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torial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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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토리얼 31층 (5)
자신을 올폴 그룹의 악마라고 소개한 그는 다시 한 번 마법진을 활성화시켰다.
자신이 왔던 좌표를 목표로.
[그냥 죽이시죠.]전음으로 성검에게 이유를 물었다.
왜?
[그냥요.]아무래도 이 녀석은 근신이 부족했다.
그래도 지금 당장 성검을 인벤토리에 처넣는 건 아닌 듯싶었다.
대신에 조만간 한두 달쯤 넉넉잡고 인벤토리에 가둬 두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어느새 마법진을 완전히 활성화시킨 악마가 내게 손짓했다.
“이리 와서 마법진 앞에 서라, 신참.”
나를 직접 자신들의 본거지로 소환해 주겠다는데, 망설일 이유가 뭐 있겠는가.
거침없이 걸어가 마법진 위에 섰다.
[함정일지도 모릅니다, 용사님. 만약 저게 텔레포트 마법진이 아니라면 어쩌시려고요.]저거 텔레포트 마법진 맞아.
[어떻게 확신하십니까?]예전에 저거 타 봤다니까, 두 번이나.
[보통은 두 번 타 본 걸로 마법진의 종류를 확신하지 못합니다. 만약 저들의 본거지가 아니라, 다른 위험한 곳으로 향하는 마법진이면 어쩌시려고요.]괜찮아. 그러면 내가 구동을 취소시킬 수 있어. 그럼 다시 이곳으로 역소환되더라고.
[…그게 됩니까?]된다.
세레지아와 마법진을 처음 탈 때 해 봤거든.
덕분에 마법진을 연속으로 세 번이나 구동시킨 세레지아의 멀미가 굉장했었지.
그때 세레지아는 마법진에 아무런 이상이 없는 체했었다.
마법진에 이상을 초래한 게 나라는 것도 모르고.
악마가 마법진을 구동시키기 전에 말했다.
“신참, 노파심에 하는 말이지만, 귀 기울여 들어라. 올폰 앞에서 경거망동해서는 안 된다. 너처럼 마왕의 자리에 도전하고자 하던 악마들이 이전에 없었던 것도 아니고, 그들 중 올폰 앞에 소환된 이도 적지 않다. 네 잘난 마법을 믿고 오만한 태도를 보였다간 큰일이 벌어질 거다.”
“어떤 일이 벌어지는데?”
“글쎄, 모르긴 몰라도, 네가 다음에 향할 곳이 위가 아니라 밑이 되겠지.”
뭔 소리야, 저게.
중의적인 표현인가.
“신참, 네 목표는 마왕의 좌에 도전하는 것이겠지.”
“굳이 따지자면 그렇다고도 할 수 있겠네.”
“네가 지금부터 만나게 될 분은 이미 한번 마왕의 좌에 앉으셨던 분이시다.”
내 의구심이 다 해결되지도 않았는데, 악마는 마법진을 구동시켰다.
눈앞에 공간이 일그러졌다.
이리저리 흔들리던 공간은 어느 순간 허공의 어느 점을 기점으로 찢어지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종이가 찢어지듯 공간이 찢어졌다.
공간이 찢어진 틈 너머로, 다른 공간이 보였다.
미친 듯이 흘러나오는 마력으로 보아, 그곳이 올폰이 있는 곳임을 알 수 있었다.
[텔레포트 마법진 아닌데요?]“…그럴 수도 있지.”
“뭐가 말인가.”
성검의 말에 무안해져 한 혼잣말에 악마가 반응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용사님, 용사님? 저거 텔레포트 마법진 아닌데요? 저거 차원 게이트인데요? 마법진 딱 보면 안다고 하시지 않았나요? 이런, 세상에, 전 꿈에도 몰랐습니다. 설마 전지전능하신 용사님이 이런 실수를 하시다니요. 이거 참, 수백 년쯤 살다 보니 이런 일도 다 있네요. 후, 후, 후, 후.]적당히 해라.
[에베베베.]이번 층을 클리어하면 반드시 사일런스 인첸트 스크롤을 찾아보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옆의 악마와 함께 게이트를 넘었다.
공간의 틈을 넘어가자, 찢어져 있던 공간의 틈이 다시 아물었다.
굉장한 고위 마법으로 보인다.
내가 저걸 배우려면 얼마나 걸리려나.
마법에 대한 열망이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그때 저 앞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연회 자리처럼 꾸며진 이곳의 가장 상석에 앉아 있던 악마의 말이었다.
수많은 악마가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특이하게도 악마들이 앉아 있는 자리에는 고저의 차이가 없었다.
악마들의 숫자는 정확히 89.
하나하나가 쉽게 만나기 힘든 강자이었다.
하지만 저 상석에 앉아 있는 악마의 존재감에 모두 조그맣게 보였다.
“어서 와라, 신참.”
단조로운 말이었고, 부드러운 말투였다.
목소리의 크기 또한 크지 않았다.
오히려 조용한 목소리였다.
