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torial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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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합의 장 (10)
[경합 개인전 부문, 1차 예선을 통과하셨습니다.] [관중석으로 이동하시겠습니까?]1차 예선은 저번 경합과 마찬가지로 헬 난이도산 고블린 7마리를 처치하는 것이었다.
가뿐하게 1차 예선을 클리어하고 관중석에 앉았다.
어차피 2차 예선까지는 딱히 할 일도 없다.
자리에 앉아서 도전자들이 고블린들과 아웅다웅하는 모습을 구경하고 있는데 박종식이 곁으로 다가왔다.
“요, 1차 예선은 끝냈냐?”
“당연하죠. 형은요?”
“끝냈지.”
김민혁은 자리를 비우기 전, 나와 박종식 둘 중 한 사람은 개인전 예선에 불참하고 감시를 맡아 달라고 부탁했었다.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이 우리 둘 다 그 말을 듣지 않았다.
김민혁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냥 해 본 말이겠지.
나와 박종식 말고도 감시역으로 경기장에 곳곳에 배치된 자경단원들이 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경기를 끝내고 나서 대응하면 된다.
“이대로 별일 없이 지나가면 좋겠는데 말이지.”
“글쎄요.”
박종식이 내 옆자리에 앉으며 중얼거렸다.
별일이 없을 것 같지는 않다.
아무리 제약을 만들어 두었다 하더라도, 그 제약의 아슬아슬한 선에 걸쳐 나쁜 짓을 하고 싶어 할 놈들은 얼마든지 있다.
그런 놈들이 튜토리얼 스테이지와 대기실에 갇혀 있다가 모처럼 사람 많은 곳에 나왔는데, 얌전히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분명 누군가 사고를 칠 것이다.
그 사고가 몇 번이나 일어나느냐가 중요하겠지.
그리고 사고의 발생 건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첫 사고를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중요할 것이다.
“호재야, 너 단체전은 안 나가냐?.”
“네. 개인전이랑 세력전 나가는 대신, 단체전은 안 나가기로 했어요.”
“크으, 나도 세력전에 나가 보고 싶은데.”
“형은 개인전이랑 단체전 나가잖아요.”
세력전은 두 번째 경합에 새로 추가된 경기 방식이다.
두 번째 경합은 총 6일에 걸쳐 치러진다.
1일 차와 2일 차에는 개인전이 진행되고, 3, 4일 차에는 단체전이 진행된다.
마지막으로 5일 차에 세력전이 열리고, 6일 차에는 추가적인 자유 시간이 주어진다.
개인전이 말 그대로 혼자서 참여하는 경기이고, 단체전이 13인 이하 파티 규모의 경기라면 세력전은 말 그대로 세력 전체 인원이 참가할 수 있는 경기이다.
여기서 세력은 서버를 뜻했다.
인벤토리에서 룰 북을 꺼내 세력전 항목을 살펴보았다.
-참가 인원수에 제한이 없습니다.
-해당 세력의 도전자라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습니다.
-다른 세력의 도전자를 영입할 수 있습니다.
-가장 수가 적은 세력은 부전승을 얻고 결승으로 직행합니다.
파격적인 규칙이다.
참가자 수가 백 명이든, 이백 명이든 상관없다는 것이다.
세력전이라는 이름이 어울리는 경기 방식이다.
그 와중에 다른 서버의 도전자를 영입할 수도 있다는 규칙까지 포함되어 있다.
자경단은 경합이 열리기 전에 이미 이 세력전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고 그 취지를 분석했었다.
우선 세력전이라는 경기 방식을 통해 하나의 서버 전체를 아우르는 그룹이 형성되는 것을 조장할 수 있다.
그렇지 않더라도 서버 전체의 도전자들을 하나로 묶고 그들의 의사를 하나로 모으도록 한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거기에 영입이 가능하다는 항목을 통해 서버의 주류가 된 그룹에서 겉돌고 있는 도전자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심어 주고, 또 다른 서버의 도전자들과 팀을 이루게 하여 교류의 기회를 만들어 준다.
꿈보다 해몽일지도 모르지만, 자경단이 분석한 세력전의 취지는 아주 그럴싸했다.
“그래도 가능하면 우승 보상을 세 개 다 타 보고 싶은데 말이지. 저번 경합에는 결국 우승 보상을 하나도 못 탔으니까.”
그렇겠지.
