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torial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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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토리얼 2층 대기실 (3)
[2회 차가 시작됩니다.]2회 차가 시작되었다.
시작 직후 대기실 구석에 있던 포탈이 사라졌다.
1회 차 때와 마찬가지로 첫 3일간은 대기실에서 지내야 하는 모양이다.
3일간의 대기 시간, 그리고 30일간의 도전 기간을 묶어서 33일을 한 회 차로 구분하는 것 같다.
마음 편하게 준비할 시간이 3일 연장되었다는 점은 분명 희소식이다.
이 3일의 시간을 그냥 멍하니 손가락만 빨며 보내지 않는다면, 이 시간 동안 훈련에 매진한다면 2회 차가 시작되기 전까지 분명 크게 성장할 수 있다.
우선 이 신체에 더 익숙해져야 하고 근력 운동을 통한 스탯 성장도 가능하다.
방패술과 검술은 아직 걸음마 단계고 전투 집중 스킬의 사용에도 더 익숙해져야 한다.
치유 능력이 있는 대기실 안에서이니, 내성 스킬의 성장을 노려도 괜찮을 것이다.
우선은 신체 능력의 향상과 다른 스킬들에 익숙해지는 게 우선이지만.
음. 생각해 보니 대기실에서 내성 스킬의 성장을 꾀하는 것은 굉장히 그럴듯해 보인다.
출혈 내성은 못 올리려나?
아무래도 피가 흐르기 전에 치유될 테니.
하지만 고통 내성과 관통 내성을 성장시키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훈련 도중 쉬는 시간에는 혼자 자해를 하며 휴식하기로 결정했다.
주저앉아서 칼로 살을 후벼 파는 것을 휴식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만.
[튜토리얼 시작 전까지 71시간 50분] [난이도 헬, 게시판(1/6)]어?
새로운 정보가 있나 하고 커뮤니티창을 열었는데 의외의 것을 보았다.
뭐지… 총인원이 여섯 명이라고?
당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멍하니 저 숫자를 계속 들여다보았다.
다른 난이도의 커뮤니티를 들여다보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있었다.
2회 차가 시작되자 1층에 새로운 인원이 나타난 것이다.
[김경진, 2층 : 님들 지금 1층에 사람들 새로 들어온 거 같은데요?] [이진석, 1층 : ㅇㅇ. 2회 차 시작하고 사람들 또 여기 납치된 듯. 지금 대기실에 새로 들어온 사람들이랑 같이 있음.] [김경진, 2층 : 님, 근데 1층 통과 못 하셨어요?] [이진석, 1층 : 응, 씨발 놈아.] [김경진, 2층 : 아니, 왜 욕을 하세요?] [남선우, 1층 : 이게 뭐야… 미치겠네.] [이희진, 1층 : 꿈은 아닌 거 같은데, 여기가 어디예요? 막 이상한 게 보이고 웬 이상한 사람들이…….]1회 차 때부터 있었던 기존 인원의 대화 뒤로.
빠른 속도로 커뮤니티에 올라오고 있는 당황 섞인 게시글들.
1회 차 초기 커뮤니티에 올라오던 게시글들과 완벽히 똑같다.
여긴 어디고, 날 여기로 데려온 것은 누구고, 이 미친 메시지들은 뭔가.
당연히 들 수밖에 없는 의문들이다.
그리고 당연히 답을 얻을 수 없는 의문들이다.
1회 차가 시작되었을 때, 헬 난이도의 인원들은 저런 의문들의 답을 찾고자 무의미하게 커뮤니티에서 떠들지 않았다.
최창석의 주도하에 네 사람이 의견을 교환하고 앞으로 있을 일에 대비했다.
그리고 그것은 2회 차의 인원도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헬 난이도에 새로이 입장한 다섯 명의 신규 인원 모두 커뮤니티에 아무런 글도 올리지 않았다.
하지만 실제로 1층 대기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지는 모르는 일이다.
