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torial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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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화. 튜토리얼 27층 (4)
던전의 상층을 지나 중층으로 향하는 통로에 다다르자, 비로소 번잡스러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대륙 간 지하 통로를 이용하는 사람들이나, 약초 혹은 몬스터의 사체 등을 찾아다니는 모험가들이나 용병들은 대개 던전의 상층만을 이용한다고 한다.
덕분에, 던전에 진입한 지 이틀 만인 오늘, 조용함을 만끽하며 차분히 걸을 수 있었다.
“중층까지는 얼마나 걸리지?”
“사흘 정도 걸려요.”
길다.
상층에서 중층을 잇느 통로일 뿐인데, 삼 일이나 걸린다니.
“통로치고는 너무 긴데.”
“그냥 통로가 아니니까요. 정식 명칭은 아니지만, 이곳은 통로라기보다는 중상층이라고 보시는 게 맞아요.”
중상층이라.
전에 아이가 던전에 대해 설명해 주었을 때, 중상층에 대해서는 들어 보지 못했다.
그러고 보니 중층에 대해서도 설명하지 않았었다.
던전에 들어온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니, 아이가 그때 해 주었던 설명 중 영양가 있는 건 전혀 없었다.
“중상층에는 뭐가 있지?”
“중상층은 보통 대륙 간 통로보다는 도피처로 쓰여요. 밖에서 죄를 짓거나, 저주에 걸린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 몇 개 있어요.”
마을 규모냐…….
“생각보다 굉장히 넓은 모양이네.”
“예. 오히려 상층보다도 넓으니까요. 하지만 우리는 중층으로 바로 향하는 길목을 이용할 거라, 사흘 정도면 통과할 수 있을 거예요.”
마을에서와는 달리, 제법 영양가 있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아이의 설명이 얼마나 정확하고 알찬 내용이었는지는 알 수 있었다.
“통행세.”
길목을 점거하고, 당연하다는 듯이 돈을 요구하는 도적놈들을 보고 잠시 고민했다.
그냥 주고 통과할까.
[모처럼인데, 깔끔히 죽이는 게 어떻습니까, 용사님.]넌 좀 조용히 해 봐, 사이코패스 마검 놈아.
아이를 바라보았지만, 아이는 당연히 통행세는 내야 된다는 듯 나를 마주보고 있었다.
그리고 어제 준 선금으로 통행세를 직접 낼 생각은 없어 보였다.
[용사님, 우리는 지금 잔돈이 없습니다. 보석으로 값을 치러야 하는데, 그 보석들을 받으면 그냥 보내 주기보다는 더 털어먹으려 할 겁니다.]그렇겠지.
그래도 혹시 몰라 통행세를 줘 보기로 하였다.
어디 감시 수정이라도 박혀 있으면 일이 귀찮아진다.
이곳은 지하 통로다.
주변 지리에 밝은 놈들이 적이 된다면, 통로를 무너뜨려 매몰된다거나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인벤토리에서 보석 하나를 꺼내 던져 주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보석을 받아 든 도적의 대장은 잠시 고민하더니 물었다.
“목적지를 물어도 되겠습니까?
세레지아의 예상이 틀렸다.
생각보다 고분고분한 말투네.
“중층입니다.”
옆에서 아이가 불쑥 말했다.
남자는 아이를 쓱 보더니 말했다.
“안내자였구나.”
“예.”
남자는 다시 내게로 고개를 돌려 물었다.
“중상층에는 볼일이 없으십니까?”
“예. 바로 중층으로 내려갈 생각입니다.”
다시 아이가 말했다.
“그럼 저희가 길을 안내해 드려도 되겠습니까?”
“예, 물론입니다.”
아이가 도적 무리 대장의 청을 수락했다.
나는 이곳에 아는 바가 없으니, 조용히 있기로 하였다.
아이가 도적 놈들과 몇 마디를 더 나눈 후, 우리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와 꼬맹이, 두 사람에 도적 한 놈을 추가한 세 명이서.
“아까 일에 대해서 좀 설명해 줘.”
셋이서 걷기 시작한 지 30분 정도가 지났을 때, 아이에게 말했다.
아이는 뒤에서 따라오는 도적의 눈치를 한번 살피고, 설명을 시작했다.
“중상층에는 사람들이 마을을 형성해 모여 산다고 말씀드렸지요?”
“응, 그랬지.”
