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torial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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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화. 튜토리얼 27층, 대기실
[킬리만샤투의 영혼검]설명 : 킬리만샤투 던전에서 발견된 영혼검이다.
재질도 제작자도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검은 영혼을 담을 수 있다고 한다.
킬리만샤투의 던전에서 발견된 기록에 따르면, 고대 왕국의 어느 왕이 자신의 영혼을 이 검에 담아 영생을 누리는 것을 꿈꾸었다고 한다.
영혼을 담을 수 있는 검이라.
“헿.”
방실방실 웃고 있는 키리키리의 얼굴을 보니 확신할 수 있었다.
세레지아 때문에 추천한 검이네.
그녀의 영혼을 이 검에 담아 가지고 다닐 수 있도록.
일단 그것만으로도 이 검을 구매할 이유는 충분했다.
하지만 다른 장점은 없는지, 세세히 훑어보기로 하였다.
키리키리가 추천 아이템이라며, 내게 건네준 이 검은 여러모로 특이했다.
단지 영혼을 저장할 수 있다는 특성 때문만이 아니었다.
“이 검은 도대체 뭐로 만든 거야? 금속이 아니라, 돌 같은데.”
손가락 끝으로 검면을 훑어보니, 돌 특유의 까끌까끌한 질감이 그대로 느껴진다.
정제된 금속으로 만든 검이 아니다.
“맞앙. 정제되지 않았지. 덕분에 날은 좀 무딘 편이야. 혹시라도 직접 날을 세워 볼 생각은 하지 마. 안 갈리니까.”
“단단해서?”
“응.”
“그렇다면 날이 무딘 대신 부러지거나, 이도 나가지 않겠지.”
키리키리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지나치게 높은 경도 때문에 날조차 세우지 못한 검이라.
어떻게 검날의 형태라도 잡혀 있는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하려나.
날 끝부분을 만져 보았다.
날카로워야 할 검날이 맨들맨들하다.
검이라기보다는 얄팡하고 튼튼한 몽둥이에 가까운 물건이네.
찌르기와 베기가 불가능한 검이라면, 모양새가 어쨌든 둔기로 취급해야겠지.
“헹, 조금 더 살펴봐.”
키리키리의 말대로 검을 조금 더 살펴보았다.
크기와 무게는 천변기의 장검 형태와 별다를 것이 없었다.
일반인이라면 그냥 들어 올리기조차 힘든 무게였지만, 내게는 딱 이 정도가 알맞았다.
다음으로는 검에 마력을 흘려 보았다.
그리고 키리키리가 이 검을 추천한 이유를 알게 되었다.
소량의 마력만을 흘렸지만, 검날에 푸른 마력의 형상이 형형이 맺혔다.
마력 전도율이 어마어마하게 높은 검이다.
확실히 이렇게 마력에 특화된 검이 있다면, 굳이 날을 세우기 위해 노력할 필요 없겠지.
“이걸로 할게.”
구매를 확정하고, 포인트를 지급했다.
꽤 많은 포인트가 일시에 사라졌으나, 그 값어치를 할 만한 검이라고 생각되었다.
“잘 생각했엉. 지금 살 수 있는 것 중 가장 좋은 검이니까, 한동안 바꿀 필요는 없을 거야.”
확실히.
검을 손에 들고 있는 내가 느끼기에도 그렇다.
마법적인 효과를 발산하는 성검과는 다르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다.
검에 오러를 두르고 눈을 감았다.
“잉? 뭐 하게?”
26층에서 성검을 휘둘렀을 때, 성검은 공간을 넘어 저 멀리 있던 성벽을 베어 버렸다.
아무런 저항 없이.
허공을 그은 검은 저 멀리 성벽 또한 허공을 가르듯 갈라 버렸다.
어떻게 그게 가능했을까.
오러를 순간적으로 수십미터씩 늘려, 그것으로 성벽을 벤 것은 아니다.
원거리에 오러를 내쏘아 맞힌 것도 아니었다.
