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torial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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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토리얼 16층 (10)
김민혁이 보내준 정보에는 분명 이렇게 명시되어 있었다.
도플갱어를 숙주의 신체에서 끄집어내기 위해서는 죽을 정도의 고통을 안겨 주어야 한다고.
고통 내성의 전문가로서 말하건대, 죽을 정도의 고통이란 정말로 쇼크사의 위험이 농후한 수준의 고통을 말한다.
어디 문고리에 발가락을 부딪쳐놓고 뒹굴거리며 아파서 뒈질 것 같다며 찡찡거릴 정도의 고통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리고 그 정도의 고통은 아주 세심하게 기술적으로 몸을 괴롭혀야 발생한다.
물론 나는 누구보다 그 기술에 대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경험을 통해 자해가 다른 사람들에게 얼마나 안 좋게 비치는지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일행들에게 고문을 부탁해 보았다.
혹시 새로운 방법을 배울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실망을 감출 수가 없었다.
“아, 안 아픈 건가?”
“…좀 더 세게 하라니까. 아니, 안 때려. 안 때린다고. 내가 부탁해서 하는 건데 왜 겁을 먹고 난리야.”
벌벌 떨면서 내 손톱을 잡아 뽑고 있는 모험가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나중에 아프게 했다며 화풀이 삼아 그를 공격할까 걱정하는 모양이다.
나는 지금 인벤토리에서 꺼낸 의자에 앉아, 왼팔을 의자 팔걸이에 묶어놓은 채 앉아 있었다.
모험가는 내 앞에 앉아, 내 손을 만지작거리고 있었고.
다른 일행들은 조금 멀리 떨어져 안쓰럽다는 안색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거듭 자신 있게 하라며 안심시키자, 모험가는 크게 숨을 몰아쉬면서 손톱을 뽑기 시작했다.
에휴.
저렇게 한 번에 깔끔하게 잡아뽑으면 별로 안 아픈데.
천천히 그리고 지저분하게 비틀면서 뽑아야 손톱이 생으로 뜯어지는 감각이 잘 느껴진다.
이럴 거면 내가 직접 하는 편이 나을 걸 그랬다.
그래도 모험가는 나름 고문의 기본 정도는 하는 사람이었다.
징벌 망치니 뭐니 하는 판사봉만 한 망치를 꺼내 들고 내 손목 관절을 콩콩 두드리던 성기사보다야 훨씬 잘하고 있다.
모험가는 손톱을 뽑아내고 나자 조금 자신이 생겼는지, 자기 가방에서 예리한 메스와 집게를 꺼내 들었다.
의학용이라기보다는… 음, 금고 여는 데 사용되는 도구 정도로 보인다.
모험가는 손톱이 뽑힌 자리를 째고, 그 사이로 집게를 박아 넣고 한참을 손가락 살을 파헤쳤다.
“정말로… 안 아픈 건가? 어떻게 미동도 안하지? 혹시 신경계에 무언가 문제라도…….”
본래라면 아무리 고통을 참는다 하더라도, 손가락 살을 파헤치고 있는 이상 팔꿈치나 어깨 혹은 척추와 다리, 발가락 등이 움찔거려야 정상이다.
하지만 고통 내성의 효과는 전투에 방해가 될 수 있는 그러한 고통의 증상들을 지워 주었다.
정작 고통 자체는 전혀 없애 주지 않았지만.
오히려 감각이 마비되는 일이 없어졌기에, 고통은 더 선명하게 느껴진다.
아무 문제 없으니 계속하라고 모험가를 재촉했다.
그러자 모험가는 결연한 표정을 짓더니, 가방에서 검은 철사를 꺼냈다.
그리고 철사 끝을 짧은 길이로 잘라, 상처 낸 손가락 부위에 꽂았다.
철사의 위치를 세심하게 조절한 모험가는 뒤에서 허옇게 질린 얼굴로 고문을 지켜보고 있던 마법사를 불렀다.
“거부.”
