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torial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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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화. 튜토리얼 19층 (7)
쿵 소리를 내며, 닫혀 버린 목책을 바라보았다.
다음으로는 어째선지 고개를 숙이고 있는 묭묭이를.
마지막으로 발밑에 나타난 포탈을 바라보았다.
이게 지금 포탈을 타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18층에서 클리어한 이후에도 섬에 수상한 이들이 찾아온다거나 하는 일은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경우가 조금 다른 것 같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진행되는 일이 아닌, 클리어 목표대로 묭묭이를 마을로 데려다주자, 새로운 일이 전개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헬 난이도에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스테이지는 없었다.
다른 난이도에서도 이런 스테이지가 있다는 정보는 들은 적이 없다.
숲을 빠져나와 묭묭이를 마을에 데려다주는 데 성공했고, 묭묭이는 마을에 무사히 도착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클리어 메시지와 포탈이 나타났다.
이것으로 끝나는 이야기다.
그래야 할 터였다.
하지만 묭묭이의 눈앞에서 마을의 문은 굳게 닫혀 버렸고, 묭묭이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입을 꾹 다물고 있다.
아무리 스테이지가 클리어되었다고 해도 이대로 마음 편히 떠날 수는 없었다.
닫힌 목책 너머에선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입장을 거부하는 목소리도, 떠나라는 말도 없었다.
그저 문을 닫아 잠갔을 뿐.
한쪽 무릎을 굽혀 앉아, 묭묭이와 눈높이를 맞추려 했다.
하지만 바닥을 향하고 있는 묭묭이의 얼굴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고개를 들으려, 묭묭이의 뺨에 손을 대자, 묭묭이가 돌연 뒤로 돌아 달리기 시작했다.
숲을 향해 도도도, 달려가고 있는 묭묭이의 뒷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바로 쫓아가지 못했다.
잠깐 보인 묭묭이의 얼굴은 눈물범벅이었다.
몸을 일으켜, 마을의 목책을 잠시 바라보았다.
목책 위로 얼굴 하나가 보였다.
붉은 여우 귀.
20대 정도로 보이는 여성의 얼굴이었다.
저 사람이 목책을 걸어 잠근 걸까.
이게 뭔 짓거리냐고 따지고 싶었지만, 우선은 묭묭이를 쫓아가기로 했다.
묭묭이의 뒤를 쫓아 다시 숲속으로 들어왔다.
묭묭이는 예상대로 커다란 나무 뒤에 숨어 웅크려 있었다.
“묭묭아.”
묭묭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울기만 했다.
어떻게든 묭묭이를 일으켜 이야기를 해 보고 싶었지만, 묭묭이는 내 말을 제대로 듣지도 못하는 것 같았다.
묭묭이는 울면서 무어라고 웅얼거렸다.
뜻은 알 수 없었다.
말의 형태가 분명하지 않아 바벨 이전의 지식 스킬이 번역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묭묭이가 저런 말을 중얼거리는 것을 몇 번 들어 보았다.
그때의 기억을 미루어 짐작해 보자면, 묭묭이가 웅얼거리는 말은 둘 중 하나다.
미안해, 아니면 무서워.
둘 중 하나다.
어느 쪽이든 마음에 드는 건 없었다.
잠시 묭묭이의 등을 쓸어 주다가, 여전히 진정하지 못하고 있는 묭묭이를 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영혼 수집] [수집한 영혼의 수 : 211,659]“나타나라.”
이십만이 넘는 영혼을 모두 소환했다.
일대가 손가락만 한 크기의 유령 영혼으로 가득 찼다.
“묭묭이를 지켜 줘.”
이전에 한번 보았던 대로, 영혼들은 묭묭이를 촘촘히 둘러쌌다.
이 정도면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내가 돌아오기 전까지 시간을 끌어 줄 수 있을 것이다.
뒤로 돌아 걸었다.
인벤토리에서 천변기 두 개를 꺼냈다.
하나는 장검으로 하나는 검집으로.
장검을 검집에 꽂아 넣고, 허리춤에 찼다.
이전에 다짐했었다.
이 스테이지를 진행하면서 묭묭이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반드시 그 일을 해결해 낼 거라고.
그 다짐은 지켜질 것이다.
지켜져야만 하는 다짐이니까.
숲 밖으로 나와 다시 묭묭이의 고향 마을로 향했다.
굳게 닫혔던 목책은 다시 활짝 열려 있었다.
그 모습에 다시 복장이 뒤집혔다.
후우.
숨을 크게 내뱉었다.
아직 이게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 상황인지는 모른다.
그래서 최대한 차분해지려 노력하고 있지만, 계속 빡이 차오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묭묭이 앞에서 닫히던 목책과 묭묭이의 몸에 남아 있던 학대의 흔적.
그 둘 사이에 어떤 연관 관계가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가해자가 저 마을에 있다면.
마을 입구로 다가가자, 내게 걸어오는 여우 인간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조금 전, 목책 위에서 보았던 여성 수인이다.
만약 그녀가 내게 조금이라도 적의를 보였다면, 혹은 그녀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지 않았다면, 나는 화를 참지 못하고 장검을 뽑아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그냥 달려들었든지.