저번 경합의 우승 보상은 내가 다 가져갔으니까.
“그래도 통합 우승 보상도 있으니까요. 그거랑 단체전 우승 보상 두 개로 만족하시죠.”
“엉? 아닌데, 개인전도 우승할 건데?”
“네네, 그러시겠죠. 제가 갑자기 설사병이 나서 개인전에 기권하게 된다면요.”
박종식은 저번 경합의 복수를 해주겠다며 전의를 불태웠다.
새로운 필살기라도 얻었나 보다.
아니면 저번의 그 기술을 조금 더 다듬었든지.
통합 우승은 세 번에 걸쳐 치러지는 경기에서 가장 많은 우승자를 배출한 서버 전체에 뿌려지는 보상이다.
관리자를 통해 알아본 바에 의하면, 통합 보상은 무려 원하는 스탯을 5개나 올릴 수 있는 영약이었다.
스탯을 올릴 수 있는 기회는 극초반을 제외하면 레벨 업 보상이 전부이고, 가면 갈수록 레벨 업이 어려워지는 시스템 특성을 생각하면 굉장히 좋은 보상이었다.
참고로 세력전 도중 다른 서버에 합류한 도전자는 이번 경합에 한해서 해당 외국 서버의 도전자로 취급된다.
세력전과 통합 우승에 대한 규칙을 보면 청팀 백팀으로 나누어 진행하던 초등학교 운동회가 생각난다.
단일 경기의 보상이 따로 존재하고, 운동회의 우승 팀에게는 통합 보상이 주어진다.
물론 초등학교 운동회의 보상이라고 해 봐야 박수와 이겼다는 성취감이 전부였지만.
“다들 재밌어 보이네.”
“그러게요.”
1차 예선의 내용은 고작 고블린 7마리를 처치하는 것이었지만, 상당히 많은 도전자가 열정적으로, 그리고 치열하게 예선을 치르고 있었다.
2차 예선과 본선에서 승리를 거둘 때마다 포인트 보상을 따로 받기 때문에, 우승을 노리지 않더라도 도전자 대부분이 개인전에 참가했다.
하지만 고블린들이 헬 난이도산인지라, 쉽게 이길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고층에 도전하고 있는 랭커라 하더라도 상성에 따라 혼자서는 쉽게 이기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역으로 이길 수 있음에도 이기지 않고 있는 사람도 하나 있었다.
이형진이었다.
이형진은 고블린들을 전혀 공격하지 않고 회피에만 집중하고 있다.
7마리의 고블린에게 거의 둘러싸이듯 몰린 상태에서 간결한 동작으로 고블린들의 공격을 피하고 있다.
예선을 통과하고 나면 딱히 할 일도 없으니 수련 삼아 저러고 있는 것 같았다.
예선 제한 시간이 끝날 때까지 저러고 있을 기세다.
열심히 하네.
17층에 대해 들은 이후, 나는 이형진이 좌절하고 그대로 주저앉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저 모습을 보니, 걱정이 많이 가신다.
나중에 얘기 좀 해봐야지.
“형, 쟤 있잖아요.”
“이형진?”
“네. 혹시 경기 중에 만나면 이것저것 빡세게 알려 주세요.”
이형진은 한국, 일본, 호주 서버의 도전자들을 통틀어도 최상위권에 위치한 도전자 중 한 명이다.
어지간하면 탈락하지 않고 계속 위로 올라올 것이다.
혹시 본선에서 나랑 만나게 된다면, 저번처럼 급하게 항복하지 말라고 해야겠다.
이것저것 실전에서 가르쳐 둬야지.
원래 맞으면서 배워야 빨리 익히는 법이다.
턱을 괴고 경기장을 내려보던 박종식이 말했다.
“근데 애들이 전체적으로 비실비실하다.”
일본, 그리고 호주의 도전자들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게요. 수준이 생각보다 많이 낮네요.”
경합이 시작하기 전, 커뮤니티에선 그래도 한국 서버 정도면 평균적으로 높은 수준이 아니겠느냐는 말이 나왔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한국 서버에는 여러 가지 장점이 있었고, 그 장점들을 통해 평균적인 성장 수준이 높을 것이라고.
실제로도 그러했다.
문제는 생각한 것보다 그 차이가 심했을 뿐이다.