점멸의 보주처럼, 거리를 좁히는 종류의 스킬도 아니었다.
성검은 그저 허공을 베었고, 그 경로에 있던 성벽 또한 베였을 뿐.
반 토막 나 고장난 천변기를 하늘로 던져 올렸다.
도플갱어였던 마법사는 말했다.
마법의 복잡한 술식과 시동어, 수인과 주문은 본질적으로 동일한 목적을 위한 장치라고.
그것은 마력이라는 기적의 도구를 사용해 휘두르는 방법을 풀어 설명하는 것.
저기 날아가고 있는 천변기가 하늘을 향해 떠오르다, 이내 포물선을 그리며 땅으로 떨어지는 것.
그러한 자연현상을 풀어낸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변화를 설명한다.
예를 들어, 플라이 마법이라면, 떨어지고 있는 천변기가 다시 하늘로 날아오르는 현상을 설명한다.
그리고 그 주문에 기적의 도구, 마력을 담는다.
마력을 담은 주문은 시전자의 의지에 의해 짜여진 술식에 따라 작동한다.
이것이 기초 마법의 주요 골자.
요컨대 중요한 것은 마력과 의지이다.
오러 또한 마찬가지였다.
마력 회로를 따라, 검으로 인도된 마력은 그저 검면을 따라 흐를 뿐이다.
물론 그것만으로 검은 조금 더 단단해지겠지.
피부 위에 흐르는 마력은 몸을 건강하고 단단하게 만들어 준다.
근육에 깃든 마력은 더 격하고 빠른 움직임을 가능하게 해 준다.
하지만 그뿐이다.
그 마력에 검사의 확고한 의지가 깃들어야 비로소 오러가 형상화된다.
그리고 다음 단계로, 그렇게 형성된 오러에 특성을 부여한다.
특성을 부여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은, 구현하고자 하는 것을 머릿속에서 이미지화하는 것이다.
그것과 가장 흡사한 이미지가 무엇일까.
광검은 마찰이었다.
오러로서 형상화된 마력의 마찰.
그를 통해 발생되는 폭발적인 빛과 열.
그 힘을 검에 온전히 담고, 발산의 방향을 인도하는 것.
그것이 광검의 기본이었다.
그렇다면 성검이 보인 그 기술의 키워드는 무엇인가.
증폭, 도약, 투척, 환영. 많은 가능성이 있겠지.
그것에 대해, 누구에게 자세히 듣거나 배운 적이 없으니만큼, 나는 확신할 수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냥 느낌으로 때려 맞히는 것.
내가 생각하기에 그것은, 전달이었다.
검으로 허공을 그어 표현된 벤다라는 의지는 공간을 넘어 더 먼 곳으로 전달되어 구현되었다.
하늘로 던져졌던 천변기가 이제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한다.
조금 더 기다렸다.
내가 닿을 수 있는 범위는 내 일반적인 공격 범위 정도.
아니, 그것보다 좁다.
내 의지가 닿을 수 있는 범위는 팔 하나가 닿을 정도의 거리다.
천천히 머리 위로 들어 올린 영혼검을 아래로 내렸다.
천천히.
바람에 떠오른 꽃잎이 사뿐히 내려앉듯.
처연히 아래로 검을 떨어뜨린다.
검과 손아귀에서 소용돌이치는 힘을 잡아 가두고, 겉으로나마 평정을 가장하려 했다.
느린 속도로 내려진 영혼검이 자리에 멈추는 것과 동시에.
팅!
내 왼쪽으로 떨어지고 있던 천변기가, 무언가에 맞아 살짝 튕겨 올랐다.
역시 안 되는 건가.
느낌상 할 수 있을 줄 알고 시도해 본 건데.
왠지 나 자신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 같아 찝찝했다.
“…그걸 수련하고 있는 검사가 널 보았다면, 분명 가만두지 않았을 거야.”
“실패했는데, 뭐.”
“헿, 죽이려고 들었겠네.”
* * *
“엘릭서라도 마실까?”
“무다다.”
