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지며 움직였고, 그렇게 모두가 사그라 들었다.
이제는 남은 것은 한 명, 모두의 뒤에서 그들에게 권위로 지원하던 인간의 황제 아이오닐만이 운성을 바라다보았다.
“내가 마지막이구려.”
“맞아.”
아이오닐은 잠깐 자신의 애총 골드 익스퍼리언스를 흘깃 던져봤다.
턱.
그리고 그것을 운성에게 던졌다.
“뭐냐?”
“예전부터 당신이 인간의 편일까 고민했었소.”
“..그래서?”
“수고했소. 그리고 고생하시오.”
“…큭… 이래서 눈치빠른 꼬맹이는 싫다니까.”
“큭큭, 역시, 그런 거였군.”
그것이 아이오닐의 마지막 말.
그 말을 끝으로 아이오닐마저 죽어버렸다.
“후…”
이제 모든 인류가 죽었다.
에덴을 지탱하던 그랜드 터틀과 세계수 뮤즈도 힘을 잃고 추락했다.
이제 서 있는 것은 자신 뿐.
운성은 그저 공허하게 서 있다가, 위로 날아올랐다.
쾅!
폭급한 짐승처럼 뛰어올라 세계의 벽을 부수고 상승했다.
최종층의 천장마저 부수며 바벨의 탑이라는 세계를 부수며 날아올랐다.
끝없이 날아오르자 어둠으로 이루어진 우주에 닿았다.
그 곳에서 아래를 바라보자 자신이 지나 온 바벨의 탑이 보였다.
저걸 탑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무수히 많은 세계가 얽히고 쌓이고 쌓여있다.
그것을 보면 탑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한동안 그 모습을 바라보던 운성은 입을 열었다.
“이제 그만 나와라.”
듣는 이 하나 없어보이지만 그는 그리 말했다.
그리고,
-제법이구나. 보잘 것 없는 하등 종족이 나를 인지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오다니.
우주를 떨쳐울리는 의지가 운성에게 닿았다.
그 의지의 정체는 바벨의 탑, 그 자체였다.
“피조물따위가 드디어 미쳤군.”
-피조물? 크크큭, 그들 따위가 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여기나?
“그래. 그럼 이렇게 말 해줘야 하나? 붉은 용?”
-호오. 거기까지 알아차린 것인가?
이번에는 제법 놀랐다는 경향이 강했다.
“잘 알지. 결국 죽는 척 하면서 악마녀석들이 만들어 놓은 것을 통째로 먹어치웠더군.”
-아니. 나는 실제로 죽었다. 다만 죽음 속에서 일어났을 뿐이지.
“끔찍한 놈.”
쯧쯧 거리며 혀를 차는 운성의 모습에 탑은 기괴하게 웃었다.
-크크크, 차라리 아무것도 모른 채로 죽었더라면 편했을 것을. 이 몸의 세계속에서 제법 높은 곳에서 살게 해주었을 텐데.
“좆까.”
바벨의 웃음에 운성은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보였다.
그리고 그 손가락으로부터 삼라만상이 모여들며 붕괴하기 시작했다.
-그것의 정체는 알고 있다. 어떻게 한낯 인간이 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모든 법칙을 붕괴시키더군. 하지만 그런 것 따위…음?! 이, 이게 무슨?!
여유롭게 상대하려던 바벨의 탑은 모여드는 붕괴의 기운이 자신의 생각보다도 더욱 커지는 것에 급격하게 당황했다.
“아는 척 좀 하지마라 병신같은 새끼야.”
운성은 그 붕괴의 기운을 집어 던졌고, 거기에 맞은 바벨의 탑의 일각이 그대로 소멸했다.
-마, 말도 안 되는…이게 대체 무슨..!
“뭐긴 병신아. 딱 보면 모르겠냐?”
운성은 사납게 비웃으며 바벨을 응시했다.
모든 것이 한 점에서 태어나 창세가 시작된다면, 이것은 모든 것이 한 점으로 모이면서 일어나는 현상,
“[멸세滅世]다.”
-며, 멸세?! 웃기지마라, 어찌 한낯 인간따위가! 이것은 나도 불가능 한 것임을!
“너니까 못하는 거지.”
-가당찮다! 네가 누군지 아느냐! 나는 무수한 세계를 집어삼키고 소화한 몸이란 말이다!
“알아, 입신의 괴물이었으나 신으로 화하기 위해 침략해온 악마들을 역으로 삼키고 그들을 조종해 무수히 많은 세계를 침략해 집어삼킨, 허나 그러고도 아직 입신의 단계에 머무른, 조금 썐 놈 아니냐?”
