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torial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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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토리얼 16층 (12)
내 옆에 주저앉은 성기사는 조금은 두서없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성기사의 말을 하나하나 종합해 보면 이런 내용이었다.
치료 도중, 마법사의 얼굴이 여성의 것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그 얼굴은 10년 전 사별한 자신의 딸과 너무나도 닮아 있었다.
그 사실에 크게 충격을 받았고, 일행 중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않았지만, 그 이후로 혼란 때문에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우연히도 마법사의 본모습이 정말 자신의 딸과 닮아 있던 것인지, 아니면 악마종인 도플갱어가 자신의 마음에 허점을 만들고자 한 수작질이었는지는 확신하지 못하겠다는 것이었다.
“확인해 볼까? 저 녀석 협박하면 말 잘 듣던데.”
공동 한복판에서 감시를 받으며 공책에 깜지를 쓰고 있던 도플갱어를 가리키며 말했다.
“되었네. 이제 와 굳이 확인해 뭐하겠나. 의미 없는 일일세. 그보다 중요한 건, 내 탓에 자네가 죽을 뻔했다는 거지. 다시 한 번 미안하네.”
성기사는 자신이 정신을 놓고 있었던 탓에, 마법사가 내게 전격 마법을 사용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고 말했다.
성기사 또한 마법에 조예가 있는 만큼 마법사의 주문 영창을 듣자마자, 그것을 중단시켰어야 했고, 그러지 못한 자신을 자책하는 것 같았다.
쓸데없이 책임감이 투철한 영감이다.
사실 그 일은 성기사의 잘못이라기보다는, 내 안일함 때문에 생긴 불상사였다.
결과적으로 크게 문제가 되지도 않았으니, 신경 쓰지 말라고 말해 주었다.
도플갱어의 위협을 완전히 지워낸 뒤, 공동 안에서의 분위기는 놀랍도록 밝아졌다.
나도 일을 제대로 처리했다는 안도감과 일행들을 무의미하게 두들겨 팼다는 미안함에 일행을 더 살갑게 대했다.
“정말이오? 그럼 이 던전에서 나가자마자 바로 우리 길드로 가는 거요?”
“그렇다니까. 가서 공동 안에서 도플갱어를 둘이나 사냥한 활약상을 증언해 줄게.”
“오오! 이 공적이면 길드 지부장 자리 정도는 꿰찰 수 있겠어!”
던전에서 나가면 모험가, 용병과 함께 그들의 길드에 들러 증언을 해주겠다는 말에 둘은 크게 기뻐했다.
꾀죄죄한 아저씨들이 함박웃음을 짓고 해맑게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영 어울리지 않는다.
물론 내가 던전을 나서서, 저들의 길드에 찾아갈 일은 없을 것이다.
이대로 7일이 지나는 순간 스테이지는 클리어 될 것이고, 나는 이곳을 떠나게 될 테니.
하지만 뭐 어떤가.
아무런 뒤탈이 없는 공수표다.
남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모험가와 용병 다음으로는 기사였다.
점심 식사로 샌드위치를 먹으며 기사에게 물었다.
“알다시피 내가 기억을 잃어서, 마땅히 갈 곳도 지낼 곳도 없어. 너희 왕국은 어때?”
“왕국에서 지내실 생각이십니까? 그렇다면 저와 함께 가시죠. 사도님 정도의 실력이라면 왕실에서도 크게 대우해 줄 겁니다. 작위도 어렵지 않게 받으실 수 있어요. 무엇보다 최근부터 왕실에서…….”
기사는 식사 시간 내내, 내가 왕국에 소속되었을 때의 장점들을 설명했다.
식사가 끝난 후로도 기사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고, 왕국에 대한 별의별 재미난 이야기들을 알려 주었다.
심지어 왕의 성격과 은밀한 성적 취향에 대한 소문까지도 이야기해 주었다.
“그거 알려지면 위험한 것 아니냐?”
“에이, 알 사람은 다 아는 소문입니다.”
왕의 성적 취향에 대한 소문이 그렇게나 널리 퍼지다니, 그다지 정상적인 왕국으로 보이진 않는데.
문득 이 기사가 누구보다도 왕의 소문을 퍼뜨리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괜찮은 거냐, 너.
이야기는 흘러, 흘러 왕국의 아름답고 신비한 자연 경관까지 언급되었다.
“그 호수에는 정령들이 살고 있다고 합니다. 저도 직접 가보지는 못해, 사람들에게 전해 들은 이야기지만요.”
