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torial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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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토리얼 19층 (1)
[귀여워.] [네?] [귀엽다고.] [가, 갑자기 저한테 이러시면…….] [아니, 너 말고.]* * *
[19회 차가 시작됩니다.] [19회 차, 1일 0시 00분]새로운 회 차의 알림을 알리는 메시지가 나타나자마자 19층 스테이지로 향할 준비를 마쳤다.
박정아나 김민혁 등은 새 회 차에 맞춰 새로 입장한 뉴비들을 신경 쓰느라 바쁠 것이다.
달리 연락해 할 말이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 바로 스테이지 공략을 진행하기로 하였다.
자, 가 보자.
지난 며칠간 마음을 추스르면서 기분도 상쾌해졌고.
[모험의 신이 불안해합니다.] [느림의 신이 당신을 응원합니다.] [결투의 신이 당신을 걱정합니다.] [헌신의 신이 당신을 안쓰럽게 여깁니다.]아니, 저 양반들은 내가 괜찮다는데 왜 자꾸 저러는 거야.
그제부터 몇 시간 간격으로 계속 저런 메시지들을 날리고 있다.
기지개를 한번 켜고, 포탈 위에 올라섰다.
산뜻하게 가자.
모닥불 방을 거쳐 진입한 19층 스테이지는 스산한 분위기의 숲이었다.
키가 큰 나무들이 울창한 숲의 천장은 나무의 잔가지들과 이파리로 뒤덮여 햇볕 한 줌 보이지 않았다.
키가 큰 나무들의 가지들은 모두 사람 키 위에서 뻗어 있었기에, 통행이 불편하거나 시야를 방해하지는 않았다.
시야가 넓은 것은 아니었지만.
안개도 조금 끼어 있어, 공기는 차고 습했다.
다행히 지면은 적당히 딱딱했다.
무른 진흙 바닥이 아닌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전체적으로 쾌적한 환경은 아니었으나, 풀냄새가 나는 맑은 공기를 맡을 수 있다는 건 만족스러웠다.
[헌신의 신이 당신을 안쓰럽게 생각합니다.]아, 진짜. 그만 좀 하지.
오지랖 심한 신의 메시지를 무시하고 주위로 신경을 돌렸다.
여기서 뭘 해야 하는 거지?
보통은 스테이지의 클리어 조건을 알리는 메시지가 나타나기 전, 스테이지의 테마에 대해 눈치챌 수 있다.
하지만 19층 스테이지의 테마는 감이 잘 안 잡힌다.
울창한 숲.
굳이 이상한 점을 꼽자면, 저기 나무 기둥 뒤에서 나를 지켜보며 부들부들 떨고 있는 작은 동물 정도였다.
저건 뭐 하는 동물인데 도망도 안 가고, 덤벼들지도 않는 걸까?
심지어 제대로 숨지도 못하고 있다.
나무 기둥 뒤로 살랑거리는 꼬리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야생동물이 아니라 길 잃은 반려동물인 걸까?
가까이 다가가 볼까 했지만, 오들오들 떨고 있는 것이 겁에 질려 있는 것 같아 그만두었다.
대신에 마력을 전개해 나무 기둥 뒤에 숨어 있는 동물의 모습을 확인해 보았다.
동물은 눈에 보이는 것처럼 갈색 여우 꼬리를 가지고 있었고.
꼬리 위로는… 사람?
놀랍게도 나무 뒤에 숨어 있던 것은 사람이었다.
귀나 꼬리를 보아, 사람이라기보다는 수인이라고 봐야겠다.
키리키리와 비슷한 종족이겠지.
내가 처음에 동물이라 판단했던 이유는, 나무 기둥 뒤로 보였던 꼬리 때문이기도 하지만, 약하게 으르렁거리고 있는 소리가 야생동물의 그것이었고, 냄새도 동물 노린내가 진하게 났기 때문이다.
키리키리와는 조금 차이가 있네.
키리키리 본인은 자신을 인간이 아닌 토끼라고 소개했지만, 사실 그녀는 토끼 귀 달린 인간에 가깝다.
