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torial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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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토리얼 16층 (8)
“사도님, 바로 당신입니다!”
“뭐?”
예상외의 답변에 잠시 머리가 멍해졌다.
그 난장판 속에서 내린 결론이 내가 도플갱어라고?
미쳤나, 이것들이.
“우리는 당신이 도플갱어라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그래서…….”
[영혼 착취]우선은 영혼 착취를 사용하고, 전투태세에 들어갔다.
당황스럽다기보다는 어처구니가 없다.
기사는 언제나처럼 설명을 하겠지.
자신들이 내린 결론을 토대로 이러한 결정을 했다고.
그리고 그 결정의 이유를 친절하게 하나하나 설명해 줄 것이다.
하지만 그 전에.
설명하기 전에 일단 좀 맞고 시작하자.
[점멸]우선은 점멸을 사용해 일행의 한복판으로 이동했다.
[탈라리아의 날개]펼쳐지는 탈라이아의 날개에 얻어맞아 성기사와 용병이 뒤로 날아갔다.
이번에도 처음은 마법사.
자신을 먼저 노릴 것을 알았는지, 마법사는 전면에 보호막을 쳐 앞을 막고 있는 상태였다.
저번에 본 그건가?
바닥을 보니, 미리 마법진까지 그려 둔 상태였다.
마법사는 보호막의 안쪽에서 주문을 외고 있었다.
똑같은 패턴이네.
하지만 이전처럼 사소한 방해에도 실패할 수 있는 마법은 아닐 것이다.
보호막 밖의 나는 신경 쓰이지도 않는지, 눈까지 감고 주문을 외우고 있는 마법사의 모습이 보였다.
보호막의 방어력에 어지간히도 자신 있는 모양인데.
어디 얼마나 튼튼한지 보자고,
마력을 주먹에 응집시키고 전력을 다해 보호막의 표면을 강타했다.
콰앙!
보호막과 내 주먹이 충돌하며 발생한 충격파에 옆에서 슬금슬금 다가오던 모험가가 밀려 넘어졌다.
모험가는 완전히 무방비한 상태로 널브러졌지만, 그에게 신경쓰기보다는 보호막에서 한 걸음 물러섰다.
금 갔네.
내 주먹이 때렸던 부분을 중심으로 실금이 거미줄처럼 쳐진 것이 눈에 보인다.
저 부분을 노려서 큰 거 한 방을 먹여 주면 되겠다.
인벤토리에서 천변기를 꺼내 망치 형태로 만들었다.
다른 튜토리얼의 상층 도전자들과는 달리, 나에게는 필살기 혹은 궁극기라고 할 만한 기술이 없다.
내가 가진 스킬들 대부분이 패시브형이거나 지속형 스킬이기 때문이다.
굳이 따지자면 탈라리아의 날개와 점멸을 이용한 몸통박치기 콤보 정도.
하지만 이 몸통박치기 기술은 리스크가 지나치게 높다.
탈라리아의 날개로 몸을 감싸고 점멸을 사용해 적과 충돌한다.
이때 아무리 탈라리아의 날개로 몸을 보호한다 해도 충격이 없을 수는 없다.
혹시라도 충돌 직후, 충돌 대상이 밀려나지 않기라도 하면 그 충격이 그대로 내 몸에 쏟아진다.
이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생각한 것이, 무기를 휘두르는 도중에 점멸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5층에서 이디를 상대로 한 번 이 기술을 성공시킨 이후, 꾸준히 이 기술을 연습해 왔다.
마력을 한껏 끌어올려 온몸에 두르고, 집중했다.
타이밍이 무엇보다 중요한 기술이다.
정확한 타이밍에 점멸을 사용하지 않으면 충격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
망치 형태로 만든 천변기를 야구방망이처럼 잡았다.
망치의 손잡이 부분에는 망치 자루와 망치 머리와는 재질이 다른 금속이, 마치 테니스 그립처럼 감겨 있었다.
뻑뻑한 감촉이었기에 쉽게 손에서 미끄러져 놓치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전에 연습했던 대로 야구 배트를 휘두르는 듯한 타구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스윙했다.