기사는 왕국의 관광명소들을 설명해 주며, 언젠가 함께 여행을 가자고 약속까지 하였다.
참 사람 좋아하고, 수다 떠는 걸 좋아하는 기사다.
점심 식사가 끝나고, 계획했던 대로 기사에게 질문했다.
“어제 내가 사용했던 기술 말인데.”
“아, 그 익스 칼리버어언가 그거요?”
아니야, 그게. 엑센트가 중요하다고.
“아무튼 그 기술을 써 보니까, 네가 알려 준 내용 중에 빈 부분이 있는 것 같아. 내 짐작이긴 한데, 맞지?”
기사가 알려 준 기술은 쉽게, 그리고 효율적으로 무기에 마력을 담는 기술이었다.
그리고 도플갱어와 전투 중 그 기술을 사용했을 때, 묘한 이질감이 느껴졌다.
기사가 알려 준 방법과 달리 내 스스로 무기에 마력을 씌웠을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검에 마력을 두르자, 마치 물이 가득 찬, 무거운 항아리를 들어 올린 듯한 기분이었다.
당장에라도 마력이 어디론가 쏟아질 것만 같은 느낌.
나는 그때 느낌대로, 기사의 동작을 흉내 내어 검을 휘둘렀다.
기사는 같은 동작으로 내게 근접해 검을 휘둘렀지만, 나는 그 상태로 자리를 뜨기 어려움을 느꼈었다.
결국 그 자리에서 검을 휘두르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마력은 원거리에 있던 도플갱어를 향해 내쏘아졌다.
엉겁결에 기사가 알려 주지도 않은 응용법을 알아냈으나, 아무래도 이다음 단계가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마지막 단계에서 무기에 부여한 마력을 통제할 방법을 알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나는 기사와는 달리 마력을 무기에 실은 채 그것을 유지하지 못했다.
대신 무기를 휘둘러 온전히 고정되지 않은 마력을 전방으로 내쏜 것이지.
그게 내 가설이었다.
“네. 실제로 사도님이 사용한 그 기술은 불완전합니다. 사실 저는 검에 담긴 마력이 그렇게 마법처럼 날아갈 수 있는 줄도 몰랐습니다. 그리고 그런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도 몰랐습니다. 아마 사도님이 검에 부여한 마력 양이 워낙 어마어마했고, 그 마력을 놀랍도록 잘 제어하신 결과이겠습니다만, 본래는 그런 식으로 사용되는 방법이 아니긴 합니다.”
“응, 그런 것 같더라. 그래서 말인데, 그다음 단계도 좀 알려 주면 안 될까?”
기사는 한참을 우물쭈물하며 고민했다.
그렇겠지. 아무리 기사라도 저런 고급 기술의 비전을 외부인에게 함부로 알려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까 식사 중에 네가 한 말을 들어 보니, 아무래도 왕국에서 새 삶을 찾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이제 한식구가 될 테니, 굳이 숨길 필요도 없지 않을까?”
설득력 있는 말은 아니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납득하지 못하겠지.
후에, 자격을 획득하고 나서 익히는 것이 옳다며 내 요청을 거절할 것이다.
“사실 이건 진짜로 말해 드리면 안 되는 겁니다만…….”
계획대로다.
이 정도로 밑밥을 깔았는데 저 수다쟁이 기사가 입을 다물 리가 없지.
그렇게 다시금 기사의 강연이 시작되었다.
점심부터 시작된 기사의 강연은 저녁을 지나, 취침 시간이 될 때까지 계속되었다.
어느새 곁에는 용병과 모험가는 물론 성기사까지 동석해 기사의 강연을 경청하였다.
자신의 강연에 심취한 기사는 이제 기밀이고 뭐고 신경도 쓰지 않았다.
새삼 저 왕국 기사단 사람들이 딱해졌다.
틈만 나면 기밀 사항을 떠벌리고 다닐 저 기사를 통제하느라 얼마나 고생스러울까.
그 와중에 나름 실력은 있어서 함부로 대하지도 못할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기사의 강연을 멈출 생각은 없다만.
정말 값진 강연이었다.
제대로 의미조차 이해할 수 없던 마법 강연보다 훨씬 유익했다.
마음 같아서는 16층 스테이지에 한 번 더 도전해, 기사의 강연을 더 오래 듣고 싶을 정도다.
천변기를 장검의 형태로 만들고, 기사에게 배운 대로 마력을 흘려 넣었다.
곧 우웅, 하는 소리와 함께 푸른 마력의 형상이 검 표면에 나타났다.