“그 집단들 간에 전쟁 같은 게 진행되고 있거든요. 그래서 검사님처럼 강해 보이는 사람이 나타나면 혹시 다른 쪽에 가담하려는 사람이 아닌가 걱정하는 걸 거예요. 보통은 그냥 통과시키기보다는 합류를 권하거나 억지로 데리고 있는 경우도 많은데요…….”
그보다는 내가 중층으로 확실히 내려가는 것을 확인하는 선에서 만족했다는 뜻이다.
“아까 그 남자가 너보다는 눈치가 좋았구나.”
궁금증을 해결하고 계속 앞으로 걸었다.
멋쩍어 하는 아이와 함께.
* * *
“여기부터 중층이에요.”
길을 안내하겠다며 감시역으로 따라붙었던 남자는 어느새 돌아가 있었다.
중층의 입구라며 설명하는 아이의 얼굴은 전에 없이 불안해 보였다.
“중층에서는 정말 위험한 몬스터들이 출몰해요. 게다가 조명석도 박혀 있지 않고요……. 그리고…….”
“그래, 위험한 건 알았으니, 빨리 가자.”
“…그리고… 중층에서부터는 안내자가 없으면 절대로 밖으로 되돌아 나올 수 없어요.”
“그래, 혹시 위험한 일이 생기면 널 최우선적으로 지켜 줄게.”
아이는 내 말에도 안심이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계속해서 우물쭈물하고 있는 아이를 보며 생각했다.
이 아이가 하층까지 나를 안내하게 하려면, 선금으로 준 보석과 폭력, 어떤 것으로 설득해야 할까.
아무래도 후자로 생각이 기울었다.
어차피 선금으로 준 보석을 빼앗는다며 설득을 하려면, 어쩔 수 없이 강압적인 분위기가 동반될 것이다.
다행히 아이는 내 고민이 끝나기 전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선 메고 있던 커다란 배낭에서 짧은 완드 하나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나아가기 시작했다.
아이의 뒤를 따라 중층으로 내려가니, 확연히 달라진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잘 만들어진 지하 통로 같던 위와는 달리, 중층은 어둡고 삐뚤삐뚤한 땅굴이었다.
크기는 성인 한 명이 간신히 지나갈 정도의 좁은 통로였다.
“이건 너무 좁은데.”
“나중에 가면 커지기도 할 거예요. 중층은 좁은 통로와 넓은 공동이 반복해서 나오니까요. 워낙 크기가 제각각이라 마을 규모의 공터가 있기도 하지만, 기어서 지나가기 어려울 정도로 좁은 길목도 있다고 해요.”
그렇게까지 좁은 길목은 좀 불편하겠는데.
대답을 마치고, 긴장이 되는지 몸을 가늘게 떨면서 걸어가는 아이를 보았다.
아무래도 저 녀석, 중층에 온 건 처음 같다.
말에서도, 행동에서도 그게 드러난다.
과연 하층까지 갈 수 있을까.
[용사님, 저 아이가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듭니다만.]세레지아가 말했다.
아니야, 저 아이는 도움이 될 것 같아.
세레지아에게 답했다.
솔직히 안도하고 있다.
던전에 들어오기 전, 아이를 데리고 오면서 나는 두 가지 고민을 하고 있었다.
늦었지만, 마을로 돌아가 다른 안내자를 구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것과 그냥 안내자 없이 혼자 던전에 들어가는 것.
하지만 결국 귀찮다는 이유로 첫 번째 생각을 폐기했고,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두 번째 생각도 접어 두었다.
정말 다행이었다.
만약 혼자서 여기까지 왔다면, 나는 마을로 돌아가야 했을 것이다.
다른 안내자를 찾으러.
[성검이 된 지도 벌써 수백 년이 지났습니다만, 이런 기분은 처음이군요. 뭐라고 해야 할까요. 음…….]성검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토할 것 같습니다.]나도 그래.
[그렇습니까? 저는 별다른 게 느껴지지 않습니다만.]그야 세레지아는 마력을 자의로 퍼뜨릴 수 없으니까 그렇다.
이 중층의 던전은 특별한 속성이 있었다.
주변을 파악하기 위해 퍼뜨린 마력들이 어지러이 흔들린다.
허공에서 방황하던 마력은 주변을 벗어나지 못하다가, 그대로 소멸해 버린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곳에서는 마력을 이용해 주변을 감지하거나, 길을 찾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이 중층이 매우 넓고, 거기에 더해 좁고 꾸불꾸불한 길에 미로처럼 많은 갈림길을 가지고 있다면, 여기서 혼자 벗어나는 건 불가능하겠다.
