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torial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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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토리얼 17층 (?)
와, 나.
이건 진짜 너무한 거 아니냐?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다리를 살폈다.
완전히 나갔네.
포션을 마셔도 바로 다리를 움직이긴 어려울 것 같다.
엘릭서를 마셔야 된다는 건데.
상대가 그 시간을 내줄 것 같지 않다.
활과 마법을 혼용하고 있는 적은 계속해서 거리를 벌리려 하고 있고, 나는 그것을 막기 위해 계속해서 달라붙고 있던 것이 전투의 양상이었다.
섣불리 엘릭서를 마시려고 했다간 바로 머리에 바람구멍이 뚫릴 것이다.
아니, 바람구멍 정도로는 안 끝나려나?
주위에 박혀 있는 화살들을 보았다.
앞서 피해 낸 화살들이었다.
화살들은 하나같이 박힌 자리 주위에 반경 1미터의 크레이터를 만들어 놓았다.
말이 되냐, 저게.
저게 화살이냐? 박격포도 이런 돌바닥에 둥근 크레이터는 못 만들어 낼 거다.
그 와중에 크레이터 중앙에 꼿꼿이 박혀 있는 화살이 더 놀랍다.
도대체 뭐로 만든 거야, 저건.
심지어 화살 주변의 마력이 요동치는 거로 보아, 마법적인 효과가 박힌 이후에도 지속적인 데미지를 입히는 듯싶다.
확실하다.
저건 한 발만 맞으면 죽는다.
여자가 화살을 시위에 가져가는 것이 보인다.
일단 시간을 끌어 보자.
“…이상하네.”
반쯤 도박수로 던진 말이었지만, 상대는 반응해 주었다.
고마워라.
대화를 할 생각은 있어 보인다.
[전투 집중]시간을 끌면서 생각을 좀 정리하자.
“아무리 생각해도…….”
키리키리는 분명 17층이 금방 끝난다 했었다.
단순히 17층 스테이지가 단기 결전으로 끝나기에 그렇게 말한 걸까?
이상하다.
난이도가 지나치게 높다.
13층의 주지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하물며 이 정도 난이도의 스테이지임에도 키리키리가 아무런 조언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상하다.
이것에 대해선 정보가 더 필요하군.
만약에 단순히 키리키리의 실수로 초래된 일이라면, 꼭 복수해 줄 테다.
이번에야말로 케이크를 종류별로 사서 나 혼자 다 먹어 줄 테다!
“나는 기억이 안 나는데.”
저 여자는 나를 알고 있다.
확실히 알고 있다.
내 스킬의 사용과 공격 패턴을 훤히 꿰고 있다.
권능 스킬인 점멸을 알고 있는 것뿐만 아니라, 내 힘과 속도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알고 대응하고 있다.
거기에 내 다음 판단마저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 대비하니, 난감하기 그지없다.
이것까지는 내 스테이터스를 알고 있다든가 하는 특수한 적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다.
거기에 눈치가 빠르다든가, 미래 예시 같은 사기급 권능 스킬을 가지고 있다면 어떻게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헬 난이도에 말이 되는 일이 얼마나 있겠는가.
하지만 전투 전, 내 얼굴을 쳐다보던 표정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나는 사람 표정을 그럭저럭 잘 읽는 편이다.
적의 표정을 읽고 대처하기 위해서 연습을 통해 훈련했고, 계속해서 마주치는 이종족들을 이해하기 위해 익숙해졌다.
분명 저 여자는 나를 보고 반가워했다.
혹은 기뻐했다.
하지만 그 직후에 당황했고, 조금 아쉬워하는 것 같아 보였다.
전투 중에는 약간 질린 기색이었지만, 그건 뭐 늘 보아 온 표정이니 새삼스럽지 않다.
어찌 되었건 저 여자는 단순히 내 정보만을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를 직간접적으로 알고 있을 확률이 높다.
정리가 안 되네.
저 여자가 어떻게 나를 알고 있지?
혹시 관리자와 비슷한 존재인가?
키리키리처럼 도전자들을 지켜보다, 그들이 17층에 도달하면 보스몹으로 등장하는 것이다.
시스템적인 인물이라면, 키리키리가 관련 정보를 알려 주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을 것 같다.
이 건에 대해서도 정보가 더 필요하다.
키리키리보다는… 저 여자에게 직접 듣는 것이 좋겠지.
사실 저 여자가 나를 어떻게 아느냐는 지금 당장 크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전투가 끝난 후에 알아보면 되니까.
단순히 저 여자가 반응하는 키워드에 맞는 말을 늘어놓아, 시간을 버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지.
다음으로는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잠시 생각을 고르고, 결정했다.
“너는…….”
집중력을 더 끌어 올렸다.
이 말이 끝나기 전까지 최대한 많은 생각을 해 두자.
이 이후에도 계속 전투에 집중하지 않고 딴생각을 할 기회가 있을 것 같지 않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적이다.
모든 능력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고, 나에 대한 정보마저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못 이길 것 같지는 않다.
스팩만 놓고 보면 절대로 못 이길 상대지만, 막상 상대해 본 입장에서 할 만하게 느껴진다.
