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torial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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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토리얼 35층 (13)
[24회 차, 7일. 16시 40분]“넌 잠도 없냐.”
옆에 앉아 쫑알거리는 기사에게 물었다.
“글쎄요, 잠이 안 오네요. 오늘은 참 많은 일이 있었던 하루였죠.”
“뭘 또 일상스럽게 얘기를 시작하는 거야. 가서 자라니까.”
당연하다는듯이 새로운 이야기의 서두를 꺼내는 기사의 말을 막았다.
그 억척스러움이 이제는 신기할 정도였다.
사람이 진지하게 앉아서 눈을 감고 집중하고 있는데 이렇게 집요하게 귀찮게 구는 놈도 있구나, 싶었다.
“겪은 일은 많은데 정작 한 일은 없어서 그런지, 잠이 안 와요. 멀뚱멀뚱 구경만 해서 그런 걸까요.”
이 녀석이 한 일이 왜 없겠는가.
그 많은 일을 겪으면서도 쉬지 않고 입을 놀려 대었는데.
게다가 나에게 덤볐다가 두드려 맞은 적도 있었다.
집중을 포기하고 기사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기로 했다.
“하고 싶은 얘기가 뭐야. 돌리지 말고 빨리 말해. 시간 없으니까.”
기사 녀석은 말이 정말 많지만, 다른 사람들이 그런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남들이 대화하기 싫어할 때는 조용히 구석에 처박혀 있기도 한다.
이전에 16층에서 그를 겪어 보았기에 알 수 있었다.
지금 이 기사 녀석이 나를 과하게 귀찮게 하는 것은 단지 심심해서가 아닌, 나에게 할 말이 있어서라고.
아니나 다를까, 기사는 잠시 뒤통수를 긁적이더니 말했다.
“끝난 게 맞죠?”
“무슨 말이야?”
“그… 도플갱어라든지, 이 던전에 다른 위험이 남아 있는 건가 해서요.”
무슨 소리야, 이건 또.
“왜 그렇게 생각했는데.”
“아무리 봐도 전투를 준비하시는 것 같아서요.”
그걸 알아차릴 정도면 방해하지 않고 조용히 있어 주지 그랬냐.
“하지만 다른 일행에게 알리시는 것 같지도 않고, 주변을 경계하지도 않으셨죠. 하지만 이곳에 앉아 집중하고 계시는 모습은 분명 전투를 준비하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전에도 느꼈지만, 이 녀석은 제법 날카로운 구석이 있다.
도플갱어를 찾을 때는 전혀 쓸모가 없지만.
“마음가짐이라고 할까요? 그런 게 느껴졌어요. 제가 전쟁에 참가해 본 적이 있다는 말을 한 적 있었나요? 종자 시절에 한번 전쟁터에 가 본 적이 있어요. 그때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대지를 불태우는 마법사도 아니었고, 일검에 공성 무기를 박살 내는 기사도 아니었어요. 어깨에 창을 기대 두고 전투를 준비하고 있는 어느 나이 많은 창병이었죠.”
정말로 성가시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게 하나 있었다.
어찌 되었건 이 녀석의 이야기는 흥미롭다.
듣다 보면 생각 없이 다음 내용을 계속 듣게 된다.
튜토리얼에 온 이후, 누군가에게 긴 이야기를 들어 본 적 없어서인지 더 그런 것 같았다.
“전투를 앞둔 그에게선 무언가 특별한 게 느껴졌죠. 그전까지 저는 전투를 준비한다는 게 무언가를 챙겨 가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죽지 않기 위해 검을, 검술을, 갑옷을, 그리고 동료들을. 하지만 그에게서 느껴진 건 오히려 버리는 것이었죠.”
어린 시절의 기사가 늙은 병사에게서 느낀 것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두려움을 버리고, 미련을 버리고, 기대도 버리고 눈앞의 현상에만 집중하는 것처럼 보였어요. 그건 단순히 삶에 대한 생각들을 포기하는 게 아니었어요. 그에게서 직접 이야기를 들은 건 아니었지만, 조그마한 집중력이라도 더 끌어 올리기 위해 쓸모없는 것들을 모두 쳐내는 것이었다고 생각해요.”
사력을 다한 힘, 집중이라는 것은 보통 허황이다.
죽을힘을 다해 필사적으로 노력한다는 건, 일반적인 사람에게 가능하지 않다.
그러기 전에 사람은 그냥 죽는다.
공포를 절망을 느끼면 뇌는 혼란을 느끼고, 극도의 긴장 상태에서 근육은 딱딱하게 굳어 버린다.
