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torial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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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토리얼 35층 (4)
[레벨 업] [힘이 1 상승했습니다.] [민첩이 1 상승했습니다.]레벨 업 메시지와 함께 통로의 끝에 도달했다.
벽으로 막혀 있는 것을 보아, 이곳이 3층 보스룸의 끝인 듯싶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젠장, 클리어도 없는 거냐.
너무하네.
클리어 보상도 없고, 체력 회복도 없다는 거잖아.
[24회 차, 2일. 5시 55분]딱 5분 남았네.
아슬아슬했다.
벽에 기대어 앉았다.
“상태창.”
[이호재 (인간)]Lv.4
힘 : 13
민첩 : 15
체력 : 15
마력 : 22
스킬 : 전투 집중 Lv.21 의지 Lv.4 각성 Lv.7 질주 Lv.1 자연 치유력 Lv.3 초재생 Lv.3 중급 창술 Lv.3 중급 무기술 Lv.4 중급 투척술 Lv.1 마력 회로 Lv.19 고통 내성 Lv.2
레벨 업이라도 있어서 다행이었다.
만약 레벨 업으로 인한 스탯 상승이 아니었다면, 지금 당장은 몰라도 후반부 스테이지들은 클리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눈을 감고 편히 앉아 마력 회로를 돌렸다.
방금 레벨 업을 해서인지, 몸 상태는 아주 좋았다.
고작 몇 시간 동안 성장했다고 믿기기 어려울 정도였다.
이번에 새로 알게 된 사실은, 회로의 혹사와 치유의 샘물이나 시스템에 의한 초재생이 반복될 경우, 회로의 통로가 빠르게 넓어진다는 것이었다.
물론 회로를 ‘혹사’하기 위해선 수준 이상의 실력이 필요했고, 그만한 실력이 있다면 마력 회로를 무리해서 확장시킬 필요도 없겠지만.
덕분에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회로를 돌리다 보니, 여전히 불편함이 느껴졌다.
원래 계획은 3층 보스룸을 클리어하고, 대기실에서 회로의 확장을 시도하는 것이었다.
회로의 막힌 벽을 억지로 뚫고 경로를 확장하는 과정은 신체에 상당한 부담을 준다.
그래서 회복 기능이 있는 대기실에서 시도하기를 원했었다.
하지만 3층 보스룸을 끝까지 진행했음에도 클리어가 되지 않고 있다.
당연히 대기실도 없다.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바로 4층으로 이동될 것이다.
뺏는 건 아주 칼같이 하더니.
이런 건 왜 똑같이 안 만드는 걸까.
회로를 확장하는 건, 아마 4층이나 5층 치유의 샘물에서 시도해야 할 것 같았다.
남은 시간 동안, 마력 회로에 대해 새로 알아낸 정보를 알려 주기 위해 김민혁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김민혁, 30층 : 알았어, 기록해 둘게.] [김민혁, 30층 : 근데 너 35층 괜찮냐? 이형진이 너 걱정하던데.]그새 이형진과 얘기했었나 보다.
이형진은 나 대신 헬 난이도 1층에 체류 중인 사람들을 총괄해서 관리하고, 기록을 전달하는 일을 맡고 있다.
그래서 이형진은 김민혁이나 다른 자경단 사람들과 종종 대화를 나누고는 한다.
[이호재, 35층 : 괜찮아.]안 괜찮으면 뭐 어쩌겠는가.
그만둘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호재, 35층 : 정아는? 메시지 안 보던데.] [김민혁, 30층 : 지금 메시지 보내도 확인 못 할 거야. 회 차 초반이니까, 한동안 바쁘지.] [이호재, 35층 : 큰일이네. 너도 일 좀 해라, 일 좀.] [김민혁, 30층 : …나도 겁나 바빠.] [이호재, 35층 : 더 해.]요새는 매 회 차 초반만 되면 박정아가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진다.
초반이 지나더라도 일이 줄어드는 것 같지도 않고.