망치는 동작의 어색함 없이 매끄럽게 휘둘러졌다.
정확히 정해진 경로대로 휘둘러진 망치가 타격 지점에 도달하기 직전, 점멸을 사용했다.
[점멸]다시 한 번 공동에 굉음이 울려 퍼졌다.
굉음은 타격음이라기보다는 폭발음에 가까웠다.
실제로 망치와 보호막이 충돌하는 순간, 마력의 폭발이 일어났다.
폭발에 의해 발생한 강한 빛에 눈이 절로 찌푸려졌다.
잠깐의 시간이 지난 후에야 눈을 뜨고 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천변기는 좀 떨어진 곳에 나뒹굴고 있었다.
충돌 직후, 손에서 놓친 모양이다.
머리가 띵하다.
귀가 안 들린다. 너무 근거리에서 강한 소음을 들었기 때문일까?
나름 온몸에 마력을 두르고 있었는데.
손은 만신창이였다. 손아귀는 피투성이였다.
손톱 틈에서도 피가 새어 나오고 있었고, 손과 손목, 그리고 팔의 근육은 부들부들 경련하고 있었다.
드러나지 않았을 뿐, 관절의 상태도 좋지 않을 것이다.
그 외에는… 허리가 조금 뻐근하고 오른쪽 골반이 삐걱거린다.
어깨너머 날개뼈 쪽에도 통증이 있다.
뭐, 양호하네.
오랜만의 부상이지만, 그리 놀랄 것 없는 수준이다.
보호막은 완전히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
보호막 안쪽에 있던 마법사는 또 기절해 있었고, 다른 일행은 아직 폭발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는지, 바닥에 쓰러진 채 눈을 비비고 있거나 꿈틀거리고 있었다.
어휴, 보호막이 깨지면서 폭발이 발생할 줄은 몰랐는데.
마법의 일종이다 보니, 보호막이 강제로 파괴되면서 내재된 마력이 터져 나온 걸까?
원리를 모르니 알 수가 있나.
생각보다 피해가 크다.
점멸을 이용한 공격의 단점이 여실히 드러난다.
공격 대상이 그대로 날아가거나, 아예 터져 버리면 덜하지만, 어느 정도 충격에 버티기만 해도 내게 그 충격의 반작용이 전해진다.
앞으로 둔기를 휘두르면서 이 기술을 사용하는 건 지양해야겠다.
특히 배팅 자세로는.
애초에 검을 쓰면서 절삭력을 위해 떠올린 발상에서 시작한 기술이다.
일격파쇄보다는 일도양단에 어울리는 기술이다.
손목을 돌리면서 몸을 풀었다.
아, 발목도 안 좋네.
잠시 시간이 지나자 아무것도 들리지 않던 귀에 삐이- 하는 이명이 들리며 조금씩 주변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깨진 유리 파편처럼 바닥에 흐트러져 있던 보호막의 잔해는 작은 것부터 점차 희미해지더니, 곧 아예 사라졌다.
보호막의 잔해가 모두 사라졌을 때쯤 일행이 비로소 정신을 차렸다.
그중에서도 기사가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역시 이 중에선 기사의 수준이 제일 높단 말이지.
바닥에 떨어져 있는 망치 형태의 천변기를 주워 들고 기사에게 다가갔다.
“으… 머리가… 으?! 잠깐… 잠깐만요! 하, 항복입니다. 항복이에요!”
시끄럽다, 기사 놈아.
우선은 맞고 이야기하자.
억울해하지는 않아도 된다.
이미 기절한 마법사를 제외하면 전부 돌아가면서 맞을 테니까.
저기, 가만히 엎드려서 기절한 척하고 있는 모험가를 포함해서, 모두.
* * *
“아니, 왜 울고 그래. 때린 사람 미안하게.”
곤란하다.
아까부터 모험가가 울음을 그치지 않고 있다.
다 큰 아저씨가 왜 울고 난리야.
“아니… 아니, 왜. 어흐흑…….”
