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torial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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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토리얼 1층 (4)
[1회 차, 28일. 4시 05분]다행히 늦잠을 자진 않았다.
인벤토리에서 수통을 꺼내 대충 세수를 하고 주위를 둘러봤다.
대기실 안이다.
드디어 28일.
클리어를 위한 마지노선으로 정해둔 D-day다.
지난 28일간 구르고 깨지면서 성장에만 주력해 왔다.
그 와중에 몇 번이나 죽을 위기에 처했었는지, 일일이 셀 수조차 없다.
그리고 오늘은 튜토리얼 1층 클리어에 도전한다.
결전의 날이기 때문일까, 흥분이 느껴졌다.
출발하기 전, 요기를 위해 인벤토리를 다시 열었다.
오늘을 위해 아껴 둔 육포를 꺼냈다.
평소에 먹는 짭짤한 소고기 육포가 아니라, 달달한 돼지 육포다.
인벤토리에 들어 있던 육포 묶음 중, 마지막으로 하나 남은 돼지 육포 덩어리다.
딱딱하고 질기지 않아, 편하게 먹을 수 있고 매운 조미료가 들어갔는지, 제법 칼칼해서 느끼하지 않았다.
육포를 우물우물 씹어 삼킨 뒤, 손가락에 묻은 기름은 대충 옷에 쓱쓱 닦아 냈다.
마지막으로 물 한 모금을 더 마시고, 물통을 인벤토리에 넣었다.
“커뮤니티.”
튜토리얼 내의 생존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 게시판이다.
비록 헬 난이도에 생존자는 자신뿐이었지만, 다른 난이도의 생존자는 제법 많이 남아 있다.
난이도가 다른 만큼, 튜토리얼 스테이지는 제각각 달랐지만, 몇 가지 공통점은 있었다.
그리고 다른 난이도에선 벌써 1층을 클리어한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그중 몇몇은 클리어 와중에 자신이 얻은 정보를 게시판에 공개했다.
새로운 정보가 있나 커뮤니티를 한번 둘러본 뒤, 커뮤니티 창을 껐다.
이제는 출발할 시간이다.
[스테이지로 입장하시겠습니까?]“예.”
[튜토리얼 스테이지, 헬 난이도 1층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몸이 빛에 휩싸이더니, 어느새, 나는 튜토리얼 1층에 도착해 있었다.
평소와 같은 어두운 직선 복도.
오늘이 지나면 이 복도를 더 이상 볼일이 없을 것이다.
어두컴컴한 복도를 가볍게 뛰기 시작했다.
예전이라면 컴컴한 어둠 때문에 조심조심 다녀야 했겠지만, 지금은 다르다.
어둠 속에서 눈이 빛났다.
[암시 Lv.2] [안광 Lv.1]암시는 말 그대로, 어둠 속에서 조금 더 선명하게 볼 수 있게 해 주는 스킬이다.
명암이 뚜렷하지 않지만, 암시만으로도 어둠 속에서 별 제약 없이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안광 스킬을 얻으면서 어둠 속에서도 상당히 또렷한 시야를 얻게 되었다.
안광 스킬은 내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액티브 스킬이다.
사용하면 망막에서 반사광을 전방으로 비춰 낸다.
밤거리에서 만난 길고양이들의 눈이 빛나는 원리와 같을 것이다.
안광 스킬의 마력 소모는 거의 없다.
MP가 표시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하루 종일 활성화하고 있어도 유지가 되는 수준이었다.
어쩌면 마력 소모가 없는 스킬일지도 모르겠다.
멈추지 않고 달리기를 계속했다.
앞으로 갈 길이 멀지만 굳이 체력을 아끼겠다고 걸을 필요는 없다.
그동안 성장한 체력 스탯이 있으니까.
게다가.
[질주 Lv.1]달리기를 보조해 주는 스킬도 하나 생겼다.
달릴 때 몸이 가벼워지고 체력 소모가 줄어들었다.
덕분에 달리기 편해졌을 뿐만 아니라 제법 속도가 빨라졌다.
달리는 것만으로 기분이 상쾌해질 정도다.
과거엔 몰랐는데, 달리는 건 상당히 기분 좋은 일이었다.
그렇게 달리다 보니, 어느새 첫 번째 화살 함정에 근접했다.
아무런 표식도 없지만, 몇 번이고 이곳을 지나다 보니 대충 감을 잡았다.
천장의 검은 무늬라던가……. 왠지 묘한 위화감을 주는 지점이다.
푝- 푝-
멀리서 화살 두 발이 발사되는 소리가 들린다.
[감각 강화 Lv.3]이 스킬은 청각뿐만 아니라, 시각, 촉각 모두를 강화시켜 주었다.
덤으로 미각과 후각도 향상됐다.
이전에는 화살이 발사되는 소리도, 날아오는 소리와 모습도 감지하지 못했다.
방패에 화살이 박힌 후에야 알아차렸지.
푹-
푹-
첫 번째와 두 번째 화살이 방패에 박혔다.
그다음 세 번째 화살이 날아온다.
고개를 틀어 미간으로 날아드는 화살을 피해 냈다.
그다음은.
점프!
발밑으로 마지막 화살이 지나갔다.
그동안 늘어난 민첩 스탯 덕에, 이 정도 화살은 쉽게 피할 수 있었다.
경험도, 운동 신경도, 집중력도 전보다 크게 성장했다.
첫 번째 화살 함정은 깔끔하게 통과했다.
멈춰 서지 않고, 계속해서 앞으로 달려 나갔다.
앞으로 갈 길이 멀다.
탓. 탓. 탓.
조금씩 속도를 높였다.
왼쪽 얼굴을 향해 천장에서 화살이 발사된다.
화살을 보며 차분하게 방패로 막았다.
