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torial Is Too Hard RAW novel - Chapter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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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토리얼 2층 (2)
독이 혈관을 타고 올라온다.
갖가지 증상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 크게 두드러지고 있다.
하지만 어쨌든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자랑은 아니지만, 아니 자랑이지만 나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지난 한 달간 여러 번 죽음의 위기에 노출되면서 얻은 정말 특별한 능력이다.
죽음의 감각이랄까.
나는 지금 상황에서 내가 얼마나 가까이 죽음에 다다랐는지 알 수 있다.
정말로.
위기를 겪을 때마다
음. 이번에는 삼도천을 건너 조상님께 인사를 드리고 왔군.
오, 이번에는 건너는 도중에 돌아왔어.
이번에는 삼도천에서 세수만 하고 돌아왔군. 좋아.
요번 건 삼도천 앞에서 준비운동 정도 한 건가.
이런 식으로 위험 정도를 평가하다 보니 생긴 능력이다.
신빙성은 없는 능력이지만.
어쨌든 지금 내가 느끼기에 나는 삼도천에서 제법 멀리 떨어져 있다.
삼도천 톨게이트 전의 마지막 휴게소 정도?
그동안 느껴 보지 못했던 다양한 증상들
마비, 두통, 복통에 부종까지 생기고 있지만 사실 그렇게 통증이 죽을 만큼 심하진 않다.
나에게 심각한 통증은 정말로 즉각 쇼크사를 유발할 만한 통증이다.
그리고 고통 내성 스킬의 최고 권위자인 이 몸은 어지간한 통증으로는 쇼크 비스름한 것도 못 느낀다.
그럭저럭 버틸 만하다.
독 내성 스킬이라도 얻어 볼 겸, 조금 버티다가 포션을 마시자.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포션의 뚜껑을 다시 닫았다.
음… 아니, 포션이 조금 아까운데.
마침 이 함정은 2층의 첫 함정.
대기실과 상당히 가깝다.
버틸 만하다면 굳이 포션을 쓸 것 없이 대기실로 돌아가면 되는 일이다.
잠시 그 가능성을 점쳐 보았다.
[독 내성 스킬 Lv.1을 획득하였습니다.]나이스 타이밍.
인벤토리에서 노끈 하나를 꺼냈다.
출혈이 심해지면 어떻게든 혈류를 막아서 버텨 보는 데 쓰려고 산 노끈이다.
발목 위 종아리에 노끈을 묶어 독이 더 이상 위로 퍼지지 않게 막았다.
사실 이미 퍼질 대로 퍼졌겠지만.
그리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언젠가 산에서 독사를 물렸을 때의 지침을 들은 적이 있다.
구단 연말 워크숍 갔을 때였나.
그때 들었던 지침대로 심장 박동수가 올라가지 않도록 몸을 천천히 움직였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독침들을 회수했다.
발목에 박혔던 녀석까지 합쳐 총 다섯 개였다.
주섬주섬 바늘을 모두 주워 모은 뒤 대기실을 향해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느린 속도로 선선히 걷고 있자니 왠지 내 처지가 우습게 여겨졌다.
발목에는 독침을 맞아 중독 증상이 올라오고 있고 팔뚝은 커다란 화살에 꿰뚫려 있는데 내 행동거지는 동네 공원 산보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가까운 미래에 나는 정말로 트롤 비슷한 것이 되는 게 아닐까.
아니면 아메바처럼 몸 일부를 잘라 내도 안 죽고 분열한다든가.
혼자 시답잖은 생각을 하면서 킥킥거리고 있는데, 몸에 이변이 생겼다.
마비 증상이 갑자기 강해진 것이다.
이제껏 단순히 퍼져 나가기만 하던 마비 증상의 정도가 일시적으로 변하였다.
마비 증상이 보다 강해지면서 몸을 움직이는 데 불편함이 생겼다.
몸이 안 움직이는 건 아니었지만 상당히 불편했다.
몇 번 헛발질도 하고 비틀거리다가 넘어질 뻔하기도 했다.
숨이 가빠졌다.
아 이렇게 가쁘게 숨을 쉬면 독이 더 빨리 퍼지는데.
이제 슬슬 삼도천 해변의 주차장이 보인다.
식은땀이 온몸에서 줄줄 흐른다.
이거 조만간 탈수 증상도 오겠네.
어느새 대기실의 포탈 앞에 도착했다.
포탈을 통해 대기실로 돌아가는 대신, 그 앞에 주저앉았다.
종아리에 묶였던 노끈을 풀었다.
그리고 곧장 후회했다.
막혀 있던 혈류가 풀려서인지 증상의 확산이 급격히 빨라졌다.
손발이 덜덜 떨린다.
호흡 곤란이 곤란해진다.
마비가 더 강해지고 있다.
[마비 내성 스킬 Lv.1을 획득하였습니다.]더불어 시야가 좁아진 느낌이다.
사고가 둔해진다.
전투 집중의 반대 상황이다.
두근거리는 내 심장 소리만 귀에 들린다.
두근. 두근.
아무 생각 없이 심장이 두근거리는 소리를 자장가처럼 듣고 있었다.