시간이 지나면서 도전자들의 생존율이 비약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예전처럼 사람이 죽어 나가지도 않고, 매 회 차마다 사람들이 새로 유입되니, 튜토리얼 내의 사람 수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공략이 정립되면서, 튜토리얼 스테이지의 위험도가 크게 낮아졌다.
자연스럽게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스테이지를 공략하는 사람들의 수가 더 많아졌다.
덕분에 죽어나는 건 자경단의 관리직들이다.
그에 더해, 최근에는 회 차가 시작되면 새로 들어온 뉴비들 중 이지 난이도를 클리어하고 나간 도전자들의 소식을 아는 도전자가 있는지 일일이 확인하고 있다.
바쁠 만하지.
잠시 김민혁과 얘기를 하다 보니, 시간이 다 되었는지 4층 스테이지로 이동되었다.
장소가 바뀐 것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호재, 35층 : 이제 움직여야 돼. 나중에 또 연락할게.] [김민혁, 30층 : 그래라.] [2회 차, 2일. 6시 0분]4층의 제한 시간은 네 시간.
과연 그 안에 보스룸까지 진행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만약 보스룸까지 가더라도 클리어하는 건 어려울 것이다.
4층 보스룸의 배경이 되는 장소는 지나치게 넓다.
보스룸 공략에만 네 시간을 들인다 해도, 클리어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일단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 봐야지.
이전 층에 비해 확연히 커진 통로를 천천히 걸었다.
4층의 가장 큰 특징은 헬 난이도에서 처음으로 전투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함정 돌파가 주를 이루는 이전 스테이지와는 달리, 고블린이 등장하고 그들을 처치해야 한다.
처음 4층에 진입했을 때가 떠올랐다.
“쿠워어어!”
그때와 똑같은 포효 소리.
묘한 감상이었다.
한 번 지나왔던 함정들을 다시 통과하는 것도 그랬지만, 이건 조금 달랐다.
고블린이라고는 해도, 살아 있는 생물이 이전과 똑같은 반응을 보이니, 과거의 기억이 현재의 시야와 오버랩된다.
짙은 녹색의 피부.
꽉꽉 들어찬 근육.
거대한 송곳니.
붉은 안광.
2미터가 넘는 신장.
육중한 도끼.
철제 갑주들.
4층에서 첫 번째로 등장하는 고블린 교관.
튜토리얼에 들어와 처음으로 만났던 적이고, 1층 대기실에서 만났던 사람들이 죽은 이후, 처음으로 본 생명체였다.
“거, 오랜만이네.”
내 말에 고블린이 고개를 갸웃했다.
저 덩치가 앙증맞게도 고개를 갸웃거리다니.
수컷 괴물의 애교를 받아 주는 대신, 빠르게 앞으로 달렸다.
나는 지금 무기가 없다.
단검과 방패라도 들고 있던 전과는 다르다.
지금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건, 고블린의 간격 안쪽으로 바짝 파고드는 것뿐이다.
내가 빠르게 접근하자, 고블린도 의아함을 지우고 전투를 준비했다.
도끼를 아래로 내려, 내가 접근하는 타이밍에 맞춰 왼쪽 아래에서 대각으로 도끼를 올려 그었다.
정면으로 달려들고 있던 나로서는 참 대응하기 까다로운 경로였고, 타이밍이었다.
하지만 지금 한 발 뒤로 물러서면, 고블린에게 거리를 내주게 된다.
어떻게든 바짝 붙어야 했다.
속도를 죽이지 않고, 낮게 슬라이딩하며 도끼를 피해 냈다.
그대로 고블린의 다리 사이를 지나가면서 손을 놀렸다.
손톱 끝에 날카로운 마력을 두른 채, 고블린의 종아리를 그었다.
고블린은 철제 부츠를 신고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종아리부터 허벅지 아래까지는 가려지지 않았다.
[중급 박투술 Lv.8을 획득하였습니다.]고블린의 종아리에서 피가 팍 튀는 걸 확인하고, 자세를 일으켰다.
일어서자마자 고블린이 뒤돌아서며 휘두른 도끼가 날아들었다.