일본과 호주의 도전자들은 1차 예선부터 대거 탈락하고 있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한국 서버의 가장 큰 장점은 상층 랭커들과 하층의 뉴비들의 협력 관계였다.
비교적 클리어가 쉬운 하층 도전자들은 관리자를 만나고 정보를 얻을 기회가 많다.
그렇기에 상층 랭커들은 뉴비들이 필요한 정보를 무상으로 알려 주었다.
거기에 더해 위층으로 올라갈수록 풍족해지는 포인트를 이용해 기본적인 장비와 포션들도 지원했다.
그렇게 초반 스테이지들을 부족함 없이 진행하게 된 뉴비들은 관리자에게 자신이 필요한 정보 대신, 상층 도전자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묻는다.
결과적으로 상층 도전자들은 스테이지 공략에 필요한 정보들을 손쉽게 얻을 수 있다.
이러한 공생 관계가 뉴비들의 초반 사망률을 줄이고, 랭커들의 공략 속도를 높이는 데 일조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관계에 신뢰성과 효율성을 더하기 위해 자경단이 중간 다리 역할을 잘 수행하기도 하였고.
파티 플레이 도중 도전자 간의 분쟁이나 사고도 적었으니, 다른 서버에 비해 전체적인 수준이 높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 해도 경합이 시작하기 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그 차이가 크다.
본선 상위 라운드 대부분은 한국인 도전자들이 차지할지도 모르겠네.
“그, 왜, 한국 사람이 게임을 잘한다는 말이 있잖아. 그런 것도 영향이 있을까?”
“음… 글쎄요. 전직 프로게이머로서 맞장구치고 싶긴 한데.”
다른 나라에 비해 청소년기부터 게임을 많이 접하는 점은 영향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튜토리얼의 시스템은 게임의 특성과 닮은 부분이 많다.
게임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조금 더 빠르게 튜토리얼에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뭐, 이런저런 이유가 있겠죠. 어쩌면 한국 서버에 들어온 사람들 중 유난히 재능 있는 사람이 많이 들어온 걸 수도 있고요.”
인벤토리에서 캐러멜 팝콘을 꺼내 들었다.
아직 키리키리의 마법 효과가 사라지지 않았다.
어느새 1차 예선을 마치고, 관중석으로 이동된 사람의 수가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
상황은 평화롭게 돌아가고 있다.
마음 편히 간식을 먹을 수 있을 만큼.
“야, 저기 봐라. 쟤네 저거 지금 헌팅하는 거냐?”
박종식이 가리킨 곳을 보니, 관중석 한편에서 한국 도전자 몇 명이 일본 쪽 여성 도전자들과 화기애애하게 대화하고 있었다.
박종식이 그 모습을 빤히 쳐다보고 있다.
“왜요, 부러워서 그래요?”
“어, 부럽다. 나는 사내놈이랑 팝콘이나 먹고 있는데, 쟤들은 외국 애들이랑 놀고 있고.”
배알이 꼴린다는 듯 바라보는 박종식과는 달리, 나는 기쁜 마음으로 그 모습을 지켜봤다.
상황이 괜찮다.
한국 서버의 상황은 이 튜토리얼 세계라는 특수한 공간에 걸맞지 않게 제법 밝은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서버의 분위기는 한국 서버의 그것만큼이나 좋은 것처럼 보였다.
호주 쪽의 분위기도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그룹별로, 그리고 개개인별로 분위기가 다 다르다.
갱단 같은 놈들이 주류를 차지해 물을 흐리고 있기는 하지만, 그와 연관되지 않은 사람들은 별문제 없이 지내는 듯 보인다.
문제가 되는 놈들은… 딱 봐도 경기장 여기저기서 그들을 감시하고 있는 자경단원들이 거슬려 미치겠다는 태도였다.
얌전히 있으려니 몸이 근질근질한가?
“저것들은 쳐내긴 해야겠다.”
“그러게요.”
방법은 나나 박종식이 신경 쓸 문제가 아니다.
건수는 김민혁이 알아서 잡아 올 것이다.
조지는 것만 내가 하면 되겠지.
* * *
“참가.”
오전 내내 진행된 1차 예선이 종료되고, 잠시 휴식 시간을 가진 뒤 2차 예선이 시작되었다.
2차 예선의 규칙은 랜덤으로 만나는 도전자를 상대로 세 번의 승리를 거두면 본선으로 진출하게 되는 것이다.