걱정이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만약 저들이 매우 건설적인 토론과 함께 미래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다 하더라도, 헬 난이도의 실제 위험 정도를 전혀 모르지 않나.
저들의 미래는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전멸. 한 명도 빠짐없이 죽을 것이다.
헬 난이도 1층을 클리어한 나이기에 누구보다 확신할 수 있다.
[난이도 헬, 게시판(4/6)]1층 인원 중 3명이 커뮤니티에 접속했다!
나는 다급하게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다.
[이호재, 2층 : 헬 난이도 새로 들어오신 분들 커뮤니티에 글 좀 올려주세요. 얘기 좀 해요]헬 난이도에 대한 정보는 커뮤니티에 전혀 풀리지 않았다.
유일하게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은 나였고, 나는 정보를 올리지 않았으니까.
그러니 저 1층의 신규 인원들이 수집할 수 있는 정보는 하드 난이도 이하의 정보뿐이다.
그리고 그 정보들만으로는 절대 헬 난이도에서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
아니 오히려 그 정보들이 만든 편견 때문에 순간의 빈틈이 만들어질 것이다.
그리고 죽을 것이다.
[이호재 2층 : 저는 1회 차에 이곳에 온 사람입니다. 저도 헬 난이도에 있어요. 꼭 필요한 정보를 드릴 테니 대답 좀 해 주세요.]하지만 대답은 없었다.
얼마 전 커뮤니티를 구경하다 새로 알아낸 일대일 대화 기능을 통해 1층 사람들에게 정보를 건네주려 했지만 답변 자체를 안 하는데 어떻게 연락하겠는가.
이 커뮤니티창에선 접속자 명단이 표기되지 않기 때문에 글이나 댓글 자체를 쓰지 않은 사람과는 연락할 수 없다.
물론 정보도 확인이 불가능하다.
혼자 안타까운 마음에 손톱을 뜯으며 대기실을 서성거렸다.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응답을 거부할 이유는 없지 않나?
분명 커뮤니티에 접속해 있다.
그리고 접속한 이후로 몇 분이 지났다.
이유를 알 수 없다.
저들이 답변하지 않는 이유를 알아낸다면 설득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유를 모르겠다.
[난이도 헬, 게시판(1/6)]이런 미친.
커뮤니티에서 나가 버렸다.
바로 얼마 전 만났던 해맑은 키리키리를 보고 그녀의 지능 수준을 얕잡아 보았었다.
그런데 헬 난이도 1층의 저 멍청이들에 비한다면 키리키리는 아주 똘똘한 토끼였다.
안타까움과 동시에 답답함과 짜증이 고개를 들었다.
밥숟가락을 들이밀어 주면 씹는 거라도 본인들이 해야 할 일이 아닌가.
그런데 씹는 건 둘째 치고 입조차 열지 않다니.
나는 할 만큼 했다.
여기서 내가 더 뭘 어쩌겠나.
그리고 나 자신에게 투자할 시간도 부족한 마당이다.
더 이상 쓸데없는 데에 심력을 쏟아 버리는 건 무의미한 일이다.
젠장.
그렇다고 사람들이 그냥 죽게 놔둘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한참 동안 머리를 쥐어뜯으며 고민했다.
에이 시팔 진짜.
한참을 고민하다가 나온 답은 하나뿐이었다.
나는 커뮤니티에 헬 난이도의 함정들에 대한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정보를 써 올렸다.
그리고 나는 이 일을 두고두고 후회하게 된다.
* * *
“후욱 후욱.”
가빠진 숨이 턱밑까지 차올랐다.
하지만 멈춰서 쉬고 있을 시간이 없다.
분명 여기선 정면이다.
빠르게 무릎을 굽혀 낮췄다.
그리고 앞으로 덤블링.
일어나면서 수직으로 방향을 틀어 왼쪽으로 몸을 날렸다.
무릎뿐만 아니라 허리에도 무리가 갈 만한 동작이었지만 무리 없이 동작을 이어 나갔다.
