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torial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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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합의 장 (8)
광장을 둘러싼 자경단원들이 무기를 꺼내 들자마자 사람들은 곧바로 대응하였다.
자경단원들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하고 있던 사람들도 제각기 무기를 꺼내 들고 주변에 보이는 아는 사람들과 뭉쳤다.
막 이곳으로 이동된 사람들도 빠르게 분위기를 파악하고 상황을 주시했다.
확실히 18회 차쯤 되니까 다들 가닥이 보이네.
흰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도 아직 중2병도 오지 않았을 꼬마도 각자의 무기를 쥐고 주위를 경계한다.
튜토리얼 시스템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초창기에는 튜토리얼에 들어온 노약자들을 단순히 보호해야 할 사고 대상자로 보았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씩 지나고, 노약자들도 안정적으로 초반 스테이지를 넘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공략법이 나오기 시작하자 상황이 뒤바뀌었다(물론 헬 난이도는 예외였다).
튜토리얼에서 어느 정도 성장을 이룬다면, 나이 많은 노인들도 젊은 사람들만큼 충분히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의견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들의 나이든 육체와 느려진 판단력은 시스템의 보정과 치유 효과에 의해 커버되었다.
신장의 성장이 끝나지 않은 청소년들은 체구가 작다는 것만으로도 움직임에 보정을 받았다.
체구와 중량이 근력의 절대값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튜토리얼 세계 안에서, 작은 체구는 의외로 큰 장점이 되었다.
피격 범위가 좁은 것뿐만 아니라, 상대보다 항상 낮은 위치의 무게중심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전투에 큰 영향을 주었다.
곧 남녀 구분도 무의미해졌다.
캐스팅 위주의 마법사나 힐러 포지션에 있어서는 여성이 더 유리하다는 주장도 종종 나오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자경단 전투 인원의 주축은 남성이다.
그중에서도 2, 30대의 건장한 청년들이 주류를 이룬다.
튜토리얼 안에서 성장함에 따라, 신체적 페널티를 극복할 수 있다지만, 그래도 출발선에서 앞서나간 것을 무시할 수 없었다.
시작 당시 비교적 건장한 육체를 가지고 있는 청년들이 더 빠르게 적응하고 성장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위 사실을 바탕으로 김민혁은 가설을 하나 내놓았다.
먼저 그리고 수월하게 성장할 수 있는 청년층과는 달리 노약자층은 신체적인 페널티를 극복하기 이전까지 최소한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최소한의 식량, 정보, 장비, 포션 등의 도움.
그리고 그 도움이 주어졌을 때, 청년층과 비 청년층의 간극이 비로소 줄어들기 시작한다.
따라서 그 간극을 측정하고 비교하는 것으로 외국 서버 상황을 엿볼 수 있다는 가설이었다.
솔직히 나는 공감하지 못했던 이야기였지만, 눈앞에 비교 대상을 놓고 보니, 딱 잘라 아니라고 단정 짓기도 애매했다.
경합의 장에 함께 참가하게 된 외국 서버는, 한국 서버를 제외하고 두 곳이었다.
아직 어느 국적인지는 모르겠으나, 한쪽은 동양계였고, 다른 한쪽은 서양계였다.
동양인들은 남녀노소를 구분하지 않고 각자 무기를 꺼내 들고 주위를 경계했다.
장비의 수준에서 차이가 보이긴 했으나, 딱 그 정도 차이였다.
반면 서양인들은 오직 소수의 인원만 무기를 꺼내 들었다.
딱 봐도 우락부락해 보이는 남성들. 거기에 더해 문신과 험상궂은 인상까지 더해져 뒷골목 갱스터처럼 보이는 사람들이었다.
그 외의 유약해 보이는 사람들이나 여성, 노인 등은 달리 무기를 꺼내지 않았다.
저렇게까지 불균형하게 성장이 일어날 수 있는 건가?
성장이 뒤쳐졌다기보다는 아예 민간인처럼 보일 지경이다.
정확한 이유는 알아봐야겠으나, 좋게 해석하기는 힘든 장면이었다.
서양인들 사이에서는 분명한 간극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간극 너머의 사람들은 쉽게 구분이 가능했다.
들고 있는 무기와 착용한 장비에서, 태도와 표정에서, 그리고 목소리 크기와 억양에서 그것이 드러난다.
예전에 저런 모습을 한번 본 적이 있었다.
한국 서버에서.
광장을 포위한 데에는 입장한 사람들이 흩어져 광장 밖으로 이탈하지 못하게 막으려는 의도도 있었지만, 빠르게 사람들을 한 곳에 몰아 놓고 우리의 의사를 전달하기 위함이었다.