평소의 나라면 죽어도 벌써 죽었어야 한다.
하지만 오랜만에 위기를 맞이하니, 한동안 잠들어 있던 감각이 다시 깨어나는 기분이다.
역시 사람은 위기가 있어야 발전하는 법이다.
최근 들어 별다른 위기를 느낀 적이 없었다.
위기는커녕 긴장도 없었다.
17층에서 도플갱어를 상대할 때도, 키리키리와 가위바위보 할 때와 비슷한 수준의 긴장밖에 느끼지 않았다.
전혀 긴장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아무리 내가 나태해지지 말자고, 방심하지 말자고 되뇌도 이런 상황에서는 정신적으로 풀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당장에 죽음의 위기가 목전까지 다가오니, 예전 감각이 돌아온다.
당장 죽기 싫어서 필사적으로 생각하고 반응한다.
덕분에 5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지난 며칠간 훈련한 것보다 더 큰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
오러 블레이드를 한층 더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고, 여자가 소환하는 괴물들의 핵심 축을 느끼고 그것을 파괴하는 데 성공했다.
심리전을 통해 여자의 다음 수를 예측하고, 살아남았다.
뿐만 아니라 반격도 시도할 수 있었다.
좋네, 좋아.
미친놈 같은 말이지만, 이것 참.
기분이 좋다.
“…나 알아?”
승률은 충분하다.
저 여자는 자신이 가진 힘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그것을 감안해도 압도적으로 강하긴 하지만.
내가 죽음의 위기를 느끼고 각성한 것만큼이나, 저 여자가 자신의 힘에 미숙한 것도 전투의 승률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방금 전, 내 다리를 박살 낸 충격파만 보아도 그렇다.
마지막 순간, 내가 다리를 틀지 않았다면 더 큰 부상이 있었을 것이다.
아니, 그러지 않았다면 후속타를 허용하고 그대로 승부가 갈렸겠지.
그 정도로 강력한 충격파였다.
만약 저 여자가 정확한 순간, 충격파의 각도를 조절했다면 어땠을까?
다리뼈가 박살 나는 대신, 다리가 아예 절단되었을 것이다.
저 여자는 분명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지만, 세밀한 컨트롤에 있어서는 아쉬움을 보이고 있다.
보통 새로 얻은 힘을 급하게 다루는 사람에게 저런 경향이 보인다.
스킬을 통해 한순간 새로운 힘을 얻게 되는 튜토리얼의 도전자 중에는 저런 경우가 더러 보인다.
그 틈을 노릴 수 있다면 노려 봐야겠지.
그리고… 이런.
말을 해야지.
빨리 말을 이어 가지 않으면 여자가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다.
지금은 이 대화의 흐름이 끊기게 두어선 안 된다.
“실망이네.”
잘못 말했다!
단어 선정이 잘못되었다.
실망이긴 뭐가 실망이야.
앞의 말이랑 연결이 안 되잖아.
실수 때문에 절벽에서 굴러떨어지는 감각을 느끼고 있던 차에, 여자의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여자는 당혹스러워하고 있었다.
이게 먹히나?
저만한 강자가 실망했다는 말에 저런 반응을 보인다니.
오히려 가소롭다는 듯이 코웃음 치는 게 더 어울리지 않나?
어쨌든 이걸로 밀고 가자.
“그 힘을 그렇게밖에 못 쓰나?”
여자의 얼굴이 구겨진다.
생각보다 더 많이 흔들리네.
어찌 되었건 시간을 벌고 상대를 흔드는 것에 더해 기세까지 잡았다.
대화는 성공적이었다.
자, 이제 보자.
남은 소환수는 늑대 괴물 셋. 하지만 늑대 괴물은 나와 여자의 속도를 바로바로 따라오지 못한다.
여자와의 거리도 적당하다.
다리 상태는… 아직 회복이 안 되었다.
느낌상 뼈가 산산이 부스러진 모양인데.
한쪽 다리는 없다고 생각하고 싸우는 것이 좋겠다.
여자는 내 말에 무언가 항변을 하고 싶다는 듯 입을 달싹거렸다.
굳이 내가 그 말을 들어 줄 필요는 없다.
오히려 이 타이밍을 노리는 것이 좋지.
전투와 무관한 행동을 하려던 찰나, 집중력이 다른 곳에 쓰이고 있을 때를 노린다.
“내가…….”
여자가 말을 시작하는 것에 맞춰 점멸을 사용했다.
[점멸]캉!
점멸을 통해 여자의 정면으로 이동해 검을 휘둘렀지만, 검은 여자의 손목 밴드에 막혔다.
금속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불똥이 튄다.
젠장.
손목 밴드 전방에 투명한 막이 둥그렇게 형성되어 공격을 막아 낸 모양이다.
느껴지는 감각으로는 조그마한 라운드 실드의 형태.
나름 회심의 기습이었는데, 요상한 손목 밴드 때문에 무위로 돌아갔다.
[점멸]거리를 벌리기보다는 바로 반걸음 앞으로 점멸을 사용해 여자의 간격 안쪽으로 파고들어 다시 주도권을 잡았다.
