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torial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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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토리얼 19층 (2)
다시 나무 기둥 뒤에 숨어, 고개만 빼꼼 내밀고 나를 지켜보고 있는 녀석을 확인했다.
겁만 많은 녀석인 줄 알았는데, 그 와중에 착하기도 한 모양이다.
고작 고기 한 점에 피망 한 조각 빼먹고, 주변을 깔끔히 청소해 주고 바비큐 꼬치의 거치대까지 만들어 두었다니.
정말 기가 차는 건, 나무 뒤에 숨어 있는 저 녀석은 여전히 배가 고픈지 침을 줄줄 흘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오래 굶었는지, 몸 상태도 안 좋아 보인다.
이게 가능한가?
배고파서 눈이 돌아가면 남의 손에 든 것도 빼앗아 먹는 게 사람이다.
저렇게 굶주린 아이가 무방비 상태로 남겨진 음식을 앞에 두고, 눈에 띄지 않게 조그만 조각만 빼 먹고 다시 자리를 피할 수 있을까?
녀석이 집어 먹은 것보다 주변을 청소한다고 용쓰다 꺼진 배가 더 클 것이다.
모닥불 주변 바닥에 떨어져 있던 축축한 나뭇잎이나 잔가지들도 어느 범위 밖으로 다 치워져 있었다.
바닥에 박혀 있던 날카로운 자갈 등도 최대한 평평한 쪽이 위를 향하도록 돌려져 있었고, 울퉁불퉁하게 파인 곳도 반듯이 메꿔져 있었다.
녀석은 내 예상과 너무 다른 행동을 보여 주었다.
당황스러울 정도로.
잠시 고민하다 다시 입을 열었다.
“아, 이제 자야겠다. 남은 음식은 누가 먹었으면 좋겠네.”
짤막한 말을 남기고, 나는 모닥불에서 멀어졌다.
서른 걸음 정도를 걸어가, 인벤토리에서 돗자리를 하나 꺼내 바닥에 깔고, 나무 기둥에 등을 기대앉았다.
그대로 눈을 감고, 움직임을 멈추었다.
밤새 이렇게 눈을 붙이고 있으면, 저 여우 꼬맹이가 마음 놓고 음식을 먹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한 행동이었다.
다행히 생각대로 녀석은 5분, 10분에 한 걸음씩 모닥불을 향해 다가갔다.
계산상, 그리고 경험상 1시간이 조금 지날 때쯤, 모닥불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부디 바비큐 꼬치 말고 다른 식재료도 다 먹기를 바라며, 생각을 돌렸다.
언제나 시간은 부족하고, 할 생각은 많다.
지금 가장 먼저 정리해야 할 것은 영혼 수집 스킬이다.
18층을 클리어하고 얻은 영혼 수집 스킬.
죽음의 신이 처음으로 자신의 신명을 드러내면서 선물한 권능 스킬이다.
죽음의 신이 선물한 다른 권능 스킬들은 자신을 알리고 싶지 않아 하는 신이 선물했다고만 표시되었었다.
본격적으로 죽음의 신이 내게 관심을 두기 시작한 모양이다.
그나저나, 죽음의 신에게는 벌써 권능 스킬을 세 개나 받아 버렸다.
사자 소환과 영혼 착취, 영혼 수집까지.
영혼의 외침도 권능 스킬은 아니었지만, 죽음의 신과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생각하면 스킬을 네 개나 받은 셈이네.
이러다 죽음 신의 사도가 되는 건 아닐까 싶다.
모험의 신도 불안한 모양이다.
느림의 신은 자신이 있는 것 같지만.
하긴, 모험의 신은 경쟁자가 느림의 신밖에 없을 때도 늘 불안해했었다.
그래도 다른 신보다는 느림의 신이나 모험의 신 둘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될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력한 건 역시 느림의 신이다.
전에는 내 성향이 모험의 신의 그것과 가장 가깝다고 생각했었다.
13층에서 수도승을 만나고 더더욱 그런 생각이 굳어졌었다.
결과로서, 계속 반복되는 과정을 원하는 느림의 신보다는 하나의 목표를 통해 고난과 역경의 과정을 뚫고 나가는 모험의 신의 성향이 나와 더 가깝다고 생각했다.
나는 수도승들과는 달리, 성장과 결투라는 과정이 아닌 승리라는 결실을 원했으니.