[저 철사에다 대고 전격 마법을 쓰라고요? 제정신이세요?]왜, 좋은 아이디어 같아 보이는데.
마법사는 크게 당황하며 망설였지만, 나도 모험가의 말을 지지하며 독촉하자 어쩔 수 없다는 듯 앞으로 나섰다.
“저 철사는 전격 마법의 효과를 증폭시켜주는 특수한 철사야. 그걸 고려하고 위력을 조절해야 해.”
모험가의 설명이 끝나자, 마법사는 손톱이 뽑히고, 살이 파헤쳐진 내 손을 보기 힘들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면서 마법을 사용했다.
“라이트닝 쇼크.”
마법사가 철사에 대고 전격 스킬을 사용하자마자, 손과 팔이 발작하듯 경련했고, 찌릿한 감각이 신경을 따라 척추까지 흘렀다.
살이 타는 냄새와 함께 바늘로 찔리는 듯한 통증과 압축기로 눌리는 듯한 통증이 손가락뿐만 아니라 팔꿈치, 어깨너머까지 타고 올라왔다.
머리끝까지 여파가 미치며 정신이 번쩍 드는 기분이다.
사실 전격에 의한 공격은 이전에도 경험해 본 적이 있다.
대화합의 날 당시, 전격 내성과 대 마법 내성을 위해 이준석에게 부탁한 적이 있었다.
결국 전격 내성은 얻을 수 없었지만…….
어쨌든 그때와 비교해 크게 고통스러운 것 같지는 않다.
다른 고문법이 있냐고 물어보려던 찰나, 어디선가 조용한 신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으으… 끄으으… 그만… 그만둬라……. 이게 무슨… 짓이냐…….]이게 도플갱어의 목소리인가?
청각을 통해 들리는 것이 아니라, 머릿속에서부터 울리는 것처럼 들렸다.
영화에서 나오는 범죄자의 음성 변조된 목소리처럼 기분 나쁘게 웅웅거리는 목소리였다.
“효과가 있는 것 같아. 조금만 더 세게 해봐.”
[이런… 미친… 미친 인간이었나…….]“라이트닝 볼트!”
이번에는 팔 근처뿐만 아니라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0.5초 정도 눈앞이 팟, 하고 하얘졌다, 정상으로 돌아왔다.
확실히 마법사의 전격 마법은 이준석의 스킬에 비해 강력했다.
[끄아아아… 이, 이, 이 멍청하긴! 설마 같이 죽을 셈이냐!]같이 죽긴 누가 같이 죽어.
이 정도로는 안 죽어.
손가락 끝에 박혀 있는 철사를 꾹꾹 눌러 더 깊숙이 박아 넣으며 말했다.
“방금 것보다 센 걸로 한 방 더.”
마법사가 잠시 머뭇거리는 동안 도플갱어가 비명을 질러 대었다.
[끄아아! 어쩌다 이런 또라이 자식이. 도대체… 어떤 신이길래 이런… 미친놈을 사도로 삼은 건가!]왜 사람을 미친놈 취급한데.
듣는 사람 기분 나쁘게.
[모험의 신이 당신의 말에 동감합니다.]계속 머뭇거리고 있던 마법사는 품속에서 종이를 꺼내, 글을 써 나에게 보여 주었다.
[정말 쏘겠습니다. 괜찮은 거 맞으시죠?]나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마법사도 똑같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한발 물러서 마법을 영창 하기 시작했다.
주문 영창까지 하는 것을 보아, 앞에 것보다 위력이 강렬할 것이 분명하다.
[그만… 그만둬라. 너 또한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도플갱어는 계속해서 그만두라 속삭였지만, 나는 무시했다.
그리고 도플갱어의 속삼임이 들릴 리 없는 마법사는 곧 영창을 마무리짓고, 마법을 시전했다.
[이런 미친 종자 같으니!]“라이트닝 스트라이크!”
마법사가 외친 시동어가 들린 직후, 나는 정신을 잃었다.
* * *
정신이 돌아오자마자 주위를 확인했다.
안전하다.