일전에 봤던 대로, 마력은 넘실거리는 형상을 띠고 있었다.
얼핏 드라이아이스의 연기와 비슷해 보였다.
이제 마력의 흐름을 유지하면서, 체내에 회로의 경로를 주의 깊게 신경 써야 한다.
무기 위에 씌워진 마력까지 회로를 연결하고, 마력이 순환하면서 무기 위에 고인 마력과 연결이 끊어지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연결이 끊긴 마력이 그대로 흩어지거나 쏟아지려 하지 않을 것이다.
얼마나 이 연결을 유지하느냐가 관건일 것이다.
집중력을 끌어올리고, 마력의 순환을 유지하였다.
5분쯤 지났을 때, 작은 이변이 생겼다.
계속해서 넘실거리려던 마력의 일렁임이 잦아든 것이다.
연결을 유지하는 것이 편해졌다.
크게 집중하지 않아도 이 상태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치 모르고 있던 혈 자리가 트인 것처럼, 한 번 연결이 편하게 느껴지자 곧 익숙함마저 들었다.
이제 마력의 일렁임은 거의 멈춰, 마력의 형상 자체가 거의 고정된 것처럼 보였다.
문득 더 많은 양의 마력을 흘려 넣어도 괜찮을 것 같았다.
충분히 제어할 수 있다는 자신이 들었다.
마력을 끌어 올려 더 많은 양의 마력을 검에 부여했다.
역시 생각대로 문제없이 제어에 성공할 수 있었다.
검에 맺힌 마력의 형상은 이제 완전히 고정되어 고체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보석처럼 은은하게 빛나는 푸른 마력이 검에 둘러진 모습을 보니, 마치… 소설책에 나오는 오러 블레이드 같네.
“오, 오러? 오러 블레이드?!”
옆에서 내 연습을 봐주고 있던 기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진짜로 그거였냐…….
명칭 자체는 조금 다를지도 모른다.
바벨 이전의 지식 스킬에 의해 번역된 단어가 오러 블레이드인 것이겠지.
그대로 검을 허공에 휘둘러 보았다.
마력이 앞쪽으로 발사되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악마 종이라는 도플갱어조차 일격에 무력화시킬 마력이 검에 단단히 뭉쳐있다는 감각에 묘한 고양감이 느껴졌다.
휘두르는 대로 뭐든 자를 수 있을 것 같다.
마력을 거두고, 검을 갈무리했다.
새삼 이 천변기가 좋은 무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무기를 들고 마력을 흘려 넣었다면, 이 짧은 시간에 이런 성과를 거둘 수 있었을까?
아니지 싶다.
천변기는 그냥 마력이 잘 전도되는 수준이 아니라, 마력을 스스로 끌어당기고 증폭시키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단지 기분 탓일지도 모르겠지만.
“설마 오러 블레이드를 하루 만에 완성시키실 줄은 몰랐습니다……. 아무래도 사도님은 도플갱어에 의해 기억을 잃기 전에 이미 오러 블레이드를 익히고 계셨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듯 빨리 오러에 익숙해지는 건 불가능합니다.”
물론 그런 일은 없었다.
어쨌든 내 얼굴에 금칠을 하는 말이다.
“어디 가든 고위 귀족 작위는 따 놓은 당상이구만. 용병 노릇은 때려치우고 사도 양반이나 따라다닐까…….”
구석에서 용병이 중얼거리는 말을 들어 보니, 오러 블레이드를 구사하는 것 자체로 능력이 증명되는 모양이다.
기사는 오러 블레이드의 효용성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오러 블레이드의 효과는 단순히 검에 마력을 담아 검날을 보호하고, 예기를 더하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마력을 벨 수 있다는 거지?”
“예. 마나가 함유된 광물로 만든 방어구와 무기, 어설프게 무기에 덧씌운 마력, 마법으로 만든 결계와 보호막 등을 큰 저항 없이 베어 낼 수 있습니다. 물론 오러 사용자의 수준과 베려 하는 대상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합니다만, 제대로 된 오러를 막아 낼 수 있는 건 동일한 수준의 오러 정도입니다. 물론 예외도 있다고 합니다만,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좋네.
정제되지 않은 마력을 원거리에서 쏘아내는 것 또한 굉장한 위력을 보였었다.
하지만 내 속도와 스킬들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전투 방식을 생각하면, 오러 블레이드가 훨씬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좀 의외였던 점은 스킬 레벨이 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마력 회로의 레벨이 오르거나, 새로운 스킬이 생기지 않을까 했지만, 내 상태창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음…….