하지만 저건 인간처럼 생긴 동물같이 보인다.
낮게 울리는 울음소리도, 웅크리고 있는 자세도.
커다란 초록색 우비를 뒤집어쓰고 있는 모습이 아니었다면, 신체와 얼굴을 확인하고 나서도 야생 동물이라 착각했을지 모르겠다.
그때, 메시지가 나타났다.
[19층 관문이 시작됩니다.]설명 : 안내자여, 어두운 숲속에서 길을 잃어 본 적이 있으신가요? 없기를 바랍니다.
최근 그레이 우드 숲에 관련해 무서운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귀곡성을 흘리며 사람의 간을 내어 먹으려 하는 귀신들이 나타난다는 소문이 바로 그것이죠.
그런 숲 중심지에 도움이 필요한 아이가 있습니다.
아이를 숲 밖으로 인도하십시오.
[클리어 조건]1. 우비를 입고 있는 아이를 숲 밖으로 인도하십시오.
2. 아이는 생존해 있어야 합니다.
퍽 심플한 내용의 메시지였다.
메시지의 말투가 다른 층의 메시지와는 조금 다른 것 같기는 했지만, 문제 될 일은 아니었다.
저기 숨어 있는 저 녀석 보모 노릇을 해 주면 된다는 얘기네.
어쩐지 키리키리가 감기 걸렸을 때의 요령 같은 걸 알려 주더라니.
하아.
나도 모르게 한숨이 쉬어졌다.
나는 누구 챙겨 주고 하는 일을 못 한다.
해 본 적도 없고.
음… 어쩌지.
해 보다가 안 될 것 같으면 그냥 이디를 소환하자.
“으르르…….”
그나저나 저 녀석을 어떻게 돌봐 줘야 하나.
날 무서워하는 것 같은데.
그보다 저 녀석, 겁먹어서 숨어 있는 주제에 왜 으르렁거리고 있는 거야.
숨어 있는 의미가 없어지잖아.
바쁠 사람에게 연락하지 않으려 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도움이 필요하다.
[이호재, 19층 : 도움!] [김민혁, 30층 : 바빠.]매정한 자식.
애초에 이 문제는 김민혁보단 박정아에게 물어보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섬세함이 필요한 부분이니까.
그렇다고 박정아가 섬세하냐고 물으면 그건 잘 모르겠지만, 어찌 되었건.
[이호재, 19층 : 잠깐 시간 있어?] [박정아, 45층 : 네, 그럼요. 잠깐 이야기할 시간 정도는 있어요.]박정아가 나한테 잠깐 이야기할 시간 정도가 있다고 말하는 건 처음 본다.
많이 바쁜 모양이네.
가타부타할 것 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이호재, 19층 : 겁에 질려 있는 동물을 안심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박정아, 45층 : 글쎄요. 먹을 거로 길들이는 게 일반적이지 않을까요?] [이호재, 19층 : 알았어, 고마워. 나중에 다시 연락할게.]메시지창을 종료하고, 인벤토리에서 아공간 주머니를 꺼냈다.
어떤 음식으로 유혹해야 잘 먹혀들까.
꼬리와 귀를 보아, 여우와 비슷한 종류의 수인으로 보인다.
육식성 내지는 잡식성이라는 이야기다.
토끼 수인인 키리키리도 잡식성이니, 고기와 채소를 함께 준비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우선은… 역시 모닥불이지.
클리셰 아니겠는가.
무협지에서 굶주린 사람과 마주칠 때는 보통 불을 피워 놓고 생선을 구워 먹고 있을 때다.
귀찮게 요리할 필요도 없고, 굽는 와중에 냄새가 퍼져 나가기도 한다.
모닥불의 온기마저 더해지니, 클리셰로 정립될 만하다.
개연성이 충분한 클리셰라고 할 수 있다.
주변에 떨어진 나뭇잎들을 그러모았다.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나무 뒤에 숨어 있던 녀석이 크게 움찔거렸지만, 다른 곳으로 달아나지는 않았다.
조금 축축한 나뭇잎들 중 그나마 보송보송한 것을 찾아 발화석과 비벼 주었다.