조금이라도 더 민감해야 할 감각은 호르몬에 의해 마취된다.
죽음의 위기 앞에 인간이라는 생물은 그것을 극복하는 대신, 자신의 몸을 마취하는 편을 택한다.
그래서 준비가 필요하다.
내가 가진 것을 지키기 위해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버릴 준비가.
기꺼이 그 위기 앞에 서고, 그 앞에서 내가 가진 힘을 온전히 펼채 내기 위한 준비가.
“걱정하지 마.”
“예?”
“이곳에 나타날 위험은 아니니까.”
기사는 그게 무슨 말이냐는 표정을 지었다.
구구절절 대답해 줄 생각은 없었다.
“이제 정말 가서 자라.”
이번에는 옆에 놓여 있던 망치를 집어 들며 말했다.
기사는 대번에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진작 이럴 걸 그랬다.
손에 잡힌 망치 자루의 감각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이거라도 가져갈 수 있다면 정말 좋을 텐데.
그동안 위기는 일상적으로 겪어 왔다.
나보다 강한 적도, 더 많은 적들도 겪어 보았고, 그들에게서 도망칠 수 없는 상황도 수없이 겪었다.
하지만 그런 위기들은 이제 내게 죽음을 보여 주지 못했다.
내 성장이 어느 궤도에 올라선 이후, 위기들은 내 성장을 위한 발판이 되었을지언정, 내 앞길을 막아서는 벽이 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싸우지 망.’
키리키리가 특유의 말투로 내게 건냈던 당부의 말을 기억하고 있다.
키리키리에게 35층에 대한 정보를 듣고 가장 먼저 떠올렸던 건 바로 17층이었다.
17층을 지날 당시의 나를 복제한 환영이 등장한다는 스테이지.
나는 첫번째 도전자라는 이유로 17층 스테이지를 아무것도 하지 않고 5초 만에 클리어했었다.
그렇다면 35층에서 진입하게 될 17층은 어떨까.
내 환영을 마주하게 될까, 아니면 전처럼 그냥 넘어가게 될까.
내 질문에 대한 키리키리의 답은 이것이었다.
이길 수 없으니, 싸우지 말라.
그 대답에서 알 수 있었다.
17층에서 나는 내 환영을 만나게 된다.
내가 17층까지 이동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총 136시간.
5일하고도 16시간이 되는 시간이다.
고작 그 시간 동안 내가 1층부터 17층까지 쌓아 올렸던 성장을 따라잡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그래서 키리키리도 그렇게 조언했을 것이다.
35층에서는 스테이지의 일부 설정 값이 존재하지 않는다.
17층에서는 내 환영에게 눈앞의 적을 처치해야 한다는 설정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내게도 굳이 그 환영을 죽여야 다음 층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설정이 없는 것처럼.
‘싸우지 마.’, ‘이길 수 없으니.’.
도저히 알았다고 대답할 수 없는 당부의 말이었다.
공간의 일렁임이 느껴졌다.
처음 느껴 보는 감각이었지만, 그 정체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다른 공간으로 내 몸이 이동되는 감각이다.
한껏 날카로워진 신경은 이전에는 단 한 번도 알아차리지 못했던 느낌마저 잡아내고 있었다.
던전의 동굴 안에 갇혀 있던 내 몸은 이전에 한번 와 보았던 어느 신전의 석실 안으로 이동되어 있었다.
새롭게 바뀐 주변의 풍경과 함께, 내 감각은 새로운 것을 감지해 내었다.
피부의 땀구멍을 통해 스며드는 듯한 살기,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몸을 무겁게 만드는 투기와 이 공간 가득히 퍼져 있는 광기였다.
그리고 나와 똑같은 몸에 얼굴을 한 채, 그 흉엄한 기운을 내뿜고 있는 환영이 있었다.
[24회 차, 7일. 17시 0분]17층 스테이지.
역시 입장과 동시에 나타나야 할 메시지는 없었다.
눈앞의 저 환영에게 나를 죽여야 할 이유는 없다.
내게도 저 환영을 죽여야 할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저 꼴을 보라.
나를 보자마자 기다란 장도를 빼 들고 아주 좋다는 듯이 웃고 있는 저 미친놈을.
도대체 어딜 봐서 싸우지 않아도 된다는 건가.
환영이 기뻐하는 이유는 자명했다.
그냥 신난 것이다.
오랜만에 찾아온 자극에.
죽음의 위기에.
대가리가 돌아 버린 듯한 저 미소가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내 입가에도 비슷한 것이 걸려 있을 테니 흠잡지 않기로 하였다.
대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 말도 없었다.