하지만 최근 그 생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분명 나는 수도승들과는 달리 승리를 원하고 보상을 원한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것은 커다란, 그리고 최종적인 결말이 아니다.
나는 승리하기를 원한다. 계속해서.
계속해서 승리하고, 계속해서 그 대가를 쟁취하고 싶어 한다.
프로게이머 시절을 생각하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그 당시에도 오직 승리만을 원했다.
연속되는 승리를 통해 최종적으로 우승을 차지하고, 정상의 자리에 올라서는 것이 목표였던 동료 선수들과는 달리, 나는 계속되는 승리와 계속되는 우승을 원했다.
그리고 계속해서 정상의 자리에 머물러 있기를 원했다.
승리를 결과가 아닌 과정으로 본다면, 내 성향은 느림의 신과 상당히 흡사하다.
그러니 수도승들도 자신들과 내 가치관을 비슷하다 여겼을 것이다.
[느림의 신이 누군가를 보며 미소 짓습니다.] [모험의 신이 소리를 지르며 누군가의 방에서 뛰쳐나갑니다.]그렇다고 모험의 신과 성향이 맞지 않는 건 아니지만.
어찌 되었건 역경을 뚫고 승리와 보상을 거머쥐는 것 자체에서는 모험의 신과 내 성향이 일치한다.
동료나 주변 사람들, 혹은 적들에 대해 무심했던 예전과 달리, 최근에는 나도 다른 사람들을 많이 신경 쓰고 이해하려 노력하기도 한다.
점점 모험의 신이 가진 성향과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모험의 신이 반색합니다.] [모험의 신이 환하게 웃으며 누군가의 방으로 다시 들어갑니다.] [느림의 신이 누군가에게 나가라고 말합니다.]모험 신과 느림 신의 성향은 분명 상반된 부분이 있지만, 두 신의 가치관이 절대 공존할 수 없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아직은 어느 쪽이 내게 가장 맞다고 확신할 수 없다.
다시 영혼 수집 스킬로 돌아가자.
[영혼 수집(Lv. Max)]설명 : 죽음의 신이 긴 고민 끝에, 최근 그가 가장 많은 관심을 두고 있는 도전자에게 선물한 권능이다.
신중하면서도 성급한 죽음의 신은 벌써부터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고 있다.
시전 시, 제압한 영혼을 수집해 수하로 부릴 수 있게 된다.
수집된 영혼은 한 달여간 유지된다.
수집된 영혼의 능력은 시전자의 능력치와 친화력, 그리고 영혼이 생전 품고 있던 능력에 비례한다.
시전 시, 권능의 주인인 죽음의 신의 신성력을 소모하기에 시전자 본인의 마력, 정신력, 혹은 신성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키리키리의 도움으로 설명이 추가되어 있다.
설명만 들어서는 영혼을 수집하는 것보다 수집한 영혼을 부리는 것이 주목적으로 보이는 스킬이다.
어제 헤어지기 전, 키리키리가 건네준 조그마한 쪽지를 펴 보았다.
쪽지에는 놀랍게도 삐뚤삐뚤한 필체의 한글이 적혀 있었다.
키리키리가 한글도 쓸 줄은 몰랐다.
쪽지의 내용은 간단했다.
[영혼 수집 사용 방법!]1. 적을 처치한다.
2. 영혼 수집의 첫 번째 효과로 영혼을 수집한다(영혼 착취 스킬을 같이 사용하면 좋을지도 모른다).
3. 영혼 수집의 두 번째 효과로 영혼을 부린다.
PS. 다음번에는 꼭 케이크 사 줘.
막상 읽어 보고 나니, 쪽지의 내용은 스킬 설명과 다를 것이 없었다.
영혼 착취 스킬을 같이 사용하라는 팁이 하나 추가되어 있을 뿐이었다.
별로 쓸모가 없었네.
어쩌면 18층 때문에 미안한 감정이 남아, 조그마한 서비스를 준 걸지도 모른다.
아니면 단순히 케이크 사 달라는 말을 전하고 싶었거나.
그렇게 생각하고 쪽지를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영혼 조종 스킬은 아무리 봐도 포켓몬을 연상시킨다.
실제로 사용해 보아도 비슷할 것 같았다.
스피릿 몬스터 GO! 같은 느낌으로.
