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torial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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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토리얼 40층 (5)
아침이 거의 다 지나갈 무렵, 우리는 숙소에서 출발했다.
마을에서 나오자마자 울창한 숲이 시작되었다.
마을 사람들은 호수 근처를 오가지 않는지, 작은 오솔길조차 없었다.
체력이 허약한 마법사가 오기에는 조금 험한 길이지 싶었는데, 시시아와 야타 두 사람은 내 보폭에 맞춰 잘 따라왔다.
“편견이야. 마법사가 체력이 안 좋을 리가 있나.”
“그래? 보통 몸이 약할 줄 알았는데.”
“아무리 주문이 있고 술식이 있다 해도 결국 마력을 움직여 마법을 사용하는 건 마법사의 몸이야. 몸이 단련되어 있지 않으면 고위 마법은 손도 못 대지. 펑, 하고 터져 죽고 싶은 게 아니라면.”
다시 말해, 신과 계약해 소환자가 될 정도의 마법사인 시시아나 야타 모두 체력적으로는 부족할 리가 없다는 말이었다.
내가 이전에 보았던 마법사는 16층에서 만났던 마법사뿐이었다.
항상 골골거리던 그녀의 모습을 봤던 탓에 마법사에 대한 선입견이 그대로 굳어진 모양이다.
생각해 보니 내게 얻어맞고 기절하기 전까지는 그 마법사도 딱히 허약한 모습을 보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해가 반쯤 저물어 갈 때쯤, 우리는 호수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정말 큰 호수였다.
지도를 보고 예상하긴 했지만, 이 정도로 클 줄은 몰랐다.
저 멀리, 수면선이 이어지는 걸 보니, 이게 호수인지, 바다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였다.
시시아와 야타는 호수의 절경이 놀랍지도 않은지,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땅을 고르고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도와줄 것이 있냐 물어보았지만, 전혀 없으니 방해하지 말고 멀리 가 있으라는 말만 돌아왔다.
멀리 떨어지는 대신, 주변을 알짱거리며 두 사람이 마법진을 그리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두 사람이 무엇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어쨌든 그 과정을 기억해 두고 싶었다.
“궁금한 게 있으면 나중에 알려 줄 테니까, 방해하지 말고 좀 저리 가 있어!”
쫓겨났다.
나중에 알려 주겠다는 말을 들었으니, 쫓겨나도 그리 아쉽지는 않았다.
다만, 남는 시간 동안 할 일이 없어졌다.
텐트도 이미 설치해 두었고, 저녁에는 마을에서 싸 온 음식을 먹을 것이다.
주변을 탐색해 볼까 싶었지만, 저 평화롭고 조용한 숲에선 아무런 이상이 느껴지지 않았다.
내 마력 범위 내에 걸리는 게 없는데, 굳이 숲속을 돌아다닐 필요도 없을 것 같았다.
하릴없이 호수 주변을 얼쩡이다가 호수의 수면 아래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호수 앞으로 다가서니 찰랑거리는 물결이 보였다.
수면에 한쪽 발을 올려놓고 잠시 정신을 집중했다.
땅을 딛고 있던 다른 발도 수면 위로 올리자 몸이 크게 휘청거렸다.
맨발이었으면 좀 더 쉽게 되었을 텐데, 밑창이 두꺼운 신발을 신고 있다 보니 마력의 제어가 쉽지 않았다.
한참을 불썽사납게 휘청거리고 나니 조금씩 안정적으로 중심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난 뒤, 한 걸음씩 앞으로 걸어 나갔다.
수면을 밟으며 호수 위를 걷고 있자니 예전에 보았던 애니메이션이 떠올랐다.
[아무리 파도가 없지만, 이게 이렇게 빨리 익힐 수 있는 게 아닌데 말입니다. 근데 나루토가 뭡니까?]“…몰라도 돼.”
최근 들어 가끔 이런 일이 생긴다.