그녀의 슬픈 표정을 보자, 피가 쏠려 안 돌아가던 머리가 조금 진정되었다.
다시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뜨거워진 속 때문인지, 입김조차도 뜨거운 것처럼 느껴졌다.
“당신이 묭묭이를 데려온 사람인가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결정했다.
무슨 일인지, 분명히 알아보고 움직이자고.
머리에 열이 오른 채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더군다나 이건 내 문제가 아니라, 묭묭이의 문제다.
화를 낼 일이 있더라도, 그건 나중으로 미루자.
“숲에 나타난 거대한 유령을 물리친 것도 당신인가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묭묭이는… 어디에 있나요?”
“숲에서 울고 있어.”
여자 수인의 귀가 아래로 축 처졌다.
묭묭이에게 악감정이 있는 사람인 것 같진 않은데.
“…알겠습니다. 할 얘기가 길 것 같은데, 잠시 들어오시겠습니까?”
나를 마을로 들이려는 걸 보니, 목책을 걸어 잠근 이유는 확실히 묭묭이 때문인 것 같다.
이 상황을 빨리 이해하고 싶었기에, 그녀의 말에 알았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앞장서 걷는 그녀의 뒤를 따라 마을 안으로 향했다.
마을은 목책 밖에서 보았던 것처럼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하지만 인기척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마력을 퍼뜨려 보았다.
사람의 존재감을 몇 느낄 수 있었으나, 마을의 크기에 비하면 너무나 적었다.
다들 외지로 나간 것일까.
마을의 거리를 걷다 보니, 저 멀리 완만한 동산이 보였다.
숲 쪽 방향에서는 보이지 않던 동산이다.
동산에서 강렬한 존재감이 느껴졌다.
지나치게 방대한 양의 마력이었다.
* * *
응접실 자리에 앉으려 하자, 수인 몇 명이 가까이 다가왔다.
반사적으로 몸을 긴장시키고 경계했다.
그들은 의자를 뒤로 빼 방석을 놓아주고, 상에 다과와 차를 준비한 뒤 다시 물러났다.
아무런 소음 없이, 미끄러지듯 방 밖으로 나가는 그들을 보며 조금 소름이 돋았다.
방금 밖으로 나간 수인들 중 나보다 은밀 스킬이 낮은 이는 하나도 없을 것이다.
저 정도의 실력자들이 메이드복을 입고 그냥 의자나 빼주고, 테이블 세팅하는 일을 맡고 있다니.
정말 집요정스러운 부족이 아니라 할 수가 없다.
“이제 이야기를 시작해 보지.”
그건 그거고, 물을 건 물어야지.
앞에 앉아 있는 여자 수인에게 말했다.
응접실 자리에 앉고 나서야 비로소 여자 수인의 행색을 제대로 살펴볼 수 있었다.
동글동글 귀여운 강아지상인 묭묭이와는 달리, 여자 수인은 전형적인 여우상의 미인이었다.
“저는 마을의 관리를 맡고 있는 라라리라입니다. 우선 묭묭이를 지켜 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혹시 저희 부족에 대해 알고 계시나요?”
“묭묭이를 만나기 전에는 전혀 몰랐어. 묭묭이에게 들은 이야기도 별로 없고.”
묭묭이에게 부족의 특성에 대해서는 간략히 들었다고 말해 주었다.
“그렇군요……. 이걸 어디서부터 설명해 드려야 할지…….”
라라리라는 말주변에 자신이 있는 타입은 아닌 것 같았다.
“목책을 걸어 잠근 이유부터.”
하나하나 물어 가며 궁금증을 해결하는 편이 낫겠다.
“아무래도 묭묭이가 마을 안으로 들어오면 유령들이 마을 사람들을 습격하기 시작할 테니까요. 그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유령?
“유령은 숲에서 나타나는 게 아니었나?”
“아… 그것도 모르고 계셨군요. 그 유령들은 묭묭이 주변에 나타나는 겁니다. 정확히는 묭묭이 주변에 다가간 사람을 추격하는 유령들이죠.”
유령이 숲에서 자연히 발생하는 게 아니라, 묭묭이 주변에서 나타나는 거라고?
기억을 되짚어 보자.
메시지는 스테이지를 설명할 때, 귀신이 나타난다는 소문이 있는 숲이라 했다.
유령들은 분명 나와 묭묭이를 찾아왔다.
정처 없이 숲을 떠돌다 우연히 조우한 듯한 모습은 아니었다.
우리가 자리를 피하더라도, 적극적으로 추격해 왔다.
묭묭이는 하얀 유령들을 무서워하지 않았다.
하얀 유령들은 많이 봐서 익숙하다 말했었다.
묭묭이가 무서워하던 검은 유령들은 하얀 유령들을 며칠간 처치한 이후에나 처음 등장했다.
정황상 라라리라의 말은 그럴싸해 보였다.
“그래서 유령들이 묭묭이 주변에 나타나는 이유는 뭐지?”
“저주입니다.”
“저주라고?”
