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torial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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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토리얼 20층 (2)
[모집 가능한 인원(1/1)]-이호재
[현재 파티 구성원(1/6)1. 이호재
[입장하시겠습니까?]6인 규모의 파티 플레이를 요하는 20층 스테이지에 진입하기 전, 메시지가 내 의사를 다시 한 번 물어 왔다.
“예.”
묻긴 뭘 물어. 어차피 나밖에 없는데.
사실 어느 스테이지에 입장하건 의사를 확인하는 메시지는 언제나 나타난다.
하지만 파티 플레이를 필요로 하는 스테이지에 진입하기 전, 저 확인 메시지를 보면 묘하게 억울하다.
놀리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이마저도 오랜만이라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20층 스테이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19회 차, 16일. 3시 00분]3시 정각에 맞춰 20층 스테이지에 진입했다.
눈에 보이는 20층 스테이지의 전광은 높은 산 정상에 건설된 요새의 성벽 위였다.
최근 스테이지들은 자연 풍경이 좋은 곳에 위치한 것들이 많네.
우선 중요한 건 요새이다.
제법 견고하고 높은 성벽을 가진 요새.
실제 지구의 역사에 등장했던 산악 요새라기보다는 반지의 제왕 같은 판타지에 등장할 만한 비현실적인 요새다.
아니, 반지의 제왕에서도 이런 산 정상에 이만한 요새는 등장하지 않을 거다.
양심이 있어야지. 상식적으로 이런 고산의 정상에 어떻게 성을 짓냐.
하지만 그런 개연성 없는 건축물이 이곳에 존재한다.
전쟁이나 공성전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는 나지만, 딱 봐도 소수의 인원으로 다수의 적들을 상대하기 용이하게 지어져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가파른 산 중턱을 오르다, 투척 무기에 맞아 죽고, 걸려 넘어지고, 굴러떨어지고.
성벽 앞에 도달해도, 성벽의 높이는 기어오르기에 지나치게 높다.
비행이 가능하지 않은 이상, 지상군만으로 이 성벽을 점령하는 건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다음으로 중요한 건 내 위치다.
내가 요새 근처에서 소환되었다면, 20층 클리어의 목표는 요새의 점령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요새의 성벽 위에 소환되었다.
때마침 메시지가 나타났다.
[20층 관문이 시작됩니다.]설명 : 위대한 고룡이 오랜 세월 자리 잡고 있던 붉은 산에는 이제 주인이 없습니다.
그곳에 남은 것은 고룡의 하나 남은 유산을 관리하는 소인족들뿐입니다.
트릴로지 연합은 고룡의 유산을 차지해, 제국과의 전쟁에서 우위에 서고자 합니다.
소인족들과 트릴로지 연합의 오랜 악연 덕분에 연합은 소인족들을 설득하는 대신, 요새를 공격하고 유산을 강탈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소인족들을 도와 고룡의 유산을 지키십시오.
트릴로지 연합의 공세는 2일 차부터 시작됩니다.
1. 트릴로지 연합의 공습을 11일간 막아 내십시오.
2. 고룡의 유산을 트릴로지 연합으로부터 지켜 내십시오.
심플한 스테이지다.
아주 마음에 든다.
그래, 이거지.
튜토리얼 스테이지는 이래야지.
우선 마력을 전개해 요새 주변을 훑었다.
아직 요새 근처로 접근 중인 적은 없었다.
최소한 내 이목을 숨길 수 있을 정도의 적은.
그럼 조금 맘 편히 이야기부터 해 봐야겠네.
뒤에서 들리는 발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아까부터 나를 지켜보고 있던 소인족들 중 한 명이다.
다른 소인족들은 계속 멀찍이서 나를 지켜보고 있었고, 그중 한 명만이 내 앞으로 걸어왔다.
소인족이라길래, 나는 소설 속에 흔히 등장하는 호빗이나 하플링 등의 종족을 생각했었다.
하지만 내 눈앞에 보이는 소인족은 그들과 조금 다른 면이 있었다.
