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torial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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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토리얼 19층 (3)
텐트 안, 침낭 속에서 잠든 여우 꼬맹이가 눈을 뜬 건 점심시간이 다 되어서였다.
마침 이마의 물수건을 갈아주던 중 눈을 뜬 여우 꼬맹이와 눈을 딱 마주쳐 버렸다.
녀석은 으아아, 하면서 비명을 지르더니, 침낭 속 깊숙이 파고들어 숨어 버렸다.
침낭 입구를 들어 안을 살펴보니, 녀석은 몸을 둥글게 말고 덜덜 떨고 있었다.
이것도 은근히 상처가 되는데.
이렇게까지 무서워할 건 없잖아.
녀석은 침낭 입구의 반대편에 얼굴을 묻고, 양손을 모아 눈을 가리고 있었다.
뭐 하는 거니.
네 눈에 내가 안 보인다고, 내가 널 못 보는 건 아닌데 말이지.
잠시 기다리자, 웅크리고 있는 녀석이 중얼거리는 말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나한테 화낼 거야…….”
…내가 왜 너한테 화를 내겠니.
“때릴지도 몰라…….”
음, 이건 확실히 상처가 된다.
여우 꼬마는 침낭 속에서 한참을 그렇게 쫑알거렸다.
그 말소리를 몇 분간 계속 듣다 보니, 조금 섭섭했던 마음은 착잡함으로 바뀌어 갔다.
녀석의 중얼거림은 나에게 하는 말이 아니었다.
자기 자신에게 되뇌고 있는 것이었다.
위험하니 다른 사람을 믿어서는 안 된다고.
어제 하루 간 지켜본 녀석은 겁 많은 순둥이였다.
기본적으로 순하고 이타적인 행동을 보였다.
그런 성격과 몸을 닦아 주며 본 몸의 흉터들을 생각하면, 예전에 누군가에게 속거나 학대받은 경험이 있는 것 같았다.
침낭 위로 녀석의 머리에 손을 대었다.
“걱정 하지 마, 안 때려. 너를 아프게 하지도 않아.”
잠시간의 침묵 뒤, 다시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거짓말…….”
“거짓말 아니야.”
이 아이에게 믿음을 줄 만한 말을 해 주고 싶었지만, 내 말주변으로는 무리였다.
머쓱해져 그냥 텐트 밖으로 나와 기다렸다.
죽이나 다시 따뜻하게 데워 두자.
음식 냄새를 맡으면 좀 풀어질지도 모른다.
30분쯤 지나자, 텐트 밖으로 고개를 빼꼼 내미는 여우 꼬마가 보였다.
아직도 몸을 떨고 있었지만, 공포에 물든 기색은 아니었다.
코를 벌렁거리며 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저렇게 굶주린 녀석인데 말이지.
“이쪽으로 와.”
가까이 오라는 내 말에 녀석은 잠시 주저하더니 천천히, 처언처언히 다가왔다.
여전히 겁은 많았지만, 제법 사람 말을 잘 따르는 녀석이었다.
음식이 준비되었으니, 앉아서 먹으라고 말해 주었다.
하지만 녀석은 아직 완전히 경계를 풀지 않았다.
“먹으면 안 돼. 독이 있을지도 몰라…….”
“없어, 이 자식아.”
순간 울컥하는 마음에 언성이 조금 높아졌다.
짠한 건 짠한 거고. 빡치는 건 빡치는 거다.
내가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는데.
내 목소리에 서린 짜증 때문인지, 꼬맹이가 흠칫 놀라는 모습이 보였다.
커다란 눈망울에 눈물이 차오른다.
이거, 내가 잘못한 거냐? 내가 잘못한 거야?
젠장.
죽을 떠 둔 그릇을 들어, 죽을 크게 한입 퍼먹었다.
“자, 봤지? 독 없어. 이리와, 너도 좀 먹어야 해.”
숟가락으로 죽을 한술 떠 입가로 가져가자, 녀석은 으으응, 하면서 도리질을 하며 물러섰다.
으으응은 무슨.
손을 뻗어 녀석의 뒷덜미를 잡아 내 앞에 앉혔다.
버둥거리는 녀석을 무릎 사이에 잡아 두고 다시 죽을 떴다.