육성뿐만 아니라 전음을 통해 아부부와 소통하는 경우가 잦아져서인지, 가끔씩 혼자 생각하려 한 것이 아부부에게 들릴 때가 있었다.
그저 전음이 익숙해져 내가 실수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는 알아내지 못했다.
그동안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이번에는 어쩐지 좀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이번 층을 클리어하는 대로 키리키리에게 물어보는 편이 나을 듯싶다.
호숫가 근처에서 마법진을 그리고 있는 시시아와 야타의 모습이 아주 작게 보일 때쯤 되자, 발아래로 보이는 호수의 바닥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깊이가 어느 정도 되려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수면 위로 몸을 던졌다.
몸이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머리를 아래로, 발을 위로 향하게 두고 다시 마력을 이용해 발을 수면에 붙였다.
수면 위를 밟고 서 있던 방금 전과는 달리 지금은 수면 아래와 발바닥을 맞닿게 두고, 동굴 천장에 매달린 박쥐처럼 거꾸로 매달려 있는 모양새가 되었다.
[…정말 별짓거리를 다 하시네요. 그 정도면 마법은 필요 없지 말입니다. 그냥 마법은 포기하고 검의 길이나 쭉 가시죠.]자신의 입지가 위협받는다며 내가 마법 익히는 걸 꺼리는 아부부가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난 마법을 도외시할 생각이 없었다.
아무리 마법 없이도 비슷한 걸 할 수 있다지만, 마법을 배우지 않는다면 할 수 없는 일도 있었다.
예를 들면, 저기 호수 밖에서 시시아와 야타가, 그리고 있는 공간 이동 마법진이 그러했다.
수면 아래를 밟으며 호수를 돌아다녔다.
시력과 마력으로 호수 바닥까지 훑어보았지만, 딱히 이상한 점은 보이지 않았다.
그냥 평범하게 아름다운 호수처럼 보였다.
수중의 멋진 경치를 구경하는 데 정신이 팔려, 수면 아래에 이상 현상이 있나 찾아보겠다는 목적은 까맣게 잊은 채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수면 밑을 돌아다니다가 호흡이 부족해짐을 느끼고 수면 밖으로 걸어 나왔다.
마력을 둘러 두어서인지, 몸이나 머리칼, 옷에 물기가 전혀 스며들지 않았다.
손으로 겉면의 물을 털어 내고 나니, 물에 들어가기 전 뽀송뽀송한 상태 그대로였다.
방수는 완벽했다.
[…인간적으로 마법은 배우지 마시죠. 세상 마법사들에게 미안하지도 않으십니까?]미안하긴 뭐가 미안해.
아부부의 말을 무시하고 호수 위를 걸어 시시아와 야타가 있는 텐트 근처로 걸어갔다.
호숫가 근처로 나오자 시시아와 야타가 내 쪽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왜 저러고 있나 싶어 발걸음을 빠르게 옮겼다.
“아저씨.”
“어, 어, 왜?”
뭍으로 나오자마자 시시아가 내 손을 붙잡았다.
갑작스러운 접촉에 당황스러웠다.
“제자로 받아 줘.”
“엉?”
갑자기 웬 제자 타령인가.
옆을 보니 야타도 뭔가 신기한 것을 본 것처럼 눈을 초롱초롱 빛내고 있었다.
혹시 수면을 밟고 걸어 다닌 것 때문에 그런가.
“아까 그거 마법 아닌데.”
“마법이 아니니까, 가르쳐 달라는 거지!”
어지간히도 흥분했는지 바락 하고 큰 소리로 외쳤다.
가르쳐 주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마법사이니 마력을 다루는 법쯤은 나보다 더 잘 알 테고.
조금만 가르쳐도 따라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래, 대신 나도 마법 가르쳐 줘.”
“딜!”
얼떨결에 제자가 하나 생겼다.