기사에게 방법을 배우기 이전에, 나는 이미 오러 블레이드를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는 수준이었다고 해석해야 할까?
단순히 발상을 떠올리지 못하고, 방법을 몰랐기에 사용하지 못했을 뿐, 사용할 실력은 충분했다고 생각하면, 스킬 레벨이 오르지 않는 것이 딱히 이상하게 느껴지진 않는다.
이건 키리키리에게 물어봐야겠다.
그렇게 정리하고, 공동 구석에서 오러 블레이드의 사용을 연습했다.
장검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무기에 오러를 둘러보며 활용 방안을 고민했다.
내 모습을 구경하던 일행은 곧 공동 여기저기에 흩어져 잠자리에 들었다.
필기를 마치고, 다시 상자에 갇힌 도플갱어는 잠을 자지 않는 내가 밤새 감시하기로 하였다.
* * *
스테이지 16층 마지막 날이 찾아왔다.
아침 식사를 마치자마자, 상자에 갇혀 있던 도플갱어를 깔끔히 처치했다.
15권의 공책에 빼곡히 필기를 마쳤으니, 더 이상 쓸모가 없는 도플갱어를 계속 살려 둘 이유가 없었다.
가뿐한 기분으로 일행과 수다를 떨고 있는데, 공동 끝, 천장이 무너져 막혀 버린 벽 쪽에서 소리가 들렸다.
쿵쿵 소리와 함께 작은 말소리가 들렸다.
일행은 벽에 달라붙어 자신들의 위치를 알렸고, 곧 벽 너머에서 자신들은 구조대이며, 곧 벽을 치워 낼 수 있을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가장 먼저 도착한 구조대는 기사단의 소속이었다.
기사는 자신들의 동료가 자신을 구하러 왔다는 사실에 크게 감동했다.
“아르한! 몸은 괜찮아? 안에서 별일 없었지?”
“몸은 괜찮아! 아니, 다치긴 했었는데, 이제는 괜찮은 거야! 별일이 없기는, 엄청난 일이 있었어. 들어 봐, 이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느냐면…….”
기사는 신나서 설명을 시작했다. 당연하게도.
기사의 이야기가 10분을 넘어도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벽 뒤에서 짜증 섞인 말이 들려왔다.
“아르한! 미안한데, 지금 천장 잔해를 치우느라 바쁘거든? 신경 쓰이니까 제발 좀 닥치고 기다려 봐.”
닥치라는 말을 들은 기사는 반가움으로 밝게 피어 있던 얼굴을 무안함과 섭섭함으로 우중충하게 물들이고, 구석에 쪼그려 앉아 시무룩해했다.
역시 저 녀석은 저런 포지션이었군.
점심 식사 시간이 지나갈 무렵, 구조대는 잔해를 치우고, 공동 안으로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일행은 반가운 얼굴로 구조대를 맞이했다.
구조대에는 기사들뿐만 아니라, 성직자로 보이는 사람들과 용병, 모험가로 보이는 사람들, 그리고 마법사들도 섞여 있었다.
한 발 뒤로 물러서 그들의 해후를 바라보고 있자, 메시지가 나타났다.
튜토리얼 스테이지의 클리어 메시지였다.
[튜토리얼 헬 난이도 16층을 클리어하셨습니다.] [모든 상태 이상과 부상이 회복됩니다.] [클리어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최초 클리어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당신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신이 다수 존재합니다. 3,5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당신에게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신이 다수 존재합니다. 1,100포인트가 차감됩니다.] [플레이 기록을 바탕으로 추가 보상을 지급합니다.] [마비 내성 Lv.11을 획득하였습니다.] [마비 내성 Lv.11이 마비 내성 Lv.14에 통합됩니다.] [마비 내성 Lv.15을 획득하였습니다.]다행히 세 번째 도플갱어가 숨어 있다거나 하는 막장 전개 없이, 16층 스테이지는 무사히 마무리되었다.
일행이 구조대와 이야기하는 모습을 잠깐 더 지켜보다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이동.”
왠지 모르게 섭섭하고 허전한 기분이 들었다.
잠시 후, 내 몸은 어두운 공동을 벗어나 밝고 푸른 동산으로 이동되었다.
“호오우우재애! 호오우재! 안녕~ 안녕? 안녕, 안녕!”
어쩐지 평소보다 하이 텐션 같아 보이는 키리키리가 폴짝폴짝 뛰면서 나를 맞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