도끼를 막기보다는 바짝 붙어 있는 거리를 이용해 고블린의 오른손 팔목을 붙잡았다.
다른 손으로는 고블린의 옆구리를 폭폭 쑤셨다.
물론 마력이 메스처럼 날카롭게 맺혀 있었다.
고블린은 끌어안듯이, 바짝 붙어 있는 나를 공격하기 위해 머리를 움직였다.
무식하게 박치기를 시도하는 고블린의 모습에 잠시 갈등했다.
평소라면 이 박치기를 그대로 맞아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곤란했다.
아무리 마력을 두를 수 있다지만, 저 무식한 돌대가리에 박치기를 하면 분명 타격이 있을 것이다.
심지어 이 고블린은 투구도 쓰고 있다.
이전에는 힘과 속도에서 고블린을 압도했지만, 실력 때문에 밀렸었다.
하지만 지금은 실력으로 고블린을 압도하지만, 힘과 속도, 그리고 맷집에서 너무 큰 차이가 있었다.
몸을 아껴야 했다.
그래서 주저앉았다.
왼쪽에서 밀어붙이고 있는 도끼와 박치기, 그리고 프리하게 비어 있는 고블린의 왼손을 모두 피하려면 그 수밖에 없었다.
다리에 힘을 풀고, 바닥에 쓰러지면서 한쪽 무릎을 세워 고블린의 낭심을 걷어찼다.
“크아아아!”
미안하다!
진짜 미안하다!
엉구주춤한 자세가 된 고블린의 무릎을 노렸다.
오른팔로 고블린의 발목과 종아리를 감싸고, 왼손 주먹으로 고블린의 무릎 측면을 강하게 때렸다.
끄드득, 하는 소리와 함께 반대편으로 다리뼈가 튀어나왔다.
고블린은 갑작스러운 격통에 제대로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양다리를 모두 당하고 낭심을 가격당해 자세가 무너지고 있는 고블린을 뒤로 밀면서 몸을 일으켰다.
뒤로 고꾸라지는 고블린 위로 마운트 포지션을 잡고 주먹을 휘둘렀다.
그 와중에도 고블린은 손을 들어 얼굴을 보호하려 했지만, 내가 노리는 건 얼굴이 아니었다.
고블린의 가슴에 틀어박힌 주먹 밑으로 뿌득뿌득, 하며 갈비뼈가 부서지는 감각이 느껴졌다.
침과 숨을 토해 내고 가늘게 경련하는 고블린의 팔은 어느새 내려가 있었다.
덕분에 편하게, 마력을 두른 손으로 고블린의 목을 그을 수 있었다.
이걸로 끝.
고블린은 목에서 피를 뿜으며 경련하더니, 그대로 죽어 버렸다.
마지막까지 제대로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죽은 걸로 보아, 가슴 공격이 상당히 유효했던 듯싶다.
어찌 되었건 정타를 먹이면 충분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
아쉬운 점은 유형화할 수 있는 마력의 양이 너무 적다는 것 정도.
힘에서도 속도에서도 차이가 있었지만, 무난히 처치했다.
신속히 전투를 마무리했을 뿐만 아니라,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았다.
혹시 이 몸뚱이가 전투 중 내 생각만큼 움직이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떨쳐 버릴 수 있었다.
신체 스펙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었지만, 그걸 감안하고 움직이면 그만이었다.
35층에서의 첫 전투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그렇게 전투 결과를 정리했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도끼는 주워 가기로 했다.
도끼를 써 본 적은 없지만, 맨손보다는 무기가 있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
정 안 맞으면 중간에 버리면 되니까.
도끼를 주워 들고 걷다 보니, 앞쪽에 낮은 참호가 보였다.
바닥에 구멍을 파고, 그 위에 천막 지붕을 얹어 놓은 형태였다.
참호 안의 고블린은 총 다섯.
창병 둘, 궁병 둘에 주술사가 한 명.
고블린 주술사는 제대로 된 공격 주술을 사용하기보다는 다른 네 고블린을 보조하는 정도이다.