뭐래.
바닥에 누워 찌뿌듯한 몸을 쭉쭉 폈다.
괜히 오버했네.
피곤해 죽겠다.
“당연하지. 내가 무리하지 말고 쉬라고 한 지 몇 분이나 지났다고, 그런 미친 짓을 해.”
키리키리의 목소리가 조금 날카롭다.
미친 짓이라니.
“후회 중이니까, 잔소리 좀 그만해.”
내 머리맡에 쪼그려 앉아 있던 키리키리가 내 이마를 찰싹 때렸다.
“그러다 진짜 죽어.”
“죽는다고?”
“엉. 몸이 펑 터져서 죽을 거야.”
진짜냐.
“진짜냐.”
“진짜야. 여태 그런 식으로 성장해 오면서 부작용이 없었던 게 더 신기할 정도야. 그러다가 마력 회로가 막히든지, 어디가 잘못 뚫린다든지, 어디가 꼬인다든지 해서 죽을 거야.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지면 치료도 못 해. 대기실에 있다 해도, 생명이 조금 연장되는 정도고, 밖에 있다면 높은 확률로 즉사할 거야. 즉사 안 해도 곧 죽을 거고.”
주화입마 같은 건가.
“응, 그런 느낌.”
조심해야겠네.
힘의 작용에 반작용이 따라오는 것처럼, 성장에도 그에 걸맞은 반작용이 나타난다.
내 생각이다.
근력 운동을 하면 근육통이 생긴다.
어쩌면 운동을 하며 소모하는 시간 또한 그 대가로 취급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많이 성장할수록, 더 빠르게 성장할수록, 그리고 더 높은 경지에 다다를수록 그 대가는 커져만 갈 것이다.
그리고 내 몸이 그 대가를 온전히 견뎌 낼 수 없다면, 지나친 성장 속도는 독이 될지도 모른다.
“맞아?”
키리키리에게 물었다.
“응.”
키리키리는 긍정했다.
앞으로는 몸의 내구성을 키우는 것에도 신경을 써야겠다.
자해를 통해 내성 스킬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신체 자체가 더 튼튼해져야 한다.
혼자 광검 같은 기술을 사용하다 자폭해 죽는 일도, 새로운 경지에 다다랐지만, 몸이 그것을 따라가지 못해 죽는 일도 없어야 한다.
이미 인간의 것이라 보기 어려운 수준의 몸뚱이를 가졌지만, 아직 성장시킬 여지는 충분하다.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보자.
성과가 없다면, 다음 층에서 키리키리에게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 달라고 부탁해 보자.
자, 정리 끝.
쉴 만큼 쉰 것 같으니, 이만 대기실로 이동하자.
바지를 털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다음 층 말인데.”
키리키리가 불쑥 말했다.
“어, 다음 층. 그거에 대한 조언을 듣는 걸 까먹었었네. 달리 기억해 둬야 할 만한 게 있어?”
“응, 안내자를 잘 골라야 해. 그것뿐이야.”
조언이 빈약한 것을 보아, 다음 층도 그리 어려울 것 같지는 않았다.
괜히 허탈한 마음으로 포탈에 올라섰다.
“잘 다녀와. 빨리 와야 해!”
키리키리가 깡충거리며 인사했다.
오랜만에 듣는 인사말이다.
내기를 하는 동안에는 빨리 오라는 말이 없었는데.
“그래, 빨리 돌아와서 케이크 사 줄게.”
기뻐서 함박웃음을 짓는 키리키리의 얼굴을 보며 대기실로 이동되었다.
* * *
“어때요? 어지럽지는 않아요, 세레지아 경?”
세레지아에게 물었다.
정확히는 영혼검 안에 들어가 있는 세레지아에게.
[아주 좋습니다, 용사님. 이대로 검술을 좀 펼쳐 보시겠습니까?]세레지아의 말대로 천천히 검을 휘둘렀다.
검을 휘두르는 동안 세레지아는 조그만 목소리로 어떤 말을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뭐라고요?”