시간을 확인해 보니, 2분 정도가 지나 있었다.
2분간 기절해 있었던 모양이다.
2분이라…….
기절 내성 스킬을 가지고 있는 내가 2분간 기절해 있었다면 원래는 훨씬 긴 시간 동안 정신을 잃을 만한 충격이었다는 뜻이다.
이전에 맞아본 마법사의 전격 마법이 강력하긴 했어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내가 조금 더 강한 마법을 주문하긴 했다지만, 마지막에 맞은 마법은 이전의 것과 비교해 적어도 두어 배는 강해진 위력의 마법이었다.
내가 아니었다면, 누구라도 죽음으로 몰고 갈 수 있을 만한, 명백히 치사량 이상의 위력을 가진 마법.
으음… 단순한 실수인가?
나중에 추궁해 보자.
왼팔을 묶고 있는 밧줄을 풀어내고, 인벤토리에서 포션을 꺼내 마셨다.
피해의 여파는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
의자에서 일어나 몸을 움직여보았다.
가뿐하네.
인벤토리에서 천변기를 두 개 모두 꺼내, 하나는 장도의 형태로 하나는 방패로 만들고 앞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기괴하게 생긴 괴물이 있었다.
괴물은 3미터 정도 되는 키에 양팔 부위에 12개의 촉수를 달고 있는 모습이 특징이었다.
그리고 얼굴에는 눈, 코, 입, 귀가 달려 있지 않았다.
어깨 끝에 달린 촉수들은 시시때때로 길이가 늘어났다 줄어들며 길이를 조절하고 있었다.
촉수의 끝에는 날카로운 발톱이 달려 있었고, 흉측하게 번들거리는 촉수와 몸체는 물컹거릴 것 같은 겉모습과는 다르게 아주 단단했다.
캉!
그리고 그 괴물과 싸우고 있는 일행들의 모습이 보였다.
기사의 검은 괴물의 촉수 하나에 가로막혔고, 기사는 곧이어 파고드는 다른 촉수들을 피해 뒤로 급히 물러섰다.
여기저기 피와 먼지가 묻어있는 꼴을 보니, 조금 밀리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럭저럭 잘 버티고 있는 모양이다.
내가 기절한 상태에서 도플갱어가 내 몸 밖으로 빠져나왔고, 일행이 도플갱어를 상대하고 있었나 보다.
완전히 무방비한 상태였을 내 몸에 아무런 상처가 없는 것을 보아, 일행은 도플갱어가 나오자마자 바로 공격을 개시해 나와 떨어뜨려 둔 것 같다.
이거 고맙네.
최근 너무 쉽게 감동을 느끼는 것 같단 말이지.
감수성이 너무 풍부해졌어.
[탈라리아의 날개]주변 동료들에게 전투력 상승효과를 부여하는 탈라리아의 날개를 소환하고
앞으로 나섰다.
“여, 버틸 만했어?”
“이 꼴이 괜찮아 보이오? 좀만 더 늦었으면 하나나 둘 정도는 죽었을 거요.”
이마에 피를 철철 흘리고 있는 용병이 툴툴거렸다.
참 툴툴거리긴 엄청 툴툴거리는 사람이다.
“다행히 성기사님이 도플갱어가 나타나자마자 신성 주문을 사용해 큰 타격을 입혔습니다. 직후에 도플갱어는 영체화하고 있던 상태를 풀고 빠르게 형체화해 전투에 돌입했습니다. 저희도 응전했습니다만, 성기사님이 마법사님이 마력 부족을 호소해, 저희 셋이서 가까스로 버티고 있었습니다. 아직 성기사님과 마법사님의 마력이 충분히 회복되려면 아직 시간이 제법 필요합니다. 사도님이 제때 깨어나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기사는 여전히 훌륭한 설명충이었다.
기사가 설명하는 도중, 도플갱어에게 얻어맞은 명치를 감싸 쥐고 있는 모험가는… 음, 여전히 정감 가지 않는 얼굴이다.
