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torial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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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토리얼 35층 (9)
전투에 돌입하기 전, 이달타르의 눈동자가 붉게 물들었다.
그녀는 저 상태에서 근력 수치와 맷집이 대폭 상승한다.
쾅!
창으로 바닥을 찍으니, 쩍쩍, 하고 바닥에 실금이 새겨졌다.
어지간하면 힘 대결은 피하자.
저 상태는 그녀의 감정이 폭발했을 때나 한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자유자재로 사용이 가능한 모양이다.
“케륵, 간다!”
이달타르가 기합과 함께 자리를 박차고 접근했다.
창의 우월한 길이를 이용한 정석적인 찌르기가 들어왔다.
급히 몸을 숙여 내 목을 향해 쇄도하는 창끝을 피해 냈다.
오른손 손등에 달린 오러 클로로 창을 가로막으며 간격을 좁혔다.
귀 옆으로 부웅, 하는 소리와 함께 창대가 지나갔다.
오러와 창이 맞닿은 곳에서 소음과 함께 불꽃이 튀어 올랐다.
이달타르는 한 걸음 물러나며 창을 회수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꼬리와 창대를 이용해 끊임없이 견제를 가해 왔다.
캉! 캉! 캉! 캉!
내 오러와 그녀의 창이 연속해서 충돌했다.
이달타르는 내가 그녀의 빈틈을 노리고 있다는 걸 아는지, 큰 공격보다는 자잘한 기술들로 견제해 왔다.
그럼에도 힘 차이로 인해 나는 그녀의 공격을 최대한 흘리는 데 집중해야 했다.
“7배의 힘이 솟아난다!”
“싸우는데 그딴 소리 좀 하지 마!”
모골을 송연하게 하는 이달타르의 말에 순간 빈틈을 보였다.
“기회!”
이디의 창과 꼬리가 동시에 날아들었다.
경로상 어느 한쪽으로 몸은 피하기 까다로웠다.
절체절명의 위기로 보이는 상황이었지만, 실상 그렇지는 않았다.
리자드 맨은 두꺼운 꼬리로 무게중심을 지탱한다.
물가에서 활동하기 쉬운 형태를 가진 발바닥은 이족 보행에 적합하지 않았다.
따라서 꼬리 공격은 자신의 무게 축을 완전히 움직이거나, 몸을 숙여 낮은 중심을 확보한 이후에나 가능했다.
그녀의 공격을 피하는 대신, 앞으로 더욱더 다가섰다.
오러 클로로 창대를 후려쳐 막아 내었다.
꼬리 공격의 방어를 포기하는 대신 이달타르의 몸통을 공략했다.
오러 클로가 그녀의 복부를 파고드는 그 순간.
그녀의 몸이 검은 연기로 화해 사라졌다.
당황할 틈도 없이 연기 너머에서 강력한 힘이 느껴졌다.
쾅!
연기를 뚫고 나온 창격을 가까스로 막아 내었다.
방어 도중 의도적으로 몸을 띄워 충격력을 이용해 뒤로 훌쩍 물러났다.
“케륵.”
후우.
식겁했네.
“비장의 일격이었다. 케륵. 막힐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나도 얼떨결에 막아 냈다.
저게 도대체 뭔 기술이야.
분신술도 아니고, 환영술도 아니다.
한순간 자신의 몸을 연기로 만들고 바로 뒷자리에 본신이 등장했다.
원리를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아는 그녀의 기술은 그저 신체를 연기로 만들어 적의 공격을 회피하는 것이었다.
게다가 연기로 변한 시간 동안 움직일 수도 없기에, 적의 다음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기술이었다.
저런 닌자 디코이 스킬 같은 게 아니었다.
“케륵. 계속할까?”
“좋지.”
알고 있던 것과 다른 기술이 섞여 있었지만, 전투가 꺼려지진 않았다.
오히려 긴장감이 배가되어 즐거울 따름이었다.
* * *
전투는 시간이 지날수록 내 우위로 돌아갔다.
당연한 일이었다.
아무리 그녀가 내가 모르고 있던 기술을 사용하고, 지금 내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다 하더라도 나는 그녀를 알고 있다.
그녀의 힘과 속도, 기술, 상황에 따른 판단.
모든 걸 알고 있다.
그러니 지는 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쾅!
이달타르가 창을 휘둘러 내 공격을 가까스로 막아 내었다.
힘에 밀려나는 대신, 창을 돌려 다음 공격을 시도해 왔다.
날아드는 창에는 검은 기운이 서려 있었다.