말해 놓고 보니, 모바일 짝퉁 게임 같은데, 이거.
기회가 되는 대로 사용해 보자.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데, 얼굴 위로 축축한 나뭇잎 하나가 떨어졌다.
짙게 낀 안개 때문에 나뭇잎에 맺혀 있던 물기가 얼굴로 흘러내렸다.
손을 들어 나뭇잎을 치우려는데, 모닥불 근처에서 계속 안절부절못하고 있던 여우 꼬마 녀석의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내가 움직이는 걸 보고 또 놀랄까 봐, 잠시 기다려 보았다.
모닥불에서 고작 두 발자국 정도 떨어져 있던 녀석은 모닥불을 한번 보고, 내가 앉아 있는 곳을 한번 쳐다보고를 몇 번 반복했다.
그래, 나는 여기 가만히 있을 테니까, 그것 좀 먹어라.
녀석은 어느 순간, 양손을 가슴께로 모으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조약돌보다도 작은 손이었다.
하는 짓이 귀엽네.
드디어 바비큐 꼬치를 먹을 결심을 한 모양이었다.
주먹을 쥐고, 결심을 다진 여우 꼬마는 이내 고개를 크게 끄덕이더니, 발걸음을 옮겼다.
드디어 먹는구나.
저 녀석에게 밥 먹이겠다고 벌써 두 시간이나 허비했다.
인간 승리가 따로 없… 어?
여우 꼬마는 코앞에 있는 바비큐 꼬치을 외면하고 난데없이 내 쪽으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뭐야. 야, 야! 왜 이쪽으로 와!
내가 무언의 외침으로 항의를 하건 말건, 여우 꼬마는 내 쪽으로 도도도, 달려왔다.
당황스럽네.
일단은 집중력을 일깨우고, 몸에 마력을 둘렀다.
저런 꼬맹이가 접근한다고 전투태세를 취하는 게 조금 민망하긴 하지만, 이곳은 헬 난이도다.
대비는 해 둬야 한다.
내 앞까지 열심히 달려온 여우 꼬마는 나와 두 걸음 떨어진 곳에서 멈춰 섰다.
내달린 것이 힘들었는지, 잠시 숨을 고르던 여우 꼬마는 이내 내 바로 앞까지 걸어왔다.
여우 꼬마는 그 상태로 까치발을 들었고.
내 얼굴 위에 떨어져 있는 나뭇잎을 살짝 집어 들었다.
그리고 내 얼굴에 묻은 물기와 흙 자국을 손으로 털어 내었다.
그 후에는 자기가 할 일을 다 마쳤다는 듯, 다시 뒤로 돌아 열심히 뛰어갔다.
황당한 마음에 눈을 떠 멍하니 녀석의 뒷모습을 지켜만 보았다.
커다란 진녹색 우비를 뒤집어쓴 채 열심히 뜀박질을 하며 멀어지고 있는 녀석의 뒷모습을.
저 녀석 지금 내 얼굴에 묻은 나뭇잎 떼어 주러 온 거야?
[헌신의 신이 누군가를 흐뭇하게 지켜봅니다.]헌신의 신이 안쓰럽게 여기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반응을 보이는 건 처음 본다.
여우 꼬마는 처음에 자신이 숨어 있던 나무 기둥 뒤로 돌아갔다.
모닥불, 그리고 바비큐 꼬치와의 거리는 다시 한 시간의 거리만큼 멀어졌다.
…허 참, 귀여운 녀석이네.
* * *
결국 녀석은 그날 밤이 지나고, 아침이 올 때까지 모닥불에 접근하지 않았다.
밤새 내 머리 위로 나뭇잎이 몇 번이나 떨어졌고, 여우 꼬맹이는 그때마다 내게 달려와 나뭇잎을 치워 주었다.
처음엔 황당했지만, 나중엔 그저 속으로 웃으며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 짧은 다리로 도도도, 달려오는 꼬맹이의 모습을 지켜볼 때마다 즐거웠다.
오며 가며 음식도 집어 먹었으면 좋았을 것을.
머리를 긁적이며 눈을 떴다.
어두운 숲이 조금이나마 밝아져 있었다.
여우 꼬마의 위치를 다시 확인했다.
녀석은 여전히 커다란 나무 기둥 뒤에 숨어 있었다.