잠깐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내게 손을 들어 보이고는 다시 눈을 감고 마력 회복에 집중하는 성기사와 마법사의 모습도 돌아보았다.
그러고 보니 이디를 제외하면 다른 사람과 싸워보는 건 처음인가?
전투 상황에 남에게 도움을 받았던 것도 그렇고.
경합 단체전에 참가하긴 했었지만, 엄밀히 말해 함께 파티원들과 함께 싸우지는 않았었으니.
앞으로 달려 나가 용병 쪽으로 휘둘러지는 촉수 하나를 막아내었다.
투웅 소리가 울리며 묵직한 충격이 방패 위로 전해졌다.
역시 저 촉수는 유연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금속처럼 단단한 재질이다.
용병에게 뒤로 물러나라며 눈짓하면서 말했다.
“지금까지 잘 버텼어. 마무리는 내가 지을게.”
경험치 문제도 있고. 혼자 끝내는 편이 편하다.
전위를 지키고 있던 세 명이 뒤로 물러나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앞으로 달려들었다.
사방에서 촉수들이 휘둘러진다.
[전투 집중]침착하게 촉수들이 휘둘러지고 있는 경로를 파악했다.
채찍처럼 휘둘러지는 촉수들인 만큼 경로를 주의 깊게 예측해야 했다.
내 속도를 고려했을 때, 방해가 되는 촉수는 세 개.
하나는 방패로 막으며 나아갈 수 있지만, 두 개의 촉수는 처리해야 한다.
장도에 마력을 흘려 넣으며 계속 앞으로 달렸다.
그리고 촉수들이 내 공격 범위 안에 들어왔을 때, 침착하게 장도를 휘둘렀다.
한 번의 휘두름에 촉수 하나씩.
강철과 같은 강도를 가진 촉수들이었지만, 아무런 저항 없이 깔끔한 단면으로 잘려 나갔다.
왼쪽에서 내 전진을 방해하는 촉수 하나를 방패로 막아내며 계속 앞으로 향했다.
나머지 아홉 개의 촉수는 내 발목을 잡지 못한다.
순조롭게 도플갱어의 간격 안까지 도달해, 도플갱어의 이목구비가 없는 얼굴 바로 밑.
목을 향해 장도를 휘둘렀다.
스컥, 하며 베어진 도플갱어의 목에서 초록색 점액이 분수처럼 피어올랐다.
독이나 산성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는 도플갱어의 피가 눈앞으로 튀자, 뒤쪽으로 크게 뛰어 거리를 벌렸다.
뒤쪽으로 몸을 날리는 와중, 장도를 투척용 단검으로 형태를 변화시켰다.
무게와 강도가 그대로 유지된다는 천변기의 특성상, 겨우 손바닥만 한 단검은 상당한 무게를 가지고 있었다.
착지 직후 투척용 단검을 도플갱어를 향해 집어 던졌다.
쾅!
단검은 도플갱어의 몸통을 꿰뚫고 도플갱어를 벽에 박아 버렸다.
도플갱어는 촉수들을 움직여 단검을 빼내려 했지만, 잘 빠지지 않는지 버벅거렸다.
오오, 손이 없어 슬픈 괴물이여.
도플갱어의 목을 베었지만, 머리가 깔끔하게 잘려나가진 않은 상태였다.
그 모습을 보며 왼손에 들려있던 천변기의 형태를 변화시켰다.
우선 직검 형태로.
아니다, 이게 아니야.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기사의 검과 비슷한 형태의 장검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장검을 양손으로 쥐고, 기사에게 배운 방법대로 마력을 부여했다.
이렇게 하는 거였지?
검은 곧 웅웅거리는 공명음과 함께 푸른 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본래 무기에 이렇듯 눈에 보일 정도로 마력을 두르는 것은 마력을 쏟아붓는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마력 소모가 극심한 일이다.
하지만 기사에게 배운 방법대로 따라하자, 마력 소모가 현저히 적었다.
은은하게 빛나던 마력은 천천히 형상화되어 검 표면에 넘실거렸다.