곧 나뭇잎에 불이 붙었다.
다음으로는 귀찮게 나뭇가지를 불에 던져 놓고, 입김을 불어 불을 키운다든가 할 필요 없다.
인벤토리에서 숯을 꺼내 발화석 근처에 던져 두었다.
발화석의 화력이 사그라지기 전까지 숯에 불이 옮겨붙으면 대강대강 모닥불이 완성된다.
모닥불에서 한 발자국 떨어진 거리에 낚시용 간이 의자를 꺼내 놓고 앉았다.
이거 완전 캠핑 온 분위기네.
아공간 주머니에서 재료들을 꺼냈다.
기다란 쇠꼬챙이에 살짝 양념 된 고기와 채소들을 순서대로 꽂았다.
깔끔히 손질되어 있었기에, 번거로운 일 없이 쉽게 완성시킬 수 있었다.
꼬치를 두 개 만든 후, 모닥불에 올려놓고 굽기 시작했다.
불판이 없어 손으로 들고 구웠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구워진 채소의 향긋한 단내와 지글지글 익어 가는 고기 냄새가 풍기기 시작했다.
냄새가 상당히 그럴싸했다.
바비큐 꼬치 하나는 손잡이 부분을 바닥에 사선으로 꽂아 두었다.
나머지 하나는 손에 들고 먹기 시작했다.
약하게 양념 된 고기는 조금 기름졌지만, 속살이 야들야들했다.
퍽퍽하지 않은 식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역시 비싼 고기를 사 둔 보람이 있었다.
중간중간 꽂혀 있는 쌉싸름한 채소들은 고기의 느끼한 맛을 잡아 주었다.
최근 들어 줄곧 입맛이 없었는데도, 그럭저럭 만족스럽게 먹을 수 있었다.
먹을 거로 유인하겠다는 목표를 잠시 잊고 식사에 전념하긴 했으나, 목표는 어쨌건 달성한 것 같다.
나무 뒤에 숨어 있는 녀석의 입가에 침이 줄줄 흐르고 있었으니.
이제 음… 어떻게 해야 하지.
여전히 바닥에 꽂혀 있는 또 하나의 꼬치로 손을 뻗자, 녀석의 눈동자가 격하게 요동친다.
녀석 쪽으로 등을 돌리고 앉아 있었기에, 녀석은 이제 반쯤 나무 앞으로 몸을 빼고 있었다.
안 보일 거라 생각하겠지만, 나는 눈이 아닌 감지 스킬을 사용해 녀석을 지켜보고 있다.
이거 아무래도 연기가 조금 필요하겠네.
“음, 흠, 아, 이거 어쩌지. 음식이 남았는데, 배가 너무 부르네. 아, 이거 아까운데, 남겨야겠네.”
내가 했지만, 정말 더럽게 성의 없는 말투와 대사였다.
유치원생이 동화책을 낭독해도 이것보다는 자연스러울 것 같은데.
내 등 뒤에서 침을 질질 흘리며 꼼지락거리고 있는 녀석은, 이제 나무 뒤에서 완전히 나와 있었다.
여전히 거리를 유지한 채 서 있었지만.
조금 기다려 보자.
기다리면서 아공간 주머니 안에 있는 음식 재료들을 꺼내 주변에 늘어놓았다.
녀석의 숨소리가 한층 더 거칠어졌다.
기다림이 시작된 지 30분이 지났을 때, 녀석과 내 거리는 상당히 좁혀져 있었다.
느린 속도였지만, 녀석은 조금씩 나와 모닥불을 향해 접근하고 있다.
거의 5분에 한 걸음씩 다가오고 있기는 했지만, 어찌 되었건 다가오고 있다.
녀석이 가까이 다가온 김에, 마력을 사용해 자세한 생김새를 살피기로 하였다.
사실 눈으로 보고 확인할 생각이었는데, 저 녀석이 내 눈앞까지 도착하려면 20, 30분은 더 걸릴 것 같다.
녀석은 아까 확인한 대로, 여우의 그것처럼 보이는 꼬리와 귀를 가지고 있는 수인이었다.