무기를 꺼내 들었을 때,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 상황 속에서 바로 달려들어 전투를 시작하기보다는 자신들끼리 뭉치고 경계를 이어 나갈 것이다.
그 상황에서 무리의 대표자를 특정하고 그 사람과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였다.
물론 처음 보는 사람들과의 대화를 위한 방편으로는 지나치게 무례했지만, 자경단 수뇌부 중 누구도 그런 것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비전투 인원이 강제로 이 장소에 소환되기 전까지 남은 시간은 5분도 채 남지 않았다.
그 사람들이 무방비하게 전투의 한복판에 소환될지도 모른다는 위험성을 감수하기보다는, 그들이 입장하기 전에 상황을 정리해 두어야 한다는 것이 자경단의 결정이었다.
생각대로 두 서버의 외국인들은 무리를 짓고 뭉쳤고, 그 와중에 그 대표자들을 특정할 수 있었다.
따로 나서지 않더라도 사람들의 눈치를 보면, 누가 발언권을 가지고 있고, 힘과 권력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대화를 통해 우리의 뜻을 전달하고, 대답에 따라 다음 단계로 넘어가면 되는데…….
저 서양인들이 문제였다.
명백히 두 부류로 나누어져 있고 힘의 격차도 상하관계도 너무나 뚜렷이 보인다.
무엇보다 서버별로 사람들이 뭉치고 있는 와중에도, 무기를 들고 있지 않은 서양인들은 저 깡패 같은 놈들 주변에 가까이 다가가려 하지 않았다.
한국 서버에 있었던 대표 연합과는 달리 깡패 같은 놈들 몇이 껄렁거리는 것 정도로만 보이지만, 어찌 되었건 저 모습은 자경단원 중 일부를 매우 심각하게 자극할 여지가 다분하다.
당장 박정아만 해도…….
음…….
고개를 돌려 바라본 박정아는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서양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워낙 무표정하게 있는 일이 잦은 박정아인지라 다른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만, 저건 평소의 무표정과는 확연히 다르다.
까딱거리는 오른손의 검지손가락이 들고 있지 않은 총의 방아쇠를 당기는 것처럼 보여 더 불안했다.
최근에는 많이 나아진 것처럼 보이지만, 박정아는 여기 모인 사람들 중 가장 극단적이고 위험하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이다.
불안하다. 얘도 그냥 적당히 미친 게 아니라서.
젠장.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일이 꼬이네.
김민혁이 상황 통제를 위해 함께 진입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뼈아프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시간은 가고 있고, 강제 소환까지 남은 시간은 줄어들고 있다.
박정아도, 김민혁도 판단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결국 내가 움직여야 한다.
걸음을 옮기며 박종식을 불렀다.
“종식 형, 먼저 저쪽 좀 맡아 주세요. 우리는 저쪽 친구들이랑 얘기 끝내고 합류할게요. 저쪽은 비교적 온건해 보이니까.”
그렇게 말하면서 박정아를 이끌었다.
“머리 좀 식히고. 우리는 저 친구들하고 먼저 얘기하자고.”
박정아는 눈짓으로 서양인들을 가리켰지만, 그녀의 뜻을 무시했다.
“나중에.”
박정아는 일단 내 대답에 수긍해 주었다.
좋은 단어 선택이었다.
박종식이 하드 난이도의 전투 조원 일부를 이끌고 서양인들 쪽으로 향하는 것을 보면서, 나는 박정아와 함께 동양인들 쪽으로 향했다.
우리 뒤로 전투 조원 몇 명이 따라붙는 것을 확인하고 박정아에게 물었다.
“대화는 내가 할까?”
“괜찮아요. 제가 할게요.”
진짜 괜찮은 건지 뒤를 돌아 확인해 보았다.
박정아는 금세 평정을 되찾았는지 여상스러운 모습이었다.
다행이었다. 정말로 내가 대화를 진행하게 되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아서.
광장 한쪽에 모여 있는 동양계 사람들.
조금 더 정확히 말해보자면 동북아시아인으로 보인다.
아예 특정해서 추측해 보자면 일본인.
판단 근거는 명확하다.
일본도를 무기로 들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긴 장검 하나 달랑 들고 있는 검사가 파티 전투에서 얼마나 쓸모없는지를 생각해 보면, 저건 아무리 봐도 비정상적인 비율이다.
그들의 특징들을 파악해 보았다.
광장 한구석에 모여 있지만, 하나로 뭉친 것은 아니다.