[행복합니다.]“네?”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검으로 태어났으면 더 행복했을 것 같습니다.]그건 좀… 그렇지 않나요?
아무래도 영혼으로서 검 안에 들어간 그 감각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눈, 코, 입에 감각을 의지하지 않기 때문인지, 넓은 시야로 주위를, 그리고 검과 용사님의 움직임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정말.]다행이다.
생각했던 대로 세레지아에게 전투 중의 내 움직임을 관찰하게 하면 되겠다.
일종의 블랙박스처럼.
전투 후에는 그녀의 관찰을 통해 더 세밀하고 정확한 피드백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세레지아답지 않게 목소리가 조금 빨라졌다.
[너무 좋군요!]“…그러신가요.”
[용사님, 앞으로 우리의 목표는 검술의 끝을 보는 것으로 하죠. 제가 들어가 있는 이 검이 한순간이라도 무학의 진리에 다다를 수 있다면, 전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세레지아 경은 이미 죽었는데요.
[아니, 저는 이미 죽었군요. 정정하죠. 다시 살아난 뒤, 또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너무 밝고 긍정적이어서 적응이 안 된다.
“세레지아 경, 정말 후회나, 아쉬운 점이나 그런 게 느껴지지는 않나요? 그래도 인간으로 태어나 한 번 죽은 건데요.”
[과자를 먹지 못한다는 점은 좀 아쉽지만, 검으로 사는 것이 더 행복할 것 같습니다. 애초에 용사님을 따라다니며 그 검술을 보고자 했던 것이 제 목표였으니까요. 물론 일반 병졸이 쓰는 잡검이 되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괴로웠겠습니다만.]세레지아는 상당히 좋아 보였다.
그녀의 말대로 생전보다 좋아 보였다.
말투에서도 그것이 드러났다.
말의 속도도, 톤도 올라가고, 무엇보다 말이 많아졌다.
[과연 그 산의 정상에서 용사님이 보여 주셨던 그 기술을 이 검이 견뎌 낼 수 있을까요? 그리고 저는 그것을 견뎌 낼 수 있을까요? 만약 그렇다면 시야가 타 버릴 걱정 없이, 그 과정을 똑똑히 지켜볼 수 있을 겁니다. 으아오! 행복합니다!]완전히 다른 사람… 다른 인격이 되어 있었다.
원래 검에 빙의되면 다 이렇게 되는 걸까?
인벤토리에서 또 다른 에고 소드를 꺼내 보았다.
성검이라는 이름을 뒤집어쓴 마검은, 인벤토리에서 꺼내지자마자 우는 소리를 냈다.
[용사님, 용사님, 용사님, 용사님. 으어어어어, 용사님, 왜 그러셨어요.]“너는 또 왜.”
[용사님, 제발 절 그 안에 가두지 마세요. 제발요. 부탁드릴게요. 사랑합니다, 용사님.]“인벤토리?”
[예! 그 빌어먹을 아공간은 시간 개념도 없어요! 용사님, 거기에 다시 갇혔다가는 저 정말 미쳐 버릴지도 모릅니다.]네가 무슨 포켓볼에 들어가기 싫어하는 피카츄냐.
아주 협박을 해라.
곤란하게 되었다.
나는 기본적으로 모든 물건을 인벤토리에 보관한다.
하지만 성검을 인벤토리에 못 넣으면… 계속 가지고 다녀야 된다는 소리잖아.
심지어 세레지아가 들어가 있는 영혼검까지 늘 가지고 다녀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심해?”
[예! 잘못하면 제가 고장 나 버릴지도 모릅니다, 용사님.]어쩔 수 없겠는데.
아무리 성검을 쓰지 않을 생각이라 해도, 이대로 성검이 고장 나게 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언젠가 급히 쓸 데가 생길지도 모르니.
그리고 나중에 충분한 성장을 이룬 뒤, 성검을 쓰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인벤토리에서 천변기를 꺼냈다.
