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torial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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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토리얼 1층 (5)
[1회 차 28일. 19시 32분]“후욱… 후욱…….”
잠시 멈춰 서서 숨을 골랐다. 늘어난 스탯과 스킬이 있음에도 벅차고 고된 강행군이었다.
오늘 4시에 대기실에서 출발해 거의 15시간을 쉬지 않고 달렸다.
그것도 미친 화살 함정을 통과하면서.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다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3일만 시간이 더 있었으면 훨씬 더 여유를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시간이 없었다.
며칠 전 커뮤니티에 한 가지 정보가 풀렸다.
각 1회 차는 30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30일이 지날 때까지 1층을 클리어하지 못했을 시 받는 페널티에 대해선 아직 알려진 바가 없다.
실패 처리되어 튜토리얼에서 추방될 것인지 실패에 대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인지.
결론은 내일 아니면 최소한 모레까지 1층을 클리어해야 한다는 뜻이다.
인벤토리에서 물통을 꺼내 얼굴 위에 부었다.
시원한 물로 대충 세수를 하자 조금 기운이 나는 것 같다.
제자리에서 총총 뛰며 상태를 확인했다.
집중력도 문제없고 출혈이 심하지도 않다. 무뎌진 감각도 없다.
오른쪽 팔뚝에는 화살이 두 발 꽂혀 있다.
그동안 많이 성장했고 함정들을 여러 번 경험해 봤지만 그래도 노 히트로 여기까지 올 수는 없었다.
공략 방법을 찾지 못해 그냥 맞은 화살도 있고 피하려다 실패해서 맞은 화살도 있다.
화살이 날아오는 속도 또한 처음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첫 함정의 화살이 조잡한 고대의 장궁에서 발사되는 것이라면 후반부의 화살은 복합궁에서 발사되는 것과 같았다. 가끔은 발리스타에서 발사된 것이 아닌가 싶은 무지막지한 화살도 있었다.
사실 장궁이든 복합궁이든 본 적도 없지만 어쨌든 느낌상 그랬다.
다행히 좀 전에 레벨 업을 한 번 해서 몸에 박힌 화살은 두 개뿐이다.
이왕이면 한 개도 안 박혀 있는 것이 좋을 텐데.
하지만 이 정도면 양호하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하도 화살에 맞아 대서 화살 두 대 정도는 큰 부상으로 치지도 않는다.
“후우-.”
바닥을 내려다보자 빨간 선이 그어져 있는 게 보인다.
이렇게 대놓고 ‘여기 함정이 있습니다!’라고 광고하는 함정은 이 튜토리얼 내에 이것 하나뿐이다.
빨간 선을 넘자마자 상하좌우로 전 방위에서 화살이 날아온다.
무서운 점은 날아오는 화살의 순서에 패턴이 없다는 점이다.
초입에 있던 절벽 함정 이후로 가장 위험한 함정이다.
첫 시도 때 고슴도치처럼 여기저기 화살이 촘촘히 박혀 다시 한 번 삼도천에서 수영복을 꺼내 입었었다.
천운이었는지 때마침 레벨 업을 하면서 살아날 수 있었다.
두 번째 시도 때는 첫 시도의 패턴을 줄줄 외워서 도전했었다.
사방에서 수십 발의 화살이 날아왔었기에 모든 순서를 외울 순 없었지만 최소한 급소로 향하는 화살의 경로들을 외운 상태에서 도전했다.
그리고 정말 죽을 뻔했다.
외우고 있던 것과 다른 경로로 날아오는 화살들은 정말 치명적이었다.
대응 속도가 늦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첫 시도 때의 두 배가 넘는 화살을 맞았었다.
이번엔 아주 삼도천을 건너서 증조할아버지 손까지 잡아 보고 왔다.
여태껏 패턴대로였는데!
이제 와서 노 패턴이라니!
이건 좀 너무 하지 않냐?
첫 시도 때 함정 너머에서 발견한 것이 아니었다면 그대로 죽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번이 세 번째 시도다.
우선 팔뚝에 박혀 있는 화살들을 대충 꺾었다.
아직 뽑아서 치료할 수 없으니 임시방편으로 움직임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짧게 분질러 두는 것이다.
여전히 화살이 박혀 있는 오른팔로 칼을 휘두르는 건 확실히 무리다.
칼을 쥐고 있는 게 한계다.
오른팔과 칼도 방패 용도로 쓴다.
왼쪽엔 라운드 실드. 오른쪽엔 팔 병신 실드.
완벽하다.
준비는 끝났다.
그리고 몸을 쭉쭉 피면서 스트레칭을 하고 괜히 서성거리면서 여기저기를 주물렀다.
으아아아아아……!
시발. 할 수 있다. 이호재.
노 패턴이면 어떠냐. 할 수 있어. 아니 해야만 한다.
함정 앞에서 삽질하고 있는 와중에도 시간은 간다.
아직 1회 차가 끝나는 30일까지는 시간이 제법 남아 있지만 지금부터 클리어까지 시간이 얼마나 더 걸릴지는 정확히 모른다.
시간 여유를 조금 두고 움직여야 한다.
좋아 가자.
앞선 두 번의 시도에서 깨달은 팁이 한 가지 있다.
바로 이 함정은 내가 빨간 선을 넘은 뒤 3초 후부터 화살이 날아온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다시 말해 3초 안에 최대한 멀리까지 가야 한다는 것이다.
빨간 선에서부터 몇 미터 뒷걸음질 쳤다.