한 번 패배하더라도 재도전 기회가 주어지기에, 예선에서부터 강자끼리 만나 재수 없게 조기 탈락할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
정말 불운하다면 연속으로 강자들을 만나 떨어질 수도 있지만.
[30초 후 경기가 시작됩니다.] [현재 승수 : 0]내가 서 있는 경기장 끝에 도전자 한 명이 소환되었다.
한국인이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 나는 왜 항상 재수가 더러운 거죠? 기도도 열심히 하는데.”
“너는 사람을 앞에 두고 뭔 소리냐, 기분 나쁘게.”
내 상대로 등장한 사람은 하드 난이도 도전자인 김경진이었다.
1회 차에 진입한 초창기 멤버이다.
하드 난이도의 도전자답지 않게 자경단과는 관련이 없지만, 커뮤니티 게시판의 죽돌이인지라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 사람이다.
실제로 초창기부터 커뮤니티에서 종종 대화를 해 왔다.
나를 무서워하지 않고, 편하게 대할 정도로 넉살 좋은 사람이기도 하다.
“왜 하필 첫 상대로 만난 사람이 헬 난이도의 염라대왕이냐.”
누가 염라대왕이냐, 누가.
“빨리하자. 빨리 지고 다시 도전해 보련다.”
김경진은 이미 전의를 상실한 것처럼 보였다.
[경기가 시작됩니다.]시합 개시 메시지가 나타나자마자 앞으로 도약했다.
김경진은 자신의 패배를 기정사실로 여기는 듯한 태도였지만, 글쎄다.
빠르게 질 생각이었다면, 바로 항복을 외쳤겠지.
내가 승리할 확률이 높은 것은 당연하지만, 안일한 마음가짐으로 아무렇게나 싸워도 무조건 이긴다는 뜻은 아니다.
어찌 되었건 김경진은 하드 난이도의 도전자이고, 이곳에 있는 도전자들 중 가장 강한 축에 속한다.
앞으로 달려 나가는 내 앞에 김경진이 두 자루의 단검을 연속해서 던졌다.
먼저 날아온 단검을 잡아 내고, 그것을 휘둘러 두 번째 단검을 쳐 냈다.
그대로 김경진에게 근접해 단검을 휘둘렀다.
그 순간, 김걍진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전투 집중]기감을 끌어 올려 주위를 살폈다.
김경진은 뒤에 있었다.
위치는 내가 쳐 낸 첫 번째 단검이 떨어져 있는 곳 근처.
빠르게 뒤로 돌아섰다.
“흡!”
김경진이 다시 한 번 단검을 던졌다.
이번에는 단검에 검은 기가 일렁이고 있다.
스킬이다.
위력을 알 수 없으니, 막는 대신 피하는 것이 좋겠다.
자세를 숙여 날아오는 단검을 피해 냈다.
그때, 내가 손에 들고 있던 단검이 강하게 진동했다.
그 이변에 반사적으로 단검을 놓아 버리고 거리를 벌리려 했다.
다음 순간, 내가 놓아 버린 단검 앞에 김경진이 나타났다.
[철벽]김경진은 내가 놓아 버린 단검을 잡아 그대로 내 가슴을 향해 찌르기를 시도했다.
다행히 제때 철벽 스킬을 사용했고.
캉!
단검은 내 팔뚝에 막혔다.
곧바로 반격을 이어 나갈 수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거리를 벌리는 것을 택했다.
어이가 없네.
네가 무슨 나뭇잎 마을의 금빛 섬광도 아니고, 왜 단검을 매개체로 텔레포트를 쓰냐.
“와… 진짜 어처구니가 없네. 그게 허를 찔린 사람의 반응 속도냐.”
김경진은 허리춤에 손을 올리고 한숨을 푹푹 쉬면서 말했다.
“밑천을 이 정도 내보였으면, 조금은 당해 주는 게 예의 아니냐.”
“예의는 개뿔이. 권능 스킬이지, 그거?”
김경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슬슬 권능 스킬을 얻은 도전자들이 생기고 있다.
박종식에 이어 김경진까지.
나를 포함하면 총 세 명이다.
김경진이 자신의 팔뚝을 가리키며 물었다.
“그것도 네 권능이지? 내 단검 막은 거. 스킬까지 쓴 상태에서 휘두른 단검을 맨 팔뚝으로 막아 내는 것 보고 식겁했다.”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