두 개 있던 천변기 중 하나는 고장 나 버렸지만, 다른 하나는 여전히 멀쩡했다.
[캑, 용사님, 그런 조잡한 장난감은 버려 버리세요! 제가 훨씬 좋은 검이에요. 정말이에요. 저는 천공의 신께서 축복까지 해 주신 성검이라고요.]내가 성검 대신 천변기를 사용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지, 성검이 급하게 말했다.
[제가, 제가 어떤 힘을 가지고 있냐면요, 용사님. 잠시만요. 아직 인벤토리에 넣지 말아 주세요. 제가 다 설명 드릴게요!]안 해 줘도 돼.
키리키리에게 부탁해서 설명문 받았어.
[천공의 성검, 아우부츠]설명 : 천공의 신이 오만한 인간들을 징벌하기 위해 인간에게 선물한 신물이다.
소유주를 포함한 주변 인물들을 피비린내 나는 사투의 중심으로 끌고 들어간다.
검의 힘에 오래 노출된 소유자는 극도로 오만해지거나, 피에 중독될지도 모른다.
소유자의 의지와 별개로, 아우부츠라는 이름의 검령이 검에 깃들어 있다.
파손 방지 마법이 내장되어 있다.
경도 강화 마법이 내장되어 있다.
예리함 강화 마법이 내장되어 있다.
디스펠 마법이 내장되어 있다.
마력 실드 마법이 내장되어 있다.
급속 마력 충전 마법이 내장되어 있다.
마력 증폭 마법이 내장되어 있다.
부유 마법이 내장되어 있다.
비행 마법이 내장되어 있다.
청결 유지 마법이 내장되어 있다.
검령은 성검의 마력을 재량껏 사용할 수 있다.
검령은 내장 마법을 포함한, 3서클 이하의 모든 마법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다.
검령은 천공의 신 교단의 신성 주문을 대가 없이 사용할 수 있다.
검령은 스스로의 의지로 검에 오러를 생성할 수 있다.
소유주가 천공의 신에게 인정을 받는다면, 검을 매개체로 신의 축복을 받을 수 있다.
정말 미쳤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스펙이다.
여기에 성검 자체에 내장되어 있는 어마어마한 양의 마력과 그것을 다루는 성검의 능력을 더해야 한다.
이러니 상태가 이상한 검령이 들어 있다 해도 함부로 버릴 수가 없다.
천변기를 검집의 형태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 검집에 성검을 꽂아 넣었다.
천변기는 성검의 길이와 넓이에 맞춰 크기를 조절했다.
“자, 이대로 가지고 다니면 되지?”
[네! 용사님!]“대신 몇 가지 약속해야 된다. 함부로 네 힘을 사용하지 말 것. 사용하더라도 그 전에 내 허락을 받을 것. 그리고 한동안 네 역할은 적을 베는 게 아니라, 검집에 꽂힌 채 나랑 검에 대해 토론하는 게 될 거야. 너무 섭섭해하지 말고.”
[넵, 알겠습니다, 용사님.]대답은 잘한다.
그건 그렇고.
“이제 용사도 아닌데, 용사라고 부르지 않아도 돼.”
[예? 용사님이 아니셨습니까?]“응.”
[그럼 뭐라고 불러야 합니까?]“글쎄.”
나도 막상 생각해 보니 마땅한 호칭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럼… 주인님? 주인님이라고 부를까요, 주인님?]“…아니, 하지 마.”
아저씨 목소리가 나보고 주인님이라고 하니, 좀 그래.
게다가 묘하게 애교가 느껴지는 말투라 더 역겨워.
왜 중저음의 목소리에 콧소리를 섞는 거야.
[넵, 안 하겠습니다.]기분이 찝찝해졌다.
잠시 성검에게서 신경을 돌려 영혼검에 깃들어 있는 세레지아에게 말을 걸었다.
“세레지아 경.”
[예.]“주인님이라고 한번 해 볼래요?”
[싫습니다.]순식간에 예전의 말투로 돌아간 세레지아가 차갑게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