하지만 그 목소리에 실린 힘이, 마력이 그 존재감을 만들었다.
내게 말을 건 상석의 악마는 나와 수평적인 위치에 앉아 있었지만, 어째서인지 그의 존재감이 내 머리 위와 등 뒤마저 점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귀여운 마법검을 가지고 있군그래.”
“남의 대화를 엿듣는 건 실례라고 엄마가 가르쳐 주지 않던가?”
내 말에 연회 자리의 분위기가 일변했다.
험악해지다 못해 살벌한 분위기가 되었다.
연회가 이러면 쓰나.
괜히 분위기를 망친 듯싶다.
“나에 대해 모르는군.”
“굳이 알아야 되던가?”
이제 연회장의 분위기는 내 몸을 직접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베일 듯한 분위기.
평범한 인간이었다면, 정말로 몸이 갈기갈기 베여 죽었을 것이다.
“나는 저 세 번째 계층,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태어났지. 내겐 어미도, 아비도 없다. 나는 홀로 태어났고, 홀로 존재하며, 나를 증명한다.”
홀로 존재하며 자신을 증명한다, 라.
그게 과연 한 인격체로서의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충분한 걸까.
자존은 말 그대로 자존일 뿐이다.
그보다 중요한 게 있었다.
눈앞에 저 악마는 굉장한 이점을 날 때부터 가지고 태어난 것이다.
“그러니까 폐드립 면역이라는 거네. 거 좋겠다, 야.”
쾅-!
분위기가 폭발했다.
악마들이 일시에 험악한 기세를 내뿜으면서 그 충돌로 인한 폭발이 발생했다.
폭발로 인해 발생한 바람 때문에 머리칼이 뒤로 넘어가는 것을 느끼며 생각했다.
실험하다 30층을 날려 먹은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저것도 조절을 못 해서 폭발을 발생시키냐, 반 푼이 같은 놈들.
악마들이 뭐라 뭐라 괴성을 지르며 나에 대해 무언가를 성토했다.
안타깝게도 그 내용은 알아들을 수 없었다.
이곳의 악마들이 사용하는 은어인지, 악마족의 고어인지는 몰라도 번역이 되질 않았다.
다행히 그 뜻은 얼추 알아들을 수 있었다.
한참이 지나자, 상석에 앉아 조용히 침묵하던 올폰이 다시 입을 열었다.
올폰의 표정은 그리 노여워 보이지 않았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건 그저 권태뿐이었다.
“보고를 듣고는 오랜만에 뛰어난 마법사가 등장했다고 생각했었지. 하지만 정작 나타난 건 귀한 마법검을 가지고 있는 얼간이였다. 말해라, 신참. 무얼 믿고 그리 멍청한 거지?”
마법사라.
내가 이런저런 마법으로 검을 조작하는 전투 마법사라고 여긴 모양이다.
그러다 그 능력이 온전히 성검 본인의 것임이 확인되자, 실망스럽겠지.
게다가 내게서 느껴지는 마력과 힘은 그다지 눈에 차지 않을 것이다.
저 반 푼이들은 항상 저게 문제다.
“이곳으로 불려 왔던 악마들 중엔 진지하게 마왕에게 도전하고자 하던 이들도 많았다. 실제로 마왕에게 도전할 수 있는 곳의 문턱까지 도달한 이도 있지. 하지만 네놈은 무엇이냐. 무슨 생각으로 이곳에 왔는지조차 모르겠구나. 네 목적이 무엇이냐. 죽기를 원하는 것이냐, 아니면 그저 미쳐서 날뛰는 것뿐이냐.”
내가 원하는 것이라.
글쎄.
“일단은 마왕을 처치하는 것이겠지.”
“갈수록 농담이 재미없어지는군. 네놈이 마왕을 처치하는 건 불가능하다. 사실 다른 누구도 마찬가지겠지만.”
“마왕을 처치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그래.”
마왕을 처치하는 게 불가능하다, 라.
혹시 마왕은 불사라든가, 정신체라든가 그런 특징을 가지고 있는 걸까.
묘하게 이것저것 잘 설명해 주는 올폰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았다.
“말 그대로 마왕을 처치하는 건 불가능하니까.”
그게 뭔 멍청한 대답이야.
“현대의 마왕은 역대 최강이다. 그 사실은 분명하지. 이 내가 장담한다. 그가 소멸하기 전까지, 그를 꺾고 마왕의 자리를 노릴 수 있는 악마는 없을 것이다.”
“결국 마지막까지 멍청한 대답이었네.”
“어째서 그리 생각하는가?”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
멍청한 대답을 멍청하다고 하지, 그럼 뭐라 하겠는가.
“너희는 늘 그렇지. 날 때부터 상상을 초월하는 힘과 마력을 지니고 있어서인지, 그게 전부라고 생각한단 말이야.”
“…그건 무슨 뜻이지?”
“그 힘을 어떻게 더 잘 휘두를까에는 관심이 없고, 단순히 어떻게 더 큰 힘을 가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만 고민하지. 그리고.”