“안.”
“안?”
“…녕.”
“뭐?”
일단 좀 이상하다.
“…하.”
“…….”
“…다.”
…방금 저 소인족이 느리게 종알거린 말을 모아 보면, ‘안녕하다’이다.
세상에 말을 저따위로 하는 종족이 있다는 사실보다, 저 말을 바벨 이전의 지식 스킬이 제대로 번역을 해냈다는 게 더 놀라웠다.
“너…….”
“그래, 나, 뭐.”
“도…….”
이런, 젠장. 생각보다 더 이상한 종족이었다.
말을 이상하게 하는 것뿐만이 아니었다.
내 앞에서 말을 하고 있는 소인족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는 모든 소인족들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모두 똑같이 생겼다는 것이었다.
쌍둥이처럼.
그리고 내 눈에 보이는 소인족의 수는 백이 넘는다.
설마 백 쌍둥이는 아닐 테고.
“안…….”
소인족의 느린 말을 경청하는 것보다는 딴생각을 하고 있는 편이 스무 배는 유익할 것 같다.
소인족들은 얼굴의 생김새뿐만 아니라, 체격도 비슷했다.
심지어 느껴지는 마력마저 동일인처럼 느껴졌다.
마치 만들어진 인공 생명체처럼.
솔직히 꺼림칙한 기분이었다.
마력을 조금 더 퍼뜨려 소인족들의 몸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굉장한 실례였지만, 소인족들은 딱히 기분 나빠 하는 것 같지 않았다.
잠시 후, 나는 결론 내렸다.
이놈들은 다 똑같은 놈들이다.
정체가 분신이든, 인조인간이든, 인형이든 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그 고룡이라는 것과 관계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여기까지 생각을 마쳤을 때, 내 앞에 선 소인족은 제법 많은 말을 하였다.
그것을 모아보면 다음과 같았다.
‘안녕하다. 너도 안녕하다. 너는 말한다. 너와 트릴로지의 관계를 말한다.’
문장 구조가 단순한 이유가 소인족의 지적 능력이 떨어져서인지, 단순히 말을 더럽게 못 해서 시간 절약을 위해 축약한 것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나는… 트릴로지의…….”
“빨…….”
소인족들의 말처럼 천천히, 하지만 그들보다는 명백히 빠른 속도로 말을 시작하는데, 소인족이 내 말을 자르고 들어왔다.
무언가 중요한 말인가 싶어 말을 멈추고, 그의 말을 들어 보았다.
“리…….”
빨리?
“말…….”
빨리 말?
“해…….”
…나보고 빨리 말하라는 뜻이었다.
아니, 똥 묻은…….
에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자.
어쩌면 저들이 저렇듯 느리게 말하는 데 무슨 이유가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고.
그냥 저 소인족의 말대로 빨리 말해 주기로 하였다.
“나는 트릴로지 연합과는 무관하.”
“도…….”
“…나는 트릴로지 연합과는 무관하고, 그들의 적이다.”
“괜…….”
이런, 빌어먹을.
이것들은 말하는 것뿐만 아니라 듣는 데에도 문제가 있었다.
아니면 한번 시작한 말은 무조건 끝맺어야 된다는 강박증이 있던가.
“찮…….”
속이 타들어 가는 기분이다.
와, 이거 계속 듣고 있으면 정신 오염 면역 스킬 레벨이 오를지도 모르겠다.
“다…….”
괜찮기는 개뿔이.
“나는 트릴로지 연합과 무관하고, 그들의 적이다. 여기서 그들의 공격을 막으며, 위대한 고룡의 유산을 지킬 것이다.”
사실 고룡의 유산은 소인족들과 조금 더 친해진 후에 슬쩍 물어볼 계획이었다.
만약 소인족들이 그것을 숨기고 있거나 한다면, 그들과의 관계가 틀어질지도 모르니.
하지만 소인족과의 대화 중 느낀 갑갑함 때문에 그냥 내가 할 말을 다 뱉어 버렸다.
“트…….”