옆으로 데굴데굴 구르다가 멈춰 서자마자 왼편으로 방패를 휘둘렀다.
멈춰 선 상황에서는 뒤에서 날아오는 화살을 조심해야 한다.
빠르게 전 방위를 살피고 다시 앞으로 뛰었다.
마지막으로 발등을 향해 날아오는 화살을 피한 뒤엔 속도를 유지하기만 하면 함정을 통과한다.
“후아.”
잠시 심호흡을 하며 숨을 골랐다.
얼마 전부터 나는 1층의 보스룸 직전에 있던 그 화살 함정을 대상으로 시뮬레이션을 계속하고 있다.
물론 그 함정은 노 패턴의 함정이었지만 화살의 속도나 발사 소리 등은 일정했다.
나 혼자 하는 시뮬레이션인 만큼 현실의 함정과는 많이 다를지 몰라도 훈련 자체에는 도움이 많이 되었다.
그리고 몇 번의 시뮬레이션 도중 나는 한 번의 중상도 입지 않았다.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진 신체 감각, 바람 정령의 가호와 추가 민첩 스탯, 전투 집중 스킬의 액티브 효과는 나를 크게 성장시켰다.
단순히 시뮬레이션의 결과만이 아니다.
나는 정말로 1층에 다시 간다면 마지막 그 함정을 큰 상처 없이 통과할 자신이 생겼다.
무리해서 빨리 통과하려는 생각을 버리고 차분히 화살을 피해 가며 진행한다면 분명히.
물론 1층 보스룸은 아직 상처 없이 통과할 자신까진 없다.
보스룸은 상처 문제가 아니라 운이 따라 주지 않는다면 혹은 한순간 집중에 틈이 생긴다면 그대로 용암에 빠져 죽는 흉악한 관문이다.
언젠가 저 1층 보스룸, 아니 다른 위층의 보스룸에 도전해도 상처 없이 클리어할 수 있다는 자신이 생길 때까지 긴장을 늦춰선 안 된다.
훈련을 멈춰선 안 된다.
또 한 번의 시뮬레이션을 마치고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질 겸 바닥에 주저앉았다.
물론 그냥 쉬는 건 아니고 칼로 팔뚝을 쿡쿡 찌르면서 커뮤니티를 구경했다.
안타깝게도 내성 스킬은 여태껏 전혀 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 이것이 대기실 내에선 내성 스킬의 성장이 불가능하기 때문인지 단순히 경험치 부족 때문인지 알 수 없으니 자해를 계속하고 있다.
이에 대해선 키리키리에게 물어봐야겠다.
이제 곧 2회 차가 시작될 터이니.
커뮤니티에 특기할 만한 새로운 정보는 없었다.
그리고 헬 난이도 1층 인원들은 아직도 대답이 없다.
내가 헬 난이도 게시판에 써 올린 정보들에는 다른 난이도 사람들의 댓글만이 수두룩하게 달려 있다.
댓글 반응 대부분은 ‘정말? 그렇다고? 정말?’ 이런 식으로 의문을 표하거나, ‘저 새끼 저거 구라치고 있네.’ 등으로 거짓말 취급하는 댓글들이 대부분이었다.
내가 커뮤니티에 올린 정보들과는 달리, 어쩌면 2회 차엔 전혀 다른 내용의 함정들이 나타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소한 그 흉악한 난이도에 대해선 인지할 수 있을 것이다.
부디 1층 사람들이 내가 올린 저 정보들을 믿어 주기를, 그리고 죽지 말고 살아남아 주기를 기도했다.
이게 내가 그들에게 해 줄 수 있는 마지막이었다.
할 만큼 했다.
더 해 줄 생각도 방법도 없다.
[잠시 후 튜토리얼 2회 차가 시작됩니다.] [튜토리얼 스테이지로 향하는 포탈이 생성됩니다.] [포탈이 활성화됩니다.] [스테이지로 입장하시겠습니까?]이제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만 집중해야 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