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torial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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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토리얼 61층 (2)
결론부터 말하자면, 용용이는 아들이었다.
그럼, 내가 이렇게 중요한 걸 착각할 리가 없지.
용용이가 태어난 직후에 했던 건강 검진에선 분명히 용용이의 성별이 남성으로 표기되어 있었다.
다행이다.
[뭐가 다행이냐, 뭐가.]다행이지.
혹시라도 여자아이를 내 착각 때문에 아들로 키웠어 봐.
커서 아빠를 원망할걸?
[그딴 것보다, 상처받은 내 마음은 어쩔 거냐. 너 용용이한테 맞아서 바닥에 처박히면 어떤 기분이 드는 줄 아냐?]당연히 모르지. 어떤데?
[울고 싶더라…….]멀리서 분신 놈의 감정이 전해져 왔다.
섭섭함과 당혹감이 뒤섞여 정말… 처참한 심정이 절절하게 느껴진다.
딱히 할 말이 없어, 분신 놈의 말에 반응해 주지 않았다.
대신 용용이의 건강 검진 기록을 다시 책장에 정리해 두고, 신문을 꺼내 들었다.
밖에 나가기 전에 최근 바깥소식이나 확인해야지.
각성자 클랜을 신설했다는 김민혁의 근황을 알고 싶어 편 신문이었지만, 관련 내용은 보이지 않았다.
이번 달 신문은 전체적으로 별 내용이 없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눈길을 끄는 기사는 있었다.
[SS급 각성자 박종식, 싱가포르와의 계약 만료. 재계약 거부한 박종식의 다음 행선지는?]기사의 내용은 박종식의 계약 만료를 전하고, 다음 계약처가 어디가 될 것인가 하는 것을 추측했다.
추측은 사실상 박종식과 계약할 만한 국가의 명단을 모두 적어 둔 것이었다.
그다지 알찬 내용의 기사는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친하게 지내던 사람의 근황이 담긴 기사이다 보니 흥미로웠다.
각성자들은 보통 능력에 따라, 개인, 사기업 혹은 국가와 계약을 맺고 활동한다.
보통 국가 직속의 각성자는 종신 계약 혹은 10년 단위의 장기 계약을 맺는 것이 보통이지만, 한국의 각성자들은 특이하게도 국가와도 단기 계약을 맺고 있다.
각성자는 어디든 부르는 곳이 있으면 몸값이 오르는 존재다.
단기 계약을 맺는 것이 더 쉽게 돈을 벌 수 있고, 더 대우를 받으며 지낼 수 있는 길이다.
물론 계약을 맺는 국가의 정부 입장에서야 탐탁지 않아 하겠지만.
각성자들이 튜토리얼을 졸업하고 나간 뒤 뒤늦게 뭉친 것이 아니라 애초 튜토리얼 안에서 집단을 형성해 왔기에, 한국 각성자들은 비교적 빠르게 한국 정부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지 싶다.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바깥 사정을 자세히 모르는 나로서는 그렇게 추측하고 있다.
어찌 되었든 결과적으로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각성자 풀을 보유하고 있지만, 정작 직속으로 두고 있는 각성자는 손에 꼽을 정도가 되었다.
때문에 한국을 세계 최고의 각성자 국가라기보다는 최고의 용병 배출국으로 보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그렇게 용병이 되어 해외로 나도는 각성자 중 상당수가 한국 국적을 유지하고 있고, 국가 위기 상황에서는 귀국해야 한다는 조항도 있기는 하다만.
각성자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지구촌의 판도를 보면, 분명 한국은 그 중심에 서 있었다.
어찌 되었든 최고 수준의 각성자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국가이니, 그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각성자의 보유 자체가 국력을 평가하는 잣대로 취급되는 시대이다.
자국의 각성자를 해외로 돌린다는 점에서 가장 앞서 나가고 있는 국가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뭐, 어쩌겠어.
해외에서 돈을 더 많이 주는데.