모닥불로부터 열 걸음 떨어진 곳, 그리고 녀석이 접근하려면 한 시간 정도 걸리는 곳에.
여우 꼬마가 잠들었다는 걸 확인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조용히 접근했다.
자기 몸만큼 커다랗고 두꺼운 우비를 뒤집어쓰고 있는 꼬맹이를 이리저리 들춰 보았다.
사태가 생각보다 심각하네.
해가 뜬 뒤로, 나무 기둥 뒤에서 가만히 쪼그려 앉아 있던 녀석이었기에, 이렇게 끙끙 앓고 있을 줄 몰랐다.
여우 꼬마는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고, 얼굴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이마도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이 겁 많은 녀석이 내가 곁에 다가와 얼굴에 손을 대고 있는데도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역시 어제 억지로 잡아서라도 뭐를 먹였어야 하나.
조금 후회가 되었다.
남이 싫어할 일이나 미움 받을 일을 하는 것에 조금 거리낌이 생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징조는 아니었다.
일단 애가 깰 걱정은 덜었으니 그건 다행이었다.
키리키리가 알려 준 매뉴얼대로, 침낭과 텐트를 꺼내 설치하고, 주변에 열화석을 늘어놓아 온도를 높였다.
우선 녀석을 텐트 안에 눕힌 뒤, 따뜻한 물을 입에 흘려 넣었다.
혹시 기도로 들어가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다.
다음으로는 체력 회복 포션을 마시게 했다.
포션이 들어가자, 숨소리와 안색이 눈에 띄게 편해졌다.
아쉽게도 감기 자체를 치료하는 포션은 없었다.
여우 꼬마가 입고 있던 커다란 우비를 벗겼다.
우비 안으로 웬 거적때기 같은 천 조각을 걸치고 있었다.
차마 옷이라고 부르기 민망한, 해지고 찢어져 한쪽 어깨가 그대로 드러나 있는 옷이었다.
손가락에 마력을 두르고 옷을 잘라 벗겨 냈다.
별로 민망하진 않았다.
내 조카 녀석보다 어린아이다.
심지어 남자아이였다.
그런 식으로 옷을 다 벗겨 내고, 몸을 따뜻한 물로 적신 수건으로 닦아 주었다.
보송보송한 수건으로 물기를 완전히 제거하고, 인벤토리에 준비해 둔 면 티와 파자마 바지를 입혔다.
면 티는 큰 대로 입힐 수 있었지만, 바지는 너무 심하게 안 맞았다.
바지를 상의 위로 끌어 올리니, 바지춤이 가슴께까지 올라갔다.
뭐, 상관은 없겠지.
조금 두꺼운 남방을 덧입혀 주고, 침낭 안에 눕혔다.
미지근한 물수건으로 얼굴과 목의 땀을 다시 닦아 주고, 텐트 밖으로 나왔다.
땀은 몇 분에 한 번씩 닦아 주면 될 것이다.
여우가 먹을 만한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
여우는 잡식성이지만, 단 과일을 특히 좋아한다고 한다.
그런 이야기를 동물 농장에서 본 적이 있는 것 같았다.
갖은 채소를 넣고 따뜻하게 끓인 토마토 계란국과 과일 몇 알, 잘게 간 고기를 넣은 죽 정도면 될 것 같다.
여전히 활활 타고 있는 모닥불 앞에 가재도구들을 꺼내 늘어놓았다.
냄비에 담은 물이 끓기를 기다리면서, 채소들과 고기를 손질했다.
처음 19층의 테마에 대해 들었을 때는, 정말 귀찮은 스테이지라고 생각했었다.
내 앞가림하기도 귀찮은데, 남의 보모 노릇 해 주는 게 달가울 리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열심히 칼질을 하면서도 속으로는 고열, 코막힘, 기침 가래 등이 심해졌을 때의 대응 방법을 되새겼고, 어린아이들이 곧잘 걸리는 감기의 합병증들을 떠올렸다.
그에 대해선 정확히 아는 바가 없었다.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아이와 감기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도전자를 찾았다.
다행히 육아 경험이 있는 도전자가 몇 명 있었다.
거의 몇 달 만에 처음으로 커뮤니티에서 사람들과 대화해 보았다.
옆에서 끙끙 앓고 있는 아이에게는 정말 미안했지만, 여러모로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