단순히 같은 서버 출신끼리 근처에 모여 있을 뿐, 그 사이에서 소수의 그룹끼리 뭉쳐 있다는 느낌이 강했다.
서버를 대표할 만한 큰 조직이나 대표가 있기보다는, 대기실 단위 혹은 파티 단위의 그룹들이 모여 있는 형태.
그 와중에 서로 크게 경계하거나 꺼리는 낌새는 보이지 않는다.
외톨이처럼 혼자 안절부절못하는 사람들이 종종 눈에 띄었으나, 곧 그런 사람들끼리 뭉치기 시작했다.
수학여행에서 원하는 친구들과 짝을 지어 방을 배정받게 된 학생들의 모습이 저럴 것 같다.
틀린 추측일지도 모르겠으나, 당장 느껴지기에는 그랬다.
적의를 보이는 사람보다는 불안를 느끼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 많았다
그럼에도 평균적인 무장 상태는 나쁘지 않았다.
사람들의 구심점이 되는 인물은 있었다.
30대를 넘어 40대 정도로 보이는 중년 남성이었다.
특이한 점은 목 아래까지 내려오는 턱수염이었다.
이해할 수 없는 감성이다.
가장 영향력 있는 단체의 수장이라기보다는 인지도 높은 랭커 정도로 보이는 사람이다.
저 남자가 전면에 나서 있는 것을 아무도 말리지는 않고 있지만, 그렇다고 주위에 그룹을 형성하고 있지도 않다.
단순히 서버에서 가장 강하다고 평가받고, 그 때문에 나서게 된 걸까?
정신적인 지주 같은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조금 더 관찰을 해 보자.
잘은 모르지만, 도검에도 길이와 형태의 종류가 다양할 것이다.
하지만 저 사람들은 죄다 비슷한 모양새의 일본도를 들고 있다.
저 남자가 들고 있는 검과 똑같거나 거의 흡사한 형태의 검이다.
검집도, 갑주도 비슷한 형태가 많이 눈에 띄었다.
아, 그거네.
트렌드 세터인가, 뭔가.
한국 서버에서도 단기적으로 갑옷이나 무기 등에 유행이나 열풍이 불고는 한다.
그런 흐름을 선도하는 건 보통 상층을 공략하는 랭커들이고.
한국 서버의 랭커들을 SNS 유명인 정도라고 본다면, 저 수염 아저씨는 전국구 아이돌 수준의 인지도를 가지고 있다고 보면 되는 건가?
생긴 것에서는 특별할 것이 없다.
그냥 조금 날카롭게 생긴 아저씨다.
그렇다면 실력이나 인품에서 보고 따를 만한 점이 있었다는 거겠지.
어쩌면 단순히 커뮤니티의 개그맨 같은 사람이라 인기가 많은 것일 수도 있다.
특이하네. 나중에 더 알아보자.
“실례지만, 국적을 알려 주시겠습니까?”
시작은 박정아의 질문이었다.
“실례인 줄 알면 사과부터 해야 하지 않겠나?”
다음은 수염 아저씨의 반문이었다.
예상대로 겁먹은 듯한 태도는 아니다.
바벨 이전의 지식 스킬의 번역 상태가 상당히 깔끔하다.
1레벨인 만큼 아쉬운 점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
예를 들면 상대의 말이 번역체로 들린다든지 하는.
하지만 수염 아저씨의 말은 완벽한 한국어로 들렸다.
박정아는 반문을 무시했다.
“용건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애초에 국적 따위는 관심도 없다는 듯한 태도다.
나는 듣고 싶은데.
남자는 허, 하고 어이없어 했지만, 박정아는 당연하다는 듯이 그에 반응하지 않았다.
“경합이 진행되는 6일간, 이 경합의 장 내에서 모든 범죄 행위는 금지됩니다. 또한 경합 도중 경합 상대에게 필요 이상으로 잔인한 공격을 행사하거나, 상대의 항복 선언을 방해하려는 시도 또한 금지됩니다.”
“그 규칙을 어기면?”
“처벌됩니다, 저희에게.”
남자는 잠시 입을 다물고 하늘을 쳐다보았다.
별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고, 단순히 생각을 정리하기 위함으로 보였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나는 남자가 우리에게 남을 처벌할 권리와 죄를 판단할 권리와 상황을 통제할 권리가 있는지를 물으며 따지고 들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반발하리라 생각했다.
위 세 가지의 권리를 가지겠다는 선언은 말 그대로 상대방 머리 위에 서겠다는 선언과 다를 것이 없다.
