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torial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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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화. 튜토리얼 26층 (1)
“키리키리.”
등 돌리고 앉아 있는 키리키리에 물었다.
“왜?”
대답이 퉁명스럽다.
차갑고 날카로운 목소리.
하지만 키리키리의 목소리가 날카로워 봐야 얼마나 날카롭겠는가.
그냥 애가 투정부리는 것처럼 들렸다.
실제로도 그랬다.
“내가 며칠 만에 25층을 클리어할 거라고 했었더라?”
키리키리 옆으로 돌아 그녀의 얼굴을 보고 물었다.
나와 키리키리는 간단한 내기를 했었다.
큰 의미가 있는 내기는 아니었다.
단지 걸린 것이 문제였다.
키리키리가 이기면 원하는 만큼 케이크를 사 주기로 했었다.
반대로 내가 이기면 아무것도 안 사 주고.
“5일.”
“오늘로 며칠이 지났지, 내가 25층 공략을 시작한 지?”
“2일! 흥!”
키리키리는 대답을 끝으로 고개를 뒤로 팽 돌려 버렸다.
목 안 아프냐.
기껏 앞으로 돌아왔더니, 다시 등을 돌려 버렸다.
한 바퀴 더 돌아 키리키리의 앞으로 가는 대신, 그냥 그녀의 등을 보고 말했다.
“다음 층은 얼마나 걸릴 것 같아? 어디 이번에야말로 맞혀 보시지.”
“헹, 다음 층은 호오우재애라도 힘들걸? 최소한 한 달 넘게 걸릴 거야. 33일.”
키리키리는 가소롭다는 듯 후후, 거리며 말했다.
33일이나 걸릴 거라니.
한 회 차는 30일로 이루어져 있다.
“26층부터는 한 회 차가 지나도 스테이지 공략에 실패하지 않아. 단지 회 차가 끝나는 시점에 대기실로 강제 귀환되고, 다음 회 차는 전 회 차에서 멈췄던 지점부터 다시 시작하는 거지.”
쉽게 말해, 회 차가 지나도 재도전이 아니라 이어 가기가 된다는 거네.
“그렇징.”
난이도가 올라갔다.
회 차가 끝났을 때, 다음 회 차에서 처음부터 다시 공략해야 된다는 점은 생각보다 도전자 입장에서 나쁘지 않았다.
이전 회 차의 경험이 있으니, 더 편하고 안전하게 다시 공략할 수 있으니.
물론 처음부터 다시 해야 된다는 번거로움이 있었으나, 튜토리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정적인 공략이었다.
다음 회 차가 되더라도, 이전 회 차에서의 공략을 그대로 이어 가게 된다면 어떨까?
스테이지를 수월히 공략하고 있다면, 그냥 그대로 공략을 이어 나가면 된다.
하지만 공략이 꼬였다면.
처음부터 다시 할 기회 없이, 그 루트를 그대로 타고 가야 한다.
영원히 리셋이란 없으니, 하나의 스테이지를 클리어하지 못하고 꼬이게 될 수도 있다.
그 위험성은 이찬용이 이미 증명해 보였다.
한번 망가진 공략은 걷잡을 수 없이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파티 규모의 스테이지야?”
“25인 기준. 스물다섯이 다 모여 있다 하더라도 두세 달은 족히 걸리는 스테이지야. 절대로 33일 안에 클리어하지 못할 거양.”
말을 마친 키리키리가 또 후후, 거리며 웃었다.
디즈니에 나오는 꼬마 악당 같은 웃음이었다.
내가 26층을 클리어하고 이곳에 돌아왔을 때, 케이크를 얻어먹을 생각을 하니 기쁜 모양이다.
“이거 참, 그럼 최소한 한 달 동안은 케이크를 못 사 주겠네.”
등 돌리고 앉아 있는 키리키리의 어깨가 크게 움찔했다.
* * *
[26층 대기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22회 차, 2일. 22시 20분]키리키리에게 다음 스테이지에 대한 정보와 시간 유폐 스킬의 설명을 받고 대기실로 들어왔다.
키리키리는 내 공략이 너무 늦으면 그 시간 동안 케이크를 먹지 못한다는 점과 내 공략이 너무 빠르면 시간과 무관하게 케이크를 먹지 못한다는 괴리 사이에서 크게 괴로워했다.
하지만 결국 내 사탕발림에 넘어가, 다음 스테이지에 대한 정보를 친절히 설명해 주었다.
실제로 사탕도 몇 개 주었다.
자, 이제 시간 유폐에 대한 설명을 확인해 보자.
[시간 유폐 (Lv.Max)]설명 : 영원히 흐르는 시간을 일시적으로나마 붙잡아 둔다.
유폐된 시간 동안 시전자의 사고만이 움직일 수 있다.
사고의 속도는 시전자의 능력에 따라 정해진다.
자신의 신명을 알리지 않은 어느 신이 당신을 위해 선물한 권능이다.
혹시라도 당신이 그녀의 신명을 알아차리지 못한다면, 그녀가 화를 낼지도 모른다.
