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ower of Babel and the Only Begotten Son RAW novel - Chapter 84
00084 일단 정리 =========================
“흐미… 빡센거”
이제서야 숨을 돌린 태식이 털썩 하고 바닥에 주저 앉았다.
그의 주변으로 혜진이 다가와 손수건을 내밀고,
다른 이들도 제각기 근처에서 긴장을 풀며 떨리는 숨을 가다듬었다.
타닥타닥.
그들의 앞에는 고기굽는 냄새를 풍기는 락웜이 거체가 넝마가 되어 쓰러져있었다.
“어마어마하구마이…”
처음에는 태식이 시선을 끄는 사이에 용화가 수십개가 넘는 급소부위를 하나하나 베며 해치우려 했다.
하지만 그 어마어마한 크기에서 나오는 답도 없는 재생력차이와 자신들이 행할 수 있는 공격의 한도때문에 작전을 바꿨다.
재생력의 중심이 되는 부위를 노려서 재생을 억제하고, 스테인이 지원해준 무기의 화력으로 찍어눌렀다.
태식이야 자세한 것은 몰랐지만 천수는 그가 준 많은 병기들을 다루느라 눈코뜰새 없이 바빴다.
그가 준 백린탄을 최대한 고르게 퍼트려 재생부위를 넓게 퍼트리고 전극을 꽂아넣어 생체 흐름에 방해를 줘 재생력을 떨궜다.
당장 공격으로 때려잡기보다는 최대한 적의 체력을 깍아내려 기력소모로 쓰러지게 만드는 전략.
락웜의 공격은 단순하기 그지없어도 체격의 크기에서 나오는 신체적 능력차이가 전투를 힘들게 만들기에 화력을 쏟아부어 말려죽였다.
“이제 어떻게 하노”
“스테인씨 연락을 기다려야지”
“테인이 어디간다 안했나”
“그리 오래걸리지는 않을 거라고 했다”
“흐음, 글타면야 뭐..”
눕듯이 팔을 뒤로 뻗어 앉아있던 태식은, 그 말에 아예 드러누워 버렸다.
그리고는 여러가지 상념에 빠지다가, 문득 서로를 챙기고 있는 용화와 세희 남매가 눈에 들어왔다.
‘친남매라 캣든가..?’
바벨을 오르는 인류에게는 한가지 불문율이 있다.
그것은 바로 지구 시절을 묻지 않는다는 것.
사람이라면, 아니 살아가는 모든 것에게 있어 가족은 역린과 마찬가지다.
살아남기위해 바벨을 오르며 행한 투쟁은 지구상에 자신들과는 비교도 안될정도로 유혈이 난무하고 잔인하다.
그 모습을 쉽사리 가족에게 보여주기는 힘들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문제는 그걸 보여줄 가족이 살아있느냐는 것이다.
자신조차 자신이 이리 변하리라 상상도 못할 투쟁은 자신의 가족들을 행해서 살아남았을까?
아니, 당장 지구는 어떻게 됬을까?
인류는 정보의 취득을 통해 열심히 머리를 굴린결과 바벨에 모든 인류가 끌려오지 않았음을 알았다.
주로 신체건장한 10대 초에서 40대 후반까지이고, 이가 아니더라도 신체능력이 좋다면 바벨에 끌려오기도 한다.
인류의 주전력은 주로 20대중후반이고, 자연스레 그들의 가족의 나이는 아슬아슬하게 인류에 소환되는 주 연령의 나이를 상회한다.
그렇다면 그들이 있는 지구는 어떻게 됬을까?
최선의 경우를 생각해서 바벨이 지구에 아무짓도 하지 않았다는 가정을 둬도 문제가 크다.
당장 일을 할 인력인 자신들이 전부 이 곳으로 끌려왔다.
기본적인 농장이라는 생산시설부터가 돌아가지 못한다.
아니, 차마 그것 만이면 다행이다.
인류의 영광을 위해 돌아가던 각종 에너지 발전기들.
그것들을 관리하던 이들의 대부분이 바벨로 끌려들어왔다.