소인족이 대답을 시작했다.
그의 길고 길 것이 분명한 대답을 듣고 있느니, 이번에도 다른 생각을 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그의 대답을 듣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20층 스테이지의 목표는 소인족들이 지키고 있는 고룡의 유산을 트릴로지 연합으로부터 지키는 것이다.
나는 소인족들이라는 아군의 존재, 그리고 산 정상에 지어진 높은 성벽을 보고, 20층 스테이지가 충분히 할 만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트릴로지 연합이 뭐 하는 놈들인지는 아직 모르지만.
그래서 영약을 굳이 먹을 필요 없이, 스테이지에 임해도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했었다.
섣부른 판단이었다.
이것들을 아군으로 믿느니, 영약을 먹고 내가 혼자 캐리해야 한다.
여기까지 생각했을 때, 소인족의 말을 종합해 보면 이러했다.
‘트릴로지의 적, 우리의 친.’
트릴로지의 적은 우리의 친구라는 뜻이겠지.
아직 소인족의 말이 끝나지 않았으니, 딴생각을 계속했다.
이야기가 끝나면, 바로 고룡의 유산을 보여 달라고 하자.
그 위치와 성벽의 구조에 대해 듣고 기본적인 방어 계획을 세워 보자.
다행히 소인족들은 소통에 굉장히 큰 결점을 가지고 있었지만, 다행히 움직이는 데는 큰 문제가 없어 보였다.
내가 전면에서 날뛰고 소인족들이 성벽 위에서 돌만 굴려도 어느 정도 방어가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남은 시간 동안에는 영약을 섭취하고 흡수하도록 하자.
계획은 깔끔했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에 대해선 의문이 들었다.
트릴로지 연합의 공세는 2일 차부터 시작된다고 했다.
왜 스테이지 진입 첫날이 아닌 2일 차부터 시작되는지 의문이었으나, 이제는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소인족들과 이야기를 모두 마치고, 영약을 먹기 전까지 내일이 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었다.
고룡의 유산에 대해 이야기하고 성벽을 둘러보는 데만 저녁까지 시간이 걸릴 것 같은데.
하아.
한숨이 절로 나오네.
이 시점에서 소인족이 말한 문장을 종합해 보면 이러했다.
‘트릴로지의 적, 우리의 친구이다. 위대한 고룡의 유산을 함께 지키자. 그대의 방문을 환.’
내 방문을 환영한다는 이야기겠지.
생각보다 소인족들을 설득하는 건 수월했다.
솔직히 말해, 소인족들이 쉽게 설득된 이유는 잘 모르겠다.
이런 민감한 시기에 느닷없이 요새에 나타난 사람을 보면 오히려 경계하는 것이 맞다 생각하는데.
어쩌면 단순히 그들이 멍청해서 생각 없이 넘어갈지도 모른다.
튜토리얼의 스테이지적으로 이 시기에 요새에 나타난 사람, 도전자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도록 설정되어 있을 수도 있고.
그런 것이 아니라면 소인족들이 나에게서 믿을 만한 이유를 발견했거나, 트릴로지와 한편이 아니라는 확신을 가질 만한 단서가 있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받아들이는 척하고 나중에 뒤통수칠 준비를 하고 있거나.
가능성은 여러 가지가 있다.
하지만 아직 소인족들과 트릴로지 연합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나중에 다시 생각해 보자.
* * *
생각보다 일이 잘 풀렸다.
어느 일을 말하는 것이냐면, 소인족들과의 대화 말이다.
나를 환영해 준 소인족들은 말을 멈추었다.
그건 아주 긍정적인 사건이었다.
대신 그들은 종이 뭉치를 건네주었다.
종이 뭉치는 인근의 지도, 그리고 공성전에 대비한 작전 계획서였다.
지도에는 요새와 주변 지형지물이 세세히 표현되어 있었고, 두꺼운 부록으로 알아보기 힘든 것도 글로 설명되어 있었다.