* * *
호숫가에 텔레포트 마법진을 설치한 이후, 우리는 딱히 할 일이 없었다.
하루에 한 번 야타가 다른 팀들과 통신을 하긴 했으나, 그 과정에서 나나 시시아가 할 일은 없었다.
통신 자체도 준비된 메시지를 전송해 안부를 묻는 것뿐이라 대개 5분에서 10분 정도면 끝이 났다.
남는 시간 동안 시시아에게서 마법을 배우거나, 반대로 내가 시시아를 가르쳤다.
나는 그럭저럭 시시아가 가르쳐 주는 마법을 익혀 내고 있었지만, 시시아는 내가 알려 주는 것들을 전혀 이해하지도, 따라 하지도 못했다.
시시아가 내게서 배우고 싶어 했던 건, 물 위를 땅처럼 걷거나 물속에 들어갔다 나오고도 전혀 젖지 않는 등의 모습이었다.
결국 마력을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잘 제어하고 이용하느냐를 배우고자 했다.
문제는 마력을 움직여 신체나 그 주변에 영향을 주고 그것을 이용하는 건 일종의 체술이라는 점이었다.
마력을 제어하는 것 이상으로 감각을 유지하고, 또 그 감각을 통해 감을 잡아야 했다.
무게 중심을 곧게 유지하는 것도 자신의 몸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는 것 또한 중요했다.
사실 마력을 다루는 자잘한 요령은 그 이후의 이야기였다.
그러니 시시아에게 아무리 내 요령을 알려 준다 하더라도 곧바로 따라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래도 시시아의 신체 능력 자체도 준수한 데다, 마력의 운용은 어쩌면 나보다 나을 테니, 금방 따라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이틀이 지나고 사흘이 지나도 시시아는 비슷한 흉내조차 내지 못했다.
결국 나흘째부터는 내가 알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시시아에게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냥 검을 하나 쥐어 주고 정자세로 휘두르게 해 보았다.
“이거 정말 효과 있는 거야?”
팔을 휘적거리며 검을 위아래로 휘두르고 있던 시시아가 물었다.
이쯤 되니 나도 의문이다.
검을 휘두르게 한 것은 몸을 움직이며 감각을 일깨우기 위함이었다.
내가 그녀에게 주문한 것은 정확한 자세로 검 휘두르기였다.
시시아는 열심히 검을 휘젓고 있었지만, 어깨도, 무릎도, 고개도 죄다 제멋대로 흔들리고 있었다.
검이 떨어지는 위치와 멈추는 위치마저 그때그때 다르니, 뭐가 될 리가 없었다.
검을 휘두르는 와중에 입을 열어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이 훈련의 의미를 전혀 알아채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오히려 시시아 옆에서 검을 휘두르고 있는 야타가 더 나아 보였다.
야타는 언젠가부터 하루 종일 나와 시시아가 붙어 있자, 심심했는지 주변을 얼쩡거리며 훈련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오늘은 시시아가 하는 훈련을 지켜보다 혼자 꾸물거리며 동작을 따라 하길래, 아예 야타에게도 검을 한 자루 쥐어 주고 따라 하게 해 보았다.
야타는 별 거부감 없이 곧잘 따라 했다.
며칠간 함께 지내서인지, 낯가림도 많이 줄었다.
대화를 하진 않지만, 식사 중에 소금통을 건네준다든가, 불침번 차례에 어깨를 콕콕 찔러 깨워 주는 정도로 가까워졌다.
“아저씨, 혹시 나 재능 없어?”
시시아가 정곡을 찔러 왔다.
[확실히 없습니다.]세레지아가 말했다.
어지간한 일로는 입을 열지 않는 세레지아가 굳이 말할 정도였다.
[에이, 저 정도면 괜찮은 편이죠. 재능이 없다고까지 하는 건 좀.]의외로 아부부는 호의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나는 하늘이 내린 둔재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물론 그런 내 생각을 그대로 말하지는 않았다.