-닥쳐라!
분노에 찬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퍼졌다.
-이럴 수는 없다! 이럴 수는 없어! 네 놈 따위가 어찌..! 무수히 많은 세계를 삼킨 나도 이루지 못한 것을! 무엇하나 가진 것 없는..
“야.”
당황해서 횡설수설 내 뱉는 그의 말을 자르며 운성은 피식 웃었다.
“내가 가진 게 없긴 왜 없냐.”
바벨을 비웃는 운성의 주변으로 수 많은 것들이 떠올랐다.
마지막 순간 아더가 남긴 사나운 기세로 뭉친 창과, 용화의 검.
세희의 마법과 태식이 날리는 정권의 기세.
소피아의 마법과 스테인의 기술.
레이븐의 까마귀와 같은 날개가 자라나고 암야의 장막이 그 몸을 휘둘렀으며, 스타이너에게만 허락됬던 세계의 모든 무기가 지닌 의지의 편린이 우주 공간을 채우며 나타났고, 아이오닐이 남긴 황금의 총이 그의 허리춤에서 그 권위를 뽐냈다.
“뭔 지 알겠냐?”
-웃, 웃기지 마라, 감히, 감히 인간 따위가!
“인간? 인간 맞지. 그런데 이런 짓거리를 할 수 있는 내가 짐작이 안가냐?”
운성의 말에 바벨은 답하지 못 했다.
그것은 인정할 수 없었다.
자신이 그토록 오랜 세월을 정진하고도 닿지 못한 경지가 바로 눈 앞에 있었다.
하지만 부정할 수 없었다.
그것은 너무나 선명하니까.
그래.
“내가 바로 인간의 신이다.”
운성은 오연히 선언했다.
인간이냐 신이 될 것이냐의 기록에서 그가 선택한 것.
그는 인간이자 신이 된 것이다.
인간을 위한, 인간만의, 인간의 신이 된 것이다.
-웃기지 마라, 인간이란 종족이 이 평행 세계에 없었을 것 같더냐! 그들 자신 보다 내가 그들을 더 잘 안다! 그들은 결코 신으로 화할 수 없는 종족이란 말이다!
바벨의 탑은 마지막 까지 발악했다.
허나, 운성은 그저 그런 그를 비웃었다.
“어리석은 잡종아. 인간의 가치를 얕보지 말거라.”
그것으로 대화는 끝.
발악하는 바벨을 향해 운성의 마지막 멸세가 이루어졌다.
한 손으로 멸세의 권능을 일으켜 바벨의 일각을 날려버렸던 운성이, 이제는 그 전신으로 멸세의 권능을 일으켰다.
그에 따라 온 우주의 삼라만상이 한 곳으로 일축되었다.
수 많은 별이 사라지고, 수 많은 것들이 한 점으로 돌아갔다.
바벨조차 예외가 될 수는 없었고, 운성조차 예외일 수는 없었다.
모든 것이 사라진 공간.
그 곳에서 운성은 의지만이 남아 둥둥 떠다녔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이제는 마무리를 해야지.’
운성의 의지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 점으로 모였던 세계가 다시 팽창을 시작했다.
전생에서 그가 죽은지, 3일만의 일이다.
***
“….어랍쇼?”
태식은 정신을 차렸다.
그 곳은 너무나 아련한 과거에만 있던, 허나 그 때에는 너무나 익숙했던 곳이었다.
바다의 짠내음과, 사람들의 북적거림.
그가 일하던 시장바닥이었다.
“태식아! 후딱후딱 안 하나!”
“…엉?”
뭐지? 하고 멍청하게 고개를 돌리니 지구에 있던 시절 함께 일하던 아저씨가 손을 휘저으며 빨리 일하라고 하고 있다.
자신의 손에는 빨간색 고무장갑이 끼어져 있었고, 그 위에는 비릿내 가득한 생선이 펄떡이고 있었다.
허허.
태식은 어이가 없어 웃었다.
하지만 일단은 지금 해야 할 일을 하기 위해 움직였다.
========== 작품 후기 ==========
그 동안 바벨의 탑과 독생자를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캬, 이 말을 얼마나 하고 싶었는지.
다음 화에서는 에필로그와 함께 돌아오겠습니다.
혹시 질문있으시면 댓글 달아주시면 성실히 대답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동시 연재중인 ‘독한 놈이 이긴다’ 와 이제 신작인 ‘던전 월드’에도 많은 사랑과 관심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