구체적이진 않았으나, 그 내용은 이해할 수 있었다.
시간을 멈추고, 그동안 시전자의 사고만이 움직인다.
그리고 멈춘 시간 동안 시전자의 사고가 얼마나 활발히 돌아가느냐는 시전자의 집중력을 포함한 능력치에 달렸다.
집중력이 모자란다면, 시간이 멈춰진 동안 그것을 제대로 인지조차 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시전자의 마력이나 체력을 소모하지 않는 권능임에도, 시전자 본연의 능력치를 요구하는 스킬이다.
언젠가 키리키리가 느림의 신에 대해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럼 실험부터 해 보자.
천변기를 기본 구체 형태로 만들고 눈높이까지 살짝 던졌다.
아래를 향해 떨어지기 시작하는 천변기를 주시하며 스킬을 사용했다.
스킬을 사용함과 동시에 아래로 떨어지던 천변기가 그 자리에 멈춰 버렸다.
시간이 느려진 것이 아니라, 아예 멈춘 걸까.
차분히 달라진 점을 확인하면서 속으로 셈을 시작했다.
일, 이, 삼, 사, 오, 육…….
* * *
만팔백삼십이, 만팔백삼십삼, 만팔백…….
셈을 하던 중 머릿속에 키잉- 하는 이명이 들리더니, 멈춰 있던 천변기가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손을 움직여 천변기를 받아 들었다.
만팔백여 초.
오차 범위를 감안한다면, 시간 유폐 스킬의 지속 시간은 대략 세 시간 정도다.
다음으로 확인한 것은 천변기의 이동 거리였다.
시간 유폐 스킬이 지속되는 동안 천변기는 그대로 멈춰 있지 않았다.
조금씩, 조금씩 이동했다.
세 시간여에 걸쳐 천변기가 낙하한 거리는 1센티미터 안팎.
거의 정지에 가까웠으나, 완전한 시간 정지는 아니었다.
세 시간이라…….
음…….
예전에 키리키리는 느림 신의 사도는 인간이 할 만한 것이 못 된다는 평가를 한 적이 있었다.
이제 그 말이 좀 이해가 간다.
세 시간이라니.
이건 사실상 고문용 스킬에 가깝다.
타임 스톱.
이 얼마나 매력적인 단어인가.
문제는 멈춰 버린 세상 속에서 나 자신조차 그대로 멈춘다는 점이다.
사고만이 남아 멈춘 세상에 갇히게 된다.
13층에서 호되게 당했던 만큼, 그것이 얼마나 가공할 위력을 가지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
정신력이 떨어지는 사람이라면, 세 시간 동안의 감금을 견디지 못할 것이다.
시간 감각조차 잃어버리고, 멈춰 버린 세계 속에서 사고만이 아우성을 친다.
독방에 며칠 갇혀 있기만 해도 정신병이 생기는 것이 인간이다.
시간 유폐 스킬을 함부로 사용했다가는 정신병 하나둘 생기는 정도가 아니라, 정신적인 자살을 시도하게 될지도 모른다.
물론 이건 일반적인 인간의 경우이고.
내가 쓰기에는 괜찮은 스킬이다.
나는 세 시간에 달하는 시간 동안 정신과 집중을 유지할 수 있다.
시간 유폐가 끝나는 타이밍에 맞춰 바로 다음 동작을 이어 나갈 수 있다.
정말 좋은 스킬을 얻었다.
최근 집중력이 눈에 띄게 향상되면서, 사실상 전투 집중 스킬이 무의미해졌다.
굳이 스킬을 사용하지 않아도, 원한다면 언제든 스킬 효과 수준의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으니.
원한다면 그것보다 더한 수준의 집중도 가능했다.
하지만 시간 유폐 수준은 아니었다.
급박한 전투 중 시간 유폐 스킬을 통해 인위적으로 시간을 멈추고 사고를 이어 나갈 수 있다는 점은 굉장한 이점이 될 것이다.
[모험의 신이 투덜거립니다.]정작 스킬을 선물한 건 느림의 신인데, 모험의 신의 메시지만 계속 보인다.
손에 든 천변기를 장검 형태로 변환시켰다.
시간 유폐는 전투용이 아닌 수련용으로도 굉장히 유용해 보인다.
사실상 시간과 정신의 방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비록 내 몸을 못 움직이지만, 나는 사고만으로 내 실력을 갈고닦을 수준에 올라서 있다.
심지어 권능 스킬이기에, 사용하는 데 마력이나 다른 대가가 필요하지도 않다.
[시간 유폐]* * *
[22회 차, 6일. 3시 30분] [26층 스테이지에 입장하신 것을 환영합니다.]시간 유폐를 이용한 며칠간의 수련을 마치고 26층 스테이지에 진입했다.
수련에 조금 더 시간을 들일 수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스테이지를 공략해 나가며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스테이지 공략 중에도 시간 유폐를 통해 수련할 수 있기도 하고.
모닥불 방을 거쳐, 소환된 스테이지는 여느 스테이지와는 다른 풍경을 보여 주었다.