“아니야, 그 정도는 아니야.”
아니라고 대답하기는 했지만, 이미 며칠간 실망을 거듭해 온 시시아는 기운이 없어 보였다.
어쩌면 가르치는 내 태도를 보고 시시아가 내 생각을 알아차렸을지도 모르겠다.
왜 이걸 못 하지라는 말을 몇 번 중얼거리기도 했으니, 대놓고 티가 났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시시아에게 미안해졌다.
그날 밤, 불침번을 서면서 시시아가 제대로 해낼 수 있을 만한 훈련 방법이 뭐가 있을까 고민했다.
딱히 떠오르는 게 없었다.
내가 누구에게 배운 적이 없으니, 결국 내가 했던 훈련들을 토대로 알려 주어야 한다.
하지만 내가 했던 훈련을 처음부터 시시아게 시킨다고 그녀가 따라 해 낼 수 있으리라고 생각되지 않았다.
아부부와 세레지아에게도 물어보았지만, 그들도 그럴싸한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
답이 없는 고민을 이어 가다 밤하늘을 올려다보니, 커다란 보름달이 눈에 띄었다.
달이 유난히도 크게 보였다.
이 호숫가에서 야영한 지도 벌써 나흘이나 되었다.
밤하늘을 올려본 적도, 달을 바라본 적도 있다.
하지만 저렇게까지 달이 크게 느껴진 적은 없었다.
형형한 빛을 내뿜고 있는 달에선 어째서인지 불길한 기운마저 느껴졌다.
‘으아아악!’
어디선가 사람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멀리서 메아리치는 비명 소리에 신경이 곤두섰다.
환청은 아니었다.
하지만 내 마력 범위 내에 잡히는 건 없었다.
다른 소리가 들려오지 않는지 귀에 감각을 집중해 보았지만, 숲속에서 불어오는 바람 소리와 잔물결 치는 호수의 물소리밖에 들려오지 않았다.
텐트에서 시시아와 야타가 뛰쳐나왔다.
두 사람도 비명 소리를 들은 모양이었다.
급히 뛰어나온 시시아가 멍한 얼굴로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아저씨… 저것 좀 봐. 달이 세 개야.”
시시아의 말을 듣고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자, 그곳에는 기이할 정도로 크고 밝게 보이는 달이 세 개 떠 있었다.
반쯤 잊고 있던 메시지의 내용이 떠올랐다.
[언젠가부터 이에라이 호수 지역에 이상 현상이 나타난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두 개의 해가 뜨고, 세 개의 달이 뜨며, 벌레를 잡아먹는 새가 사람을 잡아먹고, 약초에서 독소가 검출되며 호숫가 일대의 마을에서 어린아이들이 사라진다는 등의 소문이었습니다.]그저 부풀려진 소문 정도로 치부했다.
메시지에는 생존자들이 공포에 빠져 두서없이 내뱉은 말 정도로 묘사되어 있었으니까.
게다가 키리키리에게 그리 어렵지 않을 거라고 듣기도 했고, 다른 소환자들의 태도도 여유로웠기에 목표를 찾기 어려울지는 몰라도 위험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메시지의 내용이 허황되었기에 그냥 그렇게 생각하고 넘어가 버렸다.
메시지에 등장했던 내용이 실제임을 알고 나자,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메시지에는 이런 이야기도 있었다.
[탐사대의 생존자들은 숲속에 드래곤에 필적할 거대한 괴물이 산다든지.] [호수 아래 용암이 폭발해 대륙을 뒤덮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반복했습니다.]크오아아악!
숲 너머 저 멀리서 괴이한 포효 소리가 들려왔고, 은은히 감돌던 불길한 기운은 이제 숨쉬기 불편할 정도로 주변에 만연해졌다.
절로 등골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며 생각했다.
아무래도 이거 뒤통수 맞은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