단순히 작동이 멈추기만 해도 다행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대로 폭주해버려 대 참사가 벌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이건 아직 미래의 일이다.
문제는 바로 그들이 옮겨온 직후.
그들이 타고 있던 차량은 운전자가 사라졌을 테고,
비행기는 운전하던 기장이 사라졌을 것이다.
기차는 차장이 사라지고 배는 운항하던 선장이 사라졌다.
이로 말미암아 이미 일어났을 사고가 몇일까.
그나마 이게 바벨이 지구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 최선의 경우라는 것이다.
그러니 인류는 혈혈단신으로 외딴 곳에 던져진 신세지만 지구를 상기시키려 하지 않는다. 그저 살아남아 바벨을 오른다면 무언가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만을 가질뿐.
그런 인류에게 가까운 사람들끼리 인접하여 바벨에 떨어지는 것은 정말로 행운이다.
당장 자신과 천수가 그러했고,
용화와 세희쯤이면 천운을 얻은 것이라고 해도 무방했다.
‘하긴, 이런 사람들을 만난 나도 운이 좋은 거 아이겠나’
단순무식의 대명사인 태식이나, 지금은 그저 눈을 감고 이런저런 사색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얼마 시간이 지났을까
“여어러분~”
저 멀리서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오! 레이니!”
허리춤엔 장검을 패용, 전신엔 마개조 중장갑주를 입고 가슴팍에는 작은 거북이를 안은 그녀가 등장했다.
“거북거북!”
그들을 발견한 거북이도 반갑다는 듯이 열심히 양앞발을 흔들었다.
“오오 꺼부기!”
태식도 반갑다고 달려가서 거북이를 안아들고 번쩍 들어서는 자이로스코프마냥 휘둘렀다.
“꼬에에에엑!”
신난다는 건지 내장이 뒤섞인다는 건지 모를 비명이요 탄성을 지르는 거북이와 태식을 뒤로한채 나머지가 레인을 마주했다.
“우와, 크네요. 수고했어요.”
여기저기 타들어가며 쓰러져 있는 락웜의 거체를 보며 감탄의 소리를 뱉었다.
“아닙니다. 스테인씨가 준 물품덕입니다.”
2헤헤, 아저씨가 좀 대단하긴 하죠.”
“그런데 스테인씨는 안오셨군요.”
보통 이런 일이 있으면 스테인이 직접 찾아온다.
가능한 빠르게 연구할 대상의 샘플을 채취하기 위해서.
“아저씨도 이번에 뭐 얻으러 갈게 있다고 들었거든요.”
“얻으러 갈 거?”
“네,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하네요.”
“흐음…”
스테인은 강하다.
과학자라는 이미지 때문에 전투적으로 과소평가할 지 모르나,
그는 다른 인류의 마도공학자들 처럼 골방서생같은 자가 아니다.
스스로의 몸에 여러가지의 신체개조를 통해 독과 같은 상태이상등의 저항력과 같은 부분은 그가 아는한 운성을 제외하고서는 이 무리에서 제일 높다.
방어력 또한 인류들의 탱커수준에서도 꽤 상위권을 차지하는데, 아직은 대부분이 특수한 장비를 통해서만 가지는 마법과 챠크라, 도술 등에서도 자체적으로 높은 이뮨을 가지고 있다.
또한 자신에게 주는 장비들의 조합을 보면 도구를 만드는 것 뿐만아니라 전투시 실제 사용에 관해서도 좋은 센스를 보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배틀센스는 경험을 통해서만 쌓이는 것이니 그 부분에서는 약점이 있겠지만, 당장 자신들은 아직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난해한 원리의 도구들을 사용한다면 그 위력 또한 무시하지는 못할터다.
지금도 많은 것을 보유하고 있고 수준 높은 지식을 가진 그가 직접 무언가를 얻으러갔다면 그 또한 굉장히 가치가 있을 가능성이 컸다.
“그럼, 저흰 복귀하도록 하면 되겠습니까?”
“네네, 거북아, 삼켜!”
레인을 멀리서 태식과 안고 뒹굴고 있는 거북이에게 소리쳤다.
“꼬애액!”