근무 요건도 더 좋다고 하고.
신문지를 치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옷장에서 옷을 꺼내 갈아입었다.
어느새 슬슬 출발할 시간이 되었다.
오늘은 61층에 다녀올 생각이다.
[다음 회 차에 간다고 하지 않았냐?]이연희가 17층 도전을 다음 회 차로 미뤄서, 그 전에 다녀오려고.
[그러냐.]옷을 다 갈아입은 후, 그대로 방 밖으로 나섰다.
61층에 간다고 달리 준비가 필요하진 않았다.
그냥 옷만 갈아입고, 그대로 출발하면 끝이다.
숙소에서 나왔지만, 분신과 용용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둘이 어디서 뭐 하는 거야.
감지에 걸리지 않는 것을 보니, 둘이 숨바꼭질이라도 하는 모양이다.
굳이 둘을 방해하지 않고 61층에 다녀오기로 하였다.
어차피 그리 오래 걸리지도 않을 것이다.
터덜터덜 61층과 연결된 포탈로 향하고 있는데, 등 뒤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반사적으로 힘을 끌어 올리려다, 기척의 정체를 깨닫고는 다시 힘을 억눌렀다.
그저 조용히 포탈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포탈에 거의 근접했을 때, 불시에 뒤로 돌아 기척을 향해 손을 뻗었다.
마법으로 자신을 숨기고 있던 용용이의 모습이 드러났다.
정말로 들킬 줄 몰랐던 것인지, 동그래진 눈으로 놀라고 있는 용용이를 들어 올렸다.
“우리 용용이 잡았다!”
용용이는 놀라서 몸을 버둥거려 내 손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바닥에 떨어졌다.
손을 움직여 자신의 등 뒤를 만져 보는 모양새를 보니,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을 때는 날개가 없다는 사실을 잊은 모양이었다.
“괜찮아?”
몸을 굽혀 용용이의 옷에 묻은 흙먼지를 털어 주었다.
옷을 털어 주며 보니, 용용이의 차림새가 조금 낯설었다.
용용이는 치렁치렁한 레이스와 리본이 달린 옷을 입고 있었다.
여자아이의 옷 같았지만, 아직 어린아이라 그것도 나름 잘 어울렸다.
워낙 예쁘장하게 생기기도 하고.
이 옷차림을 낯설게 여긴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용용이가 폴리모프 당시 입고 있던 옷이 아니라는 점 때문이었고, 또 하나는 용용이가 입고 있는 옷은 내가 사 준 것이 아니라는 점 때문이었다.
[자기가 마법으로 만든 모양이야.]…그러냐. 우리 아들 취향이 조금 불안하네.
하지만 지금은 취향보다도 더 신경 쓰이는 문제가 있었다.
용용이의 옷차림은 아무리 봐도 외출복이었다.
그리고 용용이의 허리춤에는 크로스백이 메어져 있었다.
X 자로 메고 있는 크로스백에는 뭔지는 몰라도 내용물이 빵빵하게 차 있었다.
아무리 봐도 어디 소풍 가는 유치원생 차림이다.
자신의 옷에 묻은 흙먼지가 더 없음을 확인한 용용이가 우렁차게 말했다.
“아빠! 나도 따라갈래! 61층!”
[나는 말린다고 말렸다.]용용이를 말리기에 앞서, 다시 용용이를 안아 들었다.
들어 올린 용용이와 눈을 맞추고 고개를 저었다.
“용용이는 다음에 같이 가자. 아직은 같이 가기에 위험해.”
“아니야, 안 위험해.”
“위험해. 조금 더 크면 데리고 갈게.”
마치 61층에 가 본 적 있는 것처럼 천연덕스럽게 안 위험하다는 용용이에게 위험하다고 다시 말해 주었다.
용용이는 양손을 가슴께에 모으고 꼼지락거렸다.
그 모습이 귀여워 보였다.
“그래도 갈래.”
“안 돼.”