그 상태로 죽을 뜬 수저를 입에 가져다 댔지만, 녀석은 입을 열지 않았다.
“쓰읍. 아, 해.”
녀석은 곧장 입을 아- 열었다.
한 번 죽을 받아먹자, 그다음부터는 곧잘 먹기 시작했다.
먹지 않으려던 녀석은 어디로 갔는지, 도중부터는 맛있다고 흥흥, 콧소리까지 내며 죽을 받아먹었다.
태도 변화가 상당히 빠르다.
조카 녀석 어릴 때 밥 먹여 주던 기억이 떠올랐다.
죽과 국을 먹이고 후식으로 과일을 깎아 준 뒤 녀석에게 물어보았다.
“더 먹을래?”
녀석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다행히 나를 무서워하는 모습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표정이 많이 풀어져 있었다.
이마를 짚어 보았다. 아직 열이 남아 있었다.
“텐트 안에 들어가서 더 자고 있어. 나는 이것 좀 치울게.”
빈 식기를 모아 설거지를 시작했다.
녀석은 내 말대로 텐트 안에 들어가지 않았다.
도망가려 하는 건 아니었고, 그저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 나를 구경했다.
억지로 데려다 눕힐까 하다가 그냥 내버려 두었다.
그러다 금세 꾸벅꾸벅 졸기 시작하였다.
졸고 있는 녀석을 안아 들어 텐트 안 침낭에 눕혔다.
땀을 한 번 더 닦아 주고, 텐트 밖으로 나왔다.
땀을 닦아 줄 때마다 보이는 저 아이의 흉터들이 계속 신경 쓰인다.
팔다리부터 시작해, 몸을 타고 목까지 올라와 있는 흉터들.
동물의 발톱 등에 당한 상처가 아니다.
날붙이, 채찍에 의한 자상, 뜨거운 금속에 의한 화상 자국.
인간으로 치면 5살에서 8살 정도밖에 되어 보이지 않는 저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기에, 저런 흉터들을 입게 되었을까?
처음에 나를 불신하던 언동과 얌전히 앉아서 죽을 받아먹던 모습, 그리고 어젯밤, 내 얼굴에 묻은 나뭇잎을 치워 주고, 모닥불 주변을 청소해 주던 모습에서 괴리감이 느껴졌다.
남을 잘 믿고 따르던 순한 아이가, 타인에게 속고 괴롭힘당하면 저런 식의 방어기제가 생기지 않을까?
이래저래 속이 시끄러웠다.
설거지를 마저 끝내고, 모닥불 앞에 앉았다.
18층의 클리어 목표는 저 아이를 숲 밖으로 인도하는 것이었다.
아직 날 무서워하는 것 같기는 하지만, 도망치려 하지는 않는다.
눕히면 눕히는 대로 잠들고, 먹이면 먹는다.
데리고 다니는 것 자체는 크게 어렵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오늘까지는 이곳에서 푹 쉬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내일 출발하면 되겠지.
문제는 저 아이가 숲 밖으로 향하는 길을 알고 있을까 하는 문제다.
만약 모른다면 그냥 한 방향으로 숲이 끝날 때까지 걷는 수밖에 없다.
모닥불에 나뭇가지를 던져 넣으며 생각하고 있는데, 주위에서 여러 개의 기척이 느껴졌다.
끄으으…….
꺄아아…….
끼에에…….
껙껙거리는 소리를 흘리며 나타난 것들은 일종의 영체였다.
조금 이해하기 쉽게 말하자면, 귀신이다.
숫자는 총 세 마리.
영체가 적으로 나타난 건 오랜만이었다.
10층인가에서 한번 본 적이 있었는데, 마력을 두른 검으로 피해를 줄 수 있어 큰 위협거린 아니었다.
10층은 이래저래 도전자의 공포를 유발하려 하는 스테이지였지만, 별로 무섭지는 않았다.
이번에도 그랬다.
기본적으로 허옇고 투명한 인간 형상에, 여기저기 피와 내장이 묻어 있고, 눈을 까뒤집고 있다.
손가락은 뒤틀려 있고, 쩍 벌린 입안으로는 시뻘건 혓바닥과 시커먼 어둠만이 보인다.
굉장한 겉모습이지만, 약하다.
천변기를 장창 형태로 바꾸어 영체를 쿡쿡 찔러 공격했다.
