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torial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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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화. 튜토리얼 35층 (1)
성검은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내었다.
마왕 근처로 날아간 성검은 에고 소드를 신기해하는 마왕에게 어떤 말을 속삭였고, 마왕은 그 말을 듣자마자 대노했다.
이후 벌어진 전투는 일방적이었다.
아무리 힘의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26층에서 이미 한 번 쓰러뜨려 본 마왕이었다.
나는 이전에 비해 더 빨라졌고, 더 강해졌다.
마왕의 움직임에 대응할 수 있었고, 내 공격은 이제 마왕에게 유의미한 피해를 주었다.
방어적으로 마왕의 공세를 막아 내며, 얕은 견제를 섞어 시간을 끌었다.
그러다 결정적인 순간 광검의 사용으로 승부를 결정지었다.
검술의 기본적인 운용 방식 그대로 승리했다.
전부터 느끼는 거지만, 이 검술은 자신보다 강한 적이나, 더 많은 적을 상대로 효율적이다.
새삼 16층에서 만났던 기사에게 감사했다.
“그래서.”
[네?]“뭐라고 했길래 마왕을 그렇게 화나게 한 거야?”
마왕은 성검이 속삭인 어떤 말을 듣자마자 미친 것처럼 달려들었다.
덕분에 전력을 끌어내겠다는 내 목적은 쉽게 달성되었지만, 마왕쯤 되는 적이 자기 몸을 돌볼 생각도 없이 달려드니, 제법 버거웠다.
[그건 말이죠.]“응.”
[비밀입니당. 뀽.]순간 성검을 때려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이지만, 마왕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튜토리얼, 헬 난이도 34층을 클리어하셨습니다.] [모든 상태 이상과 부상이 회복됩니다.] [클리어 보상으로 6,0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최초 클리어 보상으로 6,0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당신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신이 다수 존재합니다. 4,3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당신에게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신이 다수 존재합니다. 1,200포인트가 차감됩니다.] [플레이 기록을 바탕으로 추가 보상을 지급합니다.] [4,4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이번에도 별다른 추가 보상은 받지 못했다.
내게 관심을 갖고 있는 신은 많지만, 권능을 선물하는 신은 생각보다 적다.
당장 빛의 신만 해도 관심을 보이면서 추가 보상을 선물하긴 했지만, 권능을 선물하지는 않았다.
각 신별로 한 명의 도전자에게만 권능을 선물할 수 있다는 제약 때문일까.
죽음의 신처럼 자신의 신명을 드러내지 않고 권능을 선물하는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들었지만, 보통은 하지 않는 선택인 듯싶었다.
더 생각할 것도 없으니, 홀가분하게 포탈에 올라섰다.
* * *
“너무 쉬웠다공?”
“어.”
“사실 마왕은 상당히 강력한 존재야. 그다지 쉬운 스테이지는 아니었는뎅.”
“34층에서 등장한 마왕은 적당한 난이도를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해. 솔로 스테이지였으니까. 하지만 그 이전 층들은 지나치게 쉬웠던 것 같아.”
내 말에 키리키리가 콧등을 긁적였다.
별로 공감하는 표정은 아니었다.
“31층에선 변두리의 약한 악마들만 골라서 처치하면 무난히 증표 천 개를 모을 수 있었어. 금고 역할을 하고 있는 악마들을 죽이면 수십, 수백 개를 얻을 수 있겠지. 32층과 33층은 파티 플레이였고.”
“으응… 그렇긴 한데.”
“전에 분명히 30층 이후로는 제법 어렵다고 하지 않았어?”
내 추궁에 키리키리는 곤란한 표정이 되었다.
내가 키리키리의 말을 듣고 30층 이후를 얼마나 기대하고 있었는데.
혹시 실수였다던가, 잘못 말한 것이라면 키리키리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을 것이다.
케이크 안 사줄 거다.
“아아앙! 아니야! 잘못 말한 거 아니양!”
“그럼?”
“전제가 잘못된 거야.”
“자세히 설명해 줘.”
키리키리는 설명에 앞서 망설이는 모습을 보였다.
“힝… 다 설명해 주기에는 비싼 정본데.”
“어차피 급하게 들어야 할 정보가 있는 것도 아니잖아. 그냥 말해 줘.”
스테이지 공략에 필요한 정보는 그리 급하지 않았다.
최소한의 정보만 있어도 난이도상 무난히 클리어하고 있으니까.
“최대한 짧게 설명해 줄게. 우선 악마들은 그리 약하지 않아. 변두리에 있는 악마들도.”
약하던데…….
“그들이 가진 힘뿐만 아니라, 높은 지능과 교활하고 잔인한 성격은 그 이상의 위험성을 가지고 있어.”