앞선 화살들과는 다르게 관통력이 높아 방패를 뚫고 박혔다.
처음 이 화살을 막았을 땐 방패와 함께 왼팔이 꿰뚫렸었지.
그다음은 오른쪽.
틱-
오른손에 든 칼을 수평으로 휘둘러 화살을 쳐냈다.
ݭ기만 하는 상대를 쫓아 발악을 하다가, 결국은 중독 증상 때문에 움직이지도 못하는 꼴이 되었다.
몇 번 실패해서 화살에 맞기도 했고.
[기초 검술 Lv.1] [베기 Lv.1]하지만 그 결과로 스킬들을 얻었다.
그다음은 정면 화살이다.
성장한 지금에도 이번 화살이 날아오는 궤적과 소리를 감지할 수 없었다.
그저 기억대로 화살의 궤도를 예상해 피할 뿐이다.
정면에서 날아오는 화살을 고개 숙여 피한 뒤 앞으로 크게 점프했다.
그 밑으로 몇 발의 화살이 지나간다.
그 후 앞구르기를 하며 착지했다.
머리 위로 마지막 화살이 지나가는 것을 확인하고 일어서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가끔 이렇게 유난히 감지하기 어려운 화살들이 섞여 있다.
돌이켜보면 첫 번째 함정에 처음 도전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첫 번째와 두 번째 화살은 감지조차 하지 못했다.
세 번째 화살은 눈으로 보고 피했다.
마지막 화살은 발사되는 소리마저 들렸다.
물론 그럼에도 못 피했지만.
화살마다 소리와 속도가 다르다.
이 제각각의 화살들의 패턴을 외우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건 정말 트레이닝. 튜토리얼이구나.
도전자를 성장시키고자 하는 의지가 느껴졌다.
피하기 어려운 화살일수록 감지하기 쉬웠고 피하기 쉬운 화살은 좀 더 소리 없이 날아왔다.
자 피해 봐.
이번 건 눈으로 보고 피해야 할 거야. 대신 눈앞에다 정면으로 쏴 줄게.
마지막 건 아직 피하기 어렵겠지? 발사 소리를 크게 내 줄게.
이런 식으로 말이다.
만약 살상을 목표로 한 함정들이었다면 훨씬 더 쉽게 죽일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평범한 사람이라면 죽을 수밖에 없는 난이도의 함정들이었지만.
그리고 지금 눈앞에 보이고 있는 함정이야말로 이 튜토리얼 1층 초입에서 가장 위험한 함정이었다.
바닥에 끝이 보이지 않는 낭떠러지가 펼쳐져 있다.
폭은 대략 20미터 정도. 건널 수 있는 수단은 절벽 끝에서 끝까지 연결되어 있는 밧줄 하나뿐이다.
처음 이 함정에 도달했을 때 암시를 미처 익히지 못했었고 갑자기 나타난 낭떠러지로 떨어질 뻔했었다.
다행히 밧줄을 붙잡아 살아남았지만 정말 그대로 추락해 죽을 뻔했다.
어쨌든 이 함정은 밧줄에 매달려 천천히 건너면 되는 함정이다.
근력과 체력 스탯 덕분에 큰 어려움 없이 건널 수 있다.
문제는 당연하다는 듯이 날아오는 화살이다.
밧줄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와중에 날아오는 화살을 피할 수가 없었고 결국 그 화살을 그대로 맞는 수밖에 없었다.
화살의 위험과 추락의 위험. 이 함정에서 도대체 몇 번을 죽을 뻔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탓탓탓.
달리는 속도를 줄이지 않고 앞으로 달려 나갔다.
밧줄 앞에 도달했을 때 밧줄에 매달리는 대신 밧줄을 밟고 그 위를 계속 달렸다.
슉슉 소리와 함께 화살들이 날아왔지만 몸에 맞는 화살은 없었다.
밧줄 위에서 떨어지지 않고 달릴 수 있는 건 균형 감각 스킬 덕이었다.
이 스킬은 감각 강화 스킬과 합쳐졌다.
이때 비슷한 스킬이 합쳐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가장 위험한 절벽 함정을 넘었다.
이제 가장 까다로운 함정의 차례다.
자 여기서부턴 달리기 구간이다. 30분은 꼬박 달려야 한다.
뛰어서 30분 거리 뒤에 함정이 있다.
그리고 다시 30분 거리 뒤에 다음 함정이 있다.
이렇게 몇 번을 반복한다.
그 긴 거리를 함정 없이 긴장 속에서 걷다가 느닷없이 나타나는 화살.
치명적인 함정이다.
그 긴 거리를 긴장과 불안 속에서 나아가는 것도 정신적으로 힘들지만 슬슬 긴장이 풀릴 만한 지점에서 소리 없이 화살이 날아온다.
게다가 거리조차 확실하지 않다. 대충 뛰어서 30분 정도.
느낌상 거리가 일정한 것도 아니다.
결국 긴장을 늦추지 않고 달리면서 화살이 발사되면 인지하고 피해야 한다.
오랜 시간동안 집중을 놓지 않아야 하는 나 자신과의 싸움이다.
[전투 집중 Lv.5]튜토리얼에서 가장 처음 얻은 스킬 중 하나인 이 전투 집중 스킬이 없었으면 정말 위험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나는 장거리 달리기를 하면서 언제 날아올지 모르는 화살을 경계하는 정도의 집중은 얼마든지 유지할 수 있다.
그리고 집중을 유지한다면 불시에 날아오는 화살도 충분히 감지하고 피해 낼 수 있다.
새삼 지난 28일간 이만큼이나 성장한 자신이 뿌듯하게 느껴졌다.
얼굴에 부딪히는 상쾌한 공기를 느끼면서
앞으로 계속 달려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