처음 만나자마자 포위하고 무기를 들이댄 이후에야 대화를 시작하는 상대에게 선뜻 인정하고 건네주기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남자는 그것을 따지기보다는 다른 것을 물었다.
“범죄의 판결 기준은?”
“보편적인 법률적, 도덕적 기준에 따릅니다.”
남자는 말을 멈추고 자신의 수염을 쓰다듬었다.
그 모습이 왠지 재밌어 보였다.
“범죄를 금한다는 건 좋은 일이지. 반대하지 않겠어. 협조하지. 하지만 우리 쪽에서 먼저 범죄를 발견했을 때는? 우리도 우리 나름대로 범죄에 대한 방비와 처벌은 하고 있는데 말이지.”
낙관적인 아저씨다.
만나자마자 범죄를 저지르면 처벌하겠다는 말만 덩그러니 던져 놓은 상대에게 이런 식으로 대응하다니.
어떻게 처벌할 것인지, 어떻게 범죄를 가려낼 것인지에 대해 일언반구도 하지 않은 상대라면, 처벌권을 악용하려 하지는 않을까, 혹은 다른 꿍꿍이속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품는 것이 일반적일 텐데.
어쩌면 저 아저씨도 다른 서버와 통합되어 진행되는 이 경합의 장 내에서의 범죄에 대한 우려를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쪽에서 먼저 범인을 확보하고 납득이 가는 수준의 처벌을 한다면, 저희 쪽에서 재차 처벌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 범죄자가 그쪽 사람이더라도? 차라리 관할을 정하는 것이 낫지 않겠나? 외국인 범죄자를 확보할 시, 서로에게 넘겨주는 쪽으로.”
“거절하겠습니다. 그리고 그쪽에서 오판하고 무고한 사람을 공격했을 경우, 처벌이 아닌 범죄 행위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그건 우리 쪽도 마찬가지다. 좋아, 우선은 그 정도로 마무리 짓지. 하지만 자네들이 무고한 사람들에게 부당한 요구를 한다거나, 죄를 뒤집어씌우는 등의 행동을 했을 때는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네. 자네들이 말한 규칙에는 자네들 또한 포함이 된다는 사실을 명심하게.”
“그러십시오.”
그러시라는 대답.
알았다는 것도, 명심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남자는 그 대답에서 별문제를 느끼지 못했는지 그냥 넘어갔다.
스킬의 번역 문제라고 생각하고 대수롭게 여기는 걸지도 모르겠다.
“자세한 통성명은 조금 뒤로 미루도록 하죠. 강제 소환까지 남은 시간이 모두 지나고, 세 서버의 모든 도전자들이 광장에 모이면 범죄가 금지된다는 말을 다시 한 번 전할 겁니다. 저희는 그 이후에 따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겁니다.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저쪽과도 이야기를 해두어야 해서.”
박정아는 서양인들이 모여 있는 쪽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박정아가 가리킨 손 너머로 보이는 서양인들, 그리고 박종식은… 음.
뭐 하는 짓이래, 저게.
말싸움 중이었다.
“89층이다! 89층! 너거들 중에 제일 높이 올라간 놈이 겨우 71층이라고? 우리 쪽은 89층이다!”
89층.
한국 서버 최상층 도전자인 이찬용의 현재 층수이다.
“그래 봤자 이지 난이도지! 아니냐! 맞지? 겨우 이지 난이도 층수를 가지고 뻐기는 거냐? 우리 쪽에는 헬 난이도 도전자가 있다고!”
머리가 지끈거린다.
박종식과 서양인 그룹의 대표자로 나선 듯한 대머리 남자는 유치한 말싸움을 하고 있었다.
우리 집에 황금 두꺼비가 있네, 우리 아버지가 엄청 높은 사람이네, 증조할아버지가 시골에 산을 가지고 있네, 하는 내용으로 말다툼하는 초딩들을 보는 기분이다.
왜 저러고 있는 거야.
“헬 난이도… 며, 몇 층인데?”
“6층이다!”
순간 박종식의 얼굴에 안도와 가소로움이 떠올랐다.
그 표정에 대머리 남자가 화를 내기도 전에 박종식은 나를 돌아보았다.
박종식 주위에 있던 하드 난이도의 자경단 인원들도 모두 나를 돌아보았다.
덩달아 서양인들도 그 시선을 따라 나를 바라보았다.
“호재야아아! 네가 지금! 몇 층이라고오?”
광장을 쩌렁쩌렁 울리는 우렁찬 목소리로 내 층수를 묻는 박종식을 보면서 나는 창피함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