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torial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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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토리얼 60층 (3)
“난 너를 사랑하네- 이 세상은 너뿐이야- 소리쳐 부르지만 저 대답 없는 노을만 붉게 타는 데에~”
언제나처럼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거주 지역의 빈 거리를 걸었다.
혼자라는 점은 이런 게 좋다.
아무리 음치, 박치라도 듣는 사람이 없으니 뭐라 할 사람도 없다. 하하하하.
최근 자주 이용하는 노천 카페에 도착했다.
자리에 앉아 주문했다.
“카라멜 마끼아토 하나.”
포인트가 차감되고 눈앞에 카라멜 마키아토 한 잔이 나타났다.
좋아. 아주 좋다.
요즘 들어 사는 맛이 난다.
매일매일 절망과 무력감이 아니라, 희망과 기대로 가득 찬 나날이다.
비록 혼자인 것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도, 여전하지만.
30일 전 81회 차의 시작과 함께 헬 난이도에 등장한 뉴비 덕분이다.
이연희.
요즘은 하루하루를 그녀만 생각하며 보낸다.
어떻게 하면 그녀가 더 효율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더 안전한 길은 없을까.
혹시 재수 없게 돌연사하지 않을까.
그녀에 대한 기대와 걱정으로.
조금이라도 효율적으로 그리고 안전하게 그녀를 성장시켜야 한다.
때문에 그동안 축적된 자신의 노하우와 커뮤니티에서 읽었던 수많은 정보를 취합해 그녀를 위한 맞춤 육성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리고 그녀가 등장한 지 1회 차가 지난 지금까지 그녀는 자신의 기대와 노력에 아니 그 이상의 성과를 보여 주고 있다.
지금까지의 성과만을 본다면 1회 차 당시의 나 이상의 성장을 이루어 냈다.
물론 당시의 나로선 몰랐던 정보들로 그녀의 성장을 돕고 있는 내 공이 지대하지만 그렇다고 그녀의 능력이 나보다 떨어진다는 것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압도적으로 우월했다.
1회 차에 막 들어왔을 당시 오랜 폐인 생활의 여파로 근력뿐만 아니라 신체 능력 전반이 저하되어 있던 나와는 달리
그녀는 프로 양궁 선수였다.
게다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보다 되기 어렵다는 한국 양궁의 국가 대표다.
기본적으로 근력, 체력, 유연성, 반사 신경 등 신체 능력 대부분이 월등했다.
양궁 자체가 몸을 크게 움직이지 않는 스포츠라 크게 부각되진 않았지만 프로 선수쯤 되면 기초 체력 단련의 수준이 일반인의 운동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그리고 집중력, 사고력, 창의력, 판단력, 도전 의식, 마인드 컨트롤 등 정신적인 스탯마저 훌륭했다.
워낙 심리적인 요인이 승패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스포츠이다 보니 양궁 국가대표로 선발된 이들은 심리적인 안정을 위해 여러 가지 특별한 담력 훈련을 한다고 들었다.
바이오 피드백뿐만 아니라 씽킹 루틴과 액티브 루틴에 대한 이해도 높을 것이다.
전문가 수준으로 프로그램을 짜고 관리하는 건 힘들겠지만 어느 정도 경험이 있을 테니 관련 지식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 더해 튜토리얼 클리어에 대한 적극성까지 가지고 있다.
비록 나의 조언 중 일부 내성과 맷집 성장을 위한 방법을 거부하긴 했으나 그 외에 대부분의 조언을 받아들이고 있고 나아가 자신의 의견까지 제시하면서 적극적으로 성장과 튜토리얼의 클리어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있다.
최고다. 완벽하다.
단순히 우월한 스펙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이 튜토리얼 세계에 끌려오는 수많은 운동선수들, 싸움꾼들, 심지어는 특수 부대원에 공작원들까지.
얼마나 많은 재능 있는 사람들이 이곳에서 죽어 나갔는가.
저런 ‘전문가’들조차 하드 난이도에서도 생존을 장담하지 못한다.
하물며 그 위험성이 다른 난이도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헬 난이도에서라면.
그녀의 성과와 별개로 1층을 통과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녀가 빛나는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물론 1층을 통과한 것만으로 앞으로의 안전까지 장담할 수 있는 건 아니다.
1층을 통과하고 그 위층, 그리고 그 너머에서 죽어 나간 사람들도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이연희가 1층을 통과하며 만들어 낸 성과와 그 과정은 내가 기대감을, 그것도 조금 과한 기대감을 품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선물용 쿠키 세트 다섯 개.”
포인트가 차감되고 나타난 쿠키 세트가 핑크색으로 예쁘게 포장된 박스 다섯 개.
이 역시 완벽하다.
준비해 뒀던 아공간 가방을 인벤토리에서 꺼냈다.
쿠키 세트를 가방에 넣으면서 안에 들어 있는 내용물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착용 제한이 없는 가벼운 가죽 갑옷 풀 세트.
궁수용 핑거 탭과 암 가드.
마력 증폭 기능과 정신 보호 마법이 달린 목걸이와 유용한 생활 스킬이 담긴 반지들.
한 회 차 동안 먹을 따끈따끈한 도시락 세트와 다양한 음료수.