4층이다 보니, 마법적인 위력은 형편없는 수준이었다.
고블린 주술사가 나를 발견했는지, 졸고 있던 고블린들을 흔들어 깨웠다.
저런 게 저 고블린 주술사의 역할이다.
도끼를 앞으로 세우고 달려 나갔다.
신속하게도 고블린 궁사 둘이 화살을 쏘기 시작했지만, 고작 두 명의 궁사가 날리는 화살이 내게 위협이 될 수는 없었다.
도끼를 휘둘러 막을 것도 없이, 달리는 와중에 이리저리 화살을 피해 가며 거리를 좁혔다.
참호 가까이 접근하자, 창병 둘이 창을 가로로 내려 세워 내 접근을 막았다.
뒤의 궁수 둘은 활을 버리고 짧은 단검을 쥐었다.
창병의 간격 안쪽으로 들어오는 걸 경계해 주는 모양새다.
창병 하나의 앞쪽으로 접근했다.
더 가까이 파고들기보다는, 도끼를 빠르게 휘둘러 창의 끄트머리를 후려쳤다.
보통 이런 건 대응하지 않고 흘려보내야 한다.
하지만 고블린 창병은 그러지 못했다.
창끝이 도끼에 맞아 옆으로 튕겨져 나간 사이, 앞으로 한 걸음 크게 내디뎠다.
옆에 붙어 있던 궁수가 단검을 휘둘러 왔다.
우선 들고 있던 도끼를 그대로 놓아 버렸다.
한 손으로 궁수의 손목을 잡아채 꺾으면서, 다른 손으로는 궁수의 단검을 빼앗았다.
여전히 한 손으로 궁수의 손목을 꺾고 있는 상황에서 단검으로 궁수의 등허리 근육을 찔렀다.
다시 창을 휘둘러 오는 창병의 발등을 밟고, 어깨로 밀었다.
발목 관절이 부서지며, 바닥에 쓰러진 고블린 창병의 목을 찔러 절명시켰다.
이제 남은 건 창병과 궁병 한 세트와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주술사 하나.
총 세 명.
다른 창병과 궁병 페어에게 달려들려던 차에 뒤에서 외침이 들려왔다.
“으아아아!”
뒤에서 고블린 주술사가 고함을 지르며 달려들고 있었다.
무시하려 했지만, 휘두르는 지팡이에 푸르스름한 기운이 맺혀 있었다.
주술사는 몸이 제법 둔했다.
별 어려움 없이 손목을 제압하고 몸을 뒤로 돌렸다.
고블린 주술사를 뒤에서 끌어안고 주술사 목에 단검을 들이대었다.
그러자 앞에서 달려들던 창병과 궁병도 자리에 멈추었다.
동료 목에 칼을 들이대면, 공격을 멈추기도 하는구나.
예전에는 파악하지 못했었다.
우물쭈물하는 고블린들을 잠시 지켜보다가 주술사의 목에 단검을 찔러 넣었다.
그리고 주술사를 창병 쪽으로 밀쳤다.
고블린들이 당황해 얼을 타는 사이, 나는 그들에게 다시 한 번 접근했고, 그대로 전투는 마무리되었다.
전에도 느꼈지만, 첫 번째로 등장하는 고블린 교관과 다른 고블린들 사이에는 제법 큰 실력 차이가 있었다.
부상을 입어 일어나지 못하는 고블린들의 숨통을 하나하나 확실히 끝장낸 후, 참호에서 걸어 나왔다.
단검도 하나 챙겨 왔다.
역시 도끼보다는 단검이 익숙했다.
도끼를 방패처럼 방어적으로 사용하면서, 근접했을 때는 도끼를 버리고 단검을 사용하면 되겠다.
“흐아.”
기분이 상쾌했다.
비록 깔끔하게 승리하고 있지만, 나와 고블린들 사이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정말 기분 좋은 긴장감이었다.
거기에 오랜만에 맛보는 아기자기한 전투까지.
빨리 다음으로 넘어가자.
[회한의 신이 당신을 지켜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