천천히 오른손을 들어 왼팔에 박혀 있는 화살을 비틀었다.
고통에 조금 정신이 깨어난다.
순간 포탈을 바로 앞에 둔 이 상태로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비 증상이 뇌까지 미친 걸까.
머리가 안 돌아가서 대기실에도 못 들어가고 죽으면 억울하지 않나.
그것도 포탈 바로 코앞에서.
위험한 모험은 여기까지다.
[2층 대기실로 이동하시겠습니까?]예.
포탈의 빛이 내 몸을 감싸는 것을 느끼며 정신을 잃었다.
* * *
다시 눈을 떴을 때, 보인 것은 대기실의 천장이었다.
후아.
식겁했네.
어느 정도까지 중독이 진행되자 몸 상태가 급속도로 나빠졌었다.
중독된 채로 버티는 방식으로 독 내성 스킬을 올리려면 상당한 주의가 필요한 것 같다.
그렇다고 뭐 시도할 엄두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위험한 건 아니었지만.
경험도 생겼고 내성 스킬도 얻었으니 다음번엔 좀 더 수월하게 버틸 수 있을 것이다.
[독 내성 스킬 Lv.1] [마비 내성 스킬 Lv.1]독 내성이 오른 것을 봐선 바늘에 묻어 있던 것은 독이 확실하다.
마비 내성은 독에 의한 마비 증상을 겪으면서 얻은 것이다.
포탈 앞에 도착한 후 갑작스레 마비 증상이 강해졌었다.
단순히 사지의 마비 수준이 아니라 호흡이 막히고 사고가 멈춰 버렸었다.
솔직한 감상으로는 독 자체보다 독으로 인한 마비 증상이 더 위험하게 느껴졌다.
아 독침은 어떻게 됐지?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커다란 화살 주변에서 다섯 개의 바늘을 찾아냈다.
아쉽게도 대기실의 효과인 건지 독은 깨끗이 정화되어 있었다.
바늘은 후에 혹시 쓸 데가 있을까 싶어 인벤토리에 넣어 두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포탈 앞에 섰다.
굳이 시간 끌 것 없이 도전을 계속하자.
1회 차 때는 시간이 부족해서 마지막 함정을 완벽히 공략하지 못한 채 떠났었다.
이번에는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다가 마지막에 시간이 부족해 쫓기지 않을 것이다.
다시 한 번 다짐하고 2층으로 향했다.
[튜토리얼 스테이지 헬 난이도 2층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일단 목표는 오늘 내로 독 내성 혹은 마비 내성 스킬 모두 3레벨까지 올리는 것이다.
스킬은 1레벨 오를 때마다 요구 경험치가 크게 상승함으로, 오늘 내로 독 내성까지 3레벨로 만들려면 서둘러야 한다.
만약 빠르게 목표를 달성하거나 오늘이 지난다면 독 내성 스킬의 육성을 멈추고 첫 번째 함정 너머에 도전한다.
안전한 첫 번째 함정에서 내성 스킬을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간 내에 튜토리얼을 진행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 * *
팡-
예의 그 발리스타 같은 화살을 몸을 틀어 피해 냈다.
이전 동작에서 쓸데없이 화살을 칼로 쳐내지도 않았고 날아올 타이밍을 알고 미리 피할 준비를 마쳐 놨기에 전투 집중조차 쓰지 않고 가뿐히 피했다.
정보가 이렇게 중요한 거다.
퓩- 퓩-
마지막으로 뒤쪽에서 발사되는 독침들.
마지막 화살을 피하자마자 뒤돌아 있었기에 손쉽게 방패로 막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걸로 끝이 아니다.
방패에 박혀 있는 독침들을 뽑아 대기실의 포탈 앞까지 가져갔다.
“이젠 정말 하다하다 별걸 다 하게 되네.”
포탈 앞 벽에 기대앉은 채로 혼자 중얼거렸다.
보통 아무도 없는 데서 혼자서 중얼거리는 일은 좀처럼 없는 일이지만 상황이 조금 황당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혼잣말이 흘러나왔다.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이미 내성 스킬을 올려 보겠다고 쉴 틈이 날 때마다 자해를 하고 있으니.
하지만 스스로 독침을 찔러 넣고 중독되는 것은 뭔가 더 이상했다.
정말 트롤로 진화하기 위한 길을 차근차근 밟아 나가고 있는 것 같다.
독침 하나를 오른손 손바닥 깊숙이 찔러 넣었다.
발목과 비교한다면 확연히 심장과 가까운 부위다.
독의 진행 속도가 이전과는 다를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겸사겸사 부위별로 중독됐을 때의 차이점도 알아보고.
조금 기다리자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환부의 통증과 마비 증상.
식은땀이 나고 속이 메스꺼워진다.
어지럼증 때문에 머리가 핑핑 돌고 정신이 혼미해진다.
마비 증상이 퍼져 나가고 곧이어 그 강도가 강해지기 시작한다.
확실히 이전과 같은 증상이다.
아주 순조롭다.
열심히 힘내서 오늘 내로 끝내 보자.