환한 조명이 눈앞을 비추고 있었다.
천장을 바라보니, 거대한 샹들리에가 높은 천장 위에 매달려 있었다.
저렇게 큰 샹들리에는 밖에서도 본 적이 없다.
건물의 실내는 대리석으로 짜여져 있었다.
천장부터 벽, 기둥, 바닥까지.
이곳저곳에 황금과 보석으로 치장한 인테리어들이 눈에 띄었다.
바닥에는 푹신푹신한 붉은 카펫이 깔려 있었다.
내가 서 있는 카펫 위에는 나 말고도 백여 명이 넘는 인간이 모여 있었다.
제각기 번쩍번쩍하는 무기와 갑주를 갖추고 있었다.
카펫 양쪽으로는 제식 갑주를 입고 있는 병사들이 도열해 있었고, 그 너머에는 치렁치렁한 긴 옷을 입고 있는 늙은이들이 보였다.
시야를 돌려 보았다.
카펫의 끝에는 거대한 문이 있었다.
이 건물의 출입문으로 보이는 그 문은 25층에서 보았던 골렘도 지나다닐 수 있을 만한 크기였다.
문의 반대편으로 시야를 돌렸다.
쭉 이어지는 카펫이 단상을 타고 올라간다.
단상의 꼭대기에는 실로 화려하다고밖에 설명할 수 없는 옥좌가 있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화려한 의복을 입고 있는 아저씨 한 명이 앉아 있었다.
왕이나, 황제나 뭐, 그런 사람인 듯싶다.
생긴 건 동네 빵집 아저씨처럼 후덕해 보이는데.
우선 주변에 사람은 많았지만, 위험은 없었다.
살기나 투기도 느껴지지 않았고, 내게 위협이 될 만한 강자도 없었다.
가만히 상황을 정리하고, 스테이지의 목표에 대한 메시지를 기다리고 있는데, 빵집 아저씨의 얼굴에 당황이 떠올랐다.
잠시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빵집 아저씨가 입을 열었다.
“그대… 그대는 왜 혼자 소환된 건가?”
소환?
빵집 아저씨의 물음에 맞춰 주변의 웅성거림도 갈수록 커져만 갔다.
아무래도 나에 대한 이야기 같다.
듣기로는 용사, 소환, 실패, 신, 자격, 마왕 등의 단어들이 어지럽게 뒤섞여 있었다.
아, 뭔지 알겠다.
그거네.
이세계 소환 용사물.
마왕의 위협에 맞서, 이세계 출신의 용사를 소환하고, 마왕을 처치해 줄 것을 부탁하는 그 클리셰다.
이렇게 화려하고 으리으리한 대전에서 사치를 부릴 정도로 여유가 있지만, 정작 중요한 일은 세계와 전혀 무관한 타인을 소환해 해결하려 하는 그 이야기 말이다.
정작 마왕을 처치하고 나면 역으로 죽이려 들거나, 소외받던 한 공주와 결혼시키는 것으로 계산을 끝내려 하는 그 스토리.
공주라도 예쁘면 모르겠는데, 공주가 마음에 안 들기라도 하면 독자 입장에선 아주 고구마가 따로 없다.
너무나 클리셰적인 환경에 상황을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단상 아래 백에 달하는 사람이 모여 있는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
25인 규모 파티 플레이를 요하는 스테이지였던 만큼, 한 팀당 스물다섯이나 되는 용사가 파티를 이루어 소환된다는 설정이었나 보다.
“요, 용사여, 그대의 동료들은 어디 있는가? 정말 그대 혼자 소환된 건가?”
계속 똑같은 말을 반복하는 아저씨에게 뭐라고 대답을 해 주려는데, 눈앞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26층 관문이 시작됩니다.]설명 : 헤이오그 대륙의 절반을 차지한 마인족들과 인간 제국 간의 전쟁이 시작된 지도 어느새 3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때로는 마인족들이 승리했고, 때로는 제국이 승리했습니다.
장기화되는 전쟁으로 대륙은 피폐해졌고, 마인족들과 인간들 양측 모두에 천문학적인 수의 전사자가 발생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2년여 전, 마인족들은 전쟁을 종결하기 위해 한 가지 방법을 생각해 냈습니다.
그들의 먼 조상이 숭배하던, 지옥을 지배하는 이름 모를 마왕을 소환해 내는 것이었습니다.
지난 2년여에 걸친 의식으로 인해 마왕이 현세에 강림하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제국은 마왕을 처치하고, 마인족들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다른 세상에서 용사들을 소환해 냈습니다.
소환한 용사들 중 자격을 증명한 이에게 봉인된 성검을 일깨우게 하고, 그 힘을 이용해 마왕을 물리치고자 합니다.
용사여.
세상을 구할 용사로서의 자격을 증명하고, 성검의 봉인을 해제하십시오.
그것만이 마왕을 처치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일 것입니다.
[클리어 조건]봉인이 해제된 성검을 획득하십시오.
마왕을 처치하십시오.
“입을 열어 대, 대답해 보게, 용사여. 그대는 정말로 혼자 소환된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