어두운 진녹색의 커다란 우비를 걸치고 있었고, 우비 후드 안에서 빛나고 있는 커다란 눈동자가 또랑또랑한 것이, 귀엽게 생긴 아이였다.
키는 1미터가 안 되어 작았다.
얼굴을 봐도, 신장을 봐도, 정말 어린아이로 보였다.
인간이 아닌 다른 종족이었기에 장담할 수는 없었지만.
녀석은 아무리 기다려도, 어느 선 안쪽의 거리로는 들어오지 않으려 했다.
우물쭈물하고 있는 녀석을 1시간 넘게 기다렸을 때, 나는 포기하고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아, 볼일 좀 봐야겠다. 갔다 오기 전에 누가 남은 꼬치나 마저 먹어 줬으면 좋겠네.”
성의 없는 국어책 말투의 대사를 남기고, 나는 자리를 피해 주었다.
내가 자리를 뜬 사이에 녀석이 꼬치와 다른 식재료들을 챙기거나 먹기를 바라면서.
어지간하면 녀석을 기다렸다가 친밀감을 쌓고 싶었지만, 배고파서 침을 질질 흘리고 손을 달달 떨면서도 다가오지 못하는 녀석을 보니, 더 기다릴 수가 없었다.
모닥불 근처를 벗어나 숲을 걸으면서도 감지 스킬로 녀석을 계속 지켜보았다.
안쓰러운 감정이 일었다.
녀석의 눈 아래는 퀭했고, 입에서는 침이 흘렀지만, 입술은 바짝 말라 갈라지고 있었다.
하얗게 흉이 질 만큼, 손끝은 자잘한 상처로 가득했고, 팔다리는 비쩍 말라 있었다.
그럼에도 빈 모닥불 앞에 놓인 바비큐 꼬치를 집어 들지 못하고 있었다.
어지간히도 겁이 많은 녀석이었다.
* * *
20분쯤 지나자, 녀석이 모닥불에서 멀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드디어 식사를 마친 모양이었다.
멈춰 있던 다리를 움직여 다시 모닥불로 향했다.
모닥불 앞으로 돌아온 나는 의외의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다.
조금 당황스러울 정도로 의외였다.
바비큐 꼬치에 고기와 채소들이 그대로 꽂혀 있었다.
아니, 자세히 보니 차이가 있었다.
고기 한 점과 피망 조각 하나가 줄어들었다.
대신에 배치가 미묘하게 바뀌어 있어, 수가 줄어든 것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바비큐 꼬치를 만들면서 고기와 채소 숫자를 하나하나 세어 보지 않았다면 그 차이를 쉽게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더군다나, 바뀌어 있는 건 꼬치만이 아니었다.
모닥불 양옆에는 기다란 나뭇가지 두 개가 꽂혀 있었고, 바비큐 꼬치는 그 나무 거치대 위에 얹어져 있었다.
덕분에 바비큐 꼬치는 따뜻하게 데워져 있었다.
높이가 적당했는지 타지도 않았네.
게다가 내가 아공간 가방에서 꺼내 바닥에 흩뜨려 놓았던 식재료들은 종류별로, 모양별로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었다.
사라지거나 줄어든 식재료는 없었다.
모닥불을 중심으로는 조막만 한 돌들이 동그랗게 놓여 있었다.
혹여나 불이 번질 일이 없도록.
모닥불 주변의 나뭇잎들은 일정 거리 밖으로 모두 치워져 있었고, 심지어 간의 의자 다리에 묻은 흙 자국들도 깔끔히 지워져 있었다.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았다.
고개를 빼꼼 내밀고 있던 녀석은 허둥지둥하면서 나무 뒤로 몸을 숨겼다.
저거 아무래도 여우가 아니라 우렁이 각시인 모양인데?
잠시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저 정도로 굶주리고 쇠약해진 생명체가 고기 한 점, 채소 한 조각만 먹고 음식을 다시 내려놓을 수 있을까?
심지어 그 와중에 타인의 친절에 대한 보답까지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