31층 변두리에서 만난 악마들을 떠올려 보았다.
그들의 지능 때문에 골머리를 썩은 적은 없었다.
“그건 호오우재애가 너무 강해서 그래. 머리를 굴릴 새도 없이 처리해 버렸으니깡. 그리고 몇몇 악마는 호오우재애에게 좋은 인상을 사서 목숨을 부지했잖아.”
그러긴 했다.
대부분 피해자의 위치에 있던 악마들이었지만.
“피해자라고 선량한 건 아니양. 거기 있는 건 전부 악마니까, 특히 더 그렇지. 그들을 호오우재애가 무조건적인 피해자라고 인식한 건, 그들의 행동거지 때문이었어. 그리고 그 모습은 그들이 의도적으로 연출한 거고.”
으음…….
“호오우재애가 약했다면, 그들은 스스럼없이 등에 칼을 꽂았을 거야.”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내가 그들을 신경 쓰지 않은 것은 나와 그들 간의 격차도 분명 한몫했으니까.
악마들은 내가 그들에게 별 관심이 없다는 걸 눈치채고, 신경을 거스르지 않은 채 조용히 넘어가는 걸 원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31층에서 피해자였던 악마들에게 이것저것 캐물을 때, 기절해 버리는 악마 하나를 그대로 내버려 두자, 다른 악마들도 정보를 묻는 족족 기절하곤 했다.
“그럼 올폰 같은 악마들은, 그것들은 똑똑하다기보다 오히려 멍청해 보였는데.”
“그럴 리가… 그것도 호오우재애가 너무 강해서 그랭.”
“너무 약해서 그런 게 아니라?”
올폰이나 그 수하 악마들은 분명 강대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나에 비해 훨씬 방대한 양의 마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들도, 나도 그 사실을 분명히 인지했다.
“호오우재애의 마력은 대부분 감춰져 있으니까. 호오우재애의 힘을 전부 파악하지도 못한 거징.”
몸속을 순환하는 마력은 회로를 일순할 때마다 일정량이 체외로 흘러나간다.
그리고 그렇게 흘러나가는 마력 양은 다른 사람이 가진 마력의 성격이나 그 양을 측정하는 지표가 된다.
더불어 상대의 기세 또한.
하지만.
“애처럼 마력을 질질 흘리고 다닐 레벨은 아니잖아.”
키리키리가 고개를 휙휙 저었다.
“그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양.”
그리 어렵지는 않던데.
“마력 양도 오판했고, 기세도 읽지 못했어. 그러니 얕볼 수밖에. 마력 보유량의 차이가 그만큼이나 나는데, 정작 실력 차이가 그 이상으로 날 거라고는 그 악마들도 생각하기 힘들었겠지.”
그런가.
키리키리의 설명을 듣다 보니 수긍이 되었다.
마력의 낭비를 줄이기 위해 갈무리해 둔 마력 때문에 상대가 나에 대해 그렇게까지 오판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특히 마왕이나 올폰 정도 되는 적이.
잠시 고민했다.
우선 이 사실은 내 전력에 큰 도움이 된다.
올폰이나 다른 악마들이 그러했듯, 내 전력을 적이 다 파악하지 못했다는 건, 승부에 있어 굉장한 이점이 된다.
하지만 계속해서 적이 나를 얕본다면, 원하는 대로 싸우기 불편해질 수도 있다.
의도적으로 마력을 풀어 상대를 위압해 봐야 하나?
나보다 마력이 훨씬 많은 적을 상대로?
여태 그런 방법을 사용하지 않은 이유는 간단했다.
비효율적이다.
그렇다면 마력이 아닌 기세만을 풀어낼 수 있을까?
힘의 낭비 없이 기세만을 방출할 수 있다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음… 방법이 바로 떠오르진 않는다.
이건 좀 고민해 봐야겠다.
만약 가능하다면,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고민을 마치고 키리키리를 보았다.
궁금증도 해결해 주었으니, 케이크를 선물해 주기 위해 상점창을 열었다.
“잠깐망.”
“응?”
“그 전에 할 얘기가 있어.”
상점창에서 케이크를 구매하려던 그 자세 그대로 굳어 버렸다.
키리키리가 케이크를 뒤로 미루다니.
할 이야기가 무엇인지 짐작 가는 바가 없었지만, 불길한 예감에 몸이 굳었다.
* * *
“다음 층?”
“응, 다음 층에 대해 설명해 줄게.”
시스템적으로 뭔가 변동이 있거나 문제가 생긴 줄 알았는데, 다음 층에 대해 설명해 주겠다니.