“그리고?”
“절대적인 힘의 총량을 과신해.”
여기 있는 악마들이 지닌 힘은 분명 나를 압도하고 있다.
이곳에 모인 89명의 악마에 대항해, 89명의 이호재가 이곳에 있다 한들 그 힘에 비할 수 없을 것이다.
89명의 이호재조차 저 올폰 하나를 앞서지 못한다.
그만큼 확연한 차이가 있다.
하지만.
나는 이미 확신하지 않았던가.
나는 이곳에서 확고부동한 강자의 위치에 있다.
그 위치는 내 근력과 마력만이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다.
검술과 방패술 등의 기술과 지금껏 쌓아 온 경험들도 아니다.
내가 가진 재능과 센스 또한 아니다.
일수에 하늘을 무너뜨리고, 지반을 파헤치는 강자들이 돌아다니는 세계에서 강함의 기준은 무엇으로 보아야 하는가.
저들처럼 마력의 총량을 기준으로 삼는 건, 너무나도 멍청한 일이다.
내 생각에 객관적인 강함의 기준은 승리가 되어야 한다.
더 높은 승률이야말로 더 강함을 의미한다.
강한 자가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승리한 자가 강자다.
여러 번 말했듯, 나는 이곳에서 확고부동의 강자이고, 저 악마들을 상대로 내가 승리를 거둘 확률은 분명 과반을 넘어간다.
“정말로 죽고자 이곳에 찾아온 모양이군.”
내가 기세를 끌어 올리자, 그것을 느낀 올폰이 말했다.
명백히 전투를 준비하고 있음에도 저토록 태연하다.
힘을 가지고도 휘두를 줄 모르고, 그것에 취해 긴 세월 동안 살면서도 진정한 강함을 볼 수 있는 눈조차 얻지 못했다.
적수 지정 스킬의 대상조차 되지 못한다.
그저 비대한 힘을 가진 사냥감들.
이들은 언제까지 나를 실망만 시킬 셈일까.
“한 가지만 더 물어볼게.”
악마들은 마력에 의한 폭발에 크게 괴로워한다.
물론 저들의 마력에 의한 폭발에는 별 피해가 없다.
조금 전 그러했듯.
하지만 나와 성검이 일으키는 폭발에는 굉장한 타격을 입었다.
육체적으로도, 심적으로도.
우리의 마력에 깃들어 있는 신성력 때문일 것이다.
마력에 녹아 있는 신성력이 폭발과 함께 사방으로 터져 나가면서 그들을 공격한다.
마침 폭발을 위해 좋은 것을 준비해 두었다.
31층에 진입하기 직전, 나는 오러의 구체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천천히 회전시키며 유지시켜 왔다.
지금 이 순간까지도.
그에 더해 하루에 구체 하나씩을 더 추가해 왔다.
현재 내 머리 위에서 돌아가고 있는 오러의 구체는 총 세 개.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냐?”
여전히 태연한 올폰의 목소리에 피식 웃으며 물었다.
“고통에는 익숙한가?”
난 존나게 익숙한데.
내 말이 끝나는 동시에 투명하던 오러 구체가 백열하며 밝게 물들었다.
초고속으로 회전하며 마찰하기 시작하는 오러들이 폭발하기 직전, 나는 그것의 구속을 포기했다.
[빛의 신이 신나 합니다!]그리고 악마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쾅!
등 뒤에서 발생한 강한 폭발에, 몸에 직접적으로 충격이 쏟아졌다.
견뎌 냈다.
점멸은 아껴 두었다.
대신에 탈라리아의 날개와 불굴을 사용했다.
두 스킬은 적들의 힘에 따라 내 능력치를 상승시켜 주었다.
악마들은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는 폭발의 충격파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마력의 폭풍은 그들의 감지 계통을 혼란시켰고, 마법의 시전을 방해했다.
강한 빛과 소음은 그들의 눈과 귀를 멀게 했다.
마력에 섞여 쏟아지는 신성력은 그들에게 피부를 불태우는 백린탄이나 다름없었다.
허리춤의 영혼검을 빼 들었다.
그 와중에 정신을 차린 악마들 몇이 시전한 마법들이 내 앞을 가로막았다.
보호막, 결계, 트랩, 환각, 내 발을 묶는 방해 마법, 요격을 위한 공격 마법들이 눈앞을 어지러이 메웠다.
탄막 게임이 따로 없네.
내가 이런 건 또 기가 막히게 잘한다.
[용사님, 저도 껴도 될까요? 제발요, 제발요!]“조무래기들만 처리해! 가운데 있는 놈들은 다 내 거야!”
성검은 전개되는 마법들을 빙 돌아, 구석의 악마들에게로 향했다.
성검에게 사냥감을 다 뺏기기 전에 이 마법들을 헤쳐 나가야 한다.
눈앞으로 날아드는 마법들을 피해 뒷걸음질 치기보다는 오히려 앞으로 내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