태식과 뒹굴던 거북이가 바둥바둥하며 품속에서 기어나왔다.
그리고는 뒤뚱뒤뚱 걸어와서는,
“거북!”
하고 소리 쳤다.
“야, 내가 항상 느끼는 건데 저거 말할줄 아는거 아이가?”
태식은 그걸 보며 천수를 툭찌르며 물었고,
천수는 피식하고 웃었다.
슈우우우웅!
그들이 실없는 대화를 나누던 중,
거북이의 벌린 입으로 일진광풍이 흘러들었다.
범위 외에 있는 다른 이들은 평온했으나, 그 방향안에는 엄청난 태풍이 몰아치더니 일백미터가 넘는 락웜이 그대로 거북이의 입속으로 빨려들었다.
“저건 볼 때마다 신기하노”
“공간의 비의는 세계의 속성을 가진 거북이니까 가능하다 카더라.”
“뭔 소리고 그게”
“내가 알긋나. 그 사람이 말한건데”
“흐음”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끄덕이던 태식은 알았다는 듯이 말했다.
“밥이나 묵자”
꼬르륵.
뱃고동이 울린다.
오랜 전투를 했더니 신체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크, 그래 맞다. 묵고 살자고 하는 짓 아니겠나.”
이번만큼은 천수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어둠 속.
하지만 곳곳에 신비로운 녹음이 빛을 발하며, 여러가지 영상을 상영하는 공간.
그 곳에 운성이 정좌상태로 앉아있었다.
츄륵츄륵.
기이한 소리의 한복판에 있는 운성의 모습은 실로 기기괴괴.
전신을 사방팔방에서 뻗어온 나무뿌리가 뒤덮고, 뿌리 안의 미세한 잔털과 잔뿌리가 운성의 모공등을 통해 신체내로 파묻혀있었고, 천문天門이라 부르는 정수리의 백회白灰에도 하나의 뿌리가 관통하고 있었다.
마치 동충하초에 기생당하는 곤충과도 같은 광경이지만, 운성은 이를 통해 피스아이 시스템을 이용해 세상을 보고 있었다.
“빠르군.”
그가 보고 있는 것은 그의 휘하의 인물들이 아니라 인류의 현황.
확실히 전생보다 뛰어난 저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물론 그 곳에는 세희나 용화가 수 많은 부랑자들을 쳐죽여서, 인류의 내전으로 쓸데없는 전력소모가 줄은 이유도 있지만 애초에 처음부터 운성의 관리가 들어간 이유도 있다.
용화가 휘하의 이들을 이런 저런 전투에 내몰린 전투의 경험을 쌓기 위함도 있지만, 과거 그들이 인류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혔던 대적大敵이였기도 함이다.
적당한 손실은 반면교사가 되어 인류의 전체적인 수준을 올려주는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정도가 크거나 그 소모가 쓸데없이, 어쩔 수 없이 강요되는 것들은 제거해버렸다.
그러다보니 인류의 수준은 빠르게 올라가고 있었다.
“음?”
그러던 중 운성의 눈에 재밌는 장면들이 보였다.
“흠, 이 정도면 부족…하, 하하..!”
그리고 그 위에 오버랩되는 과거의 기억.
‘역사는 반복된다지만, 이것은 실로 놀랍군.’
재현되려는 것은 대재앙.
과거 수십만을 우습게 몰살시켰던 거대한 사건.
자신에 의해 그리 많은 것들이 바꼈으면서 이러한 거대한 것은 바뀌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또 모르지’
거대한 기계장치라는 역사에 자신이 추가한 작은 변수라는 톱니바퀴들이 맞물려들었다.
제아무리 역사라한들 자신을 간과할 수는 없음이다.
‘응? 아니지, 이거 어쩌면?’
단순히 막으려 했던 대 재앙을 보던 운성의 생각이 바꼈다.
이거 어쩌면, 이용해먹을 수도 있겠다, 라고.
========== 작품 후기 ==========
참고로 운성은 10만명을 살리자면 가뿐히 1천명은 죽일 수 있는 성격의 소유자입니다.
그런데 1천명이 10만명보다 가치가 있다면? 10만명을 죽일 수 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