아이가 말했던 대로.
[인식 저하 마법에, 마력 확산 방해 마법에, 뭔지는 모르지만, 무언가를 억제하는 마법도 있는 것 같고… 여러 가지가 뒤섞여 있군요. 제 실력으로는 디스펠을 할 수도, 그 실체를 파악할 수도 없는 수준입니다.]성검이 저렇게까지 말하는 걸 보면, 나 또한 자력으로 이 상태를 벗어나는 건 힘들 것이다.
다행히도 저기 앞에서 걷고 있는 저 아이는 이곳에서 길을 찾을 방도가 있을 것이다.
중상층에서 만났던 남자는, 우리가 중층으로 간다는 말에 아이를 보고 안내자라고 말했다.
마을에서 만났던 아줌마는 이 아이가 나를 하층으로 인도해 줄 안내자라 소개해 주었다.
분명 아이에게는 길을 찾을 수단이 있다.
그리고 그 수단은 아마 저 아이가 꺼내 든 완드겠지.
생각을 정리하고, 인벤토리에서 발광석을 꺼내 들고, 조용히 아이의 뒤를 따라 걸었다.
내게 어둠 속을 걷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만, 아이에게는 어려운 일일 것이다.
아이가 필요해진 만큼, 이 정도의 배려는 해 줘야 한다.
감각이 뛰어나니, 어둠 속에서도 잘 돌아다닐 수 있겠지만, 이런 좁은 토굴에서는 딱딱하고 울퉁불퉁한 벽이나 바닥 때문에 쉽게 다칠 수 있다.
아이는 불빛이 몬스터를 불러 모을 거라며 걱정했지만, 나는 괜찮다고 우겼다.
조명에 몬스터 유인까지, 일석이조다.
* * *
키에엑-
목이 잘려 죽은 몬스터의 사체를 보면서 아이에게 물었다.
“중층에는 죄다 이런 녀석밖에 없는 거야?”
“예… 뭐… 예… 그 정도의 몬스터가 대부분이죠…….”
실망이었다.
이 던전의 몬스터들은 죄다 어둠 속에 몸을 숨기고 있다가, 갑자기 튀어나와 습격하는 종류였다.
그 이후에는 그저 본능에 따라 빠르고 유연한 움직임에 날카로운 발톱이나 이빨에 의존해 적을 공격한다.
그게 끝이었다.
물론 굉장히 빠르고 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지만, 딱 그 정도였다.
발광석을 인벤토리에 대충 집어넣었다.
이 던전 중층에 서식하는 게 이런 몬스터뿐이라면, 굳이 이들을 유인해 내면서까지 죽이고 싶지 않았다.
[별로 만족스럽지 않으십니까, 용사님? 오랜만에 보는 피인데요? 뜨겁고, 비리고, 붉은 피예요! 유후! 용사님, 다음번에는 저를 휘둘러서 싸워 주시면 안 될까요? 네? 제가 이렇게 부탁할게여. 뀽?]이런, 미친놈.
성검은 이제 대놓고 피를 밝히고 있다.
[재미없군요. 이왕 검이 되어 살기 시작했으니, 검술을 아는 적을 베어 보고 싶었습니다. 검술을 모르더라도, 최소한의 지능이라도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요.]세레지아의 반응도 그리 바람직하진 않았지만, 나는 그녀의 의견에 동의했다.
이곳의 몬스터들은 지능이 너무 떨어진다.
“방금 그 몬스터는… 케이브 클락이라는 종입니다. 던전 중층에 있는 걸 감안하면… 2급 위험종… 이었는데요. 이게 원래 이렇게 한칼에 죽을 몬스터가 아닌데…….”
아이는 어느새 가방에서 꺼내 든 도감을 뒤적거리며 말했다.
발광석이 꺼졌는데도 도감을 읽어 내려가는 걸 보니, 역시 어둠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걸로 보였다.
확실히 방금 처치한 몬스터는 움직임의 속도나 가죽의 단단함을 고려했을 때, 상당히 위험한 놈이었다.
다만 이미 한 번 말했지만, 지능이 너무 떨어졌다.
“다음은 어디로 가야 하지?”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몬스터의 사체 뒤로 네 개의 갈림길이 존재했다.
아이는 갈림길의 앞에서 손에 든 완드를 꼭 쥐고, 정신을 집중했다.