예기치 않게 만나게 된 상대에 대해서도.
그 상대가 같은 얼굴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아무런 의문 없이 그저 서로가 서로를 죽일 것을 선언했고, 그것을 받아들였다.
그것에 맞춰 나를 향한 첫걸음을 떼는 환영을 보면서, 준비했던 것을 펼쳐 내었다.
잠재되어 있던 내 주변의 마력이 단번에 전개되었고, 나와 환영 사이의 공간에서 마력과 마력의 폭발이 연쇄적으로 일어났다.
단 한 줌의 소음도 느낄 수 없었다.
대번에 청각을 마비시키는 강력한 폭발이 일었지만, 내 환영은 그 모든 것을 뚫고 들어왔다.
예상했던 행동 패턴이다.
오러를 응축시켜 환영의 직선 경로로 발산시켰다.
일종의 탄지공이었다.
마력이 만들어 낸 물리력의 파장 속에서 환영은 옆이나 뒤로 우회하는 선택을 하지 않는다.
점멸.
환영의 몸이 일순간 사라졌고, 다시 나타났다.
미리 읽어 낸 위치에 내 주먹이 떨어졌고, 주먹은 환영의 면상을 때려 갈겼다.
두껍게 응축된 마력이 깨져 나가면서 환영의 몸이 저 멀리 날아가 처박혔다.
* * *
이런, 시발.
턱 끝을 스쳐 지나가는 장도를 피해 내면서 속으로 욕을 중얼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대로 환영의 복부를 걷어찼다.
환영은 오히려 내 다리를 붙잡으려 했지만, 나 발목 부근에서 회전하고 있는 마력의 흐름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환영을 걷어차 거리를 벌린 뒤 소리쳤다.
“야, 이 양심 없는 새끼야! 이건 좀 심하잖아!”
크게 소리치는 것만으로도 기혈이 뒤틀렸다.
빌어먹을 영혼 착취.
가만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내 정기가 빨려 나가는 기분이다.
단순히 몸이 피로해지고 지치는 것을 넘어, 마력 운용에 심대한 악영향을 미친다.
이거 잘못하면 마력 돌리다가 주화입마라도 걸릴 것 같다.
젠장, 저거 나보다 센데.
인정하기 싫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차이가 이렇게까지 나는데 부정할 수 없었다.
17층 당시 나는 한동안 제대로 된 위기를 겪지 못했었다.
매사에 설렁설렁 적들을 대했다.
만약 저 당시 내게 강대한 위험이 있었다면, 나는 어느 정도의 힘을 낼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을 저 환영이 풀어 주고 있었다.
환영은 내 기대 이상을 보여 주었다.
저 미친놈은 느닷없이 윈드 애로우 같은 마법을 사용하더니, 이제는 내가 사용하는 것과 동등한 수준의 오러를 짜내고 있었다.
한 가지 위안 삼을 수 있는 점은 환영을 속이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환영은 나를 완벽히 파악하지 못했다.
내가 물 쓰듯 쏟아내는 기술들을 보고, 그리고 그 완성도를 보고 내 마력의 양을 어림짐작했을 것이다.
당연히 자신보다 마력이 훨씬 많을 거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래서 환영은 단기 결전을 선택했고, 쉴 새 없이 달려들고 있었다.
그것으로 희박했던 승산이 조금 늘어났다.
내가 가진 마력양은 저 환영의 마력의 반의 반도 되지 못한다.
시간이 조금만 더 끌렸다면 그대로 패배가 확정되었을 것이다.
판은 펼쳐졌다.
나머지는 그림만 잘 그리면 된다.
쾅!
환영이 탈라리아의 날개를 펼치며 쇄도해 왔다.
내 다리와 환영의 장도가 충돌했다.
둘러진 오러와 오러가 충돌하면서 그 파편이 쏟아졌다.
몸을 틀어 파편을 피하면서도 환영의 다음 공격에 대비했다.
내가 가진 가장 큰 무기는 정보다.
나는 환영이 어떻게 움직일지 알 수 있었다.
예상하고 있던 대로 환영은 장도를 밀면서 품으로 파고들었고, 그걸 읽고 있던 나는 환영의 턱에 팔꿈치를 꽂아 넣을 수 있었다.
하지만 환영은 아무런 타격이 없다는 듯 계속해서 공격을 이어 나갔다.
속도도 환영이 우위에 있었다.
환영도 그것을 알고 있는 만큼, 자신의 공격권을 계속해서 활용해 나갈 것이 분명했다.
돌파구가 필요했다.
내가 가지고 있지만, 환영이 가지고 있지 않은 것.