그리고 한 번 더 숨을 고른 후 고등학교 체육 시간에 배웠던 육상 자세를 취했다.
자 엎드려서 손은 어깨 너비였나?
아 젠장 칼하고 방패 때문에 자세 잡기가 어렵다.
한쪽 무릎을 굽히고.
그다음에 엉덩이와 다리를 들어 올린다.
그리고… 출발!
그대로 전력을 다해 달리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빨간 선 근처에 다다랐다.
젠장! 절벽 위에서 장대 멀리뛰기하는 기분이다!
기분이 최고로 올라간다!
탓!
빨간 선을 지났다.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아직 멈출 때가 아니다!
일!
이!
삼!
좋아! 반도 넘게 왔다!
카운트가 끝나자마자 정면에서 번쩍이는 화살촉이 보였다.
그대로 앞으로 길게 태클 슬라이딩!
그리고 슬라이딩 한 낮은 위치로 다시금 화살들이 발사되었다.
옆과 뒤에서 날아오는 화살은 아직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지금 나는 상당히 빠른 속도로 전진하고 있다.
속도를 죽이지 않고 날아드는 화살들을 피하기 위해 데굴데굴 굴렀다.
‘파바밧’ 소리와 함께 화살들이 바닥에 꽂히는 소리가 들린다.
구르자마자 왼편에 보이는 화살을 방패로 쳐냈다.
손목이 시큰거렸다.
데굴데굴 구르면서 방패가 고정된 왼쪽 손목이 조금 꺾인 모양이다.
조금 통증이 느껴졌지만 일단 무시하고 일어나 앞으로 달렸다.
이 함정에서는 잠시도 멈춰 서면 안 된다.
사방에서 화살이 날아오기 때문에 최대한 빠른 속도를 유지하면서 전진해야 뒤와 옆에서 날아오는 화살을 조금이라도 덜 맞는다.
허리 근육과 다리 근육에 화살이 하나라도 제대로 꽂히면 기동성이 그대로 죽어 버리고 사망 확률이 폭등한다.
시야에 사각이 존재하고 향상된 감각으로도 달리는 와중에는 날아오는 화살 모두를 인지하기 힘든 만큼 필수적인 조건이다.
텅!
왼쪽 얼굴로 날아오는 화살을 다시 한 번 방패로 막은 사이 비어 있는 복부로 화살 한 대가 더 날아왔다.
급한 대로 오른팔을 내려 막았다.
푹! 하는 소리와 함께 화살이 팔에 박혔다.
젠장!
이미 박혀 있던 화살의 화살촉 근처에 박히면서 고통이 배가 됐다.
잠시도 멈추지 않고 발을 놀려 달리고 있지만 고통과 충격 때문에 일시적으로 속도가 죽어 버렸다.
푹푹푹!
등 뒤로 몇 발의 화살이 날아왔다.
순간적으로 몸을 틀어 피했지만 줄어든 속도 때문인지 등에 미처 피하지 못한 화살 한 대가 꽂혔다.
으아아아아!
시발. 이럴 때는 방법이 없다.
그냥 미친 헐크처럼 화살을 맞든 말든 눈에 보이는 것만 막으면서 앞으로 뛰어야 한다.
앞으로!
얼굴로 날아오는 화살도 고개를 틀어 피하기보단 팔과 방패를 들어 막았다.
섣불리 고개를 빠른 속도로 돌리다가 날아오는 화살을 시야에 넣지 못하면 그대로 죽는 거다.
푹푹
몸에 몇 발의 화살이 더 틀어박혔다.
고통을 무시하고 계속해서 뛰었다.
등 근육에 박힌 화살촉들이 달릴 때마다 근육을 찢어 놓는 것만 같다.
푹!
화살 한 대가 왼쪽 종아리 뒤쪽에 꽂혔다.
근육까지 깊숙이 화살이 꽂히면서 왼쪽 다리의 움직임이 일순간 턱 멈춰 버렸다.
단 한순간 스탭이 꼬인 것 때문에 바닥에 나뒹굴고 말았다.
이대로 엎어지면 죽는다는 생각에 벌떡 일어나 깨금발로 뛰었다.
화살은 뒤에서만 날아오는 게 아니다.
정면!
전방에 잠시 집중을 떨어트린 틈에 눈앞에서 날아온 화살을 고개를 틀어 피하려 했으나 결국 귓바퀴가 꿰뚫렸다.
크악!
시야가 흔들리고 균형 감각도 같이 흔들렸다. 그리고
푹!
오른쪽 발등에 화살이 박혔다.
양쪽 다리를 다 못 쓰게 되다니.
이렇게 죽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살아 보겠다고 그 와중에도 앞으로 몸을 날렸다.
퍽!
으윽!
사지 중 온전한 곳이 없으니 낙법은 언감생심.
그냥 바닥에 부딪혀 나뒹굴었다.
그리고.
졸졸졸…
물소리가 들렸다.
함정을 통과한 모양이다.
이렇게 또 살았구나…….
[치유의 샘]설명 : 마시거나 바르면 회복 효과가 있습니다. 어쩌면 대머리에도…….
두 번째 시도에 첫 시도 때보다도 더 큰 상처를 입고도 살아날 수 있게 해 준 치유의 샘이다.
천천히 기어서 눈앞에 치유의 샘물 앞에 다다랐다.
잘 움직이지 않는 팔다리를 억지로 놀려 샘물에 몸을 던졌다.
그대로 정신을 잃고 기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