예상하고 있던 타이밍이었다.
검은 창날은 애먼 허공을 가르고 지나갔다.
그사이 나는 이달타르의 간격 안쪽으로 들어가, 그녀의 심장에 오러를 찔러 넣을 수 있었다.
전투 이전부터 전투의 진행을 예상하고 그림 그리듯 그려 본 결과였다.
그리고 그 예상대로 상황을 이끌고 나가 정확히 그대로 끝내는 데 성공했다.
내 설계와 한 치의 오차도 없는 그런 결과였다.
“케륵.”
이달타르는 마지막까지 케륵거리며 자리에 쓰러졌다.
조금 허무해하는 나와는 달리, 그녀는 상당히 만족스러워 보였다.
그녀가 내 생각을 읽지 못하기를 바라면서 입을 열었다.
“훌륭했다.”
이달타르는 내 말에 씩 웃더니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그리고 다음 순간 조용히 절명했다.
만족스러움을 넘어 당당함마저 엿보이는 그 죽음에 잠시 할 말을 잊었다.
나도 죽을 때 저럴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나는 저럴 수 없을 것 같았다.
벌써 세 번째로 보는 그녀의 시체였다.
이전과 달랐던 점은 그녀가 죽은 후에도 그 시체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바닥에 쓰러진 채 그대로 남겨진 그녀의 시체 옆에 주저앉았다.
새삼 그녀의 세 번째 죽음에 충격을 받지는 않았다.
나는 그녀에게, 그녀가 가장 바라는 것을 선물했다.
강자와의 치열한 전투 끝에 아슬아슬한 차이로 패배, 마지막 순간 강자에게 인정을 받으며 명예롭게 죽음을 맞이한다.
물론 전투는 다소 일방적이었지만, 그녀의 입장에서는 정말 아슬아슬하고 치열한 전투로 여겨졌을 것이다.
리자드 맨이라면 누구나 꿈꿀 만한 이상적인 죽음이었다.
이달타르도 그러할 것이다.
물론 이 죽음이 그녀의 완전한 죽음을 뜻하지는 않는다.
기억조차 하지 못할 일이다.
어쩌면 존재하지 않는 사건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달타르는 방금 죽기 전에 충분한 만족감을 느꼈을 것이다.
최소한 내 체류 시간이 모두 지날 때까지 수다나 떨다가, 아무 일 없이 기억이 리셋되는 것보다는 훨씬 만족스러울 것이다.
전투 중, 그리고 죽음의 직전 그녀는 살아 있다는 감각을 만끽했을 테니, 더더욱 그렇다.
나 혼자 떠올려 본 생각이었고, 내 멋대로 내린 결정이었지만.
그녀가 이것을 선호하리라는 걸 확신했다.
나 또한 그녀와 크게 다를 바 없었기에,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세 번째 죽음은 그녀에게 만족스러운 결과일는지는 몰라도, 내게는 전혀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였다.
6층으로 이동될 시간까지 그녀의 시체 옆에 앉아 기다리면서 내가 자각한 것은 한 가지뿐이었다.
힘에 대한 갈망이 날이 갈수록 커져만 가고 있다.
* * *
시간을 확인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10시간 넘게 한자리에 앉아 있었더니 관절이 삐걱거렸다.
울창하고 조용한 숲속이었다.
어울리지 않는 환경이었다.
12층에 진입하자마자 나는 마력 수련을 시작했다.
13층으로 이동되기 전, 최대한 마력을 가다듬어 두고 싶었다.
레벨과 기초 스탯 등은 12층 이전의 파티 플레이 스테이지에서 어느 정도 채워 두었다.
처음 수련을 시작할 때는 숲의 괴물들 때문에 성가실 거라고 생각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내 마력 때문인지, 이 근방에는 벌레 새끼 한 마리 없었다.
덕분에 이토록 울창한 숲속에서는 내 숨소리와 바람 소리 외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풀벌레 소리 정도는 들려도 좋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상태창.”
[이호재 (인간)]Lv.8
힘 : 16
민첩 : 14
체력 : 19
마력 : 34
스킬 : 전투 집중 Lv.30 의지 Lv.7 각성 Lv.7 질주 Lv.4 은밀 Lv.19 초감각 Lv.1 감각 증폭 Lv.1 기감 Lv.20 철벽 Lv.2 자연 치유력 Lv.5 초재생 Lv.5 중급 검술 Lv.10 중급 창술 Lv.6 중급 무기술 Lv.10 중급 투척술 Lv.1 중급 박투술 Lv.14 마력 회로 Lv.21 고통 내성 Lv.9 출혈 내성 Lv.3 마버 내성 Lv.4 저주 내성 Lv.1 대 마법 내성 Lv.1
고작 3일 만에 성장시킨 스테이터스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한 상태였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이 정도면 원하는 만큼의 성장은 이루어 냈다.