멋지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이것을 멋있다고 표현하지 않으면 무엇을 멋지다고 말하겠는가.
빛나는 검은 남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묘한 마력을 가지고 있었다. 실제로 마력이 담긴 검이긴 하지만.
그 모습은 마치 언젠가 보았던 애니메이션 속의 한 장면 같았다.
검에 흐르는 마력이 최고조에 다다랐을 때, 나는 장검을 힘껏 쥐고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엑스-”
머릿속 어딘가에서 쪽팔리니까 제발 그만두라는 이성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나의 중2병적인 감성은 멈추지 않았다.
“칼리버어!”
있는 힘껏 장검을 휘두르자, 휘두른 나도 견디기 버거울 마력의 파동이 느껴졌고, 바람 소리와도 같은 소음이 일며, 어두운 공동이 푸른빛으로 환하게 물들었다.
* * *
“도대체 그걸 어디에 쓰려고 그러나? 빨리 죽이게나. 그건 악마일세. 혹시 껄끄럽다면 내가 신성 주문으로 끝을 내주겠네.”
아니, 그럴 순 없지. 경험치가 안 들어올 텐데.
성기사가 내 손에 들린 도플갱어의 머리통을 보며 잔소리했다.
도플갱어는 이목구비가 없는 밋밋한 대가리만 남은 상태에서도 죽지 않고 살아 있었다.
“혹시 이 녀석에게 정보를 들을 수 있을까 해서.”
“…안 되네! 내 말을 어떻게 들은 건가? 그건 악마일세. 악마와 지옥에 대한 정보를 들어 무엇 하려 하나? 위험하니 그만두게!”
그게 그렇게 격하게 반대할 일인가?
우선 성기사에게 도플갱어에게서 내 과거에 대한 정보를 알아내고 싶다며 둘러대었다.
그러자 성기사는 별 반대 없이 수긍해 주었다.
“자, 말 좀 해 보시지, 악마.”
하지만 도플갱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고통에 민감하게 반응하던 도플갱어였기에, 나는 쉽게 도플갱어의 입을 열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도플갱어는 모든 촉수와 몸통이 잘리고 머리통만 남을 때까지도 입을 열지 않았다.
“이상하네. 이 녀석, 고통에 약한 게 아니었나?”
“그건 아마 도플갱어가 영체 형태로 숙주의 몸에 기생하고 있을 때의 경우입니다. 형체화는 일종의 전투태세나 다름없거든요. 물리적인 고통에는 반응하지 않을 겁니다.”
“형체화가 전투태세라고? 영체화한 상태가 오히려 더 강하지 않을까?”
“아니요. 보통은 그렇지 않습니다. 영체화 상태에선 육체의 방어력이 없기에 마력에 의한 공격에 더욱더 취약해지고, 신성 주문과 같이 영혼에 직접적으로 간섭하는 공격에 노출되었을 때 아주 큰 피해를 입습니다. 물론 영혼을 공격하는 주문 자체가 도플갱어의 약점이긴 합니다만. 어쨌든 그런 이유들로 숙주의 신체에 기생하지 않는 상태에서 전투를 치를 때는 저렇게 육체를 형체화시키는 걸 겁니다. 확실하진 않지만, 알려진 바로는 그렇습니다.”
훌륭한 설명 감사하고요.
영혼에 간섭하는 공격이라…….
영혼 착취도 통할까?
이것도 권능 스킬이니 신성 주문이라고도 할 수 있을 텐데.
일단 써 보자.
“영혼 착취.”
영혼 착취를 사용하자마자, 조용히 있던 도플갱어의 머리통이 괴로워하기 시작했다.
[끄아아… 죽음의 신! 죽음의 신의… 죽음의 신의 사도였는가…….]뭐, 죽음의 신?
내게 영혼 착취를 선물한 신이 죽음의 신인 건가?
의문을 추스르기도 전에, 뒤에서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크하아악!”
급히 뒤를 돌아보니, 마법사가 피를 토하며 쓰러지고 있었다.
뭐야, 저건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