안 된다는 말을 들은 용용이는 히잉, 하더니 내 품으로 파고들었다.
61층에는 왜 따라가고 싶었던 걸까?
[그냥 다른 곳에 나가 보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은데.]그럴 수도 있겠네.
“정말 안 돼?”
“안 돼.”
용용이가 조금만… 조금만 더 크면 61층 초입에라도 데리고 나가 봐야겠다.
놀러 다니기에 좋은 환경은 아니지만, 다른 장소에 나들이 간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다녀오면 그럭저럭 괜찮을지도 모르겠다.
가슴 쪽에서 축축함이 느껴졌다.
품에 안겨 있는 용용이가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 울고 있는 모양이다.
어휴, 우리 아들. 같이 못 가서 많이 서러운가 보네.
그냥 좀 훌쩍거리고 말 줄 알았는데, 축축한 정도를 보니 눈물의 양이 엄청난 듯했다.
아주 펑펑 울고 있는 모양인데.
“용용아, 다음에는 꼭 같이 가자?”
용용이는 품에 안긴 그대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도 속이 풀리지 않았는지, 계속 칭얼거렸다.
왠지 그 모습을 보면서 미소가 지어졌다.
원래 아들이 울면 안쓰럽거나, 미안하거나 해야 할 텐데.
용용이가 안겨 있는 모습을 보니, 그저 귀엽게만 느껴진다.
해츨링의 모습일 때도 귀여웠지만, 인간 아이 모습으로 내 품에 안겨 꼬물거리고 있으니, 귀여움이 상상을 초월한다.
내 아들이라지만 이렇게 귀여워도 되는 건가.
아니, 내 아들이라서 콩깍지가 씐 건가.
[야, 넌 빨리 61층이나 가. 용용이는 이리 주고. 내가 안아 줄 거야.]그 와중에 넌 또 무슨 질투냐.
자기도 안아 보고 싶다며 헛소리를 하는 분신 놈의 말은 깔끔히 무시했다.
품에 안겨 칭얼거리는 용용이가 잠들 때까지 용용이를 안아 든 채로 달래 주었다.
완전히 잠든 용용이를 분신 놈에게 넘겨주고서야 61층으로 향할 수 있었다.
* * *
한 치 앞도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눈보라가 몰아치는 설산의 정상.
그곳에 있는 포탈에 손을 대었다.
곧 몸은 투명한 얼음으로 지어진 거대한 궁전으로 이동되었다.
포탈에 의해 이동되는 찰나의 순간, 타인의 시선이 잠시 사라졌음을 느꼈다.
그리고 궁전으로 이동된 직후, 그 시선이 다시금 내 몸에 달라붙었음을 느꼈다.
지겨워라.
예전에는 어떻게 이걸 온종일 달고 살았나 모르겠다.
물론 그때는 제대로 느끼지도 못했지만, 그래도 이 감각을 24시간 내내 느껴야 했다고 생각하면 소름이 끼친다.
“입장.”
궁전의 거대한 문이 열린다.
용암으로 뒤덮인 궁전과 달리, 얼음 궁전은 내부를 가득 채우고 있는 조형물과 장식들 때문에 그 크기가 훨씬 거대하다.
전 여왕이 있는 곳까지 가려면 조금 걸어야 한다.
물론 걷지 않고 도달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손님으로서의 예의가 아니지.
이미 질릴 만큼 보아 왔던 궁전이기에, 그 아름다운 모습에는 별 관심도 없이 앞으로 걷기만 하였다.
10여 분간 걷고 나니, 비로소 궁전의 최심부에 닿을 수 있었다.
아름다운 문양이 새겨진 문 앞에 다가서니, 저절로 문이 열렸다.
[어서오라, 왕이여.]거대한 얼음 옥좌에 앉아 있는, 마찬가지로 거대한 얼음의 거인이 나를 반겨 주었다.
[오랜만이로군.]“그러게. 오랜만이네, 할멈.”