“예. 저희도 자세한 이야기는 모릅니다만, 외지에서 묭묭이가 일하던 중 누군가에게 심한 괴롭힘을 당한 것 같습니다.”
묭묭이의 몸에 난 흉터들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것과 저주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자를 향한 저주일 겁니다.”
“좀 자세히 설명해 줄 수 있을까? 전혀 이해가 안 되는데.”
“저희 부족은 보통 외지에 나가 일을 합니다. 이것까지는 알고 계시죠?”
고개를 끄덕여 긍정을 표했다.
“처음 저희 부족이 외지에서 일을 시작했을 때, 다른 종족들에게 많은 괴롭힘을 받았었습니다.”
어려움 없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내심 그럴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남을 도와주는 걸 좋아하고, 그러한 일들을 생업으로 삼는 부족이다.
그들을 고용해 부리는 이들 중 그들을 괴롭히는 이가 하나도 없을 것 같지는 않았다.
대게 사람은 자기 밑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가혹한 법이고, 그 밑의 사람이 순박하기라도 하면 더 가혹해진다.
“그래서 저희는 대모님께 도움을 청원했습니다.”
“대모?”
“예. 저희의 수호신께요.”
라라리라는 내가 그 수호신에 대해 당연히 알 거라 생각했는지, 부연 설명을 덧붙이지 않았다.
나도 그 대모라는 존재에 대해선 짐작 가는 바가 있었다.
마을 거리를 걷는 중에 보았던 동산.
그 동산 밑에 잠들어 있던 거대한 존재가 바로 그 대모일 것이다.
“대모님께서는 저희 부족원들을 괴롭히는 이들에게 저주를 내리셨습니다. 그게 유령들이 찾아오는 저주였지요.”
“그럼 묭묭이를 괴롭힌 놈은…….”
“예, 유령들에게 죽었겠지요.”
아무리 하얀 유령들의 전투력이 높지 않더라도, 평범한 사람 입장에선 충분히 공포스러운 존재이다.
시도 때도 없이 유령이 나타나는데, 신경쇠약이나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하얀 유령들을 극복해 낸다 하더라도, 그다음으로는 물리적인 공격력을 갖춘 검은 유령들이 나타난다.
계속해서 그 수가 늘어나기에, 묭묭이를 괴롭힌 놈이 살아 있을 가능성은 없어 보였다.
속이 후련하면서도 아쉬웠다.
기회가 된다면 그놈은 내 손으로 때려 죽이려고 했는데.
긴장이 조금 풀어졌다.
이곳에 묭묭이를 괴롭혔던 녀석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묭묭이가 마을에 거부되는 것도 아니다.
저주만 해결하면 끝나는 문제였다.
“그런데 왜 그자가 죽은 지금도 묭묭이 주변에 귀신이 나타나는 거지?”
“대모님께서는 저희 부족원들을 괴롭히는 이들을 벌하고 경고하는 의미로, 해당 지역에 영구적으로 지속되는 저주를 내리십니다. 그분께서 저주를 거두기 전까지는요.”
“지역이라고? 지금 저주는 묭묭이를 매개체로 작용하고 있는 것 아닌가?”
“사실 저주는 시체를… 매개체로 시전됩니다. 부족원이 살해당한 뒤에 나타나는 것이지요.”
“그건 또 무슨…….”
“예, 물론 묭묭이는 살아 있습니다. 저희는 묭묭이가 사경을 헤매다 기적적으로 살아난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사망 이후에나 발생되는 저주가 나타날 정도로 크게 다쳤었지만, 어떻게든 몸을 회복해 내고 마을로 돌아온 것이라고요. 사실 이런 경우는 한 번도 없었던 일이라, 저희도 확신이 없습니다.”
라라리라는 자신들의 추측에 확신이 없다고 말했지만, 내가 듣기에도 그녀의 추측은 모든 전황에 들어맞는 것처럼 보였다.
묭묭이에게 물어보면 확인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이대로 저주가 평생 지속되는 건가? 묭묭이 주변에 다가가는 모든 사람에게?”
“아닙니다. 저번 달에 묭묭이가 처음 마을 앞에 나타난 이후, 보름달이 뜰 때마다 대모님을 깨우는 의식을 치르고 있습니다. 대모님께서 잠에서 깨어나시면 저주도 풀 수 있을 겁니다.”
“그 대모님은 언제 깨어나시는데.”
”그… 그게, 대모님이 얼마나 깊이 잠들어 계시냐에 따라 달라져서요. 짧으면 며칠 후에 깨어나실 수도 있지만, 길면 몇 년이 걸릴지도 모릅니다.”
어휴.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기약이 전혀 없다는 말 아닌가.
“그래서 저… 부탁… 부탁드릴 게 있습니다. 저희가 대모님을 깨우는 동안, 묭묭이를 돌봐 주실 수 있으신가요?”
나는 그러겠노라고 대답했다.
라리리라는 몇 년이 넘게 걸릴지도 모른다고 말했지만,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그 대모라는 존재를 깨우면 되는 일이다.
원래 알람을 듣고도 못 일어나는 놈은 등짝을 후려쳐서 깨워야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