영체는 숨넘어가는 신음 소리를 흘리면서 흩어져 갔다.
이 녀석들은 위험하진 않아도, 처치하는 데 제법 오랜 시간이 걸린다.
마력을 조금 더 쏟아내어 창날에 오러를 완성시켰다.
그 상태로 영체를 찔러 보았다.
끼에에엑!
영체는 신음 소리가 아닌, 비명 소리를 지르며 빠르게 흩어져 버렸다.
음… 새삼 느끼는 거지만, 오러 블레이드라는 기술 자체도 상당히 사기성이 짙다.
사람의 마력을 정제해, 의지를 담아 무기 혹은 신체에 두른다.
간단한 기술이었지만, 단순히 많은 양의 마력을 담는 것과는 천양지차의 결과를 보인다.
이 기술을 가르쳐 준 16층의 기사가 내가 오러를 사용하는 것을 보고 호들갑을 떨던 이유가 있었다.
어찌 되었건, 그렇게 영체 한 마리를 빠르게 소멸시킬 수 있었다.
아직 영체 두 마리가 더 남아 있었지만, 별 위협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참에 새로운 스킬의 시험이나 해 보기로 하였다.
[영혼 수집] [수집할 수 있는 영혼이 없다.]오오, 뭐야.
스킬을 사용하니, 메시지가 나타났다.
심지어 사용에 실패했는데도 메시지가 보인다.
좋네. 이러면 스킬에 익숙해지기 더 쉽겠다.
이번에는 오러를 두른 창으로 귀신을 찌르며 사용해 보았다.
[영혼 수집] [수집할 수 있는 영혼이 없다.]이것도 안 되네.
왜 안 되는지도 메시지로 알려 주면 좋을 텐데.
마지막 남은 한 마리의 영체를 향해 창을 휘둘렀다.
이번에는 오러에 맞은 영체가 희미해지는 순간에 영혼 수집을 사용했다.
[영혼 수집] [영혼을 수집했다.] [수집한 영혼 : 1]이번에는 성공했다.
죽이자마자 사용해야 되는 모양이네.
영체들은 그 뒤로도 한두 시간에 한 번씩 떼를 지어 나타났다.
나타날 때마다 수가 조금씩 늘었지만, 나에겐 별 의미 없는 차이였다.
영체와의 전투는 재미없었지만, 영혼을 한 마리씩 수집해 나가는 재미가 있었다.
중간중간 수집한 영체를 조종해 보려 하기도 했다.
하지만 영체의 조종법은 알아낼 수 없었다.
스킬 설명은 분명 수집한 영혼을 수하로 부릴 수 있다고 했다.
키리키리의 메모에도 그러한 내용이 있었다.
시간이 나는 대로 계속 도전해 보다가, 정 안 되면 나중에 키리키리에게 다시 조언을 구해야겠다.
* * *
[수집한 영혼 : 17]그렇게 영체들을 처치해 영혼을 수집하고, 그렇게 수집한 영혼을 조종하는 법을 알아내려 고민을 계속하다 보니, 어느덧 밤이 되어 있었다.
텐트 안으로 들어갈까 하다가, 그냥 모닥불 앞에 앉아 시간을 보내기로 하였다.
불규칙하게 습격해 오는 영체들을 막으려면 밖에 있는 편이 좋다.
오늘부터 잠자기는 그른 것 같다.
어차피 스테이지 밖에서는 잘 못 자지만.
모닥불에 나뭇가지 몇 개를 더 던져 놓고 눈을 감았다.
수면을 취하지 않더라도, 눈을 감고 안구를 쉬게 해 주는 것도 좋은 휴식법이다.
겁 많은 아이가 근처에서 자고 있으니, 피비린내 나게 자해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해서 그냥 눈을 감고 쉬고 있었다.
그렇게 쉬고 있는데, 텐트 안에서 꼼지락거리는 움직임이 감지되었다.
여우 꼬마는 텐트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모닥불 근처에 앉아 있는 나를 가만히 지켜보더니, 곧 텐트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그대로 어디론가 걸어갔다.
도망가는 건가.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추적과 감지 스킬을 사용해 금방 찾아낼 수 있다지만, 저대로 가게 두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눈을 뜨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때마침 녀석이 근처에 멈춰 서는 것을 보고 다시 눈을 감았다.