지금 전투는 내가 점멸을 통해 거리를 좁히고, 저 여자가 그 거리를 다시 벌리는 식으로 반복되고 있다.
저 여자가 얼마나 많은 회피기를 가지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굳이 그 수 싸움에 어울려 줄 필요는 없다.
점멸을 아끼는 대신 한 번 더 사용해 공격 기회를 이어 나간다.
왼손에 든 방패로 여자를 후려쳤다.
그리고 뒤이어 오른손에 든 검을 짧은 형태로 바꾸어 여자의 복부에 찔러 넣었다.
캉!
쇳덩어리 치는 소리가 난다.
마력을 둘러 막아 낸 것이 아니다.
마법 실드에 가까운 무언가에 막힌 것이다.
젠장, 별의별 능력이 다 있구만.
여자는 충격에 고꾸라지는 대신 자세를 유지했다.
그리고 곧바로 반격이 들어온다.
뒤로 무게 중심을 빼면서 채찍처럼 들어오는 발차기를 오른팔로 막았다.
자세가 어정쩡하니 이런 식으로밖에 못 막는다.
뒤로 주욱 밀렸다.
오른팔이 나갔다.
방금 걸로 확실히 알았다.
근력도 저 여자가 더 세다.
문제는 이다음이다.
지금 상황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오른팔보다 왼쪽 다리를 못 움직인다는 것이다.
뒤로 밀린 상황에서 한쪽 다리가 안 움직인다는 건, 이어지는 공격에 대응할 수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여자는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는지, 공격을 이어 가는 대신 뒤로 거리를 벌렸다.
예의 그 투명한 무언가가 여자를 들어 뒤쪽으로 이동시키는 회피 스킬이다.
이대로 시간이 끌리면 안 된다.
눈에 늑대 괴물들이 달려오는 모습이 비쳤다.
왼손에 든 방패를 검으로 바꾸었다.
탈라리아의 날개의 비행 효과와 오른쪽 다리의 힘만을 이용해 앞으로 도약했다.
그리고 도약의 와중에 재차 스킬을 사용했다.
[영혼 착취]적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영혼 착취를 사용해 여자의 주의를 끌어 보려 했으나, 여자의 몸쪽에서 이상한 마력 반응이 일어나더니 영혼 착취의 효과가 사라졌다.
여자는 내가 도약하는 것을 보고 전면에 보호막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회피 대신 보호막을 택한 것을 보니, 회피기에 재사용 대기 시간이 있긴 한가 보다.
하지만 좋은 판단은 아니다.
이럴 때는 역으로 근접전을 노리거나, 몸을 움직여 회피를 선택해 시간을 끄는 편이 좋다.
근력도, 속도도 여자 쪽이 나보다 우위인 만큼, 그것이 더 효과적이다.
확실히 기세를 잡혔기 때문인지, 판단력이 흔들리는 모양이다.
빠르게 형성되고 있는 보호막에 오러 블레이드를 두른 검을 휘둘렀다.
내가 만들어 낸 미완성의 오러 블레이드는 보호막처럼 마력으로 강화된 방어에 부딪히면 특수한 반응을 보인다.
타인의 마력과 충돌했을 때, 폭발한다.
쾅!
[점멸]폭발 직후에 위쪽으로 점멸을 사용했다.
죽겠다, 정말.
이미 몸 여기저기에 데미지를 받은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코앞에서 폭발이라니.
여자 또한 폭발 범위 안에 있었지만, 보호막 뒤에 서 있던 만큼 어느 정도 보호를 받았을 것이다.
다시 말해, 방금 내 공격은 정말 자살 공격에 가까웠다.
점멸을 통해 이동한 위쪽에서 바라보니, 여자는 눈을 감고 있었다.
폭발의 영향에서 시야를 지키지 못한 건가?
폭발을 예상하지 못했거나, 반응이 늦었거나 둘 중 하나다.
어찌 되었건 덕분에 일이 수월하게 풀리게 생겼다.
빠르게 마법의 주문을 외웠다.
제발 성공하기를 빌면서.
여자가 사용하는 마법과 괴물들이 가진 핵에서 느껴지는 감각을 통해 가닥을 잡았지만, 아무런 연습 없이 바로 실전에 투입하는 것이다.
성공 확률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위에서 낙하해 여자에게 가까이 근접한 순간, 여자가 나를 보았다.
자세를 낮추면서 팔을 움직이는 것이, 이번에도 아까 그 손목 밴드로 막아 보려는 듯했다.
“윈드 에로우.”
영창과 함께 바람의 화살이 쏘아졌고, 여자는 손목 밴드로 그것을 막아 내었다.
하지만 그것을 막아 내느라 가드가 흔들렸다.
내 왼손에 들린 검에는 어느새 오러 블레이드가 맺혀 있었다.
좀 전과는 달리 완벽히 정제된 오러 블레이드였다.
그리고 그 오러 블레이드가 맺힌 검이 빠르게 아래로 떨어졌고, 여자의 어깨를 깔끔하게 베어 냈다.
여자의 어깨에서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고, 잘린 팔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보면서 확신했다.
내가 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