갈림길을 만날 때마다 그래 왔듯.
5분쯤 지난 후, 아이는 눈을 떴다.
그에 맞춰 나도 눈을 떴다.
“가장 왼쪽 길, 이쪽입니다.”
* * *
벌써 이틀째 중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선 방향 감각에 의존해, 머릿속에 중층의 지도를 그리는 건 첫날 반나절 만에 포기했다.
분명 방향상 이전에 갔던 지역으로 돌아가는 갈림길을 따라가더라도 처음 보는 곳이 나온다.
아이에게 물어보니, 아까 그곳과 지금 이곳은 다른 곳이란다.
위치가 같아 보이지만, 아까 그곳은 아래층이란다.
왜 더 위로 올라가는 거냐고 물으니, 밑으로 내려가는 길을 찾아가다 보니 위로 올라가게 되었다고 한다.
그럼 왜 위에서 그 길을 찾지 않았냐고 물으니, 위에서 그 길목으로 바로 연결된 길이 없단다.
던전 안에서의 여정은 생각보다 피곤했다.
육체적인 제약이 걸리지는 않았지만, 좁고, 어둡고, 웅웅거리고, 이상한 냄새가 나는 곳에서 길도 모른 채 계속 돌아다닌 다는 것 자체로도 정신적인 피로를 느꼈다.
그렇게 이틀을 빙글빙글 돌다 보니, 머릿속 지도고 뭐고 다 집어치우게 되었다.
대신 아이가 갈림길을 만날 때마다 완드를 들고 정신을 모으는 순간 집중했다.
다섯 개의 갈림길.
두 개의 갈림길은 위로, 세 개의 갈림길은 아래로 향한다.
하지만 갈림길이 뚫려 있는 방향이 그럴 뿐, 정작 가다 보면 어느 방향으로 향하는 갈림길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아이는 막힘없이, 주저 없이 갈림길을 선택하고 있다.
비록 이틀 동안이나 이 중층에 머무르고 있었지만, 그건 중층이 지나치게 넓은 탓이지, 아이가 길을 찾지 못해 헤매고 있는 것이 아니다.
아이는 이곳의 지리를 외우고 있다고 답했지만, 그건 거짓말이다.
이건 외워서 갈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외우지 않았다면 어떻게 갈림길을 알아내는 걸까.
마력을 퍼뜨려 앞을 내다볼 수도 없다.
머릿속에 지도를 그리고, 맞는 길을 택한다?
불가하다.
갈림길에 안내자만이 알아볼 수 있는 표식이 있다?
이틀 내내 꼼꼼히 살펴보았지만, 표식 비슷한 것도 없었다.
단순히 판단력과 예측을 통해?
마찬가지로 불가능하다.
만약 아이가 자신의 지식과 지혜를 이용해 이 길을 찾아내고 있는 거라면, 그건 예지에 가깝다.
마지막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건, 당연한 말이지만, 저 완드다.
완드가 내비게이션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서 다시 의문을 갖는다.
그렇다면 마도구의 일종인 저 완드는 어떻게 길을 찾는가.
마력 방해가 광범위하게 깔려 있는 이 던전에서.
아이가 눈을 감는다.
나도 같이 눈을 감았다.
아이는 갈림길 앞에서 정신을 집중하는 척하며 완드의 손잡이 아래 부분을 몰래 쓰다듬는다.
다음 순간, 완드는 마력을 발한다.
그 마력은 갈림길을 향해 뻗어지지 않는다.
그저 주변을 방황하다 덧없이 소멸된다.
내 마력이 그러하듯.
아이가 눈을 뜬다.
나도 같이 눈을 떴다.
“오른쪽에서 두 번째 길이네요. 이쪽입니다.”
* * *
위아래가 없는 네 개의 갈림길을 앞에 두고, 아이가 발걸음을 멈추었다.
이제껏 그래 왔듯 완드를 꼭 쥐었다.
아이가 눈을 감았다.
나도 눈을 감았다.
첫 번째는 아니고.
세 번째도 아니다.
네 번째는… 좀 애매하다.
[저는 전혀 모르겠습니다.] [세 번째 같은데요, 용사님?]세 번째는 아니야.
네 번째도 아닌 것 같다.
두 번째다.
이제 내가 맞는 길을 택했는지 확인해 보자.
아이가 눈을 떴다.
나도 눈을 떴다.
“왼쪽에서 두 번째, 이쪽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