갑옷 안에 입을 얇은 옷과 속옷들.
세면도구와 최고급 침낭.
거울 향수, 그리고 화장품들.
도전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명언 100서, 자기 전에 읽기 좋은 시집.
큐브 같은 두뇌 발달용 장난감 몇 개.
몸을 보호해 줄 장비들은 많이 보내지 않았다.
너무 좋은 장비들을 시작부터 두르고 있으면 결국 성장이 더뎌진다.
한참 성장해야 할 저층에서 성장하지 못한다면, 후에 살아남기 어렵다.
물론 다른 난이도에선 그런 식으로 안전하게 진행해 클리어까지 도달할 수 있겠지만 헬 난이도에선 장비빨만으로 버티는 데 한계가 있다.
튜토리얼에 갇힌 사람들을 위협하는 것은 튜토리얼의 함정들만이 아니다.
공포와 불안, 외로움 등 정신적인 문제로 인해 무너지는 사람들도 수없이 많다.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만한 물건들 위주로 모았다.
이걸로 충분할까?
남자였으면 야한 잡지라도 보내 줄 텐데.
여자한텐 뭘 보내 줘야 할지 잘 모르겠다.
고성능 진동 안마기를 보내 줘도 될까 고민을 하던 중 메시지 하나가 날아왔다.
[박정아 : 야, 너 계속 보고 시간 안 맞춰서 올릴래?]박정아.
내가 알고 지내는 몇 되지 않는 여자다.
튜토리얼 내에서 치안과 법을 수호하는 자경단의 리더이기도 하다.
[이호재 : 예이. 헬 난이도 60층. 이상 무. 아니 이상이 있는 게 이상한 거지. 여기엔 나밖에 없는 거 뻔히 알면서 보고는 뭐 하러 매주 하라고 하는 거야.]그리고 나 또한 자경단의 일원이다.
하는 일은 없지만.
[박정아 : 너야말로 그 한마디하는 게 귀찮아서 매달 늦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그럴 수도 있지 뭘.
그보다 마침 그녀에게 상담을 하고 싶던 참이다.
그녀에게 새로 들어온 뉴비의 오락 생활을 위해서 자위용 진동 안마기를 보내는 것이 괜찮을지에 대해 물어보았다.
[박정아 : 당연히 안 되지, 이 미친 새끼야!!]이거 제법 비싼 건데.
이제 막 1회 차를 클리어한 뉴비의 포인트로는 쉽게 구매할 수 없는 고가의 제품이다.
[박정아 : 비싼 게 문제가 아니라고! 이 개념 없는 놈아]성욕의 해소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신체적, 정신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고, 스트레스 해소뿐만 아니라 우울증 등의 정신 질환 예방에도 탁월하다.
어떡하지?
딱풀이라도 보내 줘야 되나?
[박정아 : 이 또라이 새끼, 진짜…….]* * *
“경매창.”
경매창을 열고 아공간 가방을 경매에 등록시켰다.
시작 가는 77포인트.
튜토리얼 내에 있는 지인에게 경매장을 통해 선물을 보낼 땐 시작가를 77포인트로 맞추게 정해져 있다.
가끔 77포인트로 경매장에 나온 물품에 입찰을 해서 선물을 방해하는 놈들이 가끔 있긴 하나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이는 무례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자경단이 정한 규칙에 의해 위법 취급을 받는다.
섣불리 법을 어기고 3번의 경고장이 발송될 동안 피해자와 자경단에게 사과와 보상을 약속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범죄자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그리고 범죄자는 자경단원이 있는 거주 지역이나 대기실에 들어서는 즉시 공격을 받고 체포된다.
그리고 처벌받는다.
튜토리얼의 특수성 때문에 자경단의 처벌은 획일화되어 있다.
죄의 경중과 상관없이 범죄자를 제압한 해당 층의 대기방 혹은 거주 지역의 자경단 책임자의 자율적 판단에 맡긴다.
훈방부터 사형까지.
범죄자 판결 자체가 엄격하고 공정하게 치러지고 있고 자경단원 중 개인의 욕심을 위해 규칙을 악용하며 사람들을 괴롭히는 자경단원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하지만 악용되기 쉬운 규칙이고 지나치게 위험한 규칙이라는 주장이 끊이지 않았지만 자경단은 이 처벌 규칙을 수정하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라도 처벌에 대한 공포를 심어 주고 범죄를 예방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나 또한 이에 동의했다.
튜토리얼이 처음 생기고 수많은 폭행 강간 피해자들이 발생했다.
피해자 대부분이 미성년자, 노약자와 여성들이었다.
노약자들도 여성들도 튜토리얼을 통해 성장하고 초인이 된다는 점.
그리고 층이 올라갈 때마다 대기실 한 방의 인원이 최소 3명에서 최대 20명까지 랜덤으로 배정된다는 점이 아니었다면 그 피해와 혼란은 여태껏 계속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자경단에 남아 있는 한 처벌에 대한 규칙이 강화되면 강화됐지 느슨해질 일은 없을 것이다.
“후우.”
경매장에 등록을 마친 아공간 가방을 이연희가 무사히 수령했다.
부디 이 가방이 이연희에게 도움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