자신에 대한 확신.
“내가 진짜다, 이 새끼야!”
동일한 얼굴과 체형, 비슷한 기술과 습관.
나와 싸우면서 환영이 속으로 느꼈을 의문은 뻔했다.
내가 진짜라는 한마디는 환영의 말에 조그마한 파문을 만들어 냈다.
물론 환영이 전투 중 딴생각을 할 만큼 어설픈 녀석은 아니었다.
하지만 단지 조그마한 멈칫거림.
그 망설임은 자신이 도달하지 못한 경지의 오러를 인위적으로 뽑아내고 있던 환영에게 너무나 치명적으로 작용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캉!
내 수강과 충돌한 환영의 장도가 반 토막 났다.
반만 남은 환영의 장도가 푸른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젠장, 저거 폭발할 것 같은데.
당장 터질지도 모르는 폭탄을 환영은 너무나 호기롭게 휘둘렀고, 나는 그걸 막을 수밖에 없었다.
쾅!
눈앞에서 작렬하는 빛에 눈이 일시적으로 멀었지만, 그것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이 미친 환영 놈은 그 폭발을 몸으로 맞아 내면서 점멸을 사용했다.
점멸은 뒤쪽으로 날아가야 할 그의 몸을 내 앞으로 이동시켰다.
그 와중에 공중에 떠 날아가고 있는 내 몸을 잡아채고, 목을 향해 단검을 가져다 대는 환영의 움직임에 질력이 났다.
폭발 이후 환영이 달려들 것을 예측했기에, 나도 늦지 않게 환영의 멱살을 잡아채고 그 목에 수강을 가져다 댈 수 있었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추락했다.
등이 뻐근했다.
나와 환영은 바닥에 포개져 누운 모양새였다.
남자 놈이랑,그것도 나랑 똑같은 놈이랑 이러고 있으니 기분이 굉장히 더러웠다.
그 와중에 서로의 목에 무기를 들이대고 있었다.
“…내 위에서 내려와, 이 새끼야.”
환영은 내 위에 올라탄 채, 내 목에 칼날을 들이대고 있었다.
자신의 목에도 내 수강이 들이대어져 있지 않았다면, 당장에 내 목을 그어 냈을 것 같은 표정이었다.
아주 악귀가 따로 없었다.
“무, 컥, 케헥!”
환영은 말을 하려다 몇 번 캑캑거리며 피를 토해 내었다.
분수에 맞지 않는 힘을 휘둘렀으니, 그만한 리바운드는 당연했다.
문제가 있다면 그 피가 죄다 내 얼굴로 쏟아졌다는 거였다.
이런 시발 놈이?
“무… 무슨 말이냐. 네가 진짜라는 게 무슨, 무슨 말이야.”
이 당시 나는 내가 진짜라는 것에 확신을 가지지 못했다.
자신의 모습을 똑 닮은 누군가를 마주한 것과 별개로, 자신이 ‘진짜’인가에 대해 늘 의심해 왔다.
환영의 얼굴에서는 울분과 고통을 넘어 절박함마저 엿보였다.
그 심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했지만, 위로해 주는 대신 나는 그것을 비웃었다.
“너와 나 사이에 가장 결정적인 차이가 뭔 줄 알아?”
환영이 토해 낸 피로 눈앞이 침침했고, 입에서는 피맛이 났지만, 억지로 눈을 부릅뜨고 크게 미소 지었다.
“뭐긴 뭐겠어.”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내 다음 말을 기다리는 환영에게 말해 주었다.
“바로 경지다.”
여전히 내 눈은 여전히 멀어 있었다.
하지만 너무나도 확연히 보였다.
일그러진 환영의 얼굴 뒤로 회전하고 있는 오러의 구체가.
환영은 처음 생각했던 대로 내게 시간을 주어서는 안 되었다.
쉴 새 없이 움직이며 몰아쳐야 했다.
그것이 옳은 판단이었다.
하지만 환영은 지금 내게 10여 초가 넘는 시간을 그냥 넘겨주었다.
그럼 죽어야지.
“심검.”
오러의 칼날은 환영이 그것을 인지하기도 전에 환영의 머리통을 깔끔히 잘라 내었다.
잘린 머리통이 내 가슴 위로 떨어졌다.
그것을 대충 내팽개치고, 내 몸 위에 쓰러진 환영의 시체도 치워 냈다.
나와 환영의 차이는 말 그대로 경지, 그것 정도였다.
그 외의 나와 그 사이에 다른 점은 없었다.
아, 이제 한 가지가 더 생겼다.
환영은 패배했고, 나는 승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