뒤이어진 서러운 울음소리는 묘사하지 않도록 하겠다.
“아니, 왜 나만, 나만 세게 때리는 거냐고.”
아, 그 부분이 억울했구나.
왜 그냥 주는 거 없이 미운 놈이 있지 않은가?
나에게 저 모험가가 딱 그런 놈이다.
딱히 내가 모험가에게 개인적으로 감정이 있어서 그러는 건, 아니 감정이 있어서 그러는 게 맞긴 하다.
첫날의 전투에선 나에게 명치를 존나 세게 얻어맞았고, 오늘은 명치를 비롯한 여러 군데를 골고루 얻어맞았다.
마지막 피날레로는 팔꿈치로 등 근육을 찍어 주었다.
인디언 밥이라고 알아?
모험가는 한동안 고통스러워하며 바닥을 뒹굴었다.
한참을 숨도 못 쉬고 꺽꺽거리며 괴로워하다, 좀 전부터는 저렇게 서럽다는 듯 울고 있다.
척추에 이상이 생겼는지 앉지도, 일어서지도 못하고 바닥에 엎드린 채 저리 울고 있다.
장비 수염이 복슬복슬하게 난 아저씨의 추태를 잠시 바라보자, 눈이 썩는 것 같다.
다른 일행도 별반 다를 건 없었다.
죄다 바닥에 쓰러져 끙끙대고 있었으니.
고개를 돌려 기사에게 말했다.
“설명.”
“…공격하기 전에 물으셨어도 설명해 드렸을 텐데요…….”
“설명.”
턱을 얻어맞아 얼굴 한쪽이 벌겋게 부어오르고 있는 기사는 곧 설명을 시작했다.
습관대로 주먹을 내질렀다가 하마터면 기사의 턱을 돌려 버릴 뻔했다.
옆구리를 손으로 꼭 쥐고 허옇게 질린 얼굴을 찌푸리고 있는 것이, 망치에 얻어맞은 옆구리 쪽 내장이 터지기라도 한 모양이다.
기사는 말을 하려고 했지만, 통증이 심한지 계속 버벅거렸다.
숨을 몰아쉬는 와중에 기사의 눈이 위로 올라가 흰자만 보이는 것이, 삼도천에 발목을 담그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어쩔 수 없이 인벤토리에서 포션 한 병을 꺼내 마시게 했다.
그 모습을 보고 쓰러져 있던 모험가가 더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무시했다.
포션을 마시고 조금 안색이 나아진 기사에게 다시 설명을 요구했다.
“저희가 사도님을 도플갱어라고 생각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사도님이 이 공동에 들어온 통로를 알 수 없었습니다. 벽이 내려와 통로를 막고, 폭발과 함께 천장이 무너지기 전, 저희는 수많은 통로를 보았습니다. 아마 열 개가 넘는 통로가 있었겠죠. 다른 사람들도, 저도 그 통로들 중 하나를 통해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사도님이 어느 통로를 통해 이 공동으로 들어온 것인지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저희는 이 던전의 구조를 제법 빠삭하게 알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탐사를 진행했으니까요. 아무리 들어가 본 적 없는 통로라 해도, 던전의 구조상, 통로가 연결된 방향에 있는 던전의 방들은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만, 그러한 추측으로도 사도님이 이곳으로 들어온 경로를 알 수 없었습니다. 둘째로는 사도님이 저희의 정보를 물으며 계속 질문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명백히 저희의 정보를 얻으려는 행동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기사단의 구성원이나 명령 체계, 예상되는 구조대 인원이나 신상 등은 전혀 묻지 않았습니다. 도플갱어로서 필요한 정보는 거의 묻지 않으셨죠. 그리고 저희가 말하지 않으려는 정보 또한 굳이 되묻지 않았습니다. 물론 검술이나 마법을 가르쳐 달라고 강요하셨지만요. 그 외에도 사도님이 원하는 정보는 대부분 이곳의 상식이었습니다.”
길어…
너무 길다.
대본도 없이 저 긴 대사를 논리정연하게 차례차례 말하는 건 정말 굉장한 재주다.