저 레벨 타이밍에, 이전에 익히지 못했던 새로운 스킬을 익히지 못했다는 것이 유일하게 아쉬운 점이었다.
그렇게 상태창을 둘러보며 내 성장을 확인하고 있는데, 몸이 새로운 공간으로 이동되었다.
방금 전에 있던 울창한 숲과 대비되는 어두운 석실이었다.
13층 스테이지다.
조금 나아가자 나무문이 보였다.
나무문 옆에는 0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었다.
내가 있는 이 석실이 0번 방이라는 뜻이다.
나무문을 열고 복도를 지나자, 1이라는 숫자가 적힌 나무문이 나타났다.
1번 방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게.”
1번 방 안에는 2미터가 넘는 거구의 수도승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정말 오랜만의 도전자로군. 이곳에서 그대는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
멘트가 꽤나 살갑다.
예전에 13층에 왔을 때는 건방진 인간 어쩌고 했었는데.
스테이지의 설정 자체가 건방진 발언에 분노한 수도승들에게 승리를 거두고 자신의 뜻을 관철하는 것이어서 그랬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설정이 없다 보니, 상냥한 태도를 비치는 모양이다.
“성장을 위한 단서 정도면 충분해.”
“으허허, 그걸 얻는 게 어디 쉬운 일이던가. 자네 정도의 경지라면 조그마한 단서 하나를 쥐게 될 때까지 몇 년이 더 걸릴지 모른다네. 단서를 찾더라도 자신이 찾은 게 맞는지조차 알 수 없을 테지.”
“그건 평범한 사람들 얘기고, 나는 정말 조그마한 단서만 있으면 돼.”
예를 들면, 이 1번 방을 메우고 있는 주지의 힘이라든가.
33번 방에 앉아 있을 주지의 힘이 이곳에서부터 느껴지고 있다.
놀랍게도 이 힘은 마력이 아니었다.
신성력도 아닐 터였다.
그렇다면 이 공간을 메우고 있는 힘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일까.
이걸 알아낸다면, 이곳 13층 스테이지에서는 충분히 많은 것을 얻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으허허허, 자신감이 넘치는 도전자로다. 그만한 자신감이 있으니 그런 경지 또한 이룰 수 있었겠지.”
참 다시 봐도 호방한 수도승이다.
수도승들은 대체로 자신감 넘치고 의욕적인 모습을 좋아한다.
그리고 남의 태도나 말투에 대해서는 그리 신경 쓰지 않기에 조금 편하게, 그리고 당돌하게 그들을 대해도 괜찮다.
“그래서 말인데.”
“음? 무엇인가?”
“내가 시간이 없어서 그러는데, 33번 방까지 최대한 빨리 갈 방법은 없나?”
수도승은 내 말에 그저 껄껄, 웃었다.
“다음 방으로 나아가기 위한 길은 단 하나뿐일세. 으허허허.”
없다는 뜻이다. 젠장.
“진짜로 나 그냥 빨리 지나가면 안 될까?”
“안 되네. 시련을 통과해야만 보내 줄 수 있지. 으허허허.”
13층 스테이지는 제법 길다.
예전에 이곳을 공략했을 때도 며칠에 걸쳐 공략했었다.
특히 15번 방 이후로는 명백히 13층 스테이지의 난이도를 뛰어넘는다.
그 이후 방들은 하나하나 통과하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장담할 수 없다.
이곳 13층 스테이지에서 내가 체류할 수 있는 시간은 고작 13시간.
그때까지 주지를 만나고, 그에게서 유의미한 단서를 얻어 내기까지 시간이 충분하다고 장담할 수 없었다.
“아, 그냥 보내 주면 안 될까?”
“안 된다네. 으허허허.”
수도승의 호방한 웃음에는 이제 장난기가 어려 있었다.
이거, 말을 잘못했다.
저 수도승의 선 굵은 얼굴이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여차하면 시간을 최대한 길게 끄는 방식으로 전투를 천천히 진행하려 할지도 모른다.
“으허허허.”
수도승에게 길을 비켜 줄 의향이 전혀 없다는 걸 확인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문답무용으로 최대한 빨리 돌파한다.
자리를 박차고 수도승에게 달려들었다.
내 주먹과 수도승의 주먹이 엇갈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