[누님이라고 부르라 했다.]나이가 몇인데 누님이래.
그건 좀 그렇지.
[의외로군. 다음번에 그대가 방문할 때는 혼자가 아닐 것이라 확신했었는데. 그 해츨링의 성장은 아직인가?]“아직이야. 그리고 그것에 대해 할 얘기가 있는데.”
[편히 말하라.]“아무래도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네.”
[해츨링을 데려오지 않을 생각인가?]“응. 어떻게 알았어?”
[그대라면 해츨링을 데려오기보다는 그 여자를 기다리는 것이 어울린다고 생각했지. 다만, 그대에게 더 기다릴 수 있는 여유가 있다고는 생각지 못했다.]“있어. 아니, 생겼지.”
이연희는 어느새 17층에 도전하고 있다.
물론 17층을 넘어서지 못할 가능성도 있지만, 도전도 하기 전에 실패할 경우를 대비하고 싶지 않았다.
전 여왕은 재미있다는 듯이 나를 들여다보았다.
어린 동생이나 조카를 바라보는 눈이었다.
아니, 그보다는 손자 손녀를 바라보는 눈에 가까웠다.
이건 이것대로 찝찝한 기분이네.
[좋아 보이는구나. 새 친구가 생겨서인가?]자신들의 유폐가 길어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내 말에도 전 여왕은 노하지 않았다.
대신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물었다.
“친구라기보다는, 새 가족이 생겨서이겠지. 마음이 편해지니, 막혔던 성장의 벽도 뚫을 수 있었고.”
전 여왕은 이제 인자한 미소를 개구진 웃음으로 바꾸었다.
[전 왕이 알면 또 난리를 피우겠구나. 그 성격에 아무 말 없이 넘어가진 않을 텐데.]그러게.
그 우렁찬 목청으로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 댈 영감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다.
어쩌면 영감은 내가 이런 선택을 할 것을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예전부터 수차례 내 우유부단함을 언급하며 경고해 왔으니.
약속을 어겼으니 잔소리 정도는 감수해야겠지.
[그대의 결정이니, 우리의 뜻으로 번복할 수는 없는 법이지. 다른 이야기를 하지. 내가 느끼기에는 그대가 더 강해진 것 같은데, 맞는가?]“맞아.”
[정말 끝도 없이 강해지는군. 조금 보여 줄 수 있겠나?]전 여왕의 말에 슬쩍 미소를 지었다.
안 그래도 보여 주고 싶던 참이다.
* * *
잠시간의 준비를 마치고, 결계를 발동시켰다.
내 몸에 달라붙어 있던 끈적거리는 시선들이 사라지는 것이 느껴진다.
상쾌하네.
동시에 결계 바깥쪽에서 강렬한 의지가 느껴진다.
협박인가?
[이건…….]“결계야. 외부의 힘을 모두 차단하는 결계지. 신성의 힘을 포함해서.”
전 여왕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역시 그대에게 우리의 운을 건 것이 정답이었다.]그렇게 칭찬해 주니 기쁘네.
[놀랍다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군. 그럼 지금 이 순간, 저 밖의 그 어떤 존재도 내 궁전을 들여다보지 못하는 건가?]“그렇지.”
[참으로 기쁘군. 비록 잠시간의 유예일 테지만.]“그럼, 이제 결계는 해제시킬게.”
[유지에 많은 힘이 소모되는가?]“유지 자체는 어렵지 않아. 그런 것보다는 오랫동안 시야가 막혀 있으면 불편해할 양반들이 많아서 문제지. 거주 지역을 들여다보지 못하는 것만으로도 제법 심기가 사나운 모양이던데, 여기에서까지 장막을 유지하면 직접적으로 실력 행사에 나설지도 모르거든.”
[참으로 무례한 자들이로다.]기본적으로 관음증 환자들이니까.
손을 흔들어 결계를 해제시키자마자, 백 개가 넘는 시선이 내 몸에 달라붙는 것이 느껴진다.
백 개가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