“이곳의 상식을 알고 싶어 한다는 게, 도플갱어라는 확실한 증거가 되긴 어렵지.”
“예, 그렇습니다. 보통은 도플갱어가 차지한 몸의 원주인이 가지고 있던 정보가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원주인이 세상 물정을 모르고 있다면, 도플갱어는 충분히 바깥의 정보를 필요로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사도님 말씀대로 이것만으로 단정 짓기는 어렵죠. 더 확실한 증거는 저희 중 누구도 사도님을 던전 안에서 본 적이 없다는 겁니다. 목격된 보고조차 듣지 못했습니다. 저희는 이 던전을 오랜 시간 함께 탐색하고 있었습니다. 던전의 입구는 모두 저희 인원이 지키고 있고, 통로와 요충지 곳곳에도 사람들이 상주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사도님이 이전부터 던전에 숨어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정확히는 이 공동 안에요. 그렇다면 세상 물정을 모르고 있던 것도 이해가 가죠.”
“그리고 이 공동 안에 있던 존재는 도플갱어이고?”
“네, 그렇습니다.”
제법 그럴싸한 근거다.
이건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잠깐.
그러고 보니 도플갱어와 일행이 만났을 당시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은 적이 없다.
그동안 일행에게 수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던전을 탐색하고, 통로를 통과해 이 공동에 진입한 이야기도 있었고, 함정에 걸려 갇힌 순간을 이야기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한 번도 도플갱어를 묘사한 적은 없었다.
도플갱어와 만난 순간을 묘사한 적 또한.
분명 메시지는 도플갱어와 일행이 조우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들이 지금 하는 이야기를 들어 보면, 내가 이전부터 이 공동에 있었던 도플갱어라고 말하고 있다.
이상하다.
만약 이들이 공동에 들어와 내 모습을 봤다면, 나를 바로 도플갱어라고 확정 지을 수 있을까?
던전 속 숨겨진 방에 갇혀 있던 인간으로 생각하겠지.
이들이 이 공동에 진입한 후.
자, 다시.
일행이 도플갱어를 만나고, 도플갱어가 이 공동에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한 순간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난 그 순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
나는 그동안 구태여 그 순간에 대해 깊게 물어보지 않았다.
나에게 그 당시의 상황을 설명해 달라고 되물어보면 대답해 줄 수 없기 때문이었다.
나는 일행이 여러 갈래의 통로를 통해 공동 안에 진입한 뒤 도플갱어라는 악마의 모습을 확인하고, 함정이 발동되어 어둠 속에서 시야를 잃었다고 생각했다.
그 와중에 한 명이 당했고, 일행은 사람의 모습을 뒤집어쓴 도플갱어와 함께 고립되었다고 생각했다.
스테이지 진입 당시, 아무런 조명도 없이 어두웠던 공동과 여기저기 쓰러져 신음하고 있던 일행을 보면, 자연히 그런 상황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기사가 하는 말을 들어 보니, 이들은 도플갱어와 마주해 그를 제대로 눈으로 보고 확인한 적이 없는 것 같다.
만약 기사의 말대로 내가 도플갱어이며, 동시에 이 공동에 이전부터 숨어 있었다면 일행은 이 공동에 도착했을 때, 도플갱어인 나를 확인했어야 한다.
그리고 어둠에서 벗어나자마자 나를 보고 도플갱어라고 지목하고 공격했어야 한다.
하지만 이들은 나를 도플갱어라고 바로 지목하지 못했다.
일행은, 아니 적어도 이 기사는 도플갱어를 본 적이 없다.
그러나 동시에 일행은 이 공동에 도플갱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천천히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그럼 이곳에 도플갱어가 있다는 사실은 어떻게 안 거야?”
”예?”
“도플갱어의 존재를 알린 사람이 있을 것 아니야? 이 공동에 도플갱어가 있다는 걸 누가 제일 먼저 말했지?”
그 사람이야말로 가장 수상하다.
본 적도 없는 도플갱어가 존재한다고 말한 사람.
“저… 저였습니다만.”
기사는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뒷걸음질 치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