게다가 트릴로지 연합이 진을 치고 있는 위치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작전 계획서는 그들의 병력 편성과 요새의 구조와 방어 시설 활용법을 설명하고 있었다.
이걸 토대로 그들이 어떻게 적의 공격에 대처할 수 있는지를 보고, 내 역할을 정하면 될 것 같다.
종이 뭉치를 확인한 이후에는 요새 안의 조그마한 방으로 안내되었다.
내 숙소로 사용하라며 나를 방으로 안내해 준 소인족은 저녁 식사 시간 전에 데리러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다행히 소인족은 머리까지 멍청한 건 아니었다.
소통에 굉장한 문제가 있었지만, 그 문제를 본인들 스스로 인지하고 있었고, 다른 방법으로 그 결점을 메우려 노력하고 있었다.
긍정적인 일이라 할 수밖에 없었다.
자, 그럼.
지금부터 내가 할 일은, 지도와 작전 계획서를 다시 한 번 자세히 읽어 보고, 필요한 정보를 얻는 것.
그리고 저녁 식사 전까지 소인족들에게 질문할 거리들을 정리하고, 내일부터 시작될 전투에서의 내 역할을 정하는 것.
마지막으로 영약을 먹는 것.
이 정도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역시 영약 섭취겠지.
주변에 마력을 퍼뜨리며 감지 스킬을 사용했다.
몇몇 존재감이 느껴졌지만, 위협적으로 느낄 만큼 가깝지는 않았다.
[영혼 수집] [수집한 영혼의 수 : 211,659]영혼 서른 마리를 소환했다.
[캬아악-]“시끄럽다, 이놈들아.”
아무리 새끼 고양이가 갸르릉거리는 정도의 소리지만, 서른이나 되는 수가 동시에 소리를 내면 소란스럽기 마련이다.
“미안한데, 이 방 주변을 지켜 줄래? 누가 오나 경계하면서.”
물론 영혼들은 내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그럼 이 방문 앞을 지켜 주는 건 어때?”
영혼들은 내 말을 듣기보다는 내 주변을 돌아다니며 무언가를 찾으려 했다.
나는 저 행동의 의미를 알고 있다.
내 근처에 있을 묭묭이를 찾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안타깝게도 영혼들은 더 이상 묭묭이를 만나지 못할 것이다.
인벤토리에서 촛불이나 순대와 간 등을 꺼내 놓고 기도도 해 보았지만, 유령들은 내 말에 따라 주지 않았다.
결국 포기하고 영혼들을 돌려보냈다.
아무리 주변이 안전하고, 소인족들이 나를 적대할 이유가 없다지만, 나는 조금 더 확실한 안전을 확보하고 싶었다.
영약을 섭취하는 동안, 누가 습격하기라도 하면 상당히 골치 아파진다.
스탯을 억지로 상승시킬 수 있는 영약은 단순한 영양제 같은 것이 아니다.
이것의 효능을 온전히 흡수하기 위해선 일정 수준 이상의 마력 회로 스킬과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습격자가 나타나더라도, 흡수를 멈추고 대응할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도 영약의 효능이 떨어지게 된다.
습격이 아니라, 단순히 소인족들이 안부차 방문한 경우가 더 난감하다.
어쨌든 흡수를 억지로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나야 하니까.
자리를 지키더라도 최소한 입을 열어 방문자를 돌려보내야 하니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지금 내게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사자 소환]꺼림칙한 마력이 방 안에서 소용돌이치더니, 신장이 2미터가 넘는 건장한 존재가 좁은 방 안에 소환되었다.
등 뒤에 매고 있는 장창과 내 허벅다리보다 두꺼운 꼬리까지 더해지니, 가뜩이나 좁은 방이 더 좁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 사실에 불편함을 느끼기보다는 반가운 감정이 앞섰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그동안 사자 소환 스킬을 사용할 만한 상황이 오기를 정말 많이 기다렸다.
정확히는 스킬을 사용할 만한 명분을 기다렸다.
“오랜만이네, 이디.”
“케륵, 사실 나는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지만. 오랜만이다, 서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