물론 다음 스테이지의 위험성 때문에 키리키리가 자세히 설명해 준 적이 이전에 없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정색을 하고 설명해 준 적은 없었다.
그만큼 위험하다는 걸까?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키리키리의 얼굴이 보였지만, 가슴 한구석이 설렘으로 뜨거워지고 있었다.
“다음 층은 일정 시간 동안 살아남는 게 주 테마야.”
시간 제한이 있는 서바이벌.
듣기로는 12층 스테이지와 비슷해 보인다.
그때처럼 인벤토리창이 봉인되는 등의 제약이 있는 걸까?
“다음 층은 1층부터 시작될 거야.”
응?
“우선 1층에서 한 시간을 버텨야 해. 그다음으로 2층에서 두 시간, 3층에서 세 시간. 이런 식이야.”
“이미 지나왔던 층에서 일정 시간 동안 버티는 거라고?”
“응. 1층부터 34층까지. 약 24일 동안.”
키리키리가 말해 준 정보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저층에서 오랜 시간을 버티는 건 어렵지 않다.
당장 헬 난이도 1층에 육포와 물로 연명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인벤토리와 장비들은 모두 압수될 거야.”
“내가 들고 들어간 아이템들은?”
“마찬가지로 압수. 시작 무기도 없이, 맨손으로 시작해야 해.”
그건 좀 심하다.
맨손으로 1층에 떨어뜨린다고?
마법사나 사제 종류의 클래스를 가진 도전자는 빼도 박도 못하고 여기서 죽겠는데?
“그동안의 성장도 사라져. 레벨 1부터 다시 시작해야 해.”
“뭐?”
“처음 튜토리얼에 들어왔을 당시의 몸 상태로 돌아가. 35층을 진행하는 동안에만.”
잠시 키리키리의 말을 곱씹어 보았다.
단어 하나하나가 이상하게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 느낌이다.
천천히 그녀의 말을 이해했다.
그리고.
“야! 그건 좀 심하잖아!”
“내가 만든 거 아니양!”
버럭 소리친 나를 향해 키리키리가 마주 소리를 질렀다.
젠장, 한동안 잠잠하다 싶었더니, 이 미친 신들이 또 일을 저질렀다.
제정신이냐.
그동안의 성장을 롤백시키겠다고?
[모험의 신이 억울해합니다.]억울해하든, 말든 생각을 계속했다.
1층에서 생존할 수는 있다.
1층의 테마는 함정이고, 함정 앞까지 나아가지만 않으면 죽을 일은 없다.
문제는 스테이지가 시작되자마자 위험이 다가오는 층들이다.
당장 31층만 봐도, 입구에 있던 악마 둘과 마주치게 된다.
1층의 몸 상태로 악마 둘이라.
백 번 싸워도 백 번 모두 찢겨 죽을 거다.
“대신 새로이 성장이 가능해.”
“성장이?”
“1레벨로 돌아간 만큼, 1레벨에서 다시 성장할 수 있어. 스킬도 새로 얻고.”
처음부터 다시 할 수 있다는 말이다.
다만, 문제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1층에서 34층까지 올라오는 데 고작 24일이 걸린다 했다.
24일 동안 모든 스테이지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만한 성장을 할 수 있을까?
확신할 수 없었다.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게 있엉.”
열심히 고민하고 있는데, 키리키리가 내 옷소매를 잡고 말했다.
“이것 때문에 미리 스테이지에 대해 자세히 알려 준 거야.”
“뭔데 그래.”
“제발 부탁이니까.”
그녀가 부탁을 운운하는 시점에서, 키리키리의 입에서 나올 다음 말을 예측할 수 있었다.
“너무 무리하지 마. 35층은 적들에게서 살아남는 것보다, 그동안의 성장이 사라진 자신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중점을 둔 스테이지야. 그걸 명심해야 해.”
자신을 어떻게 대하느냐라.
하루아침에 무능력자가 된 자신의 몸을 보며 자괴감이라도 느껴 보라는 건가.
“35층 스테이지는 힘으로만 클리어할 수 있는 게 아니야. 공략과 전투보다는 생존만을 위해, 화술이나 은신 등의 보조 기술들을 활용해서 클리어해야 해.”
어찌 되었건, 스테이지 진입 시점부터 위험이 몰아치는 스테이지는 별로 없다.
더군다나 초반에 등장하는 적들은 대부분 수동적이다.
수동적일 뿐만 아니라, 태도에 따라 적들을 내게 호의적으로 만들 수도 있다.
도플갱어가 등장했던 16층을 생각해 봐도 그렇다.
그러니 무리해서 달려들지 않는다면, 어떻게든 생존은 도모할 수 있다.
하지만.
“글쎄.”
그게 내 마음대로 돼야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