볼일이 급했던 모양이다.
녀석은 근처의 바닥에 쪼그려 앉은 채 10여 분간 시간을 보냈다.
어린 녀석이 벌써부터 변비라니.
일을 마쳤는지, 자리에서 일어난 녀석은 내 쪽으로 걸어왔다.
특유의 도도도, 하는 빠르고 짧은 걸음걸이였다.
녀석이 내 앞까지 다가온 것을 느끼며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너, 똥 싸고 손은 닦았니?
심각하게 눈을 떠야 할지, 아니면 이대로 눈을 감고 계속 잠든 척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
내 앞에 멈춰 선 녀석은 잠시 손을 꼼지락거리더니, 내 머리 위에 무언가를 올려놓고 뒤돌아 텐트로 돌아갔다.
녀석이 텐트 속 침낭으로 기어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고 눈을 떴다.
그리고 머리 위에 올려져 있는 것을 살며시 집어 확인해 보았다.
하얀 들꽃을 이어 만든 가락지였다.
참… 뭉클한 감정이 느껴졌다.
이 새벽에 볼일 보러 나온 것이 아니라, 내게 선물을 하나 만들어 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피식 웃으며 손가락에 꽃반지를 껴 보았다.
조금만 힘을 주면 뭉개질 것 같은 연약한 반지였지만, 가슴이 따뜻해지는 효과가 있었다.
* * *
다음 날 아침, 여우 꼬마와 조금 더 친해질 수 있었다.
어제 해 주었던 음식들과 손가락에 끼고 있는 꽃반지 덕인지, 녀석은 경계심을 풀고 식사를 준비하는 내 근처에서 알짱거렸다.
“자, 이번에도 독은 없었지?”
아침 식사를 마친 후, 물어보았다.
녀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농담 삼아 한 말인데, 웃지도 않는다.
“맛은 어땠어?”
“맛있었어…….”
아직도 대화할 때 저렇게 말끝을 흐린다.
불안이 남아 있는 걸까?
“한 가지 물어봐도 돼?”
느닷없는 질문 요청이다.
“그럼. 괜찮아. 뭐가 궁금한데.”
“고, 고맙다고 해도 될까…….”
녀석의 말을 바로 이해하지 못했다.
세상에, 감사해도 되냐고 본인에게 물어보다니. 파격적이다.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고마워…….”
“별말씀을.”
녀석의 뒤통수를 쓰다듬어 주면서 대답했다.
그러고 보니 아직 이름을 듣지 못한 것 같아, 녀석의 이름을 물어보았다.
“묭묭이.”
“묭묭이?”
“묭묭이가 내 이름…….”
당황스러운 네이밍 센스다.
키리키리랑 비슷한 종류의 이름인가.
똑같은 수인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아무래도 수인들에게는 이름을 특이하게 짓는 전통이 있는 모양이다.
“귀여운 이름이네.”
그 외에 달리 떠오르는 칭찬은 없었다.
묭묭이는 이름이 귀엽다는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아니면 내 얼굴에 드러난 표정을 읽었는지 입술을 삐죽이며 말했다.
“내 이름은 구원이라는 뜻이야…….”
그저 특이한 이름으로만 생각했던 묭묭이라는 이름에 구원이라는 뜻이 담겨져 있다는 말을 듣고 잠시 침묵했다.
진짜냐.
“진짜냐.”
“응…….”
이거 어쩌면 키리키리의 이름에도 휘황찬란한 뜻이 숨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중에 물어보자.
“내 이름은 호재야. 이호재.”
“호, 호오우재애?”
왜 수인들은 내 이름을 저렇게 발음하는 거지?
“응, 이호재.”
“…조, 좋은 이름, 푸흡, 이름이… 흐읍, 이름이네…….”
묭묭이의 얼굴에 처음으로 웃음기가 서렸다.
울음기도 함께 서렸다.
묭묭이는 두 손으로 입을 가리고 어떻게든 웃음을 참으려 애썼지만, 입술 사이로 자꾸만 웃음이 새어 나왔다.
나중엔 어떻게든 웃음을 참으려 다리 살을 꼬집어 눈물까지 글썽이는 묭묭이를 보